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너와 내가 바라보는 방향(11)
* * *
지혜와 아주 신나게 술을 마시면서 놀았던 것 같다.
기분이 아주 끝내준다고 할지…. 어떻게 할지 몰라 신나게 마시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취기를 느끼며 그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눈을 한번 감고 떠보니 아침이었고…. 어딘가에 눕혀진 상태였다?
…?
…????
뭔가 익숙한 자리인데?
그렇기에 다시한 번 더 눈을 깜빡여 보았지만 여전히 어딘가에 눕혀진 상태에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눈을 굴려보았더니…. 정리한다고 설쳤지만 결국 먼지를 터는 수준으로 끝낸 술병들과 세탁만큼은 제대로한 인형들…. 남들이 본다면 아저씨 냄새 날게 분명하다고 할 세탁거리들…. 분명 내 방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분명 어제 지혜의 대답을 들은 다음 대화를 했고…. 그리고 한참을 마시던 게 바로 전이었다.
분명 눈을 깜빡이고 나니까 누워 있었다. 무슨 일이지 싶어서 다시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
아!? 지혜의 답변!?
“아! 뭐였…. 으아아악!”
어떤 대화를 했는지 생각이 나지를 않아서 급하게 일어나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숙취가 나를 반겨 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숙취라서 그런지 반가울 지경이다.
숙취를 한번 느끼고 나니 이제 아픈 것을 자각할 정도인데 얼마나 마신 거야? 그보다 어떻게 집에 온 거지?
집에 있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가 데리고 왔다는 의미인데… 다시한 번 더 눈을 굴리거나 몸을 뒤척이면서 방안 주변을 확인하니 침대 밑에 지혜와 프림이 뒤엉켜있었다. 분명 지혜의 잠버릇 때문에 프림이 지혜의 베개가 된 것 같다. 그것을 아는 이유는 프림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여성 두 명이 뒤엉킨 모습이란…. 자극적이라 생각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아니었다. 두통부터 시작해서 속에서 올라오는 이 기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기에 프림과 나는 눈이 마주친 다음 고개를 끄덕 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내 몸이 버티지를 못하니까 일단 잠부터 잔 다음에 생각해봐야겠다.
***
진짜 헌터는 강철 위장이나 간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프림을 베개삼아 자던 지혜는 눈을 뜨자 마자 일어섰다. 그리고 누워 있어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던 나를 보고는 황급히 흔들면서 괜찮냐고 묻던 것은 좋았으나, 너무 흔들어서 그 자리에서 토할뻔하였다.
분명 비슷하게 마시고 비슷하게 취한 것 같은데 결과는 비슷하지 않았다.
일단은 나는 침대에 앉아서 지혜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으휴…. 그러니까 적당히 마시라고 했죠…?”
“그렇게 말해도 기억이 없는데요….”
“어제 마셔도 문제없다고 하시던 사장님은 어디로 가셨을까~?”
“에헤이…. 그보다 어떻게 집에 오게 된 것인가요?”
“아? 어떻게요? 재요.”
내가 궁금해서 질문을 하자 프림을 향해서 턱짓했다.
누구는 속이 뒤집혀서 죽을 맛이지만, 프림은 현재 속 편하게 책이나 읽고 있었다. ‘나의 투쟁’ 이라니 그거 좀 위험한 책 같은데…?
“프림이 열어 준 건가요?”
“네. 생각보다 얌전하고 똑똑하던데요?”
“그보다 지혜 씨…? 아니 지혜? 지혜야?”
“편하게 불러요 편하게.”
“네에. 그보다 죄송해요 훈련 직전인데 월차까지 쓰게 하다니….”
“뭐, 대충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던 녀석들이 있어서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그보다 몸은 어떻고요?”
막 일어났을 때 진통제부터 찾았다가 혼나고 난 뒤…. 어쩌다 보니 월차를 쓰고 나의 간호하게된 지혜였다.
“그래도 약은 있어서 다행이네요. 물 좀 더 드릴까요?”
“그럼 좋죠…. 으 주글거 같아요….“
물을 마시기 위해서 누워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준 다음 물을 먹여주는데 손길 하나하나가 섬세하였다.
“익숙한 것 같은데 이런 일 자주 있나 봐요…?”
“뭐, 회식 이튿날 애들 정리는 제 일이죠. 지나 언니한테 들키면 욕먹는 건 저거든요. 대신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하지는 않아요~. 그냥 흔들어 버리지.”
“그건 좀 지옥이겠네요….”
지금도 죽을 맛인데 막 흔들기까지 하면 토하지 않고 버텨 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그보다 숙취 약이….
“으… 그보다 저기 있는 서랍장에 있는 약좀 주실래요…. 숙취약이예요.”
“자, 잠시만요! 금방 가지고 올게요!”
내가 죽을병 걸린 것처럼 흔들리는 손으로 서랍장에 약이 있다는 듯이 말하니까 황급히 약을 가지러 가는 모습이 귀여웠다.
“음…. 이약요…?”
“네, 그 약이예요.”
서랍에서 약을 꺼낸 지혜는 약병을 확인하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꺼낸 물건은 ‘박’ 이라 적혀 있는 라벨이 찍혀 있는 물약이었다. 나쁘지 않은 물건이다. 숙취에 아주 직빵인 물약이다. 아주머니가 자주 챙겨 주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언젠가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영 시간이 나지를 않는다.
그보다 지혜도 숙취에 고생을 했던 것일까? 약을 확인하고는 본인이 까서 한잔 마셨다. 마신 뒤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는 한 병 더 꺼내서 들고 와주었다.
“방금 물 마셨는데 괜찮을까요?”
“끄으…. 아픈 것보다는 물을 마시는 편이 좋겠죠…?”
“진통제 보다는 물이 숙취에 훨씬 좋은 약이죠.”
“그,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한숨이 많은 지혜였는데, 다가와서 나에게 병을 건네어 준다.
병을 따서 주는 센스까지 있는데, 한 모금 마시자마자 청량감이 느껴진다. 토할 것 같은 속을 청소해주는 그 느낌이란…. 이 맛을 원해서 숙취를 유도하는 것일지도…? 라고 생각하기에는 지금의 속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병에 든 액체를 다 마시고는 아까워서 입에 물고 있던 채로 잠깐 무언가를 깜빡했던 느낌이 들어서…. 생각을 다시 한번 되돌렸다.
그러니까…. 필름이 끊기기 이전? 이후? 의 기억이…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음주가무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분위기 좋았지만 뭔가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뭔가 분명히 이야기하면서 사과한 것 같기도하고…?
아닌데 아닌데를 속으로 엄청나게 외치면서 다시한 번 더 생각해보는 중 기억난 한 대화.
‘그러니까 저를 어떻게 생각하며, 조, 좋…. 아니 사랑하는 거에여?’
저질럿구나아아!! 그래서 대답은? 뭔가 답변을 받은 것이 분명한데 기억에 없다.
두통 때문에 죽을 맛이지만 약을 마셔서 그런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겠다. 부끄러움을 최대한 감추면서 질문하였다.
남자는 패기다! 물을 건 물어봐야지!
“그, 지 지혜니이임?”
“네에?”
“어제 제가 질문한 것주…중 대답해 주신, 그, 그러니까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나요?
지혜 씨는 침대 옆에 앉은 그대로 이제 질문하냐는 표정이 되어고는 씨익 웃고는 모른 척을 하기 시작하였다.
“글쎄요. 어제 이야기 중에 ‘중요한 대화’가 워낙 많아서 기억이 안 나네요.”
“아니 그, 그러니까. 그 중, 중요한 말 말! 그러니까 중요한 마…말!”
“그러니까 어떤 말을 원하시는 것일까요~?”
어제와 다르게 상황이 역전된 기분이지만, 어쩌겠는가 이번에는 내가 을인 것을.
“그러니까 어떻게 좋아….아니 그러니까 사랑…하는지….?
점점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줄어들었는데 맨정신으로 이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 혼자였는지, 지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쳤다.
“사랑 이야기라…. 아주 감명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오갔죠. 기억을 못 하는 모습이 필름이 끊겼 나 봐요~?”
와 저 표정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만화에서 볼 법한 짜증 나게 하는 표정 그 자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지은 표정이라 그런지 바로 표정을 풀고는 말해 줄지 말지 고민하는 척을 하기 시작하였다.
역시 숙취를 무시하고 술을 마시는 편이 좋을까? 고민하던 그때 입을 열었다.
“비밀이랍니다~.”
“네?”
“그냥 이번에는 비밀로 할래요.”
누군가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비밀이라는 듯이 말하는데, 생각보다 말투가 나쁘지 않았다.
비밀이라니…. 난 필름이 끊겨서 기억을 못 하는데? 조금은 억울한 심정에 대답해 줄 것을 보채어보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오? 사장님의 특별 서비스 술도 많이 드렸잖아요! 그러니까 억울해서라도 들어야겠어요!”
“아하하 그래도 안 돼요.”
“왜요!? 으어 두통이….”
지혜 씨의 어깨를 붙들고 흔들면서까지 질문을 하였지만 오히려 흔들리는 것은 나의 머리였다.
머리가 흔들리자 다시한 번 더 숙취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침대 위에 눕게 되었다.
내가 침대 위에 눕자 자연스레 침대 위에 걸터앉은 지혜 씨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차가운 손길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약간의 감정이 실린 느낌이었다.
“뭐, 사소한 복수라 생각해요~. 그래도 조만간 알게 될거예요. 그러니까 오늘은 푹 쉬죠?”
“끄으응…. 숙취만 아니었으면 어떻게든 알아냈을 거예요.”
“와아 이쪽이야말로 환영하죠. 그보다 오늘 하루 정도는 옆에 있어 줄 테니까 푹쉬어요 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게다가 조용히 있고 싶기도하고…. 내가 승낙하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혜 씨는 자연스럽게 침대를 등받이 삼아서 바닥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진짜 조금만 잘게요.”
“네에~ 잠시 뒤 봐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감겨 오는 눈꺼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주 잠깐 잠을 자게 되었는데…. 이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날 있었던 ‘중요한 대화’에 관해서 알아냈어야 했다.
그놈의 술기운이 뭔지 하하…. 으아악! 두 번 다시 술 안마셔! 이놈의 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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