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너와 내가 바라보는 방향(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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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듀오로부터 각종 조언을 듣고는 그대로 퇴근을 하였다.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신자숙소에서 정장을 꺼내면서 생각해보았는데…. 정말 입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옷을 꺼내고 나니 자주 입는 옷이었다. 회사의 행사가 있거나 장례식에 입는 옷인데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 지는지…. 아마 내가 회사에 너무 편한 차림으로 출퇴근해서 그런 걸지도…? 일단 정장과 셔츠를 입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화장이라는 것을 해 보거나 해봤지만, 결국 기초화장정도만 하였다. 이런 거는 평소에 해 오지 않는다면 영…. 못해먹을 짓이다.
그렇다 해서 머리카락 까지는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훈련기간도 길었고 최근 머리를 자른 게 언제 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기에 관리받을 겸 미용실에서 머리 관리를 받고 나오는 길이었다.
펌인지, 매직인지, 트리트먼트인지 뭔가 알 수 없는 이야기만 쭈욱 나열하며 계속 말을 걸어오는 남성이 귀찮아져서 그런지. 대충 아무거나 본인 판단하에 알아서 해 달라고 했더니 깔끔하게 묶어 올린 스타일이 되었다.
뭔가 평소와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머리카락을 만지면 한 가닥한 가닥 부드럽게 느껴지는 감촉이 나쁘지는 않았다. 가끔 받을 만하네 라는 생각과 함께, 성화 씨가 만진다면 어떤 반응해올지 진짜 궁금해졌다.
문제가 있다면…. 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 뭔 미용사의 입에 모터를 달았는지 계속 말을 걸어오거나 개인 사생활도 살짝 물어보거나 했다. 평소라면 이 정도쯤이야 생각하겠지만, 한 자리에 앉아서 몸도 움직이지 못 하는 채로 가만히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렇게 영양이니 코팅이니 뭐니 하면서 반쯤 졸면서 간단한 관리를 받고 나니 1 시간은 지나버렸다. 남자들은 머리가 짧아서 금방 끝낼 것 같지만 여성보다 더 걸리는 경우가 있다 하는데 도대체 뭘 하는 것인지….
그나마 즐거웠던 점은 영양제를 발라둔 채로 기다릴 때 성화 씨와 문자를 보낸점…?
내가 앞뒤 생각 없이 그냥 가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갑작스럽게 약속을 잡았지만, 얼굴 본지가 며칠이 흘렀기에 빠르게 승낙해주더라. 그 와중에 간간이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면 여우가따로 없다.
그 외 가서 뭘 할지를 생각하면서 거리를 걸어 다니다가 약속 시간이 1~2시간 정도 남아 있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기숙사와 성화 씨 가게의 중간지점에 위치하는 24시간 영업하는 프렌차이즈 카페에 들어온 상태이다.
퇴근 시간 즈음 간다 했으니…. 영업종료 1시간 전에 가게 안의 분위기를 본 다음 들어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들뜨기 시작해 버렸다. 들어갈 때 평범하게 들어가면 되려나? 아니면 뭐 좀 사 들고 들어가는 편이 좋으려나? 행복한 고민하던 와중 기숙사에서 일어난 사소한 문제가 생각이 났다.
기숙사에서 차려입은 채로 시간을 때우고 있으면 장난치는 분위기가 될 것 같아서 미리 나온 것이지만…. 애들 정보에 따르면 벌써 현준이가 놀릴 기세로 여성기숙사 로비에 앉아 있다고 한다. 이놈을 그냥…. 이라고 하기에는 기숙사에 지내는 5공팀원 외에 다른 애들까지 전원이 관심을 가진 채로 술판을 벌리며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나리야…. 너 또한 기다리고 있겠지만, 정보는 고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카페 영업시간에 성화 씨의 가게에 가 본적이 있던가?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가게오픈 전이었으니까 정식 카페 영업 시간은 아니고…. 없었네. 이번에도 너무 의도가 있어 보이는 시간대인데…. 아…. 현준이 이 새X…. 뒷목을 잡아봤자 이미 약속도 잡았고 무르기에는 늦은 상황이다.
그렇게 카페에서 남은 시간을 여러 생각하면서 멍하니 있으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였다.
사귀는 이유…. 사귀는 이유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귀는 이유가 무엇일까?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몇 번이나 고민을 하였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그날 분위기상 사귀는 분위기가 된 것일까? 불쌍하다 생각이 들어서? 젊은 혈기에? 결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말이다. 성화 씨를 생각 하거나, 서로 대화할 때 부하직원을 제외한 남성들에게서 느끼는 귀찮음이 안 느껴지니까 사귀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일단은 납득하려 하였는데,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공격팀놈들은 오늘 단체로 뮤트해 버려서 진동이 올 일은 없을 것이고…. 누구지? 아 씨 혹시 지나 언니한테까지 소식이 들어간 거 아니지?
벌써 이야기가 그렇게 퍼졌나 싶어서 핸드폰을 들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의 문자였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지만 이 시간에는 웬일이래.
뭐 하니?
카페에서 죽치고 있는데 왜?
미나 언니의 문자다. 서로 귀찮아서 사촌으로 대하며 나이 기준으로 언니라 부르고 있지만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조금 귀찮은 서열이 존재한다. 다 가족이 정한 거라 둘 다 무시하고 있다.
그보다 미나 언니의 답장을 보고 ‘아씨 또?’ 라는 말이 속에서 절로 나왔다.
귀여운 사장님이 있는 카페는 안 가고 왜 그런 곳에서 마시고 있니?
? 언니 또 감시 보낸 거야????? 아니면 이쪽 집에서 보낸 거야? 그보다 카페는 언제 알았대!?
아니? 고모님이 시키신 거도 아니고 내가 보낸 것도 없어. SNS에 쫙 퍼졌길래?
아…. SNS 잊었다…. 아니 그래서 카페는 어떻게 알았어!?
지나 언니보다 더 곤란한 사람한테 정보가 들어간 모양이다.
연예인급으로 소문이 퍼지거나 하지 않지만 대기업의 홍보용으로 팀장급들이 자주 쓰이다 보니 SNS에 간간이 외출 모습이 찍히는 데, 그게 오늘 찍힌 것 같았다. SNS내용이야 뻔한 것들이며 익숙해졌기에 상관이 없지만…. 그보다. 이 언니는 카페를 어떻게 알은 거야!?
글쎄 말해주기 싫은데. 지혜가 절하면서 제발 알려주세요 하면 알려 줄지도~?
언니 요즘 새로운 취미라도 생긴 거야…?
주변 사람을 적당히 신경 쓰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던 모습은 어디 가고…. 최근 들어서 자기 권력을 적당히 써먹으면서 주변 사람들을 놀려 먹는데 폭군이 따로 없었다. 선은 지키는데 놀리거나 권력을 써먹을 수 있다면 최대한 써먹는 그런 쪽?
재미없기는. HC 정기자 알지~?
어…. 정아연? 어디서 들은 이름인데….
정아연…. 아…! 사장님과 천칭 본사에 가려던 날에 만난 기자…!
혹시 이상한 소문이나 뉴스라도 난 것일까? 나야 익숙해져서 신경은 안 썼다만…. 성화 씨에게는 조금 버거운 일 일지도 모르…ㄴ. 어…. 훈련용 팔찌를 정해진 방법 대로 풀면 되는 일 아닌가?
걱정이 될 뻔하다가 그리 큰 걱정이 안 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혜가 짧은 기간 동안 세 번이나 들락날락한 가게면 기자가 관심을 가지지 않겠니? 처음에는 반 양아치 꼴로 들어갔다며?
그, 그렇죠? 언니님?
그렇다면 지혜랑 카페에 관련된 기사가 나는 것을 막은 사람은 누구일까? 뭐, 거기서 알게 된 가겠지.
최근 들어서 이런 패턴이 늘었다. 본인이 즐기고 있는 모습이니, 을의 입장인 내가 굽혀야지 어휴…. 물론 가까운 관계라 그런지 굽히는 느낌 보다는 장단에 맞춰주는 느낌이다.
미나 언니시죠. 언니님의 은혜와 혜안에 이 미천한 지혜가 감명을 받았사옵니다.
아, 지혜는 재미없어.
아 씨 뭔데!? 오늘따라 현준이 일부터 그렇고 왜 이리도 귀찮은 사람과 많이 역이는 것일까? 그렇다고 막 대하기도 애매한 상대들이다.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확인 문자를 보내었다.
그래서 SNS 보고 연락한 거야?
그렇지? 너 번화가에서 그렇게 입고 카페를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은 해봤니?
…?
아?
악! 큰일 났다! 차라리 기숙사에서 놀림을 받더라도 자차를 타고 갈 걸! 팀 내에서 음주운전은 금기사항으로 취급되며 이튿날까지 운전을 금지한다 해도 대리를 부르면 돼는 것을…. 지나 언니의 규율이 깐깐해서 대리를 부른다는 선택지를 잊은 게 패착이었다.
미나 언니도 대충 눈치를 채고 연락을 보낸 것인…. 데 카페 가는 건 또 어떻게 알았대?
거. 혹시 카페 가는 건 어떻게 안거야?
평소에 절식녀에 가까운 모습과 패션이나 관리에 눈곱만큼 관심도 없던 지혜가 갑작스레 꾸미면 누구든 그런 추측하지않겠니? 맞았나 보네. 그보다 그렇게 가면 카페 소문 쫙 퍼질 텐데?
지금이라도 기숙사에 가서 차를 끌고 가자니 시간이 정말 모호하고…. 미나 언니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다는 의미는 이미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이걸 어쩐다?
어쩌긴 뭘 어째! 그냥 숙여야지….
도와주세요….
맨입으로?
평소라면 빠르게 일을 처리해주는 언니가…. 왜 이러는 것일까? 지금 모습은 완전 협상모드의 언니 같은데…?
뭘 원하십니까 언니니이임?
혼자 그 카페를 가니 심심하던데…. 대화 상대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 씨…. 그냥 같이 가자 하면 되지 뭘 이리도 땡깡을 부리는 것일까?
방송국 관련 일하는 언니다 보니…. 촉은 정말 좋아서, 이미 성화 씨와 사귀는 것을 반쯤 확정하고 하는 대화였다.
씨이이이….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나 혼자 움직이면 기레기가 붙거나 SNS에 업로드 될 내용이 만들어 지거나, 기숙사로 가서 차를 빼오자니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 점…. 하아…. 별수 없나?
제가 졌습니다. 도와 주십셔….
좋아. 날짜는 서로 연차나 쉬는 날에 가도록 하고. 지금 바깥에 차량 한 대가 대기 중 일 거야. 그거 타.
내가 승낙할 것을 전제로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였다.
마시던 커피를 대충 반납하고 가게 바깥에 나오니 이미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기다렸습니다. 타시죠.”
이미 문 앞에 서서 대기 중인 운전수였다.
그렇게 뒷좌석에 타고난 뒤 운전수도 따라 탔다.
“하아…. 목적지는 아시죠?”
“예.”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 최단 거리로 가지 말고 강주변을 드라이브하는 걸로 해주시죠. “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차량은 강주변을 돌면서 시간을 적당히 때우기 시작하였다.
뒷좌석에 앉아서 창 바깥을 바라보며 한 가지 의문을 끝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나름대로 결론을 냈다고 하지만…. 사귄다는 의미에 관해서는 끝없이 고민하게 될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성화 씨도 하고 있을까? 타인이 생각하는 방향은 알 수 없기에 머리만 아플 뿐이다.
“도착했습니다.”
말했던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였다.
가볍게 인사를 한 다음 차에 내려서 가게 안을 살짝 보았는데, 손님은 없는 것 같고…. 웬 엘프 하나가 카운터 안쪽에 있다. 새로운 일꾼인가?
일단은 도착했으니 고민 같은 건 집어치우고, 최대한 밝고 활기차게 가게 안에 들어갔다.
“성화 씨이이이이!!!!!! 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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