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11화 (111/140)

〈 111화 〉 생각보다 어울리는(4)

* * *

학생은 자신과 공통된 주제가 생겨서 그런 것인지 매우 들뜬 모습이 되었다.

아마 이 나이대의 학생 같은 활발함이 느껴져서 첫 인상 보다는 좋지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정말이지 난감해졌다.

도대체 어떤 리뷰를 해서 이 학생이 내 가게까지 오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으며, 가게에 들어올 때 리뷰보다는 나를 보면서 눈을 반짝이며 들어온 것이 왠지 모르게 불안 해진 기분이다.

“역시 서치를 아시는군요!?”

“어…. 음, 어제 오셨거든요.”

“어땠어요!? 멋졌어요!? 서치씨의 특기인 분신 보셨어요?! 재미있지 않았나요…!?”

“나, 나쁘지는 않던데요?”

“그렇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관해서는 아주 활발해진 느낌인데, 눈망울이 똘망똘망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보다 서치 씨 본인은 분신 능력이 마음에 들지 않아 했는데, 역시 관점의 차이일려나? 개인적으로는 스트리밍 최적화 능력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 생각된다. 내가 조언을 해준다 하여도 어떻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본인이 싫다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으음, 그보다 어제 어떤 방송을 한 건가요? 퇴근 후에 보니까 생방송은 끝났고 편집중이라서 못 봤는데.”

“앗! 오늘 편집본 올라왔어요…! 이거 보세요!”

“그, 그런가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에서 편집된 영상을 바로 보여주는 것이 가게에 들어오기 전부터 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거 봐요…! 어제 방송있었던 내용 간단 편집인데! 정말 정말! 정말! 강한 능력자라고 말이나와서…!”

폭주하기 시작하는 학생인데 누가 보면 내가 술이라도 먹인 줄 알겠다. 게다가 차를 마시고 있던 몇몇 손님의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인상을 찡그리는 손님이나, 신경이 거슬린다는 손님이 학생을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빨리 학생을 진정시켜야겠다.

“자자, 진정해 봐요, 여기는 개인공간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아, 앗….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내 말 한마디에 높은 텐션을 유지하면서 주변을 향해 좌우로 사과의 말과 인사를 연신 하기 시작하였다.

소심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또 아닌가 보다. 아마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와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과는 했으니 손님들도 하나둘 신경을 끄기 시작했고, 나 또한 내용이 궁금하기에 사과한 뒤 잘못된 행동을 한 강아지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요약좀 해주실 수 있나요? 내용이 궁금해서요.”

“네! 요약! 가능해요! 그러니까….”

풀이 죽어 있길래 의도적으로 질문한 것도 있는데, 성공이었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적당히 낮추면서, 하지만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내 가게에는 자경단에 들어갈 정도의 무서운 능력자가 운영중인 가게이며, 귀공녀가 왔다 갔을 정도로 숨겨진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가게이며…? 뭐야 숨겨진 인플루언서라는 단어 그런 게 실존해…? 게다가 생각보다 여려보이는 사장님이 운영하지만 만만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가게라는 정도의 설명은 또 뭐야…?

맛이 어떻다든가 분위기가 어떻다는 리뷰는 어디로 갔지?

신나게 설명을 하고 있던 학생의 말을 끊고 한 가지 질문하였다.

“그래서 서치가 이렇게 말 한거예요! 그, 사장님의 기운이…!”

“자, 잠깐! 스톱! 스탑!”

“네?”

중간에 말을 끊어서 그런 것일까? 의문스러운 표정이 되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을 끊은 것은 미안 하지만 이것만큼은 물어봐야겠다.

진짜! 정말로!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가게에 대한 평가나 그런 것은 없었나요? 리뷰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그런 이야기했을 거 아니예요?”

“아, 가게에대한 평가…. 기억 날 것 같기도한데 으으음…. 잠시만요.”

학생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설마 서치씨 그런 평가는 전혀 하지 않고 본인피셜 이야기만 한 건 아니겠지…? 어제 리뷰를 못하도록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나? 지금 와서 후회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그렇게 초조하게 아주 잠깐 기다리니, 학생은 영상의 어느 한구간을 확인하고는 기억이 났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아! 생각났어요…!”

다행히 리뷰는 한 것 같다.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가게의 부수적인 잡다한 이야기보다는 맛이어떻다! 인태리어가 좋았다! 같은 가게 운영에 있어서 핵심적인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다.

남에게 평가받는 경우가 흔치 않…. 아니 없었다 보니 엄청나게 긴장된다.

침을 꿀꺽하고 삼키니 평소라면못 느끼는 침이 목을 타고 흘러가는 느낌이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어, 어떤 말을 한 건가요!?”

“그러니까…. 으음…. 그, 그러니까 자몽에이드 맛있었고 인테리어도 독특했다…. 정도네요…?”

“예?”

“저, 정말이예요! 자 여기 보세요!”

평소라면 ‘예?’ 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겠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버렸다.

내가 되묻자 학생은 자기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들고 있던 핸드폰의 화면을 내가 보기 편하게 내밀고는 다른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나오는 의기양양한 표정의 서치 씨…? 이상한 썬글라스를 끼고 있고, 화면은 아주 형광색으로 다양하게 색칠되어 있었다.

어우 평소에 이렇게 방송하는 거야? 보는 내 눈이 아플 지경인데…? 이런 분위기가 좋다고 보는 학생들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 생각하던 도중 영상의 서치 씨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엄처어어어엉 무서운 사장님이 운영 하는 거 맞다니까?! 귀여운 겉만 보고 속지마! 내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고 싶으면 정말 그 가게를 가 봐라니까? 진짜야! 그날 그대로 소리소문 없이 묻히게 될 거야! 아니 씨ㅂ 이 게이트 서치 말이 구라라고? 아냐! 거기 까…. 아니 자경단의 파워가 얼마나 무서운데!

내가 만약 만화 속의 캐릭터라면, 평온하게 웃는 모습이지만 검은 선으로만 외곽 선만 표현된 상태에서 하얗게 색칠된 상태일 것 같았다.

하하…아니지? 정말로 저렇게 가게를 소개한 건 아니지? 불안 함이 극대화되려던 그때, 누군가의 후원이 들어왔다.

= 그래서 가게 실력이나 분위기는 어떻?

그래! 그거야! 그런 질문으로 대답을 하도록 유도를 시켜!

내가 속으로 그렇게 말하여도 녹화 방송 편집이라 의미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 심리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후원 메시지를 본 서치 씨는 아차하는 표정이 되더니 뒷 머리카락을 잡고 손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마 본인의 습관 같은데….

­아차! 깜빡했다! 미안! 맛? 자몽에이드 괜찮았고. 분위기는 술집 느낌 겸 카페 느낌의 하이브리드? 너희 그거 알지? 희소하지만 몇몇 게이트에 존재하는 키메라? 딱 그런 느낌? 아니 나쁜 의미 아니야 지금, 이상한 채팅치는 놈들 밴 때린다? 뭐, 내가 설명은 잘 못 하지만…. 아니 설명 못하면 리뷰나 이슈 유튜버 실격 아니야!? 어쨌든 나쁜 의미가 아니라 다르면서도 어울리는 느낌이었어. 딱 그 정도? 어쨌든…. 그 귀공녀가….

에? 이게 끝? 진짜? 맛이 괜찮았고 분위기는 술집 느낌 겸 카페 느낌이 나는 하이브리드라는 감상평으로 끝?

내가 당황한 모습으로 멍하니 있자, 학생은 내가 왜 이러는 것인지 알고 빠르게 눈치를 채고는 핸드폰을 재빠르게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머그컵을 잡았다.

“그, 맛…. 맛있어요! 정말이예요…! 나쁘지 않아요…. 서치가 저러는 것은 그냥 성격이예요오…. 칭찬에 인색한 서치라서 나쁜 의도는 없을 거예요…. 아마도….”

학생의 말은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처음 내 방식대로 만든 밀크티를 마셨을 때 반응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 그래 서치 씨가 칭찬에 인색한 것이라 하자. 다음에 오게 되면 논 알콜을 주문해도 스피리X스를 몰래 넣을 것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며, 어떻게든 나를 위로해주려는 학생을 진정시켰다.

“음. 괜찮아요. 욕 안 먹은 게 어디예요. 그렇죠? 그저 그런 가게잖아요?”

“으으…. 서치이이…. 오늘 채팅에 욕 쓸 거야아….”

“뭐, 농담이랍니다. 자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넹…? 본론요…?”

앞 머리카락으로 눈이 조금 가려져 있지만, 내가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말에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그러고는 머그컵을 잡은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을 냈다.

“서치 씨가 말했던데요? 장난으로 가게 오면 소리소문 없이….”

“히ㅡ익…”

장난으로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하자 무서운 듯이 몸을 움츠리지만 도망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장난이예요 장난. 그래서 왜 오신 건가요? 뭔가 이유가 있어서 온것 같은데…. 틀렸다면 죄송해요.”

“저….”

내가 장난이라는 것을 말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이 할 말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내 감은 틀리지 않았는지 자신이 오게 된 이유를 말하였다.

“가, 강해지고 싶어서 왔습니다!”

엩…?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