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생각의 차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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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비슷한 경험이라해도… 뭐가 있더라?
말을 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난동을 부린 손님은 없었고…. 서치 씨 처럼 난동을 부릴뻔한 사람도 있었지만, 서치 씨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옆손님들에 의해서 적당한 선을 지켜왔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험난한경험을 하다 보니 말이 험해지는 게이트에 비해서 그리 많은 성적 차별을 받은 기억이 없다.
아니면 내가 자각을 못 했거나? 흐으음…. 다시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평소에 듣는 이야기라고는….
오빠 나랑 놀지 않을래? (고등학생 추정)
거 남자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거 힘들지 않아? (중년 아저씨 발언)
어때? 나랑 한번 사귀지 않을래? (얼굴 기억해 둬서 볼 때마다 팔찌 빼는 손님)
같은 별 시답지않은 이야기가 있기에 그런 이야기를 손님에게 이야기하였다.
“… 같은 일 정도만 있네요? 오히려 만취하면 얌전히 간답니다.”
“흐으음. 의외입니다. 남자가 봐도 귀여운 수준의 남성인데…. 아무 일 없다니 흠….”
잡담하는 분위기가 되어가니 이번에는 한 손을 볼에 댄 채로 이야기를 들어 주는데, 동성과 이야기하는 느낌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오전에 만난 마트 남성 직원은 어디까지나 판촉을 위해서 나와 대화를 한 것이지 일상적인 잡담하는 경우는 이번 남성 손님이 처음이었다.
신기하면서도 간질거리는 기분.
그렇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아마 저거 때문에 아닐까요?”
“저거? 어느거요?”
“저저 구석에 있는 저 녀석요.”
손님은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보았다.
가게 구석에 설치된 방범용 CCTV다.
술 가게다 보니까 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털러 올지도 모른다 생각해서 설치해 둔 물건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가게 오픈 한 뒤에 진열장에 가득 찬 염가 술들을 보면, 그렇게까지 털릴 만한 물건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터는 게 손해인 물건드리다.
그래도 한번 털리면 내 기분이 나쁘기에 보험용으로 계약해 둔 CCTV인데, 아마 이것 때문에 난동을 부리는 손님이 적었던 게 아닐까?
“아, 저게 있군요. 그리고 이것도 있고…. 그래도 돌발 상황이 신경 쓰이지 않나요?”
가게 구석에 설치된 CCTV를 보며 고개를 돌리지만, 이때 카운터에 장식된 깃털을 보고는 본인 나름의 납득을 하였다.
역시 자경단 같은 무언가 단체를 상징하는 것 같은데, 이 지역에서 파워가 센 가 보다. 이 질문은 영업 종료후에 한다 생각하고, 손님의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써야겠죠?”
“호… 역시 물리적 수단이 좋은 방법이겠군요. 마스터는 어느 쪽이 좋습니까? 샷건 20게이지로 한 방 갈겨…. 아니 이건 좀 가게 안이 더럽혀 지니…. 역시 야구방망이로 후드려 패는 쪽이신겁니까?”
술이 취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느끼긴 했지만, 헌터 아니랄 까 봐 언행이 조금 과격 하였다.
물론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이, 농담을 하듯이 웃으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헌터식 농담 따먹기 인가…?
농담이든 진담이든 설명해주기 위해서 대답하였다.
“뭐, 능력이죠 제 능력.”
“음? 능력으로 예절주입을 하시는 쪽인 겁니까? 이거 생각보다 과격한 마스터지 말입니다?”
“아뇨아뇨! 은신계열이라서요… 그냥 귀찮아질 것 같으면 은신능력 써버리면 끝이거든요.”
“그거 괜찮네요. 은신한 다음 어디 있는지 못 찾는 동안, 가게를 나가거나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으니…. 생각해보니 성희롱 같은 개소리를 지껄이는 년들이 있을 때 쓸 법한 능력입니다?”
정확히는 인지 저해지만, 본인 나름대로 납득을 하고 있기에 굳이 정정을 해주지는 않았다.
틀린 말을 한 것 같지는 않으니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뭐, 그런 셈이죠. 생각보단 편리해요. 그보다 비교적 최근에 능력을 자각해서요.”
“아, 늦게 발현된 타입…. 이 아니라 은신 계열이면 본인이 자각 전까지 모르신 쪽입니까?”
“그렇죠? 어릴 때부터 은근 없는 사람 취급당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성인이 될 때까지 몰라서 말이죠.”
“아쉽네요. 은신 계열이면 기업에서도 중하게 써먹…. 아니다 마스터는 안 오신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헌터 지망은 했는데, 역시 성차별적인 문제 때문인가요?”
한 손으로 볼을 지지하면서 한숨을 푹 쉬는데, 그 한숨이 세상 다산 노인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까지 헌터 일이 힘든 것일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뭐어…. 제가 말한 게이트에만 들어가면 대화하는 내용들이…. 은근 차별당하는 상황정도야 기분 나쁘다로 끝나겠지만, 이게 헌터라는 직업 특성상 언제 죽을지 몰라서 말입니다.”
손님은 잔을 잡고 돌리던 손을 멈추고는 중지와 검지 사이에 엄지를 넣고, 그 엄지를 까딱까딱 흔들었다.
돌발적인 상황이지만, 이거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잠깐 고민하던 그때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어떻게든 후손을 남기고 싶어 하는 건지, 너도 나도 매일 같이 쳐 대는 게 좀 그래서 말입니다. 저는 그걸 싫어하는 쪽이다 보니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마스터랑 대화해 보면 유순한 성격 같은데 그런 환경을 못 버틸 지도 모르니 하는 말입니다.”
“어…. 그렇게 많이들 하나요…?”
“많이? 아주 그냥 야영지에 전투 스케쥴이 없다면 쳐댑니다. 그 쐐기 석 말입니다. 그거 파괴된 날 게이트에서 귀환이 확정되면 그날은 광란의 밤이 될 정도로 많이들 하죠.”
어, 으음….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것은…. 조…좋은 건가?
손님의 말을 듣고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뭐 지금 지혜 씨와 사귀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에 말이다 정말로 만약에. 내가 내 능력을 알고 있었다면 그런 생활하게 되었을까?
암살 팀원으로써 행동하면서 문란한 생활을 즐기는 나라….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뭐…. 실현 가능하지 않기에 해 보는 상상일 뿐이었다.
“그중에는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런 것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헌터 일도 고생이네요….”
“뭐 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싫은 것은 싫은 것입니다.”
나의 경우에는 노골적으로 들이대지 않으면 그렇게까지 신경 쓴 적은 없었다…. 이 손님은 성적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게 생각의 차이 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 누군가 농담으로 성적인 발언을 하여도 과하게 반응하지 않지만, 손님은 남이 한 말을 강하게 받아들여서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런 상황에 계속 수색대를 해봤자 큰 의미도 없을 것이고…. 내가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조언이라는 느낌으로 잡담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말이죠.”
듣고 대답만 하던 내가 먼저 말하자 궁금하다는 듯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게이트에서 바로 귀환한 상황이라 하였던가? 며칠을 제대로 못 씼었는지 무성하게 난 수염과 다크써클이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복장 탓인지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역전의 용사가 귀환해서 한잔 마시는 분위기였다.
말해 보라는 듯이 기다려 주는 남성 손님.
“진짜 공군에 지원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음? 공군입니까? “
“네 공군요! 파일럿이 되어서 높은 하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거예요. 그리고 한때 동료였던 헌터들에게 나 진짜 파일럿됨 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아하핫!! 그렇게 맥이는 것도 방법이네요. 흐음…. 진짜 해 버릴까 생각도 해왔지만, 걍 질러버릴까요?”
피식 하면서 얼음만 가득 찬 잔을 흔들었는데, 나름의 기념이라는 느낌으로 한잔 더 권유하는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B52를 한 잔 더 만들어서 내밀었다. 작은 잔에 붓기만 하면 되는 술이라 그런지 화려한 쇼도 없이 금방 만들어졌다.
“자 마스터의 특권입니다. 공짜니까 한잔 마시세요. 때마침 공군의 폭격기랑 같은 이름이잖아요?”
“음? 공짜는 조금 그런데 제가 주문한 거로 하면 안 됩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잔은 이미 손안에 들어가 있었다.
물론 본인도 형식적으로 한 말 이겠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공짜로 주는 술은 재미가 없기에 조건을 한 가지 붙였다.
“그럼 언젠가 드높은 창공에서 내려다본 게이트의 생태환경이나 말해 줘요. 이 세상과 엄청 다르다면서요? 내려다 보면 바다처럼 보이지만 실은 육지인 세상이나, 산 전체가 거대한 조각상으로 조각된 곳, 혹은 차원에 구멍이 뚫려서 거대한 홀이 나 있는 세상, 중력 작용이 이상해서 지표면이 섬처럼 둥둥 떠 있는 세상 등등. 공군이 되시면 그런 풍경이야기나 해주세요.”
“이거 '단골이 되어라’는 의미입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생각이 나면 한번 들려주는 정도면 괜찮겠네요.”
“마스터의 머릿속에는 이미 공군이 된 제가 존재하는군요.”
손님은 내 말을 듣고는 피식하고 웃기 시작하였다. 나 또한 재미있다는 듯이 한번 웃어 주었다.
동성 간에 이런 대화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성별이 같기에 편한 느낌으로 대화를 한 기분이었다.
“자아, 저는 술을 어제까지 왕창 마셔서 같은 술은 못 마시기에 냉수인데 괜찮죠?”
“공짜로 주신 술을 마시는데 제가 뭔 말을 하겠습니까? 자, 건배 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자, 공군 합격을 위해서 건배~!”
“건배!”
왠지 모르게 술을 안 마신 내가 하이텐션이 된 기분이지만, 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번에는 술맛을 제대로 보겠다는 듯이 천천히 마시는 손님을 기다린 뒤, 잡담을 하기 시작하였다.
정말 소소한 잡담이었다. 가게일의 고충이나 헌터일의 고충 같은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그런 것일까? 뜻밖에 손님의 문제는 내가 답하는 식이면, 내 문제는 손님이 이렇게 하면 어떨까? 같은 이야기로 흘러 갔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 였다.
그렇게 영업 종료 시간을 향해 시곗바늘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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