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08화 (108/140)

〈 108화 〉 생각보다 어울리는(1)

* * *

세상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흘러간다.

오늘은 어느샌가 어제가 되고, 내일이 어느샌가 오늘이 되었다.

오지 않았으면하는 오늘은 왜 이리도 빨리 오는 것일까? …라고 말 하기에는 어제와 같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냥 투정이다 사소한 투정.

이제 곧 수아와 놀러가기로 한 날짜는 다가오지, 지혜 씨한테는 아무 말 하지 못하였지, 어떻게 말할지 엄청나게 고민 중인데 그 누구도 그런 고민을 모를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해봤자 약속일은 점점 다가오지, 나는 초초하게 있지, 초초함과 대비되는 평온함을 보여주는 프림을 보면 왠지 모르게 얄미울뿐이다.

그래…어디까지나 투정일 뿐이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사건을 저질러서 이러는 거 아니다. 쳇….

그렇게 속으로만 투덜거리면서 프림을 보는데, 정말이지 프림은 적응력이 뛰어났다.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라 하지만 엘프도 적응을 하기에 살아남는 것을 생각하면…. 생물은 적응을 하는 존재일 것이다. 적응 못하면? 죽어야겠지…?

그 적응력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문제라면 문제랄까….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PTSD를 걱정하기는 했지만, 그런 낌새조차 없었다. 정말이지 신기한 엘프였다.

신기한 엘프라…. 그런 생각하면서 오늘 아침에 있던 일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언제나 같이 일반인에게는 늦은 시간에 일어나니 프림은 이미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앉아서 잠을 안자고 그대로 앉아 있던 건가 싶어서 물어 봤지만, 저 구석에 정리된 침구를 가르키면서 먼저 일어났다고 답을 해주었다.

일단 일어나볼까 싶어서 방안을 둘러보는데 머리에는 베개와 적당히 두꺼운 이불이 나를 덮고 있었다.

옷은 다행히도…? 입은 그대로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프림을 바라보니 조용히 엄지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아하하…. 뭔 뜻인지 알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성격이다.

어찌 되었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누운 채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이것저것 대화를 하였다.

지혜 씨의 안부 전화 라던지, 어제 하루 종일 바쁜 일 있었다고 일어나면 문자 달라던 수아까지

아침에 쌓인 문자를 해결하고는 아침겸 점심을 먹고, 때마침 배송된 프림의 옷을 입히고는 출근을 한 상태이다.

역시 엘프는 흰색 셔츠에 청바지 아닐까? 거기에 앞치마, 아주 좋다.

어찌 되었든 오늘은 장사가 안 되는 날인지 손님이 뜸하게 오고 있었다.

아직 학생들은 하교하기 전이고…. 직장인들도 퇴근하기 전이니 뜸하게 오는 손님을 받으면서 수아와 문자나 주고받고 있었다.

지혜 씨의 경우에는 훈련기간이 이제 끝나가고 있어서 오늘이나 내일 직접 방문한다 한 뒤 훈련에 들어간 상황이라 연락이 없는 상태다.

­ 그래서 오빠 별일 없는 거 맞지~? :p

­아니 어제오늘 왜 이런데. 정말로 아무 일 없어. 일이 있다면 일손 하나 구했다는 정도겠지?

­일손? 내가 일 하겠다 할 때는 절대 안 된다 하더니! 와 오빠 너무한다~ 수아 삐졌어요.

­아니 삐져도 말이지.... 수아를 고용하면 아주머니한테 죄송한 일이잖아.

­뭐어, 그래서 일손이 뭔데?

­그러니까 엘프 하나 주웠다?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는 프림을 바라보는데 나보다 더 사장 같은 느낌으로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글은 아는가 보다.

하아…. 누가 사장이고 종업원인지 알 수 없는 기분을 받으면서 수아와의 문자를 이어갔다.

­에? 왜? 이 종족이라니~ 아무리 인건비가 많이 안 든다 하지만 오빠정도 가게면 인간을 고용해야 하지 않을까~?

­에이 그래도 일 잘해. 나보다 더 사장 같은 걸.

­그거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가진 개체인 거 아니야? 교육이 필요한 개체일지도 모르겠는걸~

­수아야 그런말하는 거 아니야

­음, 그냥 내가 공짜인력 하나 구해주면 안 될까~? 무료야~! 진짜 무료! 거기 엘프처럼 느긋하지도 않고 일 싹싹하게 잘할만한 녀석 알고 있는데 소개해줘?

무료 인력이라니! 업종마다 틀리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에게 있어서 인건비가 가장 큰 지출이다. 그것을 없애 주는 무료 인력이라니! 솔직히 수아의 말을 듣고 혹하긴했지만…. 고용노동법이 더 무섭다.

게다가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이것이 남자의 직감?! 이라고 말하기에는 수아가 실없는 농담이나 장난을 최근 들어 걸어온 것이 있어서 면역이 되었을 뿐이다.

이번에는 수아의 장난에 걸려들지 않는다.

­마음만 받을게, 무급으로 부려 먹다가 신고 당하면 노동법이 무서워 :S

­에이 그런 하자가 있는 녀석을 추천해 줄 까 봐? 진짜 무료로 써먹어도 돼!

­나 또 놀려 먹으려는 거지?

­헐~.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 이번에는 진짜라구~. 믿고 한번 고용해 봐! 그렇게 엘프는 치우는 거야~ 카페에 품격이 있지 안 그래?

으음, 이 세상 나름의 규칙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수아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고 해야 할지…. 아니 이상한 건 나겠지만, 그래도 조금 그런 느낌을 받기 시작해서, 한마디 하려 했지만, 가게의 문이 열리면서 한 손님이 들어왔다.

­딸랑

손님 몇 없는 가게 안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나 소ㄴ님!

일단 급하게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부터 덮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진동이 울려왔지만, 손님이 왔기에 바로 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들어오는 한 손님.

이런 가게가 완전 처음이라는 듯이 쭈뼛거리면서 가게 안에 들어온 여성 손님이 있었다.

가게 안을 둘러보기보다는, 무언가 안절부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성 손님은…. 음 뭐랄까…. 입은 교복을 보아하니 학생이었다. 어라…? 지금 하교할 시간이던가…?

수아랑 문자하다가 시간이 훅 지나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해 보지만, 아직 학생들이 하교할 시각은 아니었다.

흔히 학교를 잘 안 다니는 일진쪽인가 싶었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왜냐고? 가게에 들어왔을 때 쭈뼛거리는 느낌은 이런 가게가 처음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가게를 둘러본 뒤 나를 확인하고는 그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뭐랄까…. 이 당혹감은….

이것이 말로만 듣던 연하의 뜨거운 시선? 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작은 꼬마였다.

교복도 말이 교복이지 이전 세상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교복이다. 전투에 즉각 투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실용적인 디자인의 코트 안쪽에는 탄띠 등이 메어져 있었다.

물론 저것들은 장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인이나 헌터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헌터라는 직업에 맞추어서 미성년자일 때부터 그러한 옷을 입히는 것이다.

“어서 오세요~.”

“네, 넷! 아, 안녕하세요…요!”

일단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기에 자동으로 인사를 하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꽤 소극적인 목소리였다.

최근에 당찬 여성만 봐와서 그런지 꽤 신기한 경험을 하는 느낌이다.

내가 인사하자, 예의 바른 학생처럼 인사하고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프림도 손님이 오니 일을 돕기 위해서 읽던 책을 덮고는 내 옆에 서니, 손님이 더욱더 얼어 버렸다.

이 종족을 보고 얼다니…. 혹시 지금 현장실습을 갔다 오는 길 인걸지도 모르겠다.

일단 앉혀야겠지…?

“자자, 일단 여기 앉으세요, 아니면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계실래요?”

“아, 앉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아!”

내 앞에 있는 테이블의 빈 공간을 탁탁 치면서 여기에 앉을지 뒤에 있는 의자에 앉을지 물어보니, 고민 없이 바로 앉았다.

독특한 손님이네….

“자, 주문은 뭘로 하실래요? 혹시 술만 파는 집으로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미성년자한테는 술 안 팔고 지금시각은 기본적인 음료만 팔거든요?”

내 말을 멍하니 듣던 손님은, 핫 하고 정신을 차리고는, 자기 양손으로 뺨을 탁탁 쳤다.

“아, 아뇨! 알고 왔어요! 알고! 그, 그러니까 주, 주문 으음…. 주문!”

주문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던 그녀는 메뉴판에 있는 가볍게 보고는 손가락으로 가르쳤다.

“이, 이거 주세요!”

“헤, 마실 줄 아시나 봐요? 생각보다 주문하는 사람이 적어서 없앨까 고민하던 메뉴였는데.”

“자주 마셔요! 괜찮아요!”

손님이 손가락으로 가르킨 메뉴는 가게에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는 메뉴였다.

가끔, 좋아하는 분이 주문하는 정도지, 대부분은 아메리카노나 라떼 선에서 끝내는 정도라서 학생이니 아이스 카페라떼를 마시겠거니 하면서 준비할까 하려 했지만, 생각 외의 주문을 하였다.

“그럼 설탕은 얼마나 해드릴까요?”

“마, 많이요!”

“네~ 잠시만요.”

학생은 처음에는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가게에 들어왔다면, 이번에는 뭔가…. 때 묻지 않은 맑은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부담이 컸다.

이런 패턴은 처음이라 대화를 피할까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거다.

어쨌든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내주기 위해서 잔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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