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혼자가 아닌 건 좋은데 이건좀(4)
* * *
경멸하는 표정을 지어 주니까 별일 아니라는 듯, 오히려 즐겨볼까 같은 소릴 하는 손님에게는…. 이런 표정이 포상일지도 모르겠다.
한숨을 내 쉬고는 어쩔 수 없나 분위기로 들어갔다. 본인의 사내 연애사인데 내가 어떻게 간섭을 할 수 없다. 아니 간섭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 키잡이라면서 얼마나 굴려온 거야?
아이스티를 마시고 다시 문서작업을 시작하려던 그녀에게 질문하였다.
“본인 연애사니까 깊게 파고들 생각은 없지만, 준서? 인가 그분한테 좀 심한 거 아니었을까요?”
“뭐가?”
“어…. 현장에서 굴리는 거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다시한 번 더 생각하는 모습이 되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야,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키잡을 떠나서 필요한 일이야. 뭔 말을 한 거야 걔는.”
“으음, 막내한테 일 떠넘기기?”
“하…. 준서 이놈을 콱….”
오우…. 조건 반사적으로 답변이 나온 것 같은데 실수한 느낌이다. Mr.J 아니 준서라는 분에게 명복을 빌어 줘야겠다.
일…. 일단은 변호를 해 줘야겠지…?!
그렇기에 황급히 말을 돌릴 만한 대화 주제를 찾지만, 그럴싸한 이야기가 없기에 지뢰밭임을 알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같은 대화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 보았다.
“아니, 헌터일이 힘드니까 공군에 입대를 해 보겠다는 말을 하거나 그러지 않았…. 을까요….?
“아니…. 내가 군을 까거나 키잡이야기를 꺼내서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힘들다고 하면 곤란해.”
그 말하고는 남은 아이스티를 한잔을 다 마셨다. 그러고는 빈 잔을 나에게 내밀었다. 이거 분명 다시 달라는 신호같은데…? 아니 뭐…. 못 줄 건 없지만 서도….
비싼 음료는 아니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리필을 해주면서 계속 질문을 해 보았다.
“하긴….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다 힘들지.”
“아냐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팀의 구성이나 능력의 특수성을 생각해야지?”
“특수성?”
리필해준 아이스티를 받아들고는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되었다.
이때 다시 한번 그녀를 보게 되었는데, 거의 편의점 담배사러 나온 듯한 패션 때문에 외모가 평가 절하 당한 것 같지만, 지혜보다는 조금 부족한, 그래도 평균이상은 될 듯한 외모였다. 전생자는 무슨 버프라도 있는 것일까?
만나 본 사람이 2명뿐이라 절대적으로 그렇다 할 수는 없지만, 아니 왜 잘생기거나 이쁘게 해 줄 수 있으면 왜 나는 키를 작게 만든 것이지?
그런 잡생각하다보니, 그녀 또한 어떻게 말할지 생각을 정한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말이지, 수색팀의 특수성을 생각해야 해.”
“아…. 좀 더 군기가 잡혀 있어야 한다 같은…?”
“아냐, 그거랑은 좀 틀려. 말하자면 능력을 좀 더 쓰게 만드는 쪽이지.”
“결국 좀 더 굴린다는 말은 군기를 잡는다는 말 아닌가…?”
막내를 더 굴리게 만들어서 군기를 잡는 그런 방식일 줄 알았으나 전혀 다르다고 주장을 하였다. 능력을 사용하게 만들다니? 그냥 사용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틀려. 너도 알 거 아니야. 능력은 ‘사용할 수록 숙련이나 총량이 늘어난다.’ 그 정도는 기본이잖아? 그 기본을 따르는 거지.“
“그, 그렇죠 사용할 수록 늘, 늘어나죠!”
“아, 현준이 말로는 은신 계열에서도 인지급가 계열이라 했지. 평소에 자주 쓰니까 까먹을 수도 있지. 어쨌든 자주 쓰지 않으면 근육처럼 퇴화를 해서 말이야.”
“그래서 열심히 훈련을 시킨다?”
아니 내가 능력을 쓸 일이 있어야 그걸 알지…. 가 아니라, 과잉증이 문제였구나…. 누구는 과잉증인데 일반적으로는 훈련해야 총량이 늘어난다니.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증세다.
현준 씨면 내가 능력 과잉장애 증후군인 것을 알 텐데. 타인에게 말하지는 않았나보다. 다행인 걸까? 어쨌든 능력 때문에 훈련을 시키기 위한 명목으로 굴리는 것일까?
“그렇지? 개가 본인이 먼저 탐색했다고 주장하는 것들 정도는 나나 다른 애들도 다 탐지한 거야.”
“음, 그러면 그렇다고 말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아, 그게 좀 골때리는 전통이라서….”
“혹시 똥군기…?”
“아냐! 그냥 막내 탈출 전까지는 사실 모두가 탐지하는 것을 알려주지 말라는 전통일 뿐이야.”
“우와…. 그냥 똥군기네.”
이번에도 경멸한다는 듯이 바라보자 오묘한 표정을 짓는 그녀인데. 진짜로 이런 싫은 표정으로 바라봐주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특수 취향은 아니겠지…?
“으으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바라본다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수색대는 좀 더 빡빡하게 굴려야 하는 특수성을 인정해줬으면해!”
“네에네에 인정하는바입니다. 본인이 그렇다는데 그런 거겠죠.”
“와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
동향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조금은 편안한 대화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좀 궁금했던 부분을 질문하게 되었다.
“그보다. 이 세계에서 살기는 편한가요?”
갑작스레 대화주제가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궁금하였다. 과연 어떻게 살아 가는 것일까? 성별이 역전된 세계니까 조금 고생하지 않았을까? 라는 ‘기대’아닌 기대를 하면서 질문하였다.
내 질문을 들은 그녀는 머리를 긁더니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관념이 남녀가 역전이 되어 있어도 능력때문인지 일에 관해서 평등을 이룬 점은 높게 봐.”
“에, 그게 끝? 뭔가 바뀌어서 꼴 받는 다던가 그런 거 없나요~?”
좀 더 본질적인 그런 대답을 바랬는데, 슬쩍 피하는 모습에 실소가 났다. 그런 내 표정을 본 그녀는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을 회피하였다.
“에이 씨 뭔 대답을 바라는지 알겠는데 내 입으로 말 안 해. 아니 하기 싫어! 에이 씨 맛도 없는 아이스티나 주는 가게같으니!”
“에이. 궁금한데 말이나 해주시지….”
진심으로 화를 내지는 않지만 조금은 짜증이 났다는 어투의 말이었다. 그보다 아이스티가 맛이 없다니.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그대로 물을 탄거라서 맛없을리가 없다. 당분이 얼마나 듬뿍 들어간 물건인데!
그보다 이거 은근 놀리는 재미가 있는데?
하지만, 이 이상 놀리면 진짜 실례일 것 같아서 적당히 하려던 그때, 카운터에 장식된 수아의 선물을 본 그녀는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그보다 깃털이 있는 것보니까 귀찮은 새랑 연관이 되었나 봐?”
“음, 귀찮은 새라뇨…?”
저번에 멋대로 취재를 온 기자도 그렇고 게이트 서치도 그렇고 깃털에 은근 반응하는 기분인데…? 수아에게 물어볼 타이밍…. 이 아니라 다른 주제 때문에 물어보지를 못하였다.
으윽….데이트라니…. 그것도 2명과 같….이….
폭음을 해도 멀쩡했던 위장이 아파져 오는 느낌을 받으면서 며칠 뒤 있을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던 그때. 그녀는 힌트가 되는 말해주었다.
“뭐어. 순진한 사장님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자칭 뒷골목의 수호자들~? 개들한테 전생자인 거 들키지 마라? 사소한 소문이 흘러서 점차 구체적인 진실이 되는 법이니까.”
음, 수아면 전생자니 뭐니 이런 거 들켜도 오빠니까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수아를 옹호하는 발언하게 되었다.
“아니 전생자인건 그냥 중2병… 그러니까 때 늦은 사춘기로 취급하지 않을까요?“
때늦은 사춘기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게이트나 능력이 있는 세계니…. 최면 능력으로 전생 체험했다거나 그런 식으로 몰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녀는 상상 이상의 발언을 하였다.
“그렇긴 하지만 군 입대후 광신이 된 녀석들이 군 내에서 공통된 발언을 하니까 주목받은 적이 있어서 말이지…. 과학 기술의 발달과 역사가 비슷해서 중2병 모임으로 취급당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이미 우린 전부 이단 취급 당해서 실험실에서 두껑 따인 채로 뇌에 전극이 꼽혀 있을 걸?”
“으엑 비약한번 너무 하네요.
“왜? 이곳의 정부가 못 할 것 같아? 아…. 일상적인 일하면 모를 수도 있지. 그래. 그냥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면 좋을 거야.“
이런 대화를 유도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어두운쪽의 이야기 같았다. 이 종족에게 실시하는 정책등을 보면 못 할 건 없어 보지만, 에이 민간인에게도 정말로 그럴까? 너무 나간 생각일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았는지, 그녀는 몇몇 주의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뭐 주의점을 말하자면….그냥 검은색을 상징으로 쓰는 놈도 귀찮지만, 흰색을 상징으로 쓰는 것들은 더 조심해야 해. 검은 것 보다 뒤가 제일 구리거든.”
“암호 같은 말 같은데….”
“못 알아들으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은 거야. 어설프게 알고 머리 쓰는게 더 머리아파.”
“뭔가 복잡하네요….”
내가 복잡하다는 듯이 되묻자 그녀는 비밀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상체를 내 쪽으로 숙여서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있는 것이 그나마 아무것도 안 하고 본인들 일에만 집중하는 온 건한쪽이지만, 집행을 한다면 제일 무서운 건 걔들이야.”
내용만 들으면…. 뭔가 아주 무서운 집단이 존재한다는 말 같은데, 직설적으로 어디가 위험하다 어디가 어떤 일을 한다 같은 명확한 발언이 없어서 아리송할 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곤란한 것일까? 들어도 모르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쓴웃음을 지으면서 모르겠다고 답하게 되었다.
“진짜로 모르겠네요.”
“뭐, 내 말을 듣고 감을 못 잡으면 그만큼 다행인 거지.”
“다행인 건가요?”
“응, 최소한 말실수를 해서 곤란해질 일은 없을 거야. 전생자 어쩌고만 떠벌리고 다니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그녀는 내가 모른다고 말하자 비밀이 지켜져서 안심했다는 듯이 편한 자세로 돌아갔다. 그보다 프림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해도 괜찮은 것인가?
“그보다 프…프림 아니 엘프가 있는데 용케도 그런 말을 하시네요. “
“인간이 아니니까 말해도 관계없는 거지. 쟤가 말한다 해봤자 아무도 안 믿을 걸? 이 정보를 누군가한테 말해봤자 득 될 것은 하나도 없을 거고. 너 혹시 이 종족이라고 학대하는 거니? 그러면 이득이 될 만한 정보 같기도하고.”
“학대를 하다니! 그럴 리가요!”
“그럼 된 거네.”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듣고 있다면 중2병 혹은 어른이되지 못한자들 취급을 받을 만한 대화였다.
깃털 이야기는 수아에게 직접 묻던지….해야겠다. 데이트가 끝나면 말이지…. 그보다 이런 대화보다는 좀 더 생활이나 본인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그런지 한 가지 질문하게 되었다.
“이런 알 수 없는 이야기보다는…. 헌터가 된 이유가 있나요?”
“헌터? 아… 난 여행을 좋아했거든. 그래서 지원을 했지.”
“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동기인데요.”
이번에는 웃음을 지으면서 내 말을 들어 주는데, 아마 내가 어떤 예상하고 질문을 했는지 아는 눈치였다.
“왜, 능력자가 나오는 소설처럼 능력 막 쓰면서 날아다니는 그런 망상을 했을 까 봐?”
“뭐, 그런 동기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걸?”
한숨을 푹 쉬고는 노트북을 다시 덮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는 눈치 같은데, 그냥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대화에 집중해줬으면 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대화 내용이 시들해지면 다시 문서작업으로 돌아가겠지…?
그리고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본인의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