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15화 (115/140)

〈 115화 〉 혼자가 아닌(2)

* * *

“뭐 그래서 지금 생활은 어떠신가요? 즐겁나요? 역전 세계잖아요? 많이 못 즐기신거 같은데….이세계 생활은 어떠신가요?”

서비스라고 현준 씨에게 물을 따르려다가 멈칫했다.

응? 내가 뭘 들은 거지?

백지. 이 단어이외에 지금 현재 내 머릿속 상황을 표현할 만한 단어가 있을까?

사람이 당황하면 손발이 떨린다거나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진다는 데…. 다행인지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3자가 보고 있다면 그냥 물을 따르려다 이상한 말에 분위기가 얼은 느낌을 주고 있을 것이다.

핫, 이러면 안 되지 안 돼. 더 어색해지기 전에 잔에 물을 따르면서 현준 씨에게 내줬다. 그리고 시작된 변명.

“아하하…. 소설 같은 이야기 아닐까요? 역전 세계라뇨? 어떤 의미인가요? 그보다 이세계라니 한번 있다면 가보고 싶을 정도네요? 그, 그런 곳 생활 재미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세계 생활이라니 하하….”

“아하하! 그렇죠. 이세계 생활 같은 거 한 번쯤은 상상해 보잖아요?”

“그렇죠. 다들 사춘기 마, 망상 같은 거죠! 이세계라니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요?”

어떻게든 어색해졌던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서 손님의 재미있는 장난으로 생각해서 상황을 넘겼다.

최근 손님들이 당혹스러운 일하거나 해서 그런지, 거짓말이 그냥 술술 나오는데, 이거 혹시 화술실력이 상승한 것 아닐까?

최근 일어났던 고생들이 이 일을 위해서 있었던 것이구나! 그렇게 속으로 한숨을 푹 쉬면서 현준 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새삼느끼지만….지원 팀이라고 했던가? 지원이라하면 뭔가 날렵한 이미지 보다 지적인 이미지 아닐까 싶지만, 내 앞의 현준 씨는 나보다 키도 크고…. 뭔가 여성에게 말도 자주 거는 인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퇴근길이라면서 왁스로 멋있게 올린 저 머리 뭐야! 누구는 짧게 자르면 안 어울려서 그냥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그런 투정을 속으로 하면서 여기에 온 용건을 말하기를 기다렸다.

현준 씨는 내가 내민 물을 받고는 그대로 쥔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것도 무표정 인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게 안의 적막감이 흐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분위기로 흘러가던 그때 한번 씨익하고 웃더니 내가 내민 물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와아아…. 최근 단련된 나의 포커페이스가 살린 거다! 진짜 현실이라서 다행이지 만화였어봐…. 곤란한 표정에 눈동자가 안 그려 진 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웃고 있는 얼굴로 묘사되었을 것이다.

그런 웃긴 표정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던 그때 현준 씨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면서 나와 눈을 마주쳐 왔다.

그의 눈동자는 일반인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마치 원정을 나가는 헌터들의 비장한 눈빛과도 같아 보였다.

그리고 열리는 그의 말 한마디.

“있죠 사장님?”

“네! 넵!?”

“역전 세계의 의미라…. 재미있는 발언이네요. 그래, 최근에 역전 세계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누군가 쓰고 있더라고요? 누구인지 예상은 가지만. 아마 제가 아는 사람일 것이고…. 재미있죠? 이세계 생활?”

“하하…. 이세계 생활이라뇨 그런 건 소설에서나 단어 아닐까요? 오시기 전에 술이라도 한잔하시고 오신 건가요? 으음, 제 가게가 있는데 다른 곳에서 술을 하시고 오시다니….으으! 제 가게가 부족했던 것인가요?!”

아니면 아닌 거지 뭐 이리 끈질겨!!

말을 돌리기 위해서 어떻게든 노력하면서도 머리를 최대한 굴려 보는데…. 현준 씨는 뭔가 아는 것이 아닐까? 아니 뭔가 확신이나 정보를 가지고 이러는 것이 분명한데, 그의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심장을 철렁이게 만들고 있으며 X됐다 라는 단어만이 머릿속에 지속해서 새겨지며, 내가게에 왔으면 서비스를 해줬을 텐데! 같은 아무 말 대잔치가 시작되려던 그때.

한없이 무표정해 보였던 그의 눈빛이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그러고는 내 말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말 하기 시작하였다.

“이해할 수 없네요…. 이세계라는 개념이 사전에 등재된 개념인데 없다니…? 정말로 말이 되나요? 헌터를 ‘민간 탐색대’ 라고 하듯이 게이트를 한국어로 이세계라 하잖아요? 이건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 국어 시간에도 나오는 단어 아닌가요? ‘오늘 이세계에 소풍을 갔다.’ ‘오늘은 이세계에 가서 탐사 놀이를 하였다.’ 같은 작문 수업에서 영어보단 국문으로 먼저 가르치지 않나요?”

“아, 아니 그….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앞 숫자에 나아가려 하지만 고장이 나버려서 계속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는 시곗바늘처럼 ‘그러니까’를 계속 말하여 보지만, 해결 책이 보이지 않는다.

어, 어라…? 나 지금 큰일 난 것일까? 다른 세상…. 즉 전생의 기억이 있으니까 실험체로 써 포획되는 것이 아닐까? 대충 그런 흐름 같은데? 그러니까 그걸 확인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고?

생각이 뒤엉켜서 머릿속에서는 위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내려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현준 씨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말을 해야 이 화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내가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해 버렸기 때문이다.

게이트가 있는 시점에서 이세계라는 개념이 명확이 정립되어 있으며, 본세계는 현재 이곳을 가르키며, 이세계는 게이트 너머를 칭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게이트라는 이세계가 존재하는데, 나는 이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발언해 버렸다.

내가 속에서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현준 씨는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한 채로 이해 못 할 말을 들었다는 표정이 되어 말을 하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심장을 찌르는 듯한 감각을 주기 시작하였다.

“간다면 언제든지 정부 주도하에 개발된 이세계…. 즉 게이트 관광을 갈 수 있을 텐데…. 가보고 싶다는 말은 이상한데요? 그렇죠?”

“그, 그렇죠…? 하하…. 제, 제가 말을 이, 이상하게 해, 해 버려서…. 오해가 있었나 보네요….”

목소리가 떨리면서…. 어떤 말을 하는지 나 자신이 모를 지경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현준 씨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나와 거리를 살짝 좁혔다.

“그래서…. 팀장님과 사귄다는 사장님의 정체가 뭘까?”

이미 확신하고 묻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실험 대상이 되는 걸까? 이제 어쩌지? 진짜 이대로 인생 끝?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 속이 절망으로 물들어가던 그때 현준 씨는 갑작스레 폭소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준 씨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남들이 본다면 미친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웃어댔다.

뜬금없는 폭소에 당황하였는데. 이내 웃음을 완전히 멈…추지는 못하고 웃음기를 가득 가진 채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아 미, 풉…미, 미안 해요! 앜 어떻게 해, 아오 배야.”

“저…?”

“아, 진짜! 미안 해요! 진짜 성별을 떠나서 귀여운 얼굴인데 더 이상 놀리면 울 것 같고, 제 연기가 이제 한계라서, 아오 보, 복근이!”

다시 한번 웃으면서 배를 부여잡은데, 누가 보면 숨이 넘어갈듯이 웃고 있었다.

음…

지금이라도 옆에 있는 견고한 사각 술병으로 현준 씨의 머리를 내려치면 되는 것일까?

그보다 현준 씨는 무엇을 알고 있길래 나에게 이렇게 질문을 하였을까? 일단 정보가 중요하기에 아주 잠깐 그의 웃음이 멈추기를 기다려주었다.

*****

“아 진짜 미안 해요!”

“….”

그의 웃음은 금방 멎었기에 아직은 손님이 들어올 시각은 아니다. 정각이 되었다고 해서 손님이 바로 들어올 일은 없으니 한 5분~10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지만, 고압적이던 태도는 어디 가고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서 사과하기 시작하였다.

“진짜! 진짜 미안 해요! 리얼 미안 하다니까요!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해해주실 거예요!”

“…뭘 알고 온 거에요.”

튼튼하고 견고한 사각 술병으로 내려찍고 싶지만, 상대는 헌터라서 내가 밀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본인도 처음의 진지함은 어디 가고 정말로 사과하고 있어서…. 화낼 힘도 안난다.

내가 질문을 하자 본인도 깜빡 했다는 듯이 사과를 멈추고는 본론을 말하였지만, 그 파급력이 굉장하였다.

“아? 같은 처지라는 정도?”

“네?”

나는 깜짝 놀라서 현준 씨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처음의 무서운 표정이 아니라, 저번에 처음 가게를 왔을 때와 같은 장난스러운 표정이 되어 있었다.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아서 멍청한 표정으로 현준 씨를 바라보니 그는 웃으면서…. 그리고 평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같은 처지요. 이세계에 툭 하고 떨어진 같은 처지.”

“그럼…. 현준 씨도 혹시…?”

“네. 저도 이세계에 빙의 된 사람 중 한 명이죠. 왜요? 그 표정은? 본인이 이 세상의 주인공인 줄 알았나요?”

“어….”

충격적인 말을 들어서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질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과부하로 인해서 난장판이 되었다.

“뭐 시간 끌 생각 없고…. 팀장님이랑 데이트도 한다면서요? 간단하게 말하고 갈 건데…. 어디부터 말할까?”

뭔가 중요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 숨기지 못 하는 웃음기부터 어떻게 해줬으면 한다.

정부에 걸려서 생체 실험 같은 망상은 집어던지고 현준 씨와 대화하기 위해서 내 머릿속에서 질문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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