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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3회차-10화 (10/278)

제 10화

빌드 업을 위한 과정 (3)

끼익!경찰차가 무려 세대나 카페 앞에 정차했다.

경관 여섯 명이 내렸는데 굉장히 긴장한 얼굴이었다.

니가 먼저 들어가. 천천히, 자연스럽게. 난 뒤 따른다.

경관 한 명이 동료에게 이런 눈짓을 보낸 후.

그들은 순식간에 카페 안을 기습했다!

경관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시운이 절로 긴장이 됐다.

시운은 이미 남성이 어느 테이블에 앉아있는지 자세히 말해주었기 때문에 경찰들은 단번에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놓치진 않겠지.’

시운은 숨을 죽이고 광경을 지켜봤다.

경관 여섯 명 중에 몇몇은 곤봉을 당장에 꺼낼 준비를 한다.

‘드디어 시작인가?

한바탕 난리가 나겠군.’

시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범죄자도 아니고 살인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하는 것이기에 채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이윽고 한 경관이 서서히 다가가더니.

용의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는 듯 했다.

시운은 순간적으로 범죄자의 바디시그널을 훑는다.

‘입에 힘을 꽉 쥔 턱 근육. 열린 동공. 그리고 경직된 목 밑으로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분명히 저 녀석은 반항한다!’

아니나 다를까.

사내는 우람한 팔뚝을 부웅- 휘두르며 순식간에 경관 한 명의 얼굴을 가격한다.

빠아악! 묵직한 훅 한방에 걸린 경찰관이 엉덩방아를 쿵, 찢는다.

“씨팔!”

사내는 그 즉시 테이블을 발로 퍽, 밀어차고 뛰기 시작했다.

“꺄아악!!”

누군가의 비명소리와 함께 주변은 소란스러워졌다.

타다다다닥!

다른 경관이 번개같이 뛰어 도망가는 용의자의 뒷목을 홱, 낚아챘다.

김상표는 뒷목을 잡힌 채, 엉거푸 주먹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퍼억! 퍼억!

“끄억!”

그의 주먹에 턱과 코를 맞은 경관 몇 명이 털썩 주저 앉는다.

보통 힘이 아니었다.

“이 새끼가! 얌전히 이리 안 와?”

경관 한 명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친 뒤에.

나머지 경관들이 그대로 곤봉과 테이저건을 척 꺼내들고 일제히 달려들었다.

“비켜! 이 짭새 새끼들아!!”

미친 듯이 경관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카페 밖으로 뛰어가려는 상표를 경관 한 명이 잽싸게 덧걸이로 넘어뜨린다.

끄악- 상표는 철푸덕 넘어져 쇳물이 넘어가는 비명을 내지른다.

그대로 얼굴을 처박고 바닥에 미끄러진 김상표는 온갖 발악을 다 쓰며 그곳에서 벗어나려 했다.

“가만히 있어라! 좋게 말할 때!”

경관의 고함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경관이 몸무게를 실은 다리로 범인의 얼굴을 꽈악, 짓누른다

얼굴을 제대로 얻어맞아 코가 부은 경관 한 명이 재빨리 다가와 뒤춤에서 수갑을 꺼내들었다.

커피를 음미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던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핸드폰을 직접 꺼내들고 동영상 촬영을 하기도 했다.

“잡혔다! 역시, 놈이 김상표가 맞았어.”

시운이 쾌재에 찬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범인은 처절하게 제압당한 뒤에 수갑을 찬 상태로, 개처럼 경찰차에 질질 끌려갔다.

상표는 험상궂은 얼굴을 이리저리 흔들며 끝까지 반항했다.

“놔!! 놓으라고, 이 좆같은 새끼들아!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 개 자식들아?”

굉장히 상투적인 몇 마디를 남긴다.

***

강동구 경찰서 안.

“이시운 씨 덕분에 추적하느라 애먹던 살인범을 잡게 되었습니다. 모든 경찰들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강동구 경찰서 경사가 시운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닙니다. 그저 시민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어디서 그 전단지를 발견하신 겁니까?”

“제 동네 편의점에서요.”

“아아, 방금 이시운 씨의 제보로 잡힌 놈이 김상표라는 놈이거든요. 조폭 생활을 하면서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르고 전과도 상당한 놈이었는데, 그 조폭의 조직원들이 놈이 도피하는데 온갖 도움을 주는 바람에 잡기가 여간 쉽지가 않은 놈이었습니다. 무려 3년을 저희가 눈에 불을 켜고 쫓고 있던 놈이었어요.”

경청하던 시운의 눈이 두려움으로 변했다.

‘조, 조폭이라고?’

무언가 걱정이 된 시운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방금 잡힌 그 범죄자가 조폭이었습니까?”

“예. 인천에서 아주 유명한 조직폭력배죠.”

“제 신상이 노출돼서 제가 위험에 빠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까요?

시운의 물음에 경사는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인자한 말투로 말했다.

“그럴 걱정은 마세요. 신상정보는 확실히 지켜드립니다.”

“다행이군요.”

그러나 여전히 시운은 불안한 눈치다.

“신고 포상금을 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해가 가해진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안심 하세요. 그리고 신고 포상금은 현찰로 지급해 드립니다. 세금은 특별히 전부 저희가 알아서 부담합니다.”

“현찰로요?”

놀란 시운이 되물었다.

“네. 저희 서의 방침은 신고 포상금은 즉시 현찰로 지급해드리는 게 규정입니다.”

말을 마친 경사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시운 덕분에 자신이 커다란 실적을 올리게 됐음에 기뻐서 터뜨린 웃음이리라.

짝짝짝- 경찰서 내에 박수 갈채가 울려퍼진다.

시운은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는 경찰들을 보며 멋쩍어한다.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신가요?”

경사가 물었다.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어이, 김경철 순경! 이분 안내해드려.”

경사의 부름에 눈이 작고 삐쩍 마른 순경이 다가왔다.

“잠시 이쪽으로 오시죠. 몇 가지 정보만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신고 포상금은 즉시 지급해 드릴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몇 가지를 작성하고, 시운은 그에게서 두둑한 봉투를 건네받았다.

“이제 가시면 됩니다.”

“아,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저희가 더 고맙죠.”

쌍커플 없이 쫙 찢어진 눈매로 시운을 흘겨 바라보는 경철.

시운은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 뭔가 이상해. 얼굴 표정에이 증오 자체인데. 내가 포상금으로 공돈을 가져가니까 부러워서 이러는 건가.’

찝찝한 기분을 안고 서에서 나왔다.

시운은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일이 추후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될지를 말이다.

***

집으로 돌아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들고 온 두둑한 봉투를 꺼냈다.

봉투를 개봉하자,

무려 5만 원짜리 지폐 100장이 돈 냄새를 빳빳하게 풍기며 그 자태를 드러냈다.

‘하루 만에 오백만 원을 벌다니, 실감이 안 나는군.’

기분이 째질 것만 같았다.

수중에 큰돈이 생기니 평소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각났다.

바로 고급 백화점에서의 쇼핑.

‘헌터 최종 면접을 위해서 깔끔한 옷 한 벌은 사야한다.’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시운.

일단 냅다 집 밖을 나섰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앞.

강남의 메카라 불리는 압구정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포르쉐, 저건 벤츠… 역시 강남이야. 이제 나도 헌터가 되어 돈만 벌어들인다면 한 번쯤 저런 차들에 엉덩이 한 번 붙이고 이런 곳을 누벼보고 싶군.’

어둠이 살짝 내려앉은 밤.

갤러리아 백화점은 가히 휘황찬란했다.

백화점에 설치된 고급조명의 반짝임에 백화점은 더욱 위상이 깊어보였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선 시운은 들뜬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깔끔한 옷 한 벌이 어디 있으려나.’

백화점 곳곳을 둘러보는 시운은 마치 어린 아이가 고가의 건담 로봇을 사려고 눈을 번쩍이는 모습같았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매장점원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 시운에게 노골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우리 매장으로 와서 물건 하나 좀 사달라고.

지갑에 돈이 두둑이 들어있으니 어깨도 절로 펴지는 느낌이다.

이시운은 첫 번째 생이나, 두 번째 생에서도 이런 고급 백화점에서 쇼핑을 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갑자기 큰돈이 생겨 쇼핑을 하려는 시운을 누가 보면 철부지 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운은 이런 호화로운 쇼핑을 단 한 번만이라도 해보는 것을 꿈에 그려왔다.

게다가.

어차피 깔끔한 셔츠 한벌은 필요했다.

훗날 면접을 보러가면 갖춰 입어야 할 테니까.

강남의 1% 금수저들은 이런 것이 일상일지 몰라도.

시운에겐 특별한 오늘이었다.

어느 매장에 들렸다.

말끔한 남성 셔츠와 일반 옷 가격의 몇 배 이상을 호가하는 호화로운 옷들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여기가 괜찮군.’

점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자연스레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찾으시는 옷 스타일이라도 있으세요?”

“음…. 좀 둘러보고요.”

“네. 편하게 둘러보고 결정하세요.”

가슴이 뛰었다.

서민이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고가의 셔츠 가격표를 살펴보아도 시운에겐 회의적인 감흥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하는 희망고문으로 그의 뇌리는 행복회로가 가동되고 있다.

“다 맘에 드는데.”

핏이 아주 생동감 넘치는 옷들을 보면서도 쉽사리 고르지 못하는 시운을 보고 점원이 다가왔다.

“고객님은 피부도 하야시고 반듯한 인상이시니까 오히려 색이 좀 밝은 게 어울리실 것 같은데…….”

“그럼 추천 좀 해 주시겠어요?”

“네.”

여성 점원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옷을 찾던 중에 셔츠 몇 가지를 골라 시운에게 내밀었다.

“가격이 좀 있지만 요즘 젊은 분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이에요. 이 셔츠들 중 마음에 드는 것 있으세요?”

“이 셔츠 세 개 중에서요?”

“네.”

가격표를 슬쩍 둘러보았다.

셔츠가 죄다 몇십 만원은 되었다.

평소라면 꿈도 못 꿀만한 가격.

‘한 번 제대로 된 옷을 사면 오래 입겠지…. 면접을 볼 때도 중요하겠고.’

비싼만큼 값어치를 하겠다는 생각에.

통 크게 말한다.

“이거 모두 주세요.”

“이 셔츠 다 사시게요?”

점원의 얼굴에서 꽃이 피어났다.

이런 명품 셔츠는 하나 사려고 해도 많은 고민을 하고 이리저리 재보고 고르면서 하나 사는 게 정석인데.

이런 쿨한 고객은 점원 입장에서는 정말 최상의 고객이다.

“모두 사겠습니다.”

“네! 준비 해 드리겠습니다. 맞춤 사이즈로 드릴게요.”

시운은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점원의 표정에서 드러난 바디시그널을 읽어보았다.

‘표정을 숨기고 있지만 좋아 죽겠단 얼굴이군. 옷을 구입하겠다고 말하기 전까진 표정이 고되 보이는 걸로 봐서는 오늘 매상이 별로 좋지도 않았었고?’

“모두 합쳐서 얼마에요?”

“네, 총 팔십만 원입니다.”

팔십만 원이라는 가격에… 상념에 잠기려 했으나 이를 금세 떨친 시운은.

“잠시만요.”

시운은 당당하게 바지 뒤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었다.

아주 두툼한 지갑을 꺼내고 점원 앞에서 벌리자 점원의 입이 슬며시 벌어졌다.

‘카드도 아니고, 이 사람… 무슨 현찰을 이렇게 많이 들고 다녀? 나이도 어린 사람이?’

“현찰로 계산할게요.”

“아! 그러실래요?”

현찰로 계산한다는 말에 화색이 도는 여성.

지금 시운은 분명 돈지랄을 하고 있지만 오래토록 묶어둔 체증을 단번에 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돈을 일일이 꺼낸 뒤에 점원에게 내밀었다.

“여기요.”

“네. 잠시만요.”

점원이 현찰이 맞는지 세어보는 동안.

시운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웃음이 킥, 튀어나오려 했다.

‘나도 이런 경험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이 일들로 인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냥 시운의 입가에 걸린 것은 미소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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