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세계의 음료가게-138화 (138/140)

〈 138화 〉 누군가의 일상(4)

* * *

바 일에 재미가 무엇일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글쎄요…. 일하는게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떤 일이든 ‘일’ 이 된다면 노동이 되는 것은 다 똑같다.

너무 예상되는 답변을 말해 줘서 그런지 손님의 반응은 이게 뭐야 라는 느낌의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 투정이 어린아이의 투정 부림의 느낌을 주는 것이 문제라면 약간의 문제겠지만….

회사일의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주자.

“에이…. 그게 뭐야아. 그런 거 없어 로~ 망이라던지 이것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포부라던지? 사장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알바인지 정직원인지 모르겠지만 남자 혼자 가게에서 일하는 거 쉽지 않잖아~?”

“그, 사장이 전데요?”

음, 역시 술집 외모와 어울리지 않은 건지 ‘내가 사장인데요.’ 랍시고 가슴을 쭉펴고 당당하게 말을 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시원치 않은 반응이었다.

흡사…. 잘못들었습니다? 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게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두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다시 한번 확인을 하기 위해서 묻기 시작하였다.

“어…? 정말? 아니 정말요?”

“맞는 데요. 그보다 사장이라니까 왜 존댓말이 갑자기 나오는데요!?”

“어…아니요? 아니…? 아하하 그러 게…? 사장이라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하.하.하….”

“그건 그거대로 직업 병 같네요.”

영혼 없는 웃음을 짓는 그녀였지만, 회사생활을 경험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느낌 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 손님이 마지막 일 것 같다는 느낌과, 어색해진 분위기를 누그러트릴 겸 잔에 얼음을 가득 담아서 럼을 따르기 시작했다.

코를 가까이 대면 럼의 은은한 바닐라향과 캬라멜향 섞인 달콤한 향이 날 것이 분명한 금빛 액체가 병입구에서 잔 안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이번에는 잔을 가득 채우지 않고 절반이 되지 않게 채웠다.

그녀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이 되어서는 군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으음? 나 술 하면 출근 못 할지도 모르는데…?”

아무 말 없이 술을 잔에 따르고 있으니 오해가 생겼나보다.

이것참…. 사장님 발언부터 시작해서 미묘한 곳에서 오해가 생기는데…. 분위기를 풀려고 따르는 술인데 분위기가 더 꼬이게 생겼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저지른 일을? 그렇기에 딱히 말없이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냈다. 500ml 패트병에 담긴 콜라인데…. 최근 제로 칼로리냐 일반이냐로 칵테일 논란이 있는데 그냥 본인 취향껏 마시면 된다 본인 취향껏.

그보다 오해가 계속 쌓이면 안 되니까 오해를 풀어야겠지.

콜라의 병뚜껑을 돌리니 가스가 빠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착각하는 부분에 대하여 지적을 하였다.

“손님꺼 아닌데요…?”

“응…?”

“제껀데요?”

“일하는 중에 마셔도 괜찮은 거야…?”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럼을 조금 넣은 피나 콜라다를 마시는 데…. 무엇이 문제라는 것일까?

“사장이 전데요?”

“아, 사장…. 그렇지 사장…. 끄으응 어딜 가든 사장이….”

역시 직장생활에서 상사들에게 듣는 소리에 의한 스트레스가 많은지 혼자서 꿍시렁대기 시작했다.

일이라…흠.

일단은 콜라를 럼을 따른 잔 안에 천천히 붓기 시작하였다.

콜라를 다 부었으면 화려하게 섞거나 할 필요도 없이 살짝 흔들어 주는 정도로 끝을 낸다.

이러면 럼 콕(Rum Coke) 이 완성된다.

럼이라는 술 자체가 저가 술이다 보니 싸구려로 산다면 질이 한없이 낮다 보니 그냥 마시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술 중 하나다.

물론 비싼 럼을 마신다면 위스키와 동급의 맛있는 럼을 마실수 있지만…. 그럴 만 한 돈이 생긴다면 위스키나 리큐르를 사게 되더라.

즉 콜라를 타 마시는 이유는 스트레이트로 마실만한 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 맛이 최악이라서 무언가를 섞어서 마셔야 한다. 어디까지나 저품질의 럼에만 해당하는 말이니까 제대로 된 럼을 구입해서 마신다면 말이 달라진다.

일단은 완성된 칵테일을 손에 들면서 지금 생각난 말을 그녀에게 전달하였다.

“뭐어, 이런 재미가 있다면 바 일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그거 뭐야? 난 내일 출근 때문에 못 마시는데…. 완전 손님 놀리는 거 아니야?”

“그래도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는 편해졌잖아요? 처음 들어왔을 때 신종 몬스터인 줄 알았다니까요? 학술계에서는 있다 없다로 말이 많고, 게임에만 존재한다는 언데드 계열의 종족인 줄 알았답니다?”

“으으…. 그렇게까지 말하면 할 말은 없는데….”

그렇게 나 또한 목이 마르기에 럼콕을 한 잔 마시는데, 콜라의 달달함과 럼의 단 향이 어우러 져서 달콤한 향이 난다. 그리고 다 마시면 올라오는 알콜의 느낌. 서로 맛이 안 어울리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위스키 콕과는 다른 느낌이다.

역시 술의 상태가 안 좋다면 섞어 마시는 게 정답이다. 그리고 술에 섞기 제일 만만한 게 콜라나 탄산수다.

그보다…. 손님은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는데, 자유분방한 가게라고 오해 받기전에 칵테일을 만들어서 마시는 이유를 설명하기로 하였다.

“못 마시는 손님 놀리기보다는 멀뚱히 서 있는 거보다는 같이 마시는 상대가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해서요? 평소라면 손님이 있을 시간인데 오늘따라 없기도 해서 말이죠 아하하….”

“으음 원래 없던 게 아니라…?”

“손.님?”

“하하…. 자, 장난입니다…?”

나 설마 표정 연기에 재능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경멸하던 표정을 보여주니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 손님이라던지. 정색을 하니까 당황하는 손님이라니….

언젠가 지혜나 수아한테 장난을 쳐볼 생각하고는 손님의 이야기에 집중이나 해주자.

“뭐, 일이라는 게 다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일이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내 말을 듣고는 그녀는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생각하는지 나는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충 감은 온다. 틀렸다면 남자의 감이 틀린 거겠지 뭐….

대충 고민이 끝났는지 고개를 테이블에 파묻으면서 한탄을 하기 시작하였다.

퍼석한 머릿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지친 게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끄응, 맞아. 능력이 없으니까 보급계 일이라도 하고 싶고 간접적으로 게이트를 경험해 보고 싶었지….”

“으음. 그렇다면 지금 보급 일을 하시는 거네요. 간접적으로 경험해본 게이트는 어떠셨나요?!”

야생의 게이트는 그냥 정글 같다 정도는 지혜와의 대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물론 게이트 내의 문명의 척도에 의해서 도로가 개발이 되어 있다 거나 마을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자연적인 환경은 지구와 엇비슷하다고 한다.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은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하니까 비슷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지.

어쨌든, 게이트에서 볼 진 풍경은 중력을 무시하는 거대한 돌섬, 마을 크기는 되는 거대한 나무, 역행하는 사막의 모래 폭포, 하늘에서 내려오는 나무 등, 이곳에서 볼 수 없는 자연 현상에 있다.

지혜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또한 궁금하기에 크나큰 기대를 안고 대답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간접적으로? 그냥 입구가 겁나 거대하구나~ 와~ 입구다 입구~. 군인년들 가오잡으려고 가슴에 뽕 넣고 상의를 줄여입고, 있는 척하려고 엄청 각 잡고 앉아 있네~? 정도?”

“네?”

“본부 보급은 어디까지나 이곳에서 보급이라는 의미야. 안전한 장소에서 대량의 물자를 게이트에 진입하려는 현장의 헌터팀 보급계에 인수인계 하는 정도가 전부지. 내 말 이해했지?”

“아, 그렇…네요. 그러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된 건가요…?”

칵테일을 홀짝이면서 답변을 하였지만 이거 괜히 말을 꺼낸 건가 싶었다.

그런 고민하면서 칵테일을 마시니까 단맛보다는 알콜맛이 쓰게만 느껴지는데, 그녀는 엎드린 채로 피식하고 웃더니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피나 콜라다를 한 모금 마시려다가 잔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냥 럼 조금만 더 주면 안 될까?”

“내일 출근은 괜찮겠어요?”

“이 정도로는 안 취해. 내가 능력이 없지, 약골은 아냐. 딱 한 잔만 마시고 물만 마시면 괜…찮을 거야 응 괜찮아!”

“네이네이.”

일단은 칵테일의 향을 해치지 않는 정도의 양을 눈대중으로 잔에 따라 주었다.

섞어 마시는 건 빨대로 알아서 섞어서 마시겠지.

다 따르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알아서 빨대로 섞어서 마시기 시작하였다.

“크, 이 맛이야! 논 알콜은 뭔가 아쉽게 빠진 맛이라서 심심하단 말이지….”

“저도 논 알콜을 마실 거면 그냥 탄산수를 마신답니다?”

“그보다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보급 일 이야기했지? 뭐, 그냥 그래….”

보급계 일이 그냥 그렇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그런 것치고는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쓰러지기 직전의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약간의 미소를 그리면서 자기 일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조용히 기다리며 있어 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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