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생각보다 어울리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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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적인 밀크티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만든 밀크티는 밀크티가 아니야!’ 라며 화낼지도 모르나…. 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티백차를 마시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차에 우유를 넣는 것 자체가 저항감들이 있어서다.
어찌 되었든 담백한 밀크티를 마시는 것보다는 달달한 밀크티를 마시는 편이 좋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해서 메뉴에 넣었지만, 기본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전혀 팔리지가 않았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아마 메뉴판에는 일반 밀크티인 것처럼 써둔 게 원인이라 생각된다. 진짜 오늘 내로 지우든지 바꾸든지 해야겠다.
계속 정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굳이 따지고 들어간다면…. 일반적인 밀크티에 연유를 넣는 방식은 홍콩식 밀크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게 방식이라 말한 이유는 세 가지 정도 있다.
첫 번째 홍콩식 밀크티는 홍차를 오랫동안 끓이지만, 차를 푹 끓이지 않고 일반적인 홍차 보다 조금 더 많이 우려 냈다. 두 번째 융이라는 플란넬원단을 활용한 융드립용 거름망을 쓰지 않아서 약간의 찻잎 가루가 들어갔을 것이다. 세 번째가 가장 큰 이유인데, 홍콩식 밀크티는 무가당 연유를 사용한다. 그렇다. 내 가게의 경우에는 설탕에 가당이 된 연유까지 사용해서 단맛을 아주 많이 내는 밀크티다. 그게 결정적인 차이라서 가게 방식의 밀크티라 말 한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홍콩식 밀크티의 변형이다.
그보다 홍콩이라….
전생의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곳의 홍콩은 중국에게 정치적으로 점령당하기 직전이었겠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어딘가의 깡패 국가가 힘을 제대로 못 쓰기 때문이다.
급격한 영토 확장 및 개발에 의해서 그동안 방치되어왔던 수많은 게이트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 산적해 있어서 그런지 그리 영토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국외에 관심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제조 강국 타이틀도 붙여진 적도 없다. 그냥 영토확장 같은 몸집만 불리다가 아주 X된 국가라는 인식이 박힌 동네다.
일반적인 공산품들은 대부분의 국가가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세계다. 국가마다 게이트의 활용 방식은 다르지만, 대부분 플랜테이션이나 식민지화를 시키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인건비가 없으니 선호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로 게이트를 활발하게 점령하는 이유가 되며, 해상에서 열린 게이트의 경우에는 먼저 선점하는 국가가 소유권을 가지니….게이트를 확보하려는 국가간 신경전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으음, 어려운 이야기도 하며, 나와 동떨어진 국제 정세 보다는 내 앞의 학생의 반응이 더 중요하기에, 학생을 보면서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몇 달 만에 팔리는 밀크티다. 그때는 능력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에 감상평을 묻거나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솔직한 감상평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평소에는 음료를 낸 이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많이 긴장되고 있다. 아마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든다. 등에 땀이 안 날뿐 매우 긴장된 상태다.
천천히 마시던 학생은 맛을 한번 보더니 살짝 갸웃거리면서 다시 한번 맛을 보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자신이 생각했던 밀크티랑 다른 계열의 밀크티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으으음…. 역시 실패인가?
학생 반응이 영 아니다 싶으면 진짜 메뉴에서 치워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밀크티를 천천히 마시고 있는 학생을 바라봤는데, 생각보다 귀여운 느낌의 학생이다.
정리 안 된 머리카락과 앞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어서 음침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행동이 음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뭔가 경계하면서 들어오지를 않나, 주문 할 때는 눈을 반짝이지 않나…. 뭔가 귀여운 소동물을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귀여워서 학생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아차….
“어…그, 그러니까요….”
순식간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되어 버린 학생.
계속 학생을 바라본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되지만, 학생은 무언가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눈을 못 마주치고 있었다.
그러다 몇 번 더 마셨다. 머그컵에 들어 있는 베이지색의 밀크티가 반쯤 남을 정도로 마신 학생은 컵을 내려놓고 매우 들뜬 느낌을 주면서 말을 걸어왔다.
“맛있어요! 이거 설탕 말고 뭘 넣은 거죠?!”
“여, 연유인데요? 가당연유인데 괜찮으신가요?”
“네!”
가게에 왔을 때 말을 더듬거나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앞머리에 조금 가려진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면서 제대로 말을 하였다.
아,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보니 머리카락이 눈을 찌르는지 몇 번을 자기 손으로 앞 머리카락을 치우는 모습이 나름 귀여웠다.
워낙 당찬 여성들이 많다 보니, 이런 귀여움은 신선함까지 느껴진다.
“와 감사해요! 맛은 어떠신가요? 안 달았나요?”
“맛있어요! 설탕만 많이 넣어서 평범한 밀크티라 생각했는데 연유까지 넣어서 그런지 끈쩍한 맛이 좋아요!”
“그렇죠? 무가당으로 넣으면 우유 맛만 진해지고 뭔가 심심해서 넣었는데, 나쁘지 않죠? 끈적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고급지고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이런 가게에서는 마실만한 맛 이잖아요?”
“네! 이런 가게에 어울리는 맛…. 아니 그, 급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아니 그러니까….”
텐션이 한껏 올라갔던 학생은 순식간에 텐션이 낮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낮아졌다고 말하기보다는 가게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낌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것참….
“아뇨, 괜찮아요. 동네 가게라 생각하면서 운영중이니까요.”
“으…. 그래도 죄송합니다….”
“그보다. 교복을 보니까 주변의 헌터 양성 전문인 태산 고등학교를 다니나 봐요?”
“아…!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 맞다. 교복….”
내가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알고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 구역과 조금 떨어진 구역에 위치한 태산 고등학교의 교복이다. 이 근처에서 흔히 보이는 교복은 아니지만, 잘 알고 있는 교복이다.
왜냐면 한때 지망했던 고등학교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능력이 없는 줄 알고 포기했지만, 그래도 꿈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보다 그 당시만해도 헌터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입는 용하는 옷이라 생각해서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그랬는데, 지금 보니까 좀 그렇다…. 실용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장식도 모양만 내는 정도고…. 전체적으로 헌터들이 입는 옷을 흉내 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긴 학생 교복이니 의전용 정복처럼 때빼고 광낼 이유가 없다.
…?
흐으음…?
교복을 생각하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지혜 씨가 정복을 입는다면…? 한번 보고 싶은데…?
앗…. 손님을 앞에 두고 엉뚱한 생각할 뻔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메뉴에서 빼려고 했거든요.”
“아…. 정말로 맛있어요…! 그, 오리지널 밀크티랑은 다른 매력이 있는걸요…!”
“에이, 그러면 안 빼야겠네요.”
내가 메뉴에서 빼려고 고민했다고 말하니 관계없는 본인이 당황하면서 양팔을 어찌할지 몰라하며 파닥이는데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학생인 것 같다.
놀려 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 학생이다 싶었는데, 학생은 머그컵을 입에 댄 채로 나를 슬쩍 바라본다.
“으음. 혹시 할 말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학생이니까 매몰차게 팔찌를 뺄 수도 없고, 나쁜 의도는 또 아닌 것 같고…. 평소의 여학생들처럼 본인 멋있다고 생각하는 멘트를 날리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나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기에, 궁금한 나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학생은 당황하면서 컵을 내려놓고 눈동자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가, 이내 나를 바라보았다.
“그! 능력이 강한…. 그러니까 고 능력자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서 그런 능력을 가지신 건가요!?”
“네…?”
이게 무슨 소리이지 하면서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학생을 바라보는데, 학생은 그런 나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마 긴장한 나머지 자기 머릿속에 엉켜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집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그러니까! 어제 스트리밍에서 들었어요! 강력한 능력자인데 이런 한적한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은둔 고수…. 그러니까 강력한 능력자라는 말은 가, 강해지는 방법을 아시는 거죠?!”
학생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주 잠깐 멍하게 있었다. 너무나도 당황스럽지만…. 학생의 말에 힌트가 있었다.
“그, 그러니까…. 혹시 그 스트리밍이라는 게…. 혹시 말이죠…. 게…게…. 뭐였더라…?
“게이트 서치요! 그 방송에서 그래 말했어요!”
“아…하하. 서치 씨 군요….서치….”
“역시! 서치를 아시는군요!?”
공통된 주제가 나와서 그런지 소심해 보이던 학생은 들뜬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가게에 들어왔을 때의 모습보다. 훨씬 괜찮은 느낌이었다. 역시 밝은 게 좋지….
그보다…. 서치 씨…. 어제 방송에서 어떤 말을 한 거야!?
별일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을 만들어 주다니….
일단 상황을 알기 위해서 학생과 대화를 좀 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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