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29화 (129/140)

〈 129화 〉 혼자가 아닌 건 좋은데 이건좀(2)

* * *

이상한 손님은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왔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편안한 츄리닝에 백팩을 메고 들어온 손님인데, 아무리 동네 가게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싶을 정도의 느낌이 드는 손님이었다. 거의…. 집에서 담배가 떨어져서 마지못해 담배 사러 나온 듯한 모습을 보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패션테러인가 싶은 느낌은 또 없었다. 뭔가 전체적으로 미형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하여튼 가게 문을 열자마자 앞에 앉아 있었다는 점에서 수상함이 추가되었다.

문을 열어 주고 나니 나를 지나쳐서 테이블자리에 앉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 주문 안 받아?

거기에서 짜증남 1 추가되었다. 아무리 손님이라고 하지만 너무 무례하였다. 뭐, 독특한 손님인가 하고는 정아니다 싶으면 능력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되겠지라는 가벼운 생각을 한채로 손님 접대를 시작하였다. 그 생각이 너무나도 짧은 생각인지 모른 채로 말이다..

일단은 주문을 받으려 하였지만 주문부터 난관이었다. 일단 경계를 하다 보니 말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 여기서 뭐가 맛있어?

­ 내 입맛에 맞는 음료겠지?

­아니 그래서 내가 생각중인 메뉴가 있냐니까?

­ 그래서 ■■차는 있냐니까?

와우…. 최근에 손님에게 원한을 살만한 행동을 한 적이 있던가? 가게에 작정을 하고 방문을 한 손님 같은데…. 이거 어떻게 응대할지 고민하던 그때 프림이 두꺼운 책을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프림의 알기 어려운 표정은 오늘만큼은 알기 쉬웠다.

‘해치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날려 줬으면 좋았겠지만, 가게 악평 보다는 프림이 위험하기에 고개를 살짝 흔들어 주니 무언가 아쉬워하는 눈치가 되었다. 애가 좀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주의를 주던지 해야겠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이번에는 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맥주는 없어? 시간상 안 된다고? 그런 게 어디 있어! 할매들은 가끔 와서 마신다는데!

아니 영업시간을 맞춰서 오던지! 본인이 잘못된 시간에 와서는 술을 달라고 한다. 그러고는 할매들은 마셨다는 데…. 아마 중년 헌터 듀오를 말하는 것 같다. 아는 사이인가 싶어 물어보고는 싶지만…. 상대가 귀찮은 손님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그냥 입을 닫고 있기로 하였다.

일단은 영업용 미소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곤란해하니까 그제야 메뉴판을 보면서 진짜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최근에 SNS나 인방에 가게가 소개되다 보니까 이상한 사람들이 꼬이는 것일까? 진지하게 능력 사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나 싶던 그때 메뉴를 골랐다.

­아이스티 하나 줘.

아이스티. 가장 간단한 음료이며, 손님이 많아서 바쁜 시간대에는 이 주문을 받는 것이 엄청나게 도움이 되지만, 진상 같은 손님에게 이 주문을 받게 되면 뭔가…. 뭔가 말이다. 정말 싼 메뉴 하나 시켜 놓고 진상을 부리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지지 않은가?

여기서 1차적으로 웃고 있던 얼굴에 금이 갔을 것이다.

‘아네’ 라고 말하고는 더 이상 대화하기가 싫어져서 최대한 음료를 만드는 척하게 되었다.

아이스티는 가장 싸기도 하지만 정말 간단한 음료다.

당연한 소리지만, 정석대로 만들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동네가게수준의 아이스티를 제공할 뿐이다.

시판중인 아이스티 가루를 뜨거운물에 녹인 다음에 커다란 잔에 얼음을 가득채워서 부워주면 끝이다. 정말로 간단하지 않은가?

정석대로 한다면 아마 홍차를 적절하게 우려 낸 다음 냉장을 해 두어서 차게 한다. 그다음 시럽이나 레몬을 넣으면 그게 아이스티인데, 가게에서 하기에는 정말로…. 문제가 많은 레시피다.

먼저 차가운 홍차를 준비해 둬야 하는데, 아이스티를 주문받아봤자 얼마나 받겠는가? 하루에 몇 잔 안 된다. 게다가 차가운 홍차를 준비하기 위한 냉장고의 공간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팔리지 않으면 위생법상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 해서 뜨거운 홍차로 하면 되지 않겠냐 싶지만, 미지근하거나 물에 엄청 희석된 아이스티를 누가 마시고 싶어 하겠는가? 진짜 아이스티를 만든다면 비용이 오르게 되며 싼맛의 아이스티를 생각한 손님은 결국 주문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용과 손님들의 주문 성향에 의해서 간편한 인스턴트 아이스티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간단한 메뉴라서 그런지 정말 대충대충 만들고 있었다.

그런 나를 신경도 쓰지 않던 손님은 백팩에서 노트북을 꺼내더니 자기 할 일하기 시작했다.

응? 어디에서? 카운터 자리에서 노트북을 두고 문서작업을 한다고? 아니 그, 아직 손님이 없는 시간이라 그런지 문제는 없지만, 좀 그렇지 않나…?

딱히 테이블 자리에서는 공부하지 마세요 라고 말한 적이 없었고 써둔적도 없었다. 아니 그전에 어느 누가 테이블 자리에서 노트북을 들고 문서작업을 하려 하겠는가?

진지하게 테이블 자리에 앉으면 추가요금을 받을까 고민하면서 다 만들어진 아이스 티를 건네었다.

평소 아이스티라고 한다면 이미지상으로는 하이볼 글라스. 즉 원형의 길쭉한 잔에 주는 이미지가 박혀 있지만, 그 잔은 생각보다 양이 작았기에, 아주 큰물병잔에 담아 주었다. 아마 500ml는 될 것이다. 가루 아이스티다 보니까 싼고 양많음으로 승부를 볼 뿐이다.

그렇게 잠시나마 문서 작업을 하고 있던 그녀는 내가 건네어 준 아이스티를 받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피식하고 웃고는….

­ 와! 진짜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정말 귀여운 남자네! 감지 능력자가 아니면 가끔 인식하기 어렵다던데 어때 한번 감지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게 한번 능력 써봐봐!

정말 프림이 들고 있던 두꺼운 책이나 카운터 아래에 구비해 둔 망치를 들고 싶었는데…. 뭔가 좀 이상하였다. 처음에 가게에 들어왔을 때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귀찮게 행동을 하다가 이번에는 과장된 행동이라니.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뚱해진 표정을 지었던 것일까? 내 표정에 바로 반응하였다.

“와 바로 반응 오네, 그래서 우리 수색팀 막내를 어떻게 꼬셨대? 역시 귀여운 외모가 모든 개연성?!”

“네??”

오늘따라 문자도 그렇고 ‘네?’ 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다. 수색팀 막내를 꼬셨다니…? 뭔 소리야? 지혜를 지칭하는 건가 싶지만…. 지혜는 수색팀이 아니며 팀장급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전혀 감을 잡지 못 하는 표정을 지어서 그런지, 그녀는 가방에서 안경을 꺼내어 쓰면서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막내가 여기 사장님 말에 홀랑 넘어가서 말이지.”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혀 모르겠는데요….”

“모르긴 뭘 몰라 최근에 꼬셨잖아 안 그래?”

“네에에?”

밑도 끝도 없이 내가 누구를 꼬셨다고 말하는데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신흥종교나 조상님의 안부를 묻는 그런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니 그제야 이야기해주었다.

“공군으로 지원한답시고 지금 수색팀이 한번 뒤집어졌잖아. 내가 개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기나해?”

“어…어? 아!? 그, 그손님!?”

와…. 며칠 전 왔던 손님. 아마 메모장에 기록해 둔 임시 명칭….그러니까 Mr j 라는 손님 일 것이다. 아니 뭐…. 내가 고충이 많아 보여서 차라리 능력을 살려서 수색말고 공군은 어때요라고 말한 정도인데 그것을 와서 따질 정도인가?

“남자가 말이지…. 대부분 맥아리가 없어 보여서 팍팍 굴리는 중인데 그중에 아직 버티는 애가 개뿐인데…. 굴리던 도중에 바람을 불어넣은 누군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한줄 알어?”

“아니 그, 그냥 잡담이나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은 정도…아닌가요…?”

내가 임시명칭으로 부르는 Mr. j의 수색팀 팀장이나 대장인 것 같다. 그녀는 노트북을 두드리면서 문서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내 말을 듣고는 간결하게 말하였다.

“그 정도는 알아.”

“아니….”

오늘따라 웃는 얼굴에 금이 가는 기분을 몇 번이나 느끼는 것일까? 슬슬 짜증을 표출하려던 그때 그녀는 노트북을 덮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해 왔다.

“그보다 남자는 여자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아?”

…? 응? 이 세상에서 가장 들을 일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문장이 나왔는데, 혹시 라는 표정이 되어서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 또한 확신이 섰는지 역시나라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혹시…?”

“그 혹시가 맞아. 와 현준이놈이 여기에 세상 못 즐겨본 사장님이 있다길래 와봤더니, 우리 팀 준서를 꼬신 놈이 운영하는가게길래 장난한번 쳐봤어.”

“장난 보다는 진상 같았는데요…?”

솔직히 진상 손님이 아닐까 걱정까지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본인은 아니라는 듯이 기지개를 켜면서 아이스티가 들어 있는 잔에 빨대를 꼽았다.

“뭐, 장난이라 생각은 했지만 말이야. 말하자면 사전 탐색이지? 현준이놈한테 정보를 들었다고는 하지만 대뜸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단어잖아?”

“뭐, 그건 그렇죠. 그보다 용건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

확실히 전생이니 빙의니 하는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러운 단어다. 다양한 차원의 연결이나 능력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는 이상한 단어는 아닐지 몰라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용건이라…. 딱히? 그냥 얼굴 한번 보려고 왔는데, 너 확실히 이쪽세상에 동화되기는 했나보네.”

“그게 무슨 소리죠…?”

동화가 되었다니?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존재하나 싶어서 긴장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맥이 빠지는 대답이었다.

“그냥 여자애 같다고.”

“아니 ㅆ…”

그 말 한마디에 발끈해서 욕을 지를뻔하였다.

하, 그래 동향사람이다 이거지? 어떤 세상을 살아왔는지 꼭 들어내고 말테다.

그렇게 그녀와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