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12화 (112/140)

〈 112화 〉 생각보다 어울리는(5)

* * *

“가, 강해지고 싶어서 왔습니다!”

너무나도 강렬한 학생의 말이 나를 얼어붙게 하였다.

“??”

어라? 내가 무엇을 들은 거지? 막상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 이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뭐지 이 손님은…?’

이 정도의 표현이 전부 아닐까?

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차를 마시면서 엿듣거나, 가게가 좁아서 듣기 싫어도 이야기를 조금씩 듣던 손님들 또한 어처구니가 없는지 가게 안에 정적이 가득했다.

“쿨럭…! 쿨럭! 아, 죄송합니다. 행주 있나요?”

그중 한 손님이 차를 마시다 제대로 사례가 들렸는지 마시던 커피를 조금 흘러버렸다.

“아, 여기 물티슈요. 혹시 마른 휴지도 드릴까요?”

주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손님은 자기 옷에 조금 묻은 커피의 흔적을 지우면서 학생을 흘깃 봤다.

원망하는 그런 눈빛은 아닌데, 뭔가 웃기면서도 이 녀석 뭐 하는 녀석이지 하는 눈빛이 가득했다.

나도 당황을 하기는 했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기에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요…. 그래요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요…. 그래서 그것도 서치 씨의 리뷰에서 보신 정보인가요?”

“아니 그, 그런 정보는 아니고…. 그냥 강하신 분 같으셔서…. 으음, 서치 씨가 유약해 보이지만 정말 강자라고 말해…서…. 저, 손가락으로 주먹을 폈다가 쥐시는 것은 조,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아니, 그으으…. 갑작스레 이상한 말해서 죄송합니다아….”

뭔가 본인이 저지른 것이 있기에 말을 쭉 이어가지 못하고, 사과하면서 목소리가 점점 줄어 드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그래,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 뭔가 목적을 가…지고 이런 곳에 왔다기보다는 순수하게 본인의 고민을 가지고 온 것 같으니 나름 이야기에 어울려 줘야 하는 것이 사장의 의무 아닐까? 사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손님이라서 어울리는 것뿐이다.

그보다 어느샌가 주먹으로 딱밤을 날릴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날려 봐야 얼마나 힘이 있다고 그러는 것인지….

학생은 내 주먹을 보면서 너무나도 긴장하는데…. 왜지?

“하아…. 뭐, 학생학생 하기도 좀 그런데 이름이 뭐예요? 말씀해 주기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요….”

일단 이름부터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예의상 묻고 있지만, 이름은 의자에 앉았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의 교복에 달려 있는 이름.

[하미란]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것이 예의 아닐까? 대뜸 이름부터 말하면 조금 그렇지 않나…?

“태산고 하, 하미란입니다….”

“그래요 미란학생?”

“네, 넵!”

“그렇게 긴장하지 말고요.”

“네!”

“일단 무엇이 문제인지 이야기해볼까요?”

강해지고 싶어서 왔다는데 그에 대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먼저 알아야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까? 물론 그 문제를 안다고 해서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미란 학생은 내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강해지고 싶어서인데요…?”

“자, 천천히 생각해봐요. 왜 강해지고 싶은데요?”

“그, 그게 능력이 성격과 안 맞아서…. 더 강해지고 싶습니닷!”

“어떤 능력요?”

미란 학생은 머그컵의 온기를 느끼면서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머그컵의 온기가 어느 정도 안정감을 줘서 그런 것일까? [말해도 될까] 같은 표정을 짓던 미란 학생은 한 번 더 고민하더니 이번에도 머그컵에 시선을 둔 채로 자기 이야기를 하였다.

“능력이 말이죠…. 그러니까…. 웃지 마세요?”

“안 웃어요.”

“정말이예요? 약속?”

“약속약속 어기면 커피한잔 무료라도 해 드릴게요.”

“으으…. 능력…. 그러니까…. 그냥 돌진이예요.”

자기 능력을 말 한 뒤로 자신 없다는 듯이 움츠러드는 모습이…. 정말 자기 능력이 안 좋다고 생각 하는가보다.

“돌진이면…? 음, 평범함 그 자체 아닐까요? 평범하다고 말하는게 웃기지만, 그래도 가장 무난한 능력들 중 하나잖아요? 실 생활에도 유용하려나…?”

“아, 아뇨! 그…. 이런 무식한 돌진 능력 보다는 원거리 저격이나, 보조…. 아니면 희귀하다는 탐지계열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왜요?”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질문하였다.

돌진이라면 은신보다 실생활에 유용할 것 같은 능력 아닌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직전에 돌진능력을 사용하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돌진으로 돌파하거나, 컵이 떨어지려 할 때 돌진을 사용해서 비싼 위스키잔을 깨트리지 않거나, 그런 유용함 말이다.

정말이지 은신보다 훨씬 유용할 것 같은데, 미란 학생은 여전히 우물쭈물 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서운 걸요.”

“응? 무서울 이유가 있나요?”

“생각보다 무서워요. 돌진을 조절 못해서 대상과 강하게 부딪치거나, 대규모 모의전 할 때에는 적진 한가운데 들어간다는 공포감이 얼마나 무서운데요!? 그리고….”

“그리고?”

“신체적 조건에서 아웃인 걸요….”

미란 학생은 자기 말을 끝낸 이후 머그컵을 내려놓고 자기 양손을 펼쳐 보았다.

고등학생 치고 작은 손. 나와 비슷한 크기일까? 확실히 자기 능력과 신체 능력을 고려해 보면 돌진 능력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능력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바꿀 수 있다면 나부터 바꿨다.

“그렇다면…. 헌터계 문과로 빠지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아직 1학년이니 선택할 시각은 남아 있잖아요? 헌터관련 사무업 정도면 괜찮을 지도 모르겠는데…. “

“그건 힘들어요…. 부모님이…. 그, 고위직 헌터라서…. 저도 해야 된대요….”

“아….”

대충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부모님의 강요 아닌 강요에 의해서 실업계나 인문계가 아닌 헌터계로 지망을 한 것이다.

이미 조금 말하긴 했지만. 이 이상으로는 타인의 인생이니 포기하거나 바꿔라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어떻게 말할지 곤란해졌다.

“그, 그래도 다른 집안처럼 능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나, 자식농사 실패했네 같은 소리는 안 듣거든요…. 헤헤…. 그거랑 관계없이 헌터를 해야 하는 것은 바뀌지 않지만요….”

“그래서 성격과 신체조건에 안 맞는 능력이지만 강해지고 싶으신 거군요?”

“네에….”

“그렇다면 어떻게 강해지고 싶은 건가요?”

“네?”

“자신이 상상해 둔 강함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더 강하게 돌진하거나, 더 멀리 돌진 같은 그런 강함요.”

“어…글쎄요…?”

설명을 들은 미란 학생은 자신이 생각해온 강함이 무엇인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생각해온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그 막연한 감정을 가지고 고민을 해온 것이 아닐까?

그 막연한 감정 하나 때문에 매일 고민했을 것이다. 자신은 헌터가 되기 싫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배반하기는 싫다는 그러한 감정을 가진 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서치 씨의 스트리밍 방송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닐까?

부모님의 기대에 눌려져서 탈선을 안 한 것만 해도 대단한 아이라고 생각된다.

“그냥…. 그냥 강해지고 싶어요! 사장님 처럼요.”

“저요?”

“네!”

미란 학생의 확신에 찬 눈빛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이야기를 의도치 않게 듣고 있던 손님들도 미란 학생의 말을 듣고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첫날 팔찌를 받고 천칭의 로비에서 시선집중을 당하던 그 느낌을 내가게에서 받게 될 줄이야….

한번 경험해서 그런지, 그때만큼 당황하지는 않았다.

“일단 서치 씨가 어떤 말을 했길래 이런 확신을 가지시는 거예요?”

“그냥…. 강하다고 했어요. 은둔 고수? 서치 씨도 강한 기운을 느꼈다고 몇 번이고 말했고…. 저도 강한 기운을 느끼는 것 같고…. 게다가 학교 주변에 있는 가게라서왔봤…는데…. 역시 민폐인가요…?”

갑자기 우울해지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데, 귀여운 강아지가 우울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줄 뻔했다.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다라…. 이건 이전 세상의 습관 아닐까?

일단 미란 학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보지만, 나 또한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은요? 강해지는 방법은 그쪽이 더 빠를 것 같은데….”

“쌤요…? 나약해 빠져서 그렇다고 하거나…. 포병과나 공병과 체험을 보내야 정신을 차리겠냐는 소릴 안 들으면 다행이죠….”

뭐어…. 초중고 선생은 담당하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서 소심해 보이는 학생은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반 이상 마신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면서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미란 학생을 보니…. 왠지 모르게 상담사가 된 기분이다.

강해진다라….흠.

“미란 학생?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네? 어떤 문제요?! 강해지는데 수업료라도 필요 하신 건가요?! 얼마든지 낼 의향이 있어요!”

애는 뭘 믿고 나에게 이렇게까지 신뢰를 보내는 것일까? 이쯤 되면 주변 사람들이 말려 줘야 하는 정도 아닐까?

하지만 몇몇 사람은 재미있다는 듯이 이 상황을 방관하며 엿듣고 있으며, 몇몇 사람들은 학생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미란 학생의 선택이 옳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왜?

“아뇨. 돈보다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들으실 준비는 되셨나요?”

“넵! 스승님!”

벌써 스승 님이라는 호칭까지 붙여졌는데…. 더 골치 아파지기 전에 이 말은 해야겠다.

“타인을 강하게 하거나 그런 방법은 몰라요.”

“엩…?”

미란 학생은 허무한 표정과 함께 굳어 버렸으며, 가게 안의 분위기도 다시한 번 더 굳어 버렸다.

아니 진짜 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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