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09화 (109/140)

〈 109화 〉 생각보다 어울리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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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주문하는 사람이 없어서 메뉴판을 새로 만들 때 없앨까 고민하던 메뉴였다.

이것을 주문한다는 것은 집에서 간간이 마시는 의미인데…. 기호적 의미로 마시거나, 어느 정도 있는 집안이 아닐까…? 뭐,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정말로 있는 집안 자제라면 이런 동네가 아니라 진짜 비싼 동네에서 살겠지. 아마 집에서 부모님들이 마시는 것을 보고 본인도 자연스레 마시게 된 거로 생각된다.

생물이란 결국 부모의 존재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아차. 이런 생각할 시간이 아니라 어서 만들어야지.

“아차. 오리지널 메뉴가 아닌데…. 오리지널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저희 가게 방식으로 해드릴 까요?”

“아…. 으,음. 그, 그럼 여기 방식대로 해주세요….”

“그럼 잠시만요.”

준비를 하다 생각해 보니 이 메뉴를 안다는 것은 오리지널 메뉴를 상상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제 와서 깨달았다. 이런,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일까? 오늘 내로 메뉴판을 바꿔야겠다.

그보다. 최근 들어 삶에 찌든 모습의 손님이 많았지만, 이렇게 초롱초롱한 손님은 오랜만인 것 같다.

물론 가끔 놀러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 보다는 놀려 먹으려는 장난스러운 눈빛이 가득하기에 예외로 쳤다.

본격적으로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음료를 제조하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차를 우려낼 필요가 있었다.

찻잎의 종류는 홍차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강렬한 향을 내는 홍차가 좋다.

다즐링 같은 향이 연한…? 좀 약하면서 섬세한 품종 보다는 아삼이나 브렉퍼스트 같은 맛이 강렬한 찻잎으로 선택하는 편이 좋다.

그래 이번에는 아삼이 좋겠다.

찻잎을 선택하였으면 홍차통을 진열해 둔 선반에서 꺼내야 한다. 홍차통은 이유를 모르겠으나 아주 화려한 문양이나 그림이 그려진 제품이 많아서 장식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선반이 심심하다 싶으면 홍차를 채워 넣다 보니…. 메뉴에도 홍차를 넣은 것뿐이다.

이제 홍차가 들어 있는 캔부터 꺼내야 하는데, 평소라면 키가 닿지 않기에 발판을 사용하겠지만, 이번에는 프림이 있다!

프림에게 손짓으로 홍차가 들어 있는 캔을 받았지만, 뭐랄까…. 갑자기 밀려오는 패배감은?

이, 일단은 주문이 우선이니 프림이 건네어 준 캔을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캔의 겉 면을 보니 그려져 있는 거대한 나무, 아마도 게이트에 존재하는 세계수 보고 그린 느낌이며, 엘프를 굳이 영어를 쓰면서 뭔가 고급스럽게 보이려고 만든 디자인이 눈에 띄지만, 생산 과정을 생각하면 엘프랑 전혀 관계없을 것이다. 애초에 품종부터 지구의 품종을 가져가서 그대로 재배한 것인데 엘프랑 관계있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재배하는 인력도 손이 인간과 비슷한 종족이라면 누구든 투입될 만한 일이라서…. 더욱더 엘프 랑 관계가 없다.

어디까지나 마케팅이다. 마케팅. 노동착취나, 전혀 관계없는 대상을 광고로 활용은…. 대부분의 성인들은 알 만한 내용이지만, 막상 눈앞에 안 보이면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다.

당장에 나 또한 프림이 없었다면 별 신경 쓰지 않고 홍차를 꺼내었을 것이다. 프림이 건네주니 생각이 났을 뿐이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지만, 너무 개인적인 생각만 한 것 같기에 빠르게 찻잎을 우려낼 준비를 하였다. 티 스푼으로 찻잎을 스테인리스 망 안에 조금 담아 둔 뒤, 머그잔에 넣었다. 중요포인트는 찻잎을 항구에 넣으면 안 된다. 머그잔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가게에 준비된 디스펜서를 활용하여 뜨거운 물을 부었지만, 컵 가득이 아닌, 조금 부족하게 물을 부었다.

최근 들어서 음료를 준비하면서 손님에게 말을 걸어보는 게 취미가 되었지만, 홍차를 우릴 때만큼은 잡담없이 이것저것 준비를 하였다.

냉장고에서 우유와 연유를 꺼내면서 손님의 취향을 물었다.

“우유는 따뜻한 편이 좋나요 차가운 그대로 쓸까요?”

“따, 따뜻하게 해주세요….”

“네~ 잠시만요.”

따뜻한 우유를 선택했으니 스팀피쳐에 우유를 적당히 넣었다.

스팀을 칠 수 있는 정도를 넣었지만, 차 한잔을 하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지만, 어쩔 수 없다. 어느 정도 양이 없으면 스팀밀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석은 냄비로 우유를 따뜻하게 데우겠지만, 가게라는 특성상 손님의 요청이 없는 이상 거품을 최대한 줄인 스팀밀크로 대처하는 편이다.

일단 스팀밀크를 다 만든 다음 차 거름망을 빼내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스팀밀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치이이익

스팀이 새어 나오는 소리와 함께 스팀피쳐 안의 우유가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스팀완드라 불리는 스팀의 관의 끝부분을 조절하면서 거품의 양을 정하겠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거품을 만들지 않으면서 우유를 따뜻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스팀 분출양을 최대로 높였다.

그렇게 아주 잠깐. 몇 초가 지나자 스팀피쳐를 받히고 있는 손에서 뜨거움이 느껴지며, 따뜻한 우유의 고소한 향내가 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계속 스팀을 분출하고 있으면 우유가 더욱더 뜨거워지며 70도 이상이 넘어가면 비린향이 나기시작하기에, 우유의 단백질이 변질되지 않는 최대의 온도에서 스팀을 껐다.

이번에 완성된 스팀밀크는 거품이 적었지만, 그렇다 해서 거품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쁘지 않게 거품이 쳐졌는지, 우유위가 반짝거리는 느낌을 주는 코팅을 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스팀피쳐를 흔들 때마다 잔 안에 들어 있는 우유가 찰랑거리는데, 비단이 바람에 흔들리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음료는 거품이 필요 없기에, 에스프레소 머신에 달려 있는 배출구에 우유의 거품층을 버리기 위해서 스팀피처 잔을 천천히 기울었다.

버리는 우유가 아깝지만, 어디까지나 거품층을 걷어내는 작업이며, 이번에는 많은 우유가 필요하지 않기에 음료를 만드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남은 우유는…. 으음, 내가 마시지뭐.

이제 찻잎을 빼낼 차례다.

좀…. 많이 우려내서 진한 상태의 홍차다. 의도적으로 많이 우려 낸 것이다. 그러는 편이 홍차의 향을 즐기기 편하기 때문이다.

찻잎은 다 우려냈으니 조금은 여유를 가지면서 음료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프렌차이즈 계열의 카페랑 조금 틀린 실내 구조에, 술까지 진열된 곳인데…. 이런 곳은 익숙하신 가 봐요?”

여유가 생기자 마자 자연스레 말을 걸어 버렸다.

사람과 대화를 못 해온 반동인지 최근 들어서 말을 계속 거는 느낌이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내 말을 들은 학생은 딴생각 하다가 선생님이 말을 걸은 상황처럼 깜짝 놀랬다가 이내 대답하였다.

“그, 그. 가끔가족파티 할 때 비슷한 곳 가거든요…. 물론 술은 못 마시지만요….”

“오. 가족 파티라니 정말 좋은 가족이네요.”

“칭찬 가, 감사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며, 잊으려 노력을 했지만, 가족이라는 말에 손목이 조금 욱신거렸다.

좋아졌나 싶었는데, 역시 제자리 걸음인 걸까? 아마 평생가도 치유되지 않을 상처흉터 같은 무언가라 생각된다.

그보다 학생의 표정이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인데, 이거 생각보다 귀여운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워낙 당찬 여성이 많다 보니 신선함까지 느껴진다.

정리가 안 된 생머리에 눈을 조금 가릴 정도로 자라난 앞머리가 얼굴을 그늘지게 해서 그런지 조금 어두운 느낌을 주고 있다, 게다가 옷의 크기도 상당히 크기에 어두워 보이는 인상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귀엽지만, 이곳 사람들이 보기에는…. 음,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아마 교실 내에서 평범함 혹은 최하위권 일지도 모른다.

남자라면 건들지도 않겠지만, 여성들의 경우 알게 모르게 서열을 만들다 보니…. 하하….

가족이니 뭐니…. 굳이 입 바깥으로 꺼낼 필요가 없는 말이기에 말을 삼키며 애써 괜찮은 척 웃으니 학생은 눈을 못 마주치면서 눈동자를 굴리다 이내 고개를 숙였다.

가게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꼈지만….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어찌 되었든 음료부터 만들고 봐야겠다.

잠깐의 대화로 약간 지체가 되었지만, 연유와 설탕스틱 몇 개를 뜯어서 스팀피쳐에 부웠다.

이제 포크로 천천히 저어 주면서 연유를 녹였다.

처음에는 단단한 젤리? 혹은 크림을 포크로 찍은 뒤 그어내리는 저항감을 느꼈다면, 천천히 휘저으면서 우유의 온도로 굳어 있는 연유를 녹이기 시작하니 저항감이 사라졌다.

적당히 달달한…. 아니 아주 달달한 우유가 완성되었으니, 이 우유가 식기 전에 준비된 아삼 홍차에 천천히 섞기 시작하였다.

비율은 정석대로면 20:1 이겠지만, 조금 더 많은 우유를 부웠다.

자 이제 완성이다.

“주문하신 밀크티 나왔습니다.”

“가, 감사합니다아….”

오리지널 밀크티는 아니겠지만 맛은 괜찮을 것이다…. 오늘 메뉴에서 밀크티를 없애든지 이름을 바꾸든지 해야겠다.

내가 내민 잔을 받은 학생은 밀크티의 냄새를 맡고는 천천히 마시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한 밀크티라서 자신은 없지만, 어떤 평가를 해 줄까?

그렇게 학생이 마시는 것을 잠시 기다려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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