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혼자가 아닌(1)
* * *
흐으으음.
어김없이 찾아오는 잠깐의 쉬는 시간.
급격하게 피곤해진 기분을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바 테이블에 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 이런 패턴이 늘어난 기분인데…. 기분 탓이겠지? 아마 팔찌 탓이라 생각하면 나 생각보다 인기 있는 외형아닐까? 아니 작아도 수요가 있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상상하기가 어렵네…. 본인 일이라 그런지 역시 감이 오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미란 학생과 있었던 일에 피곤함을 느끼고는 쉬는 시간에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면서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면 불이라도 붙여 보겠지만, 조금 있으면 알콜 음료를 팔 시간이라서 담배를 피우기는 조금 그렇지 않은가?
담배를 가아끔 정말 힘들 거나 할 때 피우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 사람과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머리가 띵 해지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손이 자주 가게 된다.
미란 학생과의 고민 상담은 결론 없는 대화로 끝이 나버렸다.
이렇다 할 결론을 지을 만한 대화도 아니었다. 본인의 고민이고 그것을 내가 해결해 줄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의견을 제시한 것뿐이며, 실천은 본인이 행할 과제일 뿐이다.
미란 학생이 계산을 할 때도 몇 번이고 말을 하였다.
‘어디까지나 모의전에서 쓸 만한 의견이니까 참고만 하세요. 실전에서는 안 죽는 게 중요하잖아요?’
미란 학생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줬지만, 자기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서 개운하지 못한 표정이긴 했다.
고민도 고민이지만, 숨겨진 고수가 아니었어? 같은 분위기를 받은 게 문제긴 하지만…. 서치 씨가 이 가게에 올일 은 없을 것이고…. 내가 직접 문의를 날려야 하려나…? 유언비어같은 거 하지 말라고.
하지만 리뷰는 한번뿐이기에 더 이상 오해가 생길일은 없을 것이며 미란 학생처럼 행동력이 있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디까지나 미란 학생이 특이한 것이라 생각하면 별일 없이 지나갈 만한 일이기도하고…. 서치 씨 허풍이 강하다고 말 했으니…. 이쯤으로 묻어 둘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빨아 보지만, 약간의 향만 날 뿐 불을 붙인 것만큼 진한 향과 연기가 폐에 들어오지 못 하는 것이 감질날 뿐이다.
지금이라도 불을 붙여?
아니다. 손님이 우선이기에 최대한 참으면서 커피나 마시고 있었다.
게다가 프림은 2일차 가게일을 문제없이 수행하고 있었다. 지금은 또다시 코코아를 마시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엘프다.
그런 생각하면서 아까부터 문자를 하고 있던 지혜 씨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래서 오늘 오시게요?
네! 네! :D :D :D
흐으음 가게가 바쁠지도 모르겠는데요?
아앗! 마감 전에 갈게요!
마감전이면 제가 피곤할지도요? :p
으아악! 그러면 최대한 안 피곤한 시간에 가도록 할게요!
지혜 씨는 오늘 저녁에 가게에 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지혜 씨를 지금 놀려 먹고 있는 상태다.
한 주 정도? 아니 이주 정도 얼굴을 못 본 것 같은데…. 아니 그 이상으로 못 본 것 같은 기분은 내 착각이려나?
막상 사귄다고 하지만 감이 오지도 않고…. 지혜 씨본인도 남자와 사귀는 행위 자체가 어색한 듯한 행동을 몇 번이고 하는 느낌이다…. 그냥 서로가 서툰 것이겠지만, 그래도 지혜 씨의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할지…. 쩔쩔 메는 모습이 체격과 맞지 않게 귀여워서 자연스레 놀려 먹고 싶어진다.
그렇지 않은가? 뭔가 인싸 같으면서 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성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볼 때 그 귀여움 이란…. 너무 놀려 먹으면 안 될 것 같기에 최대한 자제하지만….
그냥 가게 마감 한 시간 전이면 괜찮지 않을까요?
네!! 그럼 그 시간에 갈게요!
이번에는 혼자 오시나요?
네! 네!!네!!!
흐으으음.
저,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진짜 장난 치는 건 그만해야지…. 물고 있던 담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다 식어가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다시 한번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아메리카노 맛이 조금 탄 맛이 느껴지는데…. 그라인더를 조금 조절해야겠다.
장난이예요. 그 시간대면 적절하겠네요 :D
성화 씨 장난이 너무 심해요!
어, 역시 그만두는 편이 좋을까요~?
아니 그, 그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자! 그럼 나중에 저녁 시간에 봐요~!
아! 네! 퇴근하고 갈게요!!
지혜 씨와 나의 퇴근 시각은 안 맞을 텐데…. 퇴근 후에 가게를 온다는 것은 강제로 야근을 시키는 것과 같은 것인가…? 어라, 이거 좀 미안 해지는데…?
일단 장난을 치면서 지혜 씨와의 문자를 끝내긴 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좀 개인적으로 크나큰 문제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제3자가 나를 본다면 아마…. 곤란한 표정인 채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채로 굳어 있는 모습일 것이다….
하하….
언젠가 설명은 해야겠지 하면서…. 미루고 미뤄 왔지만 이제는 말을 해야겠지…?
슬쩍 프림을 바라보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속옷 사이즈 사건부터 시작해서 남자가 대뜸 엘프 한 명… 아니 한 마리를 소유 중이라하면 애인이 아주 그냥 좋게도 보겠다….
게다가 수아랑 술김에 이야기한 데이트도 이제 말은 해야겠는데…. 뭐, 수아는 친한 동생이니까 적당히 모여서 놀러간다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면…. 괜찮겠…. 지는 않겠지…. 으…. 일이 너무나도 꼬였다.
다, 업보지 업보….
다시는 술김에 이상한 약속을 하거나, 당황해서 물을 질문 물어서 안 될 질문을 구분 못 하는 짓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남아 있는 아메리카노를 다 마신 뒤, 어떻게 말해서 해결할지 고민을 하려 했으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러지 못하였다.
어라?
손님인가 싶지만, 가게 조명도 일부 꺼뒀고 팻말도 [CLOSE 잠시 쉽니다!] 방향으로 뒤집어 뒀을 텐데…? 들어올 손님이 없다고 생각하고 문은 잠그지 않았다.
택배나 우편물인가 싶지만…. 시간대를 보면 전혀 아니고…. 수아나 아주머인가?
일단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정문을 바라보았는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
단정한 머리에 평균적인 키, 긴 코트를 입고 있지만 코트안쪽에 권총과 조명탄 발사기가 달려 있는게 살짝 보였다.
어딘가 기억에 있는 남성이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 그러니까?”
이름이… 그, 그러니까 그, 금나리….는 여성 분이었고, 분명 지혜 씨랑 같이 왔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김…김…. 누구더라?
“우리 이 팀장님 소속 4번 조장 김현준인데 기억하시려나요?”
“아! 네! 기억해요! 지혜 씨와 같이 일 하시는 분 맞으시죠?”
“와우~. 거기까지 기억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농담이죠? 이래 봬도 사장이랍니다.”
어색해지려는 분위기에 적당한 농담하면서 분위기를 풀어 주는데, 나보다 더 능숙한 것 같은 것은 착각일까?
어쨌든 지인의 지인? 이라고 할지 지혜 씨 소속의 인원이기에 밉보여서 좋을 것은 없기에 자리부터 권하였다.
“자, 일단 앉으세요. 일이 있어서 오신거죠?”
“으음~. 그런 쪽이긴 한데. 역시 쉬는 시간에 온 건 미안 해요. 사실 오늘 저녁 마감시간에 오려 했는데….”
“했는데…?”
불이 반쯤 꺼진 가게 안에 들어와 천천히 자리에 앉는데 역시 용건이 있어서 온 것 같았다.
그보다 오늘 저녁 마감 시간에 오려 했다니…. 마감시각은 분명…?
“우리의 허당 팀장님이 ‘오늘은 꼭 간다! 아무도 말리지 마!’ 이러는데 어떻게 오늘 마감시간에 눈치 없 게 올까요~? 그 누구도 말리지 않고 제발 가세요! 라고 팀원들이 합창해도 안간 게 누군데. 메스컴에서 보이는 모습은 완전 사기라니까요? 아니 사기라기보다는 귀찮아서 대충 언론사를 무시하는 게 시크한 모습으로 비춰진 거니 사기라고 하기엔 좀그렇군요. ‘사랑에 빠진 소녀?’ 가 적당한 표현이겠네요.”
“아하하….”
내가 느끼는 지혜 씨의 분위기와 타인이 언급하는지혜 씨의 평소 모습이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니 기분이 좋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살짝 올라가려는 것을 참으면서 현준씨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보다 사랑에 빠진 소녀…라니? 이곳에서는 ‘사랑에 빠진 소년’이란 표현을 더 쓰지 않던…가?
뭔가 평소 듣던 어휘와 다른 단어를 들으니 어색하면서도 익숙한…. 이상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뭐어 저도 내일로 미룰까 했는데, 이번 주 훈련 겨우 끝났고. 내일은 쉬고 싶고. 때마침 퇴근 시간에 지나가던 길이라서 이야기 정도는 하고 싶더군요. 시간이…보자…. 영업시작 20분 전이니까 조금빨리 영업 시작한 거로 하는 대신에 제가 많이 마시고 갈게요! 그걸로 합의 보죠!?”
“뭐, 괜찮아요. 그보다 어떤 일로 오신 건가요? 조명이 좀 어두운데 불 좀 켤까요?”
“아뇨. 지금이 좋아요. 이야기하기전에, 음…. 저 엘프 좀 뒤로 보내거나 이야기를 안 듣게 할 수 없나요? 남자들의 시크릿한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아 시크릿 보다는 우정이려나?”
“아, 잠시만요. 프림 화장실 청소 좀 부탁해.”
어떤 야기하려고 프림까지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까? 일단 바깥에 세워두기는 모호하기에 프림에게 화장실 청소를 부탁하였다.
눈치 빠른 엘프 아니랄까 봐 바로 화장실에 들어간 프림.
일단 손님이니까 특별 서비스로 냉수한잔을 따르기 시작했는데, 현준 씨의 이야기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뭐 그래서 지금 생활은 어떠신가요? 즐겁나요? 역전 세계잖아요? 많이 못 즐기신거 같은데….이세계 생활은 어떠신가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머릿속은 표백이라도 된 듯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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