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20화 (120/140)

〈 120화 〉 너와 내가 바라보는 방향(4)

* * *

헌터 칵테일.

말 그대로 산속에서 생활하는 사냥꾼이 구하기 쉬운 체리를 활용해서 헌터 이름이 붙여진 칵테일이다. 라고 하지만 증명된 유래는 아니다. 오히려 도시에서의 헌팅을 위해 만들어진 칵테일이라는 설 또한 있다. 몇몇 칵테일의 유래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지어진 유래라고 하지만 결국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일단 칵테일을 의기양양하게…? 아니 목소리가 조금 떨리긴 했지만, 자신만만하게 내밀고 나니까 조금 민망하긴 하였다.

매일하는 일인데 왜 이러는 것일까 생각해봤는데, 지혜 씨 앞이라서 그런 것일까?

다행히 목소리의 떨림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눈치를 채지 않은 것인지. 내가 내민 칵테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데

““아””

눈과 눈이 마주치고 나니 머릿속에서는 할 말을 잃은 것인지, 완전 백지가 되었다.

분명 오늘 만나면 어떤 이야기할지 체크리스트까지 머릿속에서 작성을 해 두었을 텐데…. 역시 실전은 다르다는 것일까?

지혜 씨는 손님으로써 나는 종업원으로써 이 자리에 서 있는 상태가 조오오오금 그렇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자리나 복장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 내가 과민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막상 이렇게 서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의 생각도 모른 채 지혜 씨는 내 눈을 보다가 황급히 잔으로 시선을 돌려서 칵테일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와 와…! 예쁜 색의 칵테일 이네요! 붉은색이 마음에 들었어요!”

“붉은색 보다는 갈색을 띈 붉은색이 더 정확하겠지만…. 넘어가죠.”

“아하하…. 감성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네요. 자, 제가 마시면 되는 건가요?”

부끄러운 나머지 퉁명스럽게 말을 하였지만, 지혜 씨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잔을 쥐었다. 하지만 잔을 쥐는 방법이 마티니 잔의 역삼각형부분을 쥐고 있었다.

아, 그렇게 쥐는 거 아닌 데에…. 그렇게 쥐면 체온으로 인해서 칵테일 온도가 변하는 데에에….

잔을 쥐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해왔지만, 막상 나와 친한 사람이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내가 너무 빤히 바라봤던 것일까? 지혜 씨가 땀을 조금 흘리면서 마시려던 행동을 그대로 멈춘 채로 있었다.

“저…뭔가 잘못 했나요?”

“어…. 그러니까…. 아! 몰라! 손 좀 빌릴게요!”

칵테일이 들어 있는 부분을 직접 잡지 말고 목 부분을 잡아라는 말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 결국 입 바깥으로 꺼내지 못하고 직접 지혜 씨의 손을 잡았다.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지만 손바닥 쪽의 체온은 아주 낮았다. 칵테일 잔의 온도가 조금은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기세 좋게 만진 지혜 씨의 손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만지는 손이라 그런지 잔을 쥐어 주는 척하면서 손을 쪼물딱거리는데 여성치고 딱딱한 느낌? 아니 이게 정상적인 헌터를 업으로 삼은 여성의 손인 것일까?

겉은 조금 딱딱하지만 눌러보면 어느 정도 말랑한 그러한 느낌의 손이었다.

“저…서, 성화 씨? 뭘 하시려는 건가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가 하는 행동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좋다고 말을 못 하는 모습이 눈에 뻔히 보였다.

너, 너무 오래 만졌나보다. 일단 지혜 씨의 손을 만지기를 그만두고 제대로 잔을 쥐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자 이렇게 손의 체온이 칵테일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너무 아래를 잡으면 위험하니까 적당히 중간 부분을 잡고 엄지와 검지로 쥐는 거예요. “

“이, 이렇게요?”

처음 쥐어 보는 손모양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런 상황에 아직도 당황을 한 것인지, 약간은 엉성하지만 그래도 멋있는 자세가 나왔다.

“네~ 그렇게요. 이제 좀 자세가 나오네요.”

“어… 음. 고마워요? 근데 저번에 왔을 때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았던 거 같은데…. 오늘따라 엄격한 것 같은 기분은 제 착각일까요?”

“설.마.요 그럴 리 없답니다. 네 그런 일 없습니다.”

지혜 씨 지적에 뜨끔 해 버려서 변명하는 말에 약간의 강조가 들어가 버렸다.

쓸데없는 짓을….

아닌 척하면서 말 한 뒤 옆을 슬쩍 바라보면서 시선을 피하였지만, 그곳에는 책을 읽던 프림이 있었다.

내 시선을 눈치채고는 나와 눈이 마주치는데, 어째서인지 무표정이지만 지혜 씨가 잘 보이지 않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말이지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이번에는 뭐라고 말하고 싶은지 대충 감은 왔다.

[잘해봐.]

대충 그런 말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닐까?

프림도 대충 눈치를 챈 느낌이고…. 지혜 씨도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이대로 헛짓거리를 계속한다면 분위기가 이상하게 될 것 같기에 헛기침하면서 이 상황을 정리하려 하였다.

“크흠. 자! 이제 마셔보세요.”

“아! 네. 잘 마실게요.”

“이번에는 돈 받을 거라서 그런 인사 안 받아도 되는데요”

“에이­. 해주신 성화 씨의 정성이 있잖아요? 안 그래요? 그럼 잘 마실게요!”

그 말을 끝낸 지혜 씨는 칵테일을 입에 대고 마시기 시작하였다.

하…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서…. 그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 약간 틱틱 거리는 말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오늘 몇 번이나 얼굴을 붉히는 것일까?

냉정하게 본다면 지혜 씨의 답변은 별것 아닌 답변이다. 인사치레 같은 말이지만, 그래도 사소한 것 하나로 얼굴이 붉어진다.

그렇게 말 하면 부끄러워서 더 틱틱거릴 것 같은 것은 내 착각일까?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머리와 마음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다.

일단은 칵테일을 마시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저번과 다르게 한 번에 다 마시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한입이라 하기에는 조오오금 많이 마셨다.

“와…. 저번 처럼 단 칵테일 인데, 적당히 달달한 느낌? 위스키 향이 나면서도 체리향이 받혀준다 해야 할까요? 으음, 솔직히 저번처럼 마냥 독하거나, 아에 달달한 그런 느낌을 생각했는데, 딱 중간인 것 같아요. 혹시 달달한 칵테일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달달한 칵테일을 좋아한다 보다는…. 뭐랄까…. 설명하자면 쓴맛이나 독특한 맛의 칵테일은 취향을 엄청 타거든요?”

“아, 이해했어요. 특이한 맛 보다는 보편적인 맛을 선택하신 거군요? 역시 성화 씨. 장사 수완이 너무 좋은걸 아니예요?”

잔을 든 채로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답해주었는데, 왜 이리도 칭찬이 많은 것일까?

뭐, 응. 나쁘지는 않다. 너무 뻔한 칭찬 같은 멘트 같지만 막상 들어 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다고 말 하기에는 그냥 엄청나게 부끄러울 뿐이다.

그렇기에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하게 되었다.

“뭐. 그 정도야 장사의 기본이니까요.”

“에이. 부끄러워하기는.”

“안 부끄럽거든요.”

“흐흥. 오늘은 제가 리드하는 것 같네요.”

기쁘다는 듯이 말하고는 내 반론을 듣지 않겠다는 듯이 남은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벌써 취한 건가 싶지만, 주량을 생각하면 그럴 리는 없고…. 이게 평소의 지혜 씨모습인가 싶다.

칵테일을 다 마신다음 변명아닌 변명을 말하려 하지만 지혜 씨의 말이 더 빨랐다.

“자! 한잔더!”

“…?”

“마스터! 이거로 한잔 더 주세요.”

“아니 뭔 칵테일을 초록색 병에 든 화학 주 마시듯 마시는 거예요?!”

“초록…? 아 소주 말씀하시는 건가. 그거 습관이라서 그래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마시면 성화 씨의 지갑이 두둑해지는 거 아닐까요?”

“그 말은 제가 꽃뱀이라는…?”

내 말에 지혜 씨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혜 씨의 웃는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 같은데…. 단어 선택이 너무 극단적이었나? 그래도 지혜 씨가 역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나쁜 것 같지는 않고…. 히히. 이걸로 좀 놀려 먹을 수 있으려나?

“아, 그, 저, 저, 그러니까! 꽃뱀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가게 주인과 손님의 입장으로서…! 그, 그러니까! 성화 씨 미안 해요!”

지혜 씨를 놀려 먹겠다는 생각은 전원 철회해야겠다. 어디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애처롭게 사과해 오는 모습에 이 이상 틱틱 대거나 장난을 친다면 정말 마음에 상처를 입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잠깐…. 장난 친 횟수로 따지면 교환비 내가 손해 아닌가…? 뭐, 치명타는 내가 날린 것으로 치자.

“장난이예요, 장난. 그보다 잔이나 줘 봐요.”

“아! 네! 여기 있어요!”

“네, 받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번에는 구원이라도 받은 표정이 되어서는 나에게 잔을 내밀었다.

아마 나나 지혜 씨나 도박장에 가면 안 될지도 모르겠다. 표정이나 감정이 서로가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나는데…. 도박장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일단 지혜 씨로부터 받은 잔을 사각형 나무 트레이 위에 올렸다.

지혜 씨 표정이 의문 가득한 표정이 되었지만, 일부러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얼음을 담아둔 원형 통과 유리 잔, 위스키병, 체리브랜디병 그 외 몇몇 술을 트레이 위에 올려놓고는 그 트레이를 들었다.

“뭐 해요?”

“네에?”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얼굴이었는데, 맹한 표정이 많이 귀여웠다.

하긴 나라도 설명을 안 해주면 지금 상황을 알 수 없을 것 같기에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자, 소파에서 이야기나 해요. 가요.”

그렇게 쟁반을 들고 소파로 이동하기를 재촉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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