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02화 (102/140)

〈 102화 〉 생각의 차이(1)

* * *

카페시간에는 그럭저럭 사람이 있었다면, 바 영업시간에는 평소보다 적은 손님을 받았다.

역시 카페영업시간에는 가격대가 낮아서 길 가다가 들리기 좋지만, 알콜을 판매하는 시간이 되면 단가가 올라서 그런지 카페시간대 보다는 적은 손님을 받게 된다.

그래도 올 사람은 오는 게 동네 바의 매력 아닐까?

“그래서 말이여! 내가 드워프 놈들 대가리를 대형 오함마로 찍어 누를 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느낌이 두더지 잡기 같다니까!? 찍어 누를 때마다 얼마나 재미있는데! 선봉에 서지 않는 사람들은 모를 거여.”

“그, 그런가요?”

“고러엄! 드워프 고놈들 작아서 말이지. 원거리 무기를 안 든 녀석들은 결국 짧은 도끼를 들거나 장병기를 들게 된단 말이여. 그러면 나는 방패를 들고 한 손 무기를든 녀석들로 구성된 라인으로 가 버려! 그리고 콱콱 함마로 찍어내리뿌면 얼마나 시원한데­“

단발머리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여성 헌터가 자기 이야기를 말하면서 위스키 온더록을 한잔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들어 주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성 헌터도 있었다.

두 손님은 관록이 느껴지는 모습의 날카로운 모습이 보이지만,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풀어진 느낌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러 온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가게에 자주 들리는 분들이다.

최근…. 아니 팔찌를 끼기 이전부터 가게에 들려서 이야기하고 퇴근하시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분 같은데, 팔찌를 착용한 이후에는 가게에 손님이 없다면 내가 말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 일상이다.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은 내가 게이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관한 질문을 한 뒤 일어난 일이다.

결국, 내 입이 방정이지.

대화 자체도 민간인이 게이트에 마음대로 못 드나들기에 일반적인 방송에서 보이는 형식적인 인간이 무조건 승리하는 프로파간다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이야기해줘서 신선하기도하고 대화가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주던 묶은 머리의 여성 헌터는 더는 못 듣겠다는 듯이 맥주를 마시다가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 거 사람이 또 했던 말 또 하고 앉아 있네, 누가 보면 쉽게 찍어 누른 줄 알겠다. 방패만 든 드워프를 몇 번 찍어도 몸자체가 단단해서 애먹던 게 누구인데.”

“어허­ 어제 선봉에 서서 드워프들을 찍어 누르던 나의 모습을 보고 질투했나 보구먼!”

“질투는 염병. 너 때문에 후열에서 화력지원을 못해서 얼마나 골때린 줄 알아? 거 김대장 좀 말려라는 애들의 눈치 얼마나 본 줄 알어?”

“칫 짜식 부러워하기는. 거 전장에 서면 다 그렇게 되는걸 어쩌라는겨.”

부러워서 그런 것이라 말을 하지만 멋쩍은 듯이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돌리려 하지만 따질 건 따지고 이야기하는 분이라 그런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애들이 이제 곧 은퇴할 연세라면서 걱정하더라, 거 뒷방 퇴물이면 이제 좀 뒤에서 얌전히 지휘나 할 거지 뭘그리 설치는거야. 우리 나이 좀 생각하자 응?”

“헌터면 돌격이지 뭘 그리 따지는겨.

“아오… 진짜 이 화상을…. 꼬맹이가 보고 있는데 부끄럽지도 않냐?”

“시방. 꼬맹이를 왜 끌어들이는겨, 내가 돌격을 하겠다는데.”

서로 티격태격하는 느낌으로 말싸움을 시작했는데 언제나 있는 일이라 그런지 걱정이 하나도 안 된다.

그리고 꼬맹이는 나를 부르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냥 아들뻘 같은데 키가 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스터는 너무 정감 없고, 사장님도 애매하다는 이유로 꼬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시고 있다.

“아하하…. 진정들 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이번에도 나쁘지 않은 수익이 있으셨다면서요?”

“수익은 염병. 앞에서 설친다고 병원비만 더 들거다. 거 새끼 나이도 생각해여지! 너 말이야 너!”

“마! 나이를 왜 들먹이는겨! 아직 조임도 좋고 팔팔해! 니꺼 보다는 젊다!”

“어후…. 거 꼬맹이 앞에서 못할 말이 있지. 여기 게이트의 숙영지 아니다 정신 차려.”

“아! 이런 술기운이 오르는지 조금 과했구먼!아하하!”

거의 이런 만담이 이어지는 중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성 헌터가 프림을 보고는 한마디 하였다.

“그래서 재가 이번에 사 온 애라고?”

“아, 네! 사 왔다…. 보다는…. 주웠죠…?”

“쯧, 하여튼 유기하는 놈들이 문제라니까. 그래도 좋은 주인 찾아서 다행이네.”

“유기…죠 네, 나쁜 사람들이 유기한 프림을 제 이름으로 등록한 거고요.”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프림을 보면서 무언가 평가를 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쁘지는 않네. 잘 키워 봐.”

“네, 넵! 그, 그런데 말이죠….”

“왜 그러니?”

프림을 좋게 평가해준 것은 좋았지만, 한 가지 궁금증이 들기 시작하여 질문하였다.

“헌터 직업을 가지셨는데, 이곳에서 이 종족을 보면 좀 그렇지 않나요…?”

솔직히 단골손님이 왔을 때는 조금 긴장을 하였다.

헌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이 종족에 관하여 굉장히 적대적일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신기하였기 때문이다.

내 말에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성 헌터는 맥주를 마시면서 피식 하였다.

“뭐어, 젊을 때는 이 종족 노예만 보여도 적대감이 막 들고 그랬는데, 이 나돼서 보니까 그러려니 하는 감정이 들더라고. 야 너도 그렇지?”

“응? 아, 그렇나? 젊을 때는 누구나 다 그랬제…. 으음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구먼.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이고 동료가 부상을 당하거나 죽는 상황을 볼 때마다 살의가 생기긴 하지만 그걸 게이트에서 일어난 일로 쳐야 할지, 다른 게이트 출신의 존재를 종족이 같다는 이유로 증오해야 할지 힘든 문제인 게야.”

“들었지? 애매한 문제야. 종족이 같아도 출신 게이트가 다르면 대화도 안 통하거든? 실제로 가보면 생활양식도 꽤 다르지. 거 다음번에 올 때 사진 찍은 거도 몇 장 보여주마.”

그렇게 말하고는 마시던 음료를 한 잔씩 주문하고는 다시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 돌아갔다. 저번 게이트에서는 내가 잘했니 니가 못했니 같은 이야기다.

정말이지 사이가 좋으신 분들이다.

그보다…. 게이트라… 종족이 같아도 생활이나 대화가 다른 것까지는 몰랐다. 애초에 그런 사소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헌터를 지망하는 학생에게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탐사를 하거나 전투하는지에 관한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솔직히 손님들이 프림을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큰 상관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

“계산 끝났습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아니 피려없서! 아­ 게이­트 원정 끝나며언 또 올텨니까. 그땨까지 건강히 있고 알게제?”

단발머리 여성 헌터는 언제나 독한 술을 마시다 보니 금세 취하거나 만취 상태로 가게를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이 만취 상태로 귀가하는 날이신 것 같다.

사고 안 나려나…?

“거 적당히좀 마시라니까. 이래서 독한 술을 마시지 말라한 건데. 거, 매번 내가 말해도 절제 못하고 취하냐!”

“머어. 니나 내나 알잖나, 그런 상황에 술을 안 마실수 있나! 말해바라 안 카나”

“미친년…. 이거 또 이런다. 하아. 미안 해 이런 모습을 보여서, 헌터다 보니까 자주 마시게 된다니까.”

“아하하…. 괜찮은데요. 오히려 풀면 그거대로 좋은 것 아닐까요?”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이 취하시면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술을 더마시려하는데, 이유를 묻기는 조금 그렇다.

말을 해주신다면 듣겠지만, 그걸 굳이 내가 물어볼 이유는 없기도하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성 헌터가 단발머리 여성 헌터를 부축하면서 나에게 사과해오시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정도라서 문제없다. 동행인도 있으시니 귀갓길에 큰 문제는 안 날 것 같다.

“그럼 가보마, 이번 원정은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까 다음 주 쯤에오마. 그때는 생맥 시원하게 부탁하마.”

“네. 새 통으로 갈아서 준비해둘게요~.”

취하신 헌터를 부축하고 나가시는데, 어느새 시간이 심야시간이 다되어 간다.

영업종료까지는 아직 한두 시간 정도 남아 있고…. 벌써 조기퇴근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영업시각은 손님과의 약속이기에 간단하게 청소를 한 뒤 프림과 같이 카운터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대충 오늘 일은 어땠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가게의 문이 열렸다.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한 남성.

헌터가 중무장한 상태로 다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남성이라는 점이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나도 이 세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날카롭게 둘러보고는 영업을 하는지 물어왔다.

“아직 영업하나요?”

“아, 네! 영업하고 있어요. 자자 앉으세요!”

최근 여성손님만 받아서 그런지 이 시간대에 남성 손님을 받는 상황 자체가 신기하였다.

행색부터 독특한 손님인데, 어떤 손님이려나…?

진상 손님은 아니길 기원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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