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생각의 차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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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라 하여도…. 그냥 적적한 느낌을 주는 것보다는 간단한 이야기를 하는 정도의 질문이다.
그렇기에 아까부터 신경이 쓰이던 그의 대형 케이스를 한 번 더 보고는 질문하였다.
“혹시…. 게이트에서 저격 관련 일을 하시나 봐요.”
알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탄주머니나 전술 헤드셋 등을 착용하는 행색을 보아하니 대형 냉병기가 아니라 총기류일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솔직히 내용물이 궁금하지 않은가?
내가 케이스를 보면서 질문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케이스를 한번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뭐랄까…. 독한 술을 한잔한 다음 내쉬는 한숨에 딱 들어맞는 느낌의 한숨이었다.
“뭐, 그렇습니다. 저격….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정사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멀리 보는 게 특기라서 말입니다.”
“멀리 있는 것을 잘 보시나 봐요? 그렇다면 탐색관련 팀이신가 봐요?”
“감지계열과는 조금 달라서 탐색 팀 보다는, 수색정찰을 직접 하는 팀 소속입니다. “
“어라? 서로 다른가요? 개미와 흰개미가 생물학적으로 전혀 관계없는 벌레 같은 느낌으로 비슷하면서도 다른가요?”
탐지계열과는 다르다는 말을 하는데, 얼마나 다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현장의 용어가 서로 다른 것일까?
내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질문을 하자 고민 없이 말을 해주는 모습이…. 생각보다 친절한 손님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뭐, 게이트에 진입하는 일하지 않으면 잘 모를 수도 있는 미묘한 차이라서 말입니다. 말하자면 탐색팀은 생체레이더 느낌이고, 수색 정찰은 직접 움직이고 맨눈으로 확인하는 팀입니다.”
“헤…. 서로 많이 다른가 봐요?”
“그렇죠. 좀 다릅니다. 탐지계열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장점을 상쇄시켜 버려서 정찰・수색팀이 아직도 현역인 것입니다.”
게이트에 관한 로망정도는 있었지만, 결국 포기한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재미있는 화잿거리다.
일반적으로 알지 못 하는 정보를 접해서 그런지 조금은 신이 나서 질문하였다.
“탐지계열의 단점요? 그럴 만한 단점이 있던가요? 대부분의 탐색은 탐지계열이 하지 않던가요?”
“계속 일반인은 모른다는 말투라 죄송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항으로는 그렇습니다. 부정은 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수가 통제된 환경의 경우’라는 조건이 있을 경우에 한정됩니다.”
“변수라면…. 개인 컨디션 관련 문제인가요?”
확실히 전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것이다.
능력을 쓴다는 것은 본인의 체력이 소모되는 행위이기에 개개인의 컨디션・기분에 의해서 능력의 효과의 강약이 변한다. 그런 변수를 감안 한다면…. 컨디션의 난조로 인해서 조사 범위가 짧아지거나 그러지 않을까?
그런 생각하는 나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라는 표정이 된 그는 어떻게든 답변을 하기 위해서 고민을 하였다.
“으음. 말하자면 탐지능력은 만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변수는 개인 컨디션의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 전장의 환경의 변수가 가장 영향이 큽니다. 예를 들자면 탐지능력의 경우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레이더처럼 안전한 장소에서 능력을 사용하지만 주위 환경에 의해서 탐지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적 탐지에 관련된 정보를 개인이 전부 취합하다 보니 정보의 혼선이 오기도 합니다.”
“아…. 그래서 정찰・수색팀이 존재하는 것인가요?”
“예. 정찰・수색은 감지 능력이 없어도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다 보니 몸값이 비싸면서도 전장의 환경에 혹은 상대의 방해에 따라서 감지 여건이 변화하는 능력보다. 몸값이 싸고 구성하기 편한 수색조를 보내는 편을 선호하지요. 저는 그중에서 눈이 좋다는 이유로 정찰・수색팀에 속한 것입니다.”
“눈이 좋으시다면 어디까지 볼 수 있으신가요?!”
“음? 1km 바깥에 배치된 A4 용지에 써진 8폰트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그건 평범한 것처럼 들리지만, 엄청 좋은 능력 같은데요?”
“무엇이든 단순한 게 쓰임새가 많은 법입니다. 수색 이외에도 쓰임새를 말하자면…. 음, 막상 생각하려니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아, 능력 덕분에 스코프의 보조 없이 장거리 저격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수색・정찰에 이점인 게 스코프로 조준할 때 렌즈의 빛 반사가 없어서 웬만해서는 들킬 일이 없다는 게 몇 안 되는 장점입니다. 그 외에는 멀리 있는 사물을 보는 용도로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쓰이는 정도군요.”
“와…. 그 정도면 일상생활에 문제 있지 않나요?”
“능력 발동으로 조절이 가능해서 문제는 없습니다. 상시 발동이었다면 생각보다 끔찍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상시 발동되는 조절 안 되는 능력이라니 얼마나 끔찍한 저주예요. 안 그래요?”
“아마 제가 상시 발동 능력쪽이었다면…. 망원경사이즈의 원시용 안경을 눈에 달고 다녀야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멀리 본다는 능력이라 하여서 단순히 멀리 보는 정도인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정밀도가 높은 능력인가 보다.
그보다. 본인의 말이 많아지며 딱딱한 말투가 풀어지는 것이 슬슬 취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소소한 잡담하면서 자기 능력에 관한 이야기하면서, B52 칵테일을 마신지 조금 지났을까? 갑작스레 칵테일에 관한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이거, 단향이 나서 도수가 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군요.”
“그렇죠? 마지막에 부은 오렌지 리큐르가 좀 도수가 나가는 녀석이라서요.”
“이거 몇 도입니까?”
“어, 아마 40도 전후일걸요?”
기억상 40도가 맞을 것이다. 그 외 나머지 술을 20도 전후의 알콜 도수를 자랑하기에 절대 가벼운 술은 아니다.
“흠, 처음에 마실 때 오렌지 향이 올라왔는데, 뒷맛은 또 부드러운 맛과 커피향이 올라와서 놀랍네요. 이 칵테일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B52이라고 합니다.”
“햐…. B52….52. 이름 한번 잘 지어진 칵테일이군요.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 폭격기 입니까?”
“맞을걸요?”
그는 조금씩 취하기 시작하였는지, 가게에 들어왔을 때보다 조금 더 풀린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도수가 높은 위스키와 비교해서 도수가 조금 낮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독한 술에 속해서 그런지 금방 취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왜 독한 술이냐 한다면…. 위스키의 경우에는 천천히 마시거나 본인의 페이스를 조절하겠지만, B52의 경우에는 한 번에 마시는 칵테일이라서 체내에 알콜을 들이 붓는 경우에 해당된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빨리 취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일까? 약간 몸이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으음. 혹시 말입니다. B52보신적 있으십니까?”
“게이트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실물로 본적은 없네요.”
“정말로 멋진 물건입니다. 적대적 목표 관측에 성공했을 때 무전으로 좌표를 보내면 말입니다.”
“보내면요…?”
그는 빈 잔을 만지면서 생각에 잠긴 듯한 느낌을 주더니,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몇 분 뒤 B54 편대가 지나가면서 흔적도 없이 아주 싹 쓸어 버리죠. 정글이던 산지던, 가리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해주니…. 끝내주지 않나요? 고된 탐색 끝에 적의 진영을 찾아서 크게 한 방 던지는 기분이란….”
“와 상대하는 적은 안쓰럽겠지만, 보는 처지에서는 시원하겠네요.”
“아주 시원합니다. 가끔 파일럿이 되어서 하늘에서 보는 폭격 풍경이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정찰용 드론으로 폭격 후 최종 확인을 한다지만, 비행기만큼 높게 날지 못해서 말입니다.”
“오히려 좋은 시력을 가지고 파일럿을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떤가요? 공군 대우 좋지 않나요…?”
“파일럿…. 파일럿…. 이라. 하아….”
내가 파일럿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는 빈 잔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천천히 내미는 모습이 마치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잔을 내민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주문을 하였다.
“같은 거로 한잔 더 주시지 않겠습니까?”
“어…. 괜찮으신가요? 정말로 독한 칵테일이라서 숙취로 고생하실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습니다. 지금도 약간 취하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서 말입니다.”
“그,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 혹시 여기서 더 독한 느낌을 주는 게 가능한데…. 그걸로 해드릴까요?”
“예. 독하게 가능하다면 그걸로 해주시죠. 그냥 취하고 싶을 뿐입니다.”
정말 취할 작정으로 가게에 방문을 하였는지, 독한 술을 주문하기에 다른 바리에이션을 물어보았더니 괜찮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같은 술을 준비하되 마지막 술을 다른 술로 바꾸었다. 오렌지 리큐르에서 보드카로 바꾸었을 뿐이지만, 술을 마시는 느낌은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달달하면서도 끈적한 맛이 주된맛이었다면, 이번에는 크림커피향다음 치고 올라오는 보드카 향이 입안에 퍼질 것이다.
그렇기에 도수는 이전과 차이가 없지만, 단맛이 빠진 알콜의 향이 강하게 느껴 질 것이기에 느낌상 조금 더 독한 술로 느껴 질 수 있을 것이다.
빈 잔은 옆으로 치우고는 새 잔을 꺼내서 새 칵테일을 준비하였다.
기주하나 바꾸었을 뿐이지만, 이번 칵테일 이름은 B53이 된다.
이 세상에 B53수소폭탄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에 칵테일 이름을 말하지 않고 잔을 내밀었다.
첫 잔은 주황색의 층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윗부분이 투명한 색을 띠고있는 칵테일.
그렇게 완성된 칵테일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칵테일을 마시는 법을 알아서 그런 것일까? 고민 없이 한 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이때까지 만난 손님들과는 다른 느낌의 손님인데…. 이거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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