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34화 (134/140)

〈 134화 〉 혼자가 아닌 건 좋은데 이건좀(7)

* * *

쓸때 없는 말해서 어색한 분위기를 만든 것 같았다.

분위기가 어색함의 극치라고 할지…. 주인공이니 뭐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소리를 했지만, 얼굴에 뻔뻔함을 칠하고 아무런 문제없다는 듯이 있었다.

여기서 내가 한 말에 부끄러워하면 괜히 의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하였다.

­ 뭐어…. 여기 사장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렇게 말하고 자기 노트북을 열어서 문서작업하기 시작했다.

딱히 말이 없어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바에는 조금 지각을 했지만 가게 오픈을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한 30분 정도 늦어졌지만 가게의 영업이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가게열기를 기다리던 손님은 없었다는점? 아니 기다리지 않고 가 버렸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괜찮았다.

가게의 불을 켜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였다.

***

오늘도 보람찬 하루 같은 스트레스받는 하루였다.

뭔가 단어가 이상한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자영업의 슬픔을….

카페 영업시간에는 카페라는 특성상 상대방과 이야기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문제가 있다면…. 다양한 손님의 패턴이 문제겠지…?

물론 나에게 질문을 하거나 한다면 편하게 응대라도 할 수 있지. 손님들의 내적 갈등은 내가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럴 때가 가장 곤란한 상황인 것이다.

예를 들자면, 서로 계산하겠다고 말다툼을 하는 경우다. 누가 계산을 하겠다 하고 시원시원하게 넘어가는 경우면 아주 감사하지만 서로 계산을 하겠다고 말싸움을 시작하면 보는 입장에서 귀찮아진다.

게다가 내가 계산을 하겠다면서 몸싸움까지 시작하면…. 그냥 다 꺼졌으면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돈 내주는 손님이 최고 아니냐? 그냥 제3자 아닌가 싶지만, 계산을 하는 입장에서는 제3자가 아니다. 반쯤…. 관여된 상태다.

게다가 카드를 건네주고는 계산을 하려면 이것을 뺐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 손으로 뺏는다면 양반이지…. 별의별 능력으로 카드 지급 쟁탈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염동력으로 결제하기 위해 받은 카드를 바꿔쳐서 자기걸로 결제하게 하기? 혹은 증강계열 능력자가 힘으로 서로 싸우기?

그런 모습을 보면 카드 결제를 내가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다음 손님의 내적 갈등 문제는…. 역시 선택을 못 하는 경우?

인생에 있어서 선택이란 중요한 행위다. 자, 그렇다면 카페에서 선택이란 무엇일까?

세상에 단 한 번 있는 현재의 시간대에서 딱 한 번 마실수 있는 음료를 주문하는 시간이다. 너무 비약적으로 말 한 것 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선택이란 중요한 행위겠지만…. 그 선택을 못해서 몇 분이나 고민하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물론 손님의 선택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뒤에 손님이 서 있는데 분 단위로 고민하는 것은 조금 곤란한 상황이다.

여기서 손님에게 옆에서 고민 좀 하고 다시 주문해주세요! 라고 말할…. 자신은 자영업자 입장에서 없다.

하지만 뒤에 줄 서 있는 손님의 시선이 정말 따가우면 용기….를 어떻게든 내서 말하는 정도?

아니 이게 능력의 존재를 몰랐을 때는 별 상관없었다. 나를 인지도 못하니까. 근데 팔찌하게 된 이후부터는 이거 시선이 좀…. 많이 따가웠다.

이것참…. 알게 모르게 능력의 도움을 받아온 기분이다.

어찌 되었든 자영업자라면 무조건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카페 영업 마감 시간을 향해 달려갔다.

“자~ 오빠 우리 갈게~!”

“다음에도 올게!”

지금 나가는 사람들은 요즘 자주 오는 여학생 들이다.

최근 들어서 가게에 여성손님이 늘어난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결국, 나 때문인데…. 와 씨이…. 이게 바로 남자로서 좋아해야 할 상황…. 아니 이곳 기준으로는 좀 안 좋은 상황인가? 현준 씨처럼 이런 상황을 즐기고 싶은 욕망 정도야 있지만. 지혜를 생각하자 지혜를….

나를 구해 준 것은 지혜인데 어떻게 배신을 하겠는가? 그리고 지금 나가는 학생들 보다 지혜쪽이 훨씬 더 예쁘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장난으로 한 말에 답변 정도는 하였다.

“너무 자주 오지는 말고. 조심해서 가~!”

돈은 항상 옳지만 너무 돈을 밝혀도 귀찮아지기에 적당히 가게에 오라고 하였다.

그렇게 말하자 여학생 들은 본인들끼리 키득키득 웃더니 말을 하였다.

“에이 진짜 자주오면 ‘큰 언니한테’ 혼나.”

“그렇지? 언니가 좀 초조해하기는 한데~.”

옆에 있던 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같이 나가려던 학생이 손가락도 아니고…. 주먹으로 옆구리를 살짝 쳤다.

역시 과격한 행동이지만 그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이상하게 생각 하는 것은 나 혹은 내 앞에서 서류작업을 하는 그녀 정도겠지만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어색함을 느끼는 것이겠지.

“야이 미친년아. 그 이상은 안 돼!”

“아차차.”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지만,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허둥지둥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인사를 하며 가게를 나갔다.

“그럼 가 볼게~ 사장니임~.”

“어. 으응 잘 가.”

요즘 들어서 왜 이리 비밀이 많은 손님이 많은 것인지…. 뭔가 말하면 안 알려주려는 손님이 많다.

내 앞에 있는 그녀도 그중 하나다. 뭔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뭘그리 베베꼬으는 거야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아니 뭐…. 나름의 배려 겠지만 답답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과 알고 지나가는 것은 극명한 차이가 있으니…. 그것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괜히 힌트 같은 암호를 들은 것으로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검은색이니 흰색이니 사이의 것들이니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단어다.

어쨌든 장사의 전반전이 끝났기에 잠깐 쉴 요량으로 가게의 불을 조금 끄고 평소에 자주 앉는 자리에 앉아 있는데….

내가 웃고는 있지만 속에서는 의문이 가득한 채로 질문하였다.

“안 가세요?”

“응? 곧 갈 거야 이것만 끝내고.”

아니 가게가 끝났는데 왜 안나가? 역시 처음에 진상짓 하던 그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반쯤 성격에서 나온 진심인 것일까?

“음…. 평소에 눈치 없다는 소리 자주 들으시죠?”

그 말하자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

“음. 눈치가 없다 보다는 알고도 뻔뻔한 거로 해주지 않을래?”

“그게더 악질 아닌가요…?”

“흠…. 그리고 진짜 눈치 없는 건 내가 아닌데 말이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슬쩍 바라보는데 이거 완전 내가 눈치가 없다는 의미 아닌가?!

“아니 이래 봬도 눈치 있거든요…?”

“진짜?”

으음…. 아니 눈치가 없을지도 모르…겠네? 아니 능력이 워낙 존재감이 없어지는 능력인데 눈치를 볼 이유가 있나?

그냥 신경 써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느끼는 그런 상태로 살아온 게 몇 년인데 허허….

그렇기에 쥐구멍을 찾는 목소리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요.”

나 자신도 확신을 못 하기에 아마도라는 단서를 붙였다.

그러자 그녀는 예상했다는 듯이 서류 작업을 진행하더니 몇 번 타자를 두둘기고는 노트북을 덮었다.

“참나…. 연차를 써도 일이라니…. 사장이 생각해도 이거 완전 블랙이지?”

“음…. 연차를 못 쓰게 해도…. 휴가 중에는 터치 안 하지 않나요?”

“맞아 터치는 안 하지…. 이건 준서놈이 못한 일을 내가 처리를 한 거지.”

“아….”

덮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면서 별것 아니라는 듯이 시큰둥하게 말을 하였지만…. 정말로 부하직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아니 진짜 키잡일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잘한다 생각 하겠지만 사실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다음에 오면 군에 지원하겠다 하면 죽어라 말려라? 군은 아니야 군은.”

약간의 인상을 쓰면서 말을 하는데 이거 완전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다.

입을 턴 게 나니까…. 맞네 죄인…. 그래도 바텐더로써 후회는 없다. 아마 그런 대화를 통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은 거면 된 거다.

실제로 실행에 옮길지는 나도 예상치 못….못한 것이라 치자.

“으음…. 다음에 오면 그렇게 말해 보죠….”

이제 정말 나갈 듯이 짐을 챙긴 그녀는 가방을 메면서 무언가 생각이 난 듯이 말을 꺼내었다.

“아까 주인공 어쩌고 뭐시기말이야.”

“네?”

뭔가 부끄러운 듯이 말을 하려하였지만 이내 멈추었다.

“그냥…. 난 세상의 엑스트라 XXX번 정도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못 들은 걸로 해 줘.”

“네에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듣지 않은 것이다.

인생의 주인공은 본인 스스로라는 것을 생각해낸 것 같지만, 나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자신이 말하고는 부끄러운지 짐을 싸서 나가려는데 문득 무언가 생각 난 건지 뒤돌아서서 빈 잔을 들었다.

“오늘 마지막 리필 될까?”

진짜 본인 스스로 뻔뻔하다고 말할 만한 철면피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귀찮은 손님이라며 기겁을 했겠지만, 이번만이라는 생각에 리필을 해줬다.

단가가 비싼것도 아니지만, 리필해준 횟수를 생각하면 번 돈도 없다.

그렇게 그녀는 리필된…. 아니 새로 만들어서 테이크아웃 컵에 고이고이 담아준 아이스티를 들고 가게를 나갔지만…. 무언가 빠진 느낌이었다.

가게에서 쉬면서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뭐가 빠진 것일까?

돈은 주문할 때 받았고…. 이야기도 했고….

아차…. 이름 묻는 것을 깜빡했다….

이름을 물어볼만한 상황이 안 나왔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다음에 오면 꼭 이름부터 물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금남은 휴식 시간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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