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화
불알 두 쪽에 힘을 주고
슥- 시운은 목을 뒤로 빼서 선제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뒤로 차츰차츰 물러났다.시운의 한쪽 눈이 테니스공처럼 부어올라 시야가 잘 잡히지 않는다.
이 사단을 벌여놓고 이 덩치들에게 만약 졌다간?
야산에 조용히 파묻혀 그대로 이승을 하직할 것이리라.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부-웅
사내 한 명이 발을 들어 올려 구두 굽으로 시운의 머리를 내리찍는다.
바로 그때.
시운의 어깨가 갑자기 반응하더니 오른 주먹이 광속으로 사내의 턱주가리를 강타했다.
덩치의 발길질 보다 몇 배는 빨랐다.
빠악!
“그어억….”
얻어맞은 덩치는 턱이 반대로 돌아가더니 그대로 맨바닥에 널브러진다.
허연 거품을 입 밖으로 질질 흘리면서.
“어디 쬐깐한 새끼가!”
남은 덩치 하나는 동료가 한주먹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체중은 자신의 반을 겨우 넘을 것 같은 어린 녀석이,
싸움으로는 져본 적이 없는 승찬을 순식간에 눕혀버리고.
주먹 꽤나 쓰는 동료까지 한주먹에 넘겨버렸으니 말이다.
덩치가 시운을 노려봤다.
‘이 새끼 뭐야? 어떻게 이런 멸치 같은 놈한테 승찬이 형님이….’
시운은 살기 위해서 눈을 바짝 떴다.
그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가드자세를 취했다.
가드(Guard).
권투선수가 상대편의 주먹을 막기 위하여 취하는 자세.
복싱이란 운동은 그저 티비로 몇 번 접해본 게 그만인 시운이지만 본능적으로 자세를 취했다.
시운이 자세를 고쳐 잡자 사내는 힐끗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가드를 올려? 대체 저 새끼 뭐야…. 복싱 선수인 놈이었어? 아니, 포즈는 어설픈데.’
덩치는 본격적으로 상대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장 자켓을 휙 벗어던진다.
그리고 자신도 두 주먹을 얼굴 위로 들어 올리며 시운을 쏘아봤다.
사내는 자신보다 확연히 작은 시운을 앞에 두고도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저 놈의 주먹 한 방에 강철이가 나가떨어졌다. 조심해야 된다.’
곧바로 사내가 앞으로 달려들 듯 하자 시운의 오른쪽 어깨가 반응하더니 시운의 오른손이 정확히 그의 코앞까지 뻗어 나왔다.
실로 놀라운 속도.
가까스로 피한 사내는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분명 주먹이 닿을 거리가 아니었는데. 저 놈은 최소 복싱 프로급 수준이다.’
두 사람 사이로 팽팽한 기류가 스파크를 튀기며 흐르고 있다.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하는 그 순간.
사내는 달려들 듯 말 듯 하며 페이크 모션을 취했다.
‘저 멸치는 복서다. 그렇다면 넘어뜨리고 봐야겠군.’
이시운은 승찬에 의해 엉망이 된 하체를 바들바들 떨면서도 사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했다.
여기서 집중력이 잠시라도 흐트러진 사람은 패할 것.
그 찰나에 사내가 시운에게 달려들었다.
곧바로 시운은 다시 오른손 주먹을 번개같이 내뻗는다.
그런데 사내는 교묘하게 팔을 뻗는 척하다가, 상체를 완전히 숙여서 시운의 하체를 향해 돌진했다.
건달의 페이크 모션.
그러나.
빠악!
“컥….”
반대손으로 올려친 시운의 어퍼컷이 남자의 코에 적중했고,
묽은 코피를 감싸 안은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끄으…. 씨팔.”
“절대 죽을 수 없다. 니들은 몰라,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살기를 띠며 다가가는 시운의 표정에는 이젠 두려움은 서려있지 않았다.
시운이 주먹을 내지른다.
빠악! 빠악!
남자의 광대뼈와 인중을 정확한 연타로 묵직하게 꽂아넣자,
“끄으으윽.”
비릿한 신음을 흘리며 덩치가 몸을 웅크렸다.
덩치의 어깨를 손으로 잡고, 중심을 흐트러뜨리며 덩치의 왼다리에 발을 구겨넣고 휙, 넘기자.
덩치가 공중에 붕 뜨며 바닥에 퍽! 고꾸라졌다.
덩치는 등이 바닥에 철퍼덕 박히자 척추에 고스란한 충격을 느낀다.
“크억.”
105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덩치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시운이 오른 다리를 들어 올렸다.
퍽! 퍽! 퍼억! 퍽!
덩치의 안면을 무자비하게 밟고, 걷어 차고, 내리찍었다.
걸레짝이 된 얼굴로 덩치는 몸을 웅크렸다.
“나도 잘 살았다고는 못하겠지만 남한테 피해는 안 주고 살았다. 니들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 니들도 때린만큼 맞아봐.”
빠아악!
“커으으윽!”
축구공을 차듯 웅크린 덩치의 팔목 사이의 이마를 그대로 올려차자.
덩치의 얼굴이 들리며, 뒤로 넘어간다.
쿵!
“남에게 주먹질만 해봤겠지. 그 주먹질에 직접 맞아보니 어때?”
“자으으… 자, 잠까아안마안….”
“잠깐만? 잠깐만이 어딨어.”
시운은 그냥 죽어버려라! 하는 마음으로 얼굴을 아무렇게나 감싸고 쓰러진 덩치의 얼굴을 주먹으로 계속 내리쳤다.
얼마나 내리쳤을까.
덩치의 안면은 이미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아…. 하아…. 퉤!”
시운은 헐떡이며 속에서 올라오는 침을 뱉었다.
뱉은 침은 핏물이 섞여 땅에 툭, 떨어졌고.
분노가 서린 눈으로 시운은 쓰러진 덩치에게 다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때? 너보다 한참 작은 놈한테 맞아보니까.”
“…….”
대답이 없었다.
‘기절한 척 하는군. 이 놈이.’
시운의 눈으로는 이미 덩치의 눈꺼풀이 인조적 패턴으로 떨리는 것을 캐치한 상태.
“묻잖아, 사람들만 때리고 살다가 이렇게 맞아보니 어떠냐고.”
턱!
시운의 오른팔이 사내의 목을 움켜잡았다.
“커헉.”
기절한 척 하던 덩치가 본능적으로 숨빠지는 소릴 낸다.
목을 제대로 움켜쥔 시운의 오른팔 근육이 마구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두근과 삼두근, 그리고 어깨의 골격이 움직이더니,
이윽고 목덜미를 잡힌 사내는 돼지 멱따는 괴성을 내질렀다.
“사, 살… 끄에에웩!!”
사내는 어떻게든 팔을 떼어내 보려고 양손을 바둥거린다.
그러나 택도 없었다.
시운의 팔이 어찌나 딱딱한지 석상과도 같아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시운은 점점 잃어가는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허흑! 허흑! 허어어억.”
사내는 계속해서 조여 오는 악력에 숨조차 쉬지 못하고 껄떡댔다.
“끼… 끼아아. 사, 살려줘.”
사내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면서 검은 동공이 까뒤집히며 흰자위가 보였다.
더 압력을 가한다면 사내가 질식사 할 수도 있는 상황.
‘기절할 때까지 졸려봐.’
덩치의 눈동자가 흐려졌고.
픽,
덩치의 팔이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숨이 붙어있는 걸 보니, 기절이군.’
덩치의 바지춤에서 뭔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오물이었다.
배출한 오물을 바지에 둘러쓴 채, 망나니처럼 기절해 있는 덩치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똥까지 지리고. 조폭 체면이 말이 아니군.”
시운은 곧바로 사내의 가슴팍을 콱! 밟은 뒤,
다리를 들어 마지막으로 사내의 머리통을 퍽! 차버렸다.
퍽!
“꾹.”
쇳소리를 내뱉고 뒤로 뒹군 사내는 잠시 깨어났다 또 기절했다.
시운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선혈로 가득한 흙바닥 주위.
그때.
“이, 이, 이이…… 이 새끼가.”
시운에게 얻어맞고 늘어졌던 승찬이 다리를 떨며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시운을 반드시 밟아 터뜨려 죽이리라는 눈빛.
승찬이 힘겹게 일어나 머리칼이 뒤집힌 채 기절해 있는 아우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콰득!
이빨을 콱 깨문 승찬의 터진 입이 열렸다.
“넌, 내가 징역에서 평생 썩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찔러 죽인다.”
“할 수 있으면 해봐. 아니, 내가 그 말을 돌려줄게. 내가 널 죽이고 다음 생으로 도망치는 한이 있어도 내가 널 죽여줄게.”
맞받아친 시운을 노려보는 승찬은,
찌이익!
승찬은 엉망이 된 와이셔츠 자락을 신경질적으로 찢어버렸다.
그리고 살벌한 문신으로 가득한 맨몸을 드러냈다.
겁을 주려는 행동이었다.
‘양아치 새끼 다운 행동이군.’
두려움이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사내가 바지춤 뒤를 손으로 뒤적거렸다.
사내가 급하게 꺼낸 물건은 빛에 반사되어 번쩍였다.
스릉~
그것은 쿠크리 나이프였다.
사내는 나이프를 이리저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함 갈 때까지 가보자. 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벌라니께.”
확실히 조폭이라 그런지 칼놀림이 능수능란했다.
‘마지막까지 몸부림 쳐봐라. 나는 네 놈을 최소한 패 죽여야 겠으니까.’
삼생(三生)에 걸쳐 받은 모든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는 오늘 저 양승찬이란 놈에게 향한다.
그뿐이었다.
사내가 칼을 휘저으며 들어온다.
휙-
번개 같은 칼놀림.
그러나 가볍게 다리를 움직이고, 몸을 틀어 피해냈다.
“밥 처먹고 칼질이나 하는 조폭이 일반인인 나 하나 칼로 못 찌르냐?”
“어디 더 씨부려 봐, 씨팔!”
휙- 휙휙!
칼이 자유자재로 휘둘려 시운의 코앞으로 스쳐간다.
그러나.
이미 모든 궤도는 눈에 디테일하게 보인다.
다 피했다.
사내는 곧바로 다시 거리를 좁히고 들어와 날카로운 쿠크리를 휘두르리라.
‘이번 생마저 실패하진 않는다고 이미 맹세했다.’
“야이 쥐새끼야. 언제까지 피하기만 하나 보자.”
다시 한 번 사내는 거리를 좁히고 들어왔다.
그가 신은 구두 굽 소리가 땅바닥에 딸각 거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시운의 배 쪽으로 쿠크리의 시퍼런 날이 흘러들어왔다.
그 순간.
곧바로 척추를 뒤로 내빼자,
아슬아슬하게 쿠크리가 빗나가 허공을 휙- 가른다.
큰 동작으로 휘두른 나이프를 시운이 피하자 사내는 휘청거리며 빈틈을 보여왔다.
시운의 오른 어깨가 자동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운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빠아악!!
“욱….”
쿵! 사내는 단방에 대자로 바닥에 쓰러졌다.
기절한 사내는 신음조차 제대로 뱉지 않았다.
시운의 주먹이 닿는 순간 그대로 기절해버렸기 때문이다.
“기절 했냐? 난 아직 분이 안 풀렸는데.”
시운은 승찬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간다.
펄쩍!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점프한 뒤,
온 체중을 다 실어서.
승찬의 면상을 향해
오른발을 그대로 내리찍는다.
콱!
둔탁음과 함께 그 여파로, 승찬의 머리칼이 헝클어 흔들렸다.
승찬은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있다.
빠악! 퍼억. 퍼어억. 퍼억. 퍼억!
승찬의 가슴팍에 올라타 있는 힘껏 주먹질을 했다.
치고,
때리고.
또 주먹을 쥐어 날리고.
승찬의 피로 적셔진 주먹을 들어 사정없이,
미친놈처럼 내리쳤다.
빠악! 빡! 퍽! 퍼억. 퍼어억.
“………….”
눈덩이와 코, 입술이 완전히 불은 채 피만 흘리면서 승찬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개자식, 퉤!”
더 분이 안 풀려, 가래침을 뱉었다.
툭.
가래가 섞인 침이 승찬의 코에 떨어져 주르륵 흘러내렸다.
철퍼덕.
시운 또한 다리에 긴장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온 힘을 다해 미친 듯이 때렸기 때문에 모든 힘을 소모했다.
“끄으으…….”
그리고 승찬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더듬거렸다.
주머니 속에 핸드폰이 있었다.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들고.
-112.
통화 연결음이 몇 번 흐르고 어느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겨, 경찰서죠…?”
- 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제가 조폭들에게 강제로 납치되어 폭행을 당했습니다……. 위, 위치가……”
- 선생님. 차분하게 위치 좀 설명해주십시오.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정신 줄이 완전히 나가려는 것을 겨우…겨우 잡는다.
“공터로 보이는데 위치를 모르겠어요……. 위치 추적해서 꼭 와주세요. 제… 제가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구급차도 불러주시고 끄으으…윽.”
- 선생님. 전화 끊지 마시고 ………
경찰관의 목소리가 점점 흐릿해진다.
* **
“하아….”
눈이 뜨여졌다.
시운은 흘러들어오는 미세한 빛을 통해 주변을 둘러봤다.
낯선 풍경.
미세한 수면등이 천장에서 빛을 뿜어대고 있다.
‘다행이다. 집이 아닌 걸 보니 죽진 않았나 보군. 눈 뜨고 집이 보인다면 회귀했다는 뜻이니까.’
고개를 돌리려는데 그럴만한 힘조차 들어가질 않는다.
뿌옇게 보이는 시야.
애써 미간을 좁히며 잘 잡히지 않는 초점을 잡으려 애를 썼다.
다시 눈에 힘을 주어 주위를 훑었다.
‘......?’
손목에 연결된 링거 바늘.
그리고 입고 있는 편안한 병원 환자복.
아무래도 이곳은 병원인 듯하다.
목에 억지로 힘을 주어 옆을 바라봤다.
‘엄마.’
시운의 엄마가 침대 모퉁이에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하루 종일 시운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린 모양.
시운은 그녀를 깨우려고 목소리를 내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밤새 날 기다리느라 피곤했을 거야……. 조금만 있다가 깨우자.’
찰과상을 과하게 입은지라 얼굴이 굉장히 따끔거렸다.
게다가 시운의 가슴팍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다.
칼에 베인 부위를 실로 꼬맨 듯했다.
어느새 날은 밝기 시작했고 불편하게 엎드려 잠들어 있던 시운의 엄마가 몸을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
“엄마.”
시운의 나직한 음성을 들은 그녀는 부스스한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얼굴이 아름답게 일그러지면서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턱밑으로 툭, 떨어지는 엄마의 눈물 한방울.
그 모습을 보자 시운의 가슴이 아파왔다.
***
강동구 경찰서.
형사 박철우 앞에는 사주파 조폭 세 명이 고개를 숙인 채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김승표의 위치를 제보한 이시운이란 사람에게 화가 나서 집 앞까지 찾아가 강제 납치한 뒤에 사람들이 없는 공터로 끌고 간 혐의는 인정하지?”
“…….”
“그리고 그곳에서 치고 박고 싸웠고, 접전 끝에 건장한 너희 세 놈이 이시운 씨에게 얻어맞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이 말이냐?”
철우가 윽박지르듯 물었다.
얼굴이 심각하게 부어오른 조폭들.
그 세 명 중 한 명이 유난히 입을 꾹 깨물고 있다.
바로 맏형인 승찬. 수치스러운 듯 어금니를 더 꽉 깨물었다.
“말이 돼는 소리를 해라! 새끼들아. 어디서 이빨을 털고 있어? 밥만 먹고 싸움만 하는 너희 세 놈이 이 사람 한 명한테 기절했다는 게 말이 돼?”
“모두 사실입니다.”
“하, 이 새끼들이. 내가 호구로 보이나. 거짓말도 믿을만하게 쳐야지.”
“그 놈하고 대화 해 보세요.”
“조사 해보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다 나온다.”
“예.”
“한심한 자식들.”
철우는 그들을 일일이 쏘아보더니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스윽.
이시운의 신상명세서.
그는 시운의 사진까지 기입된 명세서를 훑었다.
‘이시운. 이제 막 군대에서 제대…. 전과 기록도 깨끗해. 이렇게 반듯하게 생긴 청년이 어쩌다가 이런 놈들이랑 엮인 걸까? 뭔가 있는데, 이거.’
명세서를 보던 철우의 눈빛이 무겁게 변했다.
그는 강력계의 베테랑 중 베테랑 형사였다.
***
병실 안.
시운은 상념에 잠겨있었다.
‘이 어깨. 이번 조폭과의 사투에서 각성한 것이 분명해. 내가 생각하던 것이 맞았어. 내가 죽기 직 전에 다쳤던 부위들이 각성한다는 추론이.’
그랬다.
시운이 첫 번째 인생을 마무리 할 때 차 사고로 인하여 가장 큰 통증을 느꼈던 부위가 바로 어깨!
그리고 두 번째 인생에서는 한강에 몸을 내던지면서 가장 먼저 압력을 받았던 신체 부위가 바로 눈이다!
눈……
어깨……
‘이제야 알겠어!’
두 신체들이 어떻게 후생인 지금 각성이 되는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아주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 사실은 이러했다.
죽기 직전 가장 자극 받았던 신체 부위들이 후생인 지금 각성하여 능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똑똑-
노크소리에 상념에 잠긴 시운이 흠칫했다.
‘간호사는 아니야.’
노크 소리의 크기는 문을 두드릴 때의 힘과 비례한다.
분명 완력이 센 남자의 것이었다.
‘설마 그 조폭과 관련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