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 누군가의 일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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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값 감당 되세요…?’라고 걱정되는 듯이 물어보자 고뇌하는 사회인의 모습이 되었다.
분명 머릿속에서는 온갖 단어가 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냥 논 알콜로 마셔? 아니면 취하고 생각해 봐? 같은 생각 말이다. 내가 본인은 아니라서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초동안 몇 번인가 표정이 바뀌고는 기운 없이 한숨을 가볍게 내 쉬고는 내가 건네어 준 피나 콜라다를 마시기 시작했다.
“뭐, 응…. 나쁘지는 않네….”
나쁘지 않다고 말은 하지만 김이 빠진 듯이 말하는 모습이 실망했다는 모습이 가득했다.
그보다 맛은 괜찮은 것일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
“레시피에 없는 생과일 까지 갈았는데 맛은 어떠신가요?”
“맛…? 으음, 음… 음… 괜찮긴 한데….”
“한데?”
맛에는 문제가 없다는 듯이 말하지만 역시 무언가 부족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술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내 예상이 정답이었다는 듯이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응. 역시 술이 없으니까 끝맛이 영….”
“술 특유의 쏘는 느낌이나 목 넘김 찾으시는 건가요?”
“그렇지요? 뭐…. 한 가지 빠진 느낌이 내 인생 같네요오….”
신세 한탄을 하고는 테이블 위에 엎어져 버렸다.
역시 속에 쌓아둔 무언가가 많은 걸지도 모른다. 야근 하루 했다고 이렇게까지 터질일은 없지 않은가?
“인생이 다 그렇다고들 말은 하던데, 부족하니까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 아닐까요?”
“으음, 부족해서 채우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라면어쩌죠오?”
얼굴을 테이블에 딱 붙인 채로 눈동자만 굴려서 나를 바라보는데, 최근 기가센 여성들이나 남성들만 봐서 그런지 이런 키가 작고 생머리인 여성이 축 처진 채로 있으니 보호 본능 마저 생긴다.
이것이 부성애…?
“음, 그러면 다른 것으로 채워야겠지요…?”
“하아…. 역시나 다들 비슷한 말이야…. 저기…. 종업원 씨도 일반적인 일하는 거 보면 ‘무능력자’ 인 거지?”
“어….”
‘아뇨, 저도 최근에 알았지만 유능력자인데요?’ 라고 격하게 말하고 싶지만, 여기서 그 말했다가 분위기가 더 다운될 것 같기에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별말하지 않자 당연 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 나갔다.
“아니 뭐, 나쁜 말은 아니고…. 헌터나 군 관련 일 아니면 대부분 무능력자 잖아? 가끔 헌터 일은 어떤가 싶어서 말이지이….”
“음, 글쎄요오….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헌터 일은 헌터 일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인데 부럽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에 의문점이 생겼다.
그래서일까? 능력 유무로 사람을 차별하는 문화는 거의 없다. 물론 뒤에서는 어느 정도 차별을 두고 수군거리기는 하지만 애초에 능력을 갖춘 인구가 25% 미만이라 그런지 그렇게까지 대놓고 사람을 차별하지는 않는다.
능력을 누구나 가진 게 아니다 보니까 어릴쩍부터 교육으로 무능력 유능력의 차별을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는 세상이다.
그렇다 보니, 헌터 일은 위험하기에 좀 더 대우를 받는 것 정도는 초등학생이라도 아는 상식취급이라서 무능력자가 유능력자를 동경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해 봐야 생명 수당 더해서 돈 좀 더 만진다 정도…?
하지만 이 손님은 돈보다는 무언가 부럽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가끔 장벽에 둘러싸인 도시 바깥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 있어서…. 딱 그 정도야….”
“아, 그런 경우 자주 있죠…. 역시 야근 보다는 답답함에 쌓인 것이 많으신가 보네요?”
“응, 답답해 미치겠어 그냥…. 푸….”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지만, 그 한숨을 내 쉴 때 테이블과 얼굴이 더욱더 동화되는 느낌을 주었다.
한 번만 더 한숨을 쉬면 아주 테이블이 될 기세다.
생각해 보니…. 회색의 장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산다면 아주 답답해질 것은 사실이다.
생각해보자. 장벽 안에 둘러싸인 도시의 생활공간을 극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고층 건물이 빼곡하며, 공원이나 산림 같은 부지는 거의 없다.
물론 장벽 바깥에는 대 자연이 펼쳐져 있지만, 일반인 에게는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정도…?
그렇기에 장벽 바깥으로 나갔다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는 말은 못한다.
경호에 드는 비용이 좀… 지갑이 아플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선택지를 한번 말해 보았다.
“그렇다면 안정화된 게이트 관광은 어떠신가요?”
안정화된 게이트는 점령이 완료된 이후 쐐기석을 파괴하지 않은 채로 관광이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게이트다.
자연경관이 몽환적이거나 거대하기에 게이트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그냥 밋밋한 숲만 있는 도시 바깥은…. 게이트쪽이 더 관광 가치가 있어서 개발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건의를 해봤지만, 그녀는 미쳤냐? 라는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게 돈이 얼마인데…. 상류층이나 헌터면 몰라도…. 나 같은 일반인이면 그냥 숲만 보고 올 정도의 게이트 관광이 전부 일걸? 씨이…. 나 같은 개미는 뭘 해도 안 되는 구나아….”
“그, 그렇긴 하죠…. 좀 비싸긴 하죠…하하….”
여전히 부정적인 말하면서 테이블과 동화되기 직전에 일어선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피나 콜라다를 조금 마시고는 말을 하였다.
“이 칵테일처럼 뭔가 하나 빠진 인생 아닐까?”
“쓰읍….”
기껏 배려해 줘서 만든 칵테일인데, 이렇게 되돌아올 줄은….
그래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를 비꼰다기보다는 본인인생에 한탄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귀여운 모습의 사람이 우물쭈물 하면서 잔을 만지는 모습을 본다면 동정심 정도는 들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마시고 있는 음료의 업그레이드를 권유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드시고 있는 칵테일에 럼 좀 넣어드릴 까요?”
“응? 그래도 돼?”
자신 있게 말을 한 뒤에 진열장에 있던 화이트 럼을 들었다.
럼에도 종류가 있는데, 숙성 기간에 따라서 화이트럼 – 골드럼 다크럼 순으로 나눠진다. 물론 색이 전부는 아니다. 색 정도야 색소나 카라멜을 첨가하면 속일 수 있어서 맛을 잘 봐야 한다.
물론, 럼을 단독으로 마시기에는…. 데킬라 만큼 취향이 갈린다. 정말 섞어 마시면 보드카와 다르게 독특한 향이 나서 기분이 좋지만…. 단독으로 마시면 뒷골이 땡기는 느낌을 준다. 어디까지나 취향이다 취향.
“안 될 것은 없죠?”
“으응…. 그래도 레시피대로 마시는 게 정답 아니야?”
“레시피는 기준이지 정답은 아니랍니다~? 그래서 마실거예요 말거예요?”
내가 강하게 밀고 나가기 시작하자 그녀는 조금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들어도 슬픈 이야기가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으음… 마시고는 싶은데…. 카드값…. 징계…. 으윽….”
“그냥 만취 안 할 만한 정도로만 마시면 괜찮지 않나요? 혹시 주량이 낮으면 이 권유는 없던 거로….”
생각해 보니 주량이 낮은 손님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생각이 짧았다고 자책하며 권유를 물릴려고 했지만, 손님의 대답이 빨랐다.
“아, 아냐! 아냐 아냐! 주, 주량은 평범한데…. 그래도 내일 일이 으으….”
아, 이거 마시고 싶다는 반응 맞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놀리고 싶어서 술병을 그녀의 눈앞에 들고는 흔들거렸다.
“딱 한잔이면 괜찮을 텐데…. 딱 한잔~.”
“으…하, 한잔….”
“아, 진짜 한 잔만 드리고 끝낼 거예요. 아까 칵테일에 뭔가 빠졌다 해서 주는 추가 술이니까.”
뭐, 주량이 평범하다면 딱 한 잔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다. 도수가 높은 술 도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둔하다 정도겠지.
“으음, 조, 좋아! 한잔 줘 봐!”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이 마시던 피나 콜라다 잔의 입구를 내 쪽으로 향하게 들어 주는데, 나는 여기에 술을 가득 채워줄 생각은 없다.
기분만 제대로 낼 수 있도록 기존의 레시피에 못 미치는 정도로 조금 부워줬다.
진짜 내일 출근에 지장이 생기면, 권유한 내가 더 미안 해지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자, 한번 마셔 보세요.”
화이트럼이 들어간 피나 콜라다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잔을 살짝 흔든 뒤 조금 마시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훨씬 괜찮은 것 같아!”
“생 과일까지 갈았으니까 기존 레시피 보다는 훨씬 좋은 맛이겠죠.”
“그런 건가…?”
고개를 갸웃 하면서 모르겠다는 듯이 말하고는 다시한 번 더 마시기 시작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맛있으면 다행인 거지.
“더 달라해도 이제 알콜류는 안 줄거예요.”
“으…. 휴일날 날 잡아서 한 번 더 와야겠네.”
서비스가 나빠서 안 온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는가 보다.
열대 느낌 나는 칵테일은 실패하기 힘든 칵테일이 많기 때문이다.
피나 콜라다만 해도 파인애플의 시큼하면서도 향긋한 맛과 함께 코코넛 크림이나 밀크의 부드러운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때문에 편하게 마실수 있는 그런 칵테일이다.
게다가 논 알콜이랍시고 생 과일까지 넣어서 갈아줬으니 맛없다고 하면 병을 들고 머리 위에 찍…. 흠흠….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뭐 하나 빠진 칵테일이라고 해서 채워 줬으니 이제 불만은 없죠?”
“으음 그렇지이…? 가게 디스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신세 한탄이니까….”
“뭐, 마시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혼자오면 대부분 본인의 이야기나 사정을 말하는 게 바의 국룰 아닐까? 혼자 마시기에는 엄청 심심해서 말하게 되는 것일지도…?
“그래서 말인데…. 바 일은 재미있어…?”
본인의 이야기하다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그 모습이 처량해 보이면서도 작은 토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바 일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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