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생각보다 어울리는(6)
* * *
내 가게지만, 가게 안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싸했다.
아마 학생 외에도 마시던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과 함께 일제히 침묵을 유지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꼬인 것 인지…. 두통이 나려던 그때 미란 학생이 먼저 정신을 차렸는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 상황을 무마하려 하였다.
“에…. 저, 스승님 그거 농담이죠?!”
“농담이고 자시고 그런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카페보다 그쪽 방면으로 일하지 않았을까요? 헌터사관학교관련 입시교사들의 연봉만 해도 억소리 난다면서요?”
“그…. 그렇죠…? 역시 스승님은…. 그냥 강한 것이군요…!”
“안 강해요! 그보다 스승님 같은 소리는 그만하시고요!”
“에, 입에 쫙쫙 달라붙는데요오….”
두통아…. 최근 들어내 말을 곡해해서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이 아닌 것 같다. 설마 능력 중에 은신 말고도 말하면 이상하게 꼬아서 해석하게 하는 능력도 있는 것인가? 이중 능력자는 초 희귀 사례라서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런 이상한 능력까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게 리뷰방송으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면…. 얼추 앞뒤가 맞다. 그렇겠지…?
게다가 프림도 새삼 알았다는 듯이 원래 강한 거야? 같은 깜짝 놀란 눈빛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침묵을 유지하기에는 오해만 더 깊어질 것 같다.
“강하니 뭐니…. 그냥…. 그냥 평범한 시민 A입니다. 그렇게 강했으면 헌터일 하지 않았을 까요?”
사실, 미란 학생과 비슷한 나이 때에는 헌터관련 직업을 엄청나게 가지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란 학생은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역시 은둔 고수처럼 카페에서 일을 하시다가 일이 발생하면 바로 뛰어나가시는 그런 쪽이시군요! 역시…. 서치야 이런 것까지 파악을 하다니….”
“화낼거예요?”
“아우으…. 죄송합니다아….”
“후…. 서치 씨에게 영상을 삭제 해 달라고 요청을 하던지 해야겠네요…. 그보다 본인이 아니라 하는데 왜 그리 강하다고 생각 하세요? 역시 서치 씨의 영상탓?”
“아, 아뇨…. 그…. 서치는 허풍이 많다고 할지…. 어쨌든 허풍이 많아서 반쯤 안믿고 왔다고 할지…. 막상 스승님의 존안을 뵈어보니…. 확신이 든다고 할지…. 어렵네요오….”
그렇게 말하면서 머그컵에 조금 남은 밀크 티를 마시는 미란 학생인데, 본인의 착각이라 생각된다. 뭐 어쨌든 강해지는 방법이라….
부족한 나의 지식을 총 동원해 봐도 미란 학생이 강해지는 방법은 하나뿐이라 생각된다.
“하아…. 그냥 리뷰 같은 방송을 봐서 그렇다고 착각하는 거 아닐까요? 어쨌든 미란 학생이 강해지는 방법 말인데요….”
“역시 은둔 고….”
“쓰읍….”
“죄, 죄송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
학생답다면 학생답다고 할지…. 내 말에 마시던 밀크티를 바로 내리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귀엽지만, 그 대상이 나라서 곤란한 상황이다.
그놈의 강함과 스승이 뭔지…. 계속 같은 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며 이상한 소릴 내버렸는데, 이거 사장으로써 표정 관리를 안 하면 안 돼서 최대한 빠르게 표정을 원 상태로 되돌렸다.
“어쨌든 미란 학생은 돌진이 능력이잖아요?”
“그, 그렇죠…?”
“과하게 돌진해서 부딪치는 게 무섭거나, 적진 한가운데 들어가는 게 무서운 거잖아요?”
“네에….”
“왜 무서워요? 심리적인 공포면 이 이상 해 줄 말이 없겠는데,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나요?”
“아…. 그게….”
미란 학생은 이번에도 자기 양손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이 모의전에서 능력 사용을 꺼리는 이유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저, 스승…. 아니 사장님이 보시기에도 제 체격이 작잖아요?”
“으음, 저랑 비슷한 키네요.”
“네…. 체격도 몸무게도 작아서 그런지 돌진해 봐야 질량이 낮아서 위협적이지도 않은걸요…. 괜히 돌진했다가 부딪혀도 의미 있는 타격도 안 나오고…. 역으로 공격 안 당하면 다행이죠오…. 치이 이게 뭐야…. 이럴 거면 능력 바꾸고 싶을 지경이예요….”
아담한 체격이라서 수요가 넘칠 것 같은데?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참아냈다. 확실히 이곳에서 여성의 체격이 왜소하면 좀 안 좋게 보는 풍토가 있긴 하네…. 역으로 남자가 작으면…. 어라…? 나 혹시 수요가 있는 편 아닐까?
이런 잡생각 보다 미란 학생의 말을 듣고 역시 내가 생각 하던 방향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혹시 어떤 무기를 주로 사용하는지…?”
“무기요? 으으…. 총기류를 쓰고 싶지만, 돌진이라는 이유로 진압용 방패와 한 손에 들 수 있는 무기류를 쓰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 보시는 건 어때요? 무기를 바꾸는 거예요.”
“오…! 역시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 하시죠? 역시 역시! 짧은 샷건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 하시죠?”
무기를 바꿔보라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샷건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이거 생각 외로 화끈한 성격일지도…? 역시 처음 보는 사람 앞이라서 낯가림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샷건의 경우에는 한번 사용하면 펌프를 당겨 줘야 하는 펌프액션 샷건 중심이라서 내가 생각한 무기와 거리가 있었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차라리 진압용 방패가 아니라 중소형 버클러와 권총과 단검 어때요? 권총정도면 재장전 하기도 편하잖아요?”
“네…? 저 스승….아니 아니 사장님? 저 능력 돌진인데요…? 은신계열이나 그런 능력 아니예요…! 거기다 버클러라뇨!? 아무리 모의전이라고 하지만 둔기에 맞으면 정말 아파요오…! 제가 자꾸 스승님이라 하거나 은둔 고수로 보니까 그런 말 하시는 거죠!?”
당혹스러움과 함께 약간은 억울한 표정이 되어서 나에게 한탄을 하기 시작한 미란 학생인데…. 어디까지나 내 의견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설명을 시작하였다.
“버클러에 리치가 짧은 무기가 오히려 어울릴지도 몰라요. 단검이나 권총 같은 무기요.”
“왜요…?”
자신이 약간 화났다는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볼을 부풀리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미란 학생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몇 번 두드렸다.
“이런 말 직격으로 하기에는 미안한데…. 미란 학생은 체격이 작잖아요?”
“으으…. 그, 그렇죠…. 틀린 말은 아니죠오….”
“그렇다면 적 진 한가운데까지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무장을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의전이잖아요?”
“그거 혹시…. 제가 생각 하는 그거 아니죠…?”
“아마 맞을걸요? 게임처럼 돌진에 쿨타임 있거나 하지 않죠?”
“그…렇죠? 제 체력이 되는 한 어떻게든 달릴 수 있겠죠?”
“그렇다면뭘 그리 고민해요 까짓 것 자기 특징을 살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돌진을 하더라도 전열을 대상으로 돌진하지 않고, 약간 후열을 노리고 돌진해서 들어간 다음에 난장판을 펼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너무 저돌적인 방식을 설명해 준 것 아닌가 싶지만…. 모의전이니까 괜찮기도하고…. 그편이 미란 학생의 적성을 살리는 방향이 아닐까? 아에 포기를 못 하겠다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이 이쪽일 뿐이다
“정말 괜찮을 까요? 쌤들이 뭐라 할 것 같…. 지는 않네요…. 모의전 승패가 중요하다고 하시니까….”
“모의전 승패만 중요하다면 능력활용 용도를 바꾸는 정도야 아마 큰 문제는 없겠죠? 돌진능력 특유의 전열을 붕괴를 시키거나 최 전방에 선다는 느낌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진영을 붕괴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생각해 봐요 돌진 능력자 대부분이 체격이 크잖아요? 오히려 체격이 작은 게 희소성이 있을지도 몰라요~?”
“으으음….”
갑작스레 포지션을 바꿔라 하면 고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밀크티처럼 안 어울리지만 막상 마시면 어울리고 맛있잖아요? 물론 연유나 설탕을 팍팍 넣기는 했지만, 그냥 우유만 넣어도 괜찮잖아요?”
돌진을 하되 모의전 상대의 중심을 향해 돌진이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막상 실행해 보면 미란 학생의 체격에 맞는 전술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가요…?”
“천천히 고민해 봐요. 아직 시각은 많을 시기잖아요? 안 그래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정말 될지 안 될지 고민하기 시작한 미란 학생
사춘기의 시기다 보니 이것저것 고민이 많겠지만, 나는 그 선택지를 추가해준 것뿐이다. 결국 선택은 미란 학생이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하던 미란 학생에게 밀크티를 한 잔 더 리필 해줬다.
이 정도야 사장 특권 아닐까?
어떤 선택을 내리든 본인의 선택이라 생각하며 의도적으로 대화를 돌렸다.
그렇게 미란 학생과 잡담하면서 잠깐의 시간을 즐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