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누군가의 일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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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이 들어간 음료를 마셨던 그녀의 텐션은 한순간에 올라갔지만, 올라갔던 속도가 빨랐던 만큼 내려가는 속도 또한 빠르게 내려왔다.
자기 일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그리다가… 점점 이게 아닌데 표정으로 변하더니 얼굴에 그늘이 짙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한번 테이블에 엎어져서 바닥과 동화되기 시작하였다.
“하고 싶은 일은…뭐, 상상과는 달랐지만, 그렇게까지 상상과 차이는 나지 않는다아…? 정도? 말하고 나니까 슬픈데….”
이 사람 벌써 취한 것일까? 상상과 달랐다면 다른 것 이지 뭐가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일까?
전후가 맞지 않기에 고개를 갸웃 하면서 질문하게 되었다. 아, 옆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는데 데이트 전에 한번 정리해야겠다.
“결국 다르면 다른 거지 같다는 건 어떤 의미죠?”
그렇게 말하면서 럼 콕을 홀짝이는데, 역시 노가리 까는 데에는 술이 없으면 심심한 것은 어 쩔 수가 없다.
안주로 견과류를 꺼낼 까 싶지만, 피나 콜라다에 견과류는 조금 그렇기에 꺼내지는 않았다.
뭔가 육류나 열대 음식을 꺼내야 할 것 같지만, 단가가 비싸기에…. 하하….
내 질문에 엎어진 채로 멀뚱히 바라보다가 ‘아’ 하는 표정이 되어서는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게이트 쪽 보급계라고 하면 뭔가 보급을 할 것 같잖아?”
“음, 그렇죠. 물자 보급은 중요하니까요?”
“응, 거기까지는 생각했던 것 그대로지…. 목록을 보면서 물자를 정리하고, 식가공류는 유통기한 체크하고…. 지게차로 직접 운반까지 하고…. 응, 여기까지는 상상한 그대로지.”
“그럼 문제없는 것 아닐까요? 원하는 그대로 일하는 것 아닌가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질문을 하자, 그게 아니라는 듯이 상체를 들어 올리면서 쌓여 왔던 울분을 풀어 내듯이 격한 감정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잖아!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은 게이트 안쪽의 모습이라고! 알아 육군이 도하 할 때나! 전투기가 이착륙 할 때가 가장 위험하듯이, 게이트를 진입할 때 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그래도 한 번쯤은 자연 그대로의 게이트를 보고 싶단 말이야…!”
정말로 보고 싶다는 열망이 넘쳤는지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첫인상과는 다르게 느껴질 정도였다.
너무 달라진 그 모습에 당황스러워서 추임새를 넣는 정도로 답변을 했지만,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그런가요…?”
“그래! 최소한 무능력 자라도, 규정이 빡빡한 군 이 아니라 민관관련 탐사업에 일한다면 최소한 들어갈 기회라도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그런 기회는 없더라. 영상으로 보든지 점령된 이후 안전이 확보된 게이트나 들어 가라는 데 그게 무슨 안전이야 다 때려 부순 직후지…! 그게 내가 다르다고 한 상상인 거야.”
몇 번이고 테이블 바닥에 엎어졌다가 일어서길 반복해서 그런지 푸석한 느낌을 주던 머릿결은 엉망진창이 되었으며, 안 그래도 짙다고 느껴지던 다크서클 또한 더욱더 짙게만 느껴진다. 여기에 담배와 위스키 언더록까지 들여주면 완전 퇴폐적인 이미지가 될 만한 느낌이었다.
주방쪽이 손님 자리보다 바닥이 높아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되기 마련인데, 현장에서 뛰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운동하지 않는 몸이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옆구리나 팔뚝 살이라던지…. 물론 입 바깥으로 내뱉지는 못하지만 자연스레 보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음… 퇴폐미 보다는 삶에 찌든 느낌이 더 강할 것 같다.
퇴폐미 하니까 오히려 수아가 어울릴 것 같은데…? 평소에 워낙 능글대니까 뭐…. 지혜는 건강한 이미지라서 상상이 안 되고.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안전이라는 말을 꺼내자 흥분된 상태가 진정이 된 것인지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하였다.
“그건 그래…. 얼마 전에도 게이트 진입 전에 대형 양날 도끼가 날아와서 다들 식겁한 적이 있으니까.…”
“우와…. 그래도 들어가고 싶은 거예요?”
“아니, 들어 가보고 싶다는 희망과 내 목숨은 별개지.”
이때까지 이야기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자신이 화를 내면서 열변을 한 것 또한 별것 아니라는 듯이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변화가 너무 빠르고 너무 담담해서, 이쪽이 어처구니가 없을지경이었다.
그렇기에 럼콕을 마시는 것을 잊은 채, 잔을 든 채로 되물었다.
“그럼 이때까지 화내신 이유는 뭔데요!?”
어처구니없어 하는 내 표정을 보자 아줌마 같은 표정을 짓더니 아주 잠깐 웃었다.
“그냥? 반복되는 일상에 꼴 받아서…?”
“일상 인 건가요…?”
“그렇지, 일상…오늘도 상사년에게 쪼인트를 까이고 까인다음 짬 처리에 일 떠넘기기를 당한 다음, 부사수라는 년은 할 줄 모른다고 벙쪄있는 걸 갈군다고 그것 때문에 시간 다 뺏기고, 정신을 차리니까 퇴근 시각은 진작에 지나갔지, 결국 야근에 야근을 거듭하고 퇴근하는 그런 일상?”
“그런가요…. 어라…? ‘오늘도’요?”
그녀와의 대화 중에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껴서 되물었더니, 급속도로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내 시선을 회피하였다.
그리고 약간 음산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하청의 하청이 다 그렇지…. 흐히히히 망해 버려라 세상 따위….”
손님이 기운을 차리라는 의미로 열대느낌의 칵테일로 고른 것인데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술을 마시게 했나 싶은 걱정도 드는데….
“그래도 일상 인 건가요…. 일에 만족 하시나 봐요?”
음침하게 웃으며 세상이 망해 버려라고 중얼대던 그녀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밝고 긍정적이 되라는 의미의로 준 칵테일이지만, 그걸 마시는 사람이 점점 호러틱하게 변해가고 있는 게 아이러니 하다.
“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야, 최소한 ‘때려 치고 싶다.’던지’사표쓴다X발’같은 말은 안 나와서요?”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는 한숨을 쉬는 건지 피식하고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행동하고는 남은 피나 콜라다를 마셨다.
어느 정도 마시고는 빨대에서 입을 때고는 말을 하였다.
“맞아…. 일에는 만족하고 있지…. X같은 야근과 멍청한 신입만 빼면 말이지….”
“일이 적성에 맞으면 다행 이네요.”
“모르겠다…. 으아, 내 선배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보다 나만 말하는 것 같은데 사장이랬나? 여기 사장님은 어때?”
취기가 오르는 것인지 몸의 중심을 잘못 잡는지 약간씩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나’ 라…. 이전이라면 능력을 몰랐으니…. 상속된 재산 활용겸, 술과 커피에 관한 취미겸, 사람찾기겸, 겸사겸사 떠밀려서 일을 시작하게 된 느낌이 강했다면…. 능력을 알게 된 지금은 글쎄…. 지금 와서 헌터 일할 이유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일을 찾기는 좀 그렇고…? 어쨌든 가게에 관해진지하게 생각해보긴 해야 할 때다.
“가게일 자체는 적성에는 맞는데…. 솔직히 모르겠네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까 뭔가 부족해진 느낌이랄까….”
딱히 속일 이유도 없어서 있는 그대로를 말하니, 암울한 아우라를 방출하고 있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참 애매한 문제네….”
“그런가요?”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평범한 느낌으로 빨대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서 대화하는데, 이 사람 기분의 템포를 못 따라갈 지경이다.
“어떤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가게는 그만둘 생각은 없잖아? 주 수입원이 가게 아니야?”
“그렇죠? 가게가 주 수입원이죠…?”
“그렇다면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서 부족한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자극적인 무언가?”
“네?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이번에도 어떤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대답을 한 뒤 멀뚱히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는 설명하기 시작하였는데, 설명 톤이 직장에서 후임을 가르치는 톤의 목소리였다.
“생각해 봐. 인생은 언제나 자극으로 넘칠 수 없어 안 그래?”
“네, 당연하죠…?”
“그렇지…? 이렇게 말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느 순간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고 착각에 빠지거나, 더욱더 자극적인 것만을 찾지…. 물론 그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생물이 그렇게 진화해온 것을 부정할 수는 없잖아…?”
“그렇…죠?”
“하지만 말이야. 한 번쯤은 마음 편하게 다 내려놓고 반복되는 매일…. 즉 평범하게 일상을 지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그러다가 새로운 보석을 찾을 지도 모르고 자극을 찾을지도 모르지.”
뭔가 후임이 된 느낌을 받는 목소리 톤이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이렇게 노가리 까는 것도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그녀의 말을 듣고 최근 있던 일을 한번 생각해보았다.
일상이라 말을 할 수 있으면 서도, 일상이라 말 못 할 만한 일들이 많이 있긴 했다.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지나가고는, 한숨을 푹 쉬고 입을 열었다.
“그러네요…. 다만…. 그, 말을 한 사람이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다고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어허. 그거 극딜이다? 나름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줬는데. 그리고 그건 자극을 찾았기에 추구하는 거지! 사장님도 매일 반복되는 야근을 경험해 봐! 사람 훅간다니까!?”
“그래도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는 많이 밝아 지셨네요. 주량 높으시면 한잔 더 하실래요? 상담료라 치고 공짜로 드릴게요”
“오…. 공짜면 좋지…?”
박봉의 월급쟁이 아니랄까 봐 공짜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면서 잔을 내밀었다.
후…. 럼을 스트레이트로 주기는 모호하니까. 적당한 칵테일을 섞어 주기로 하고는 사소한 잡담 정도만 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장사가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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