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9화 (19/278)

제 19화

이세계 헌터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2)

“레벨이 2란 말이냐?”

교관은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고작 레벨 2짜리가 흑색다람쥐를 한방에 보내버린단 말인가?

그것도 무기도 없이 두 주먹으로 말이다.

교관은 손바닥을 펴서 헌터의 얼굴에 갖다대었다.

“잠깐. 디렉팅을 통해 확인해 봐야겠다, 거짓말이라면 각오해야 할 거다.”

디렉팅(directing).

특정 헌터의 레벨과 정보, 능력치 데이터베이스를 스캔하는 패시브 스킬이다.

주로 헌터의 능력치를 알아보는 용도로 쓰이고, 헌터의 범죄 유무를 검문하는 용도로 더 자주 쓰이는 스킬이었다.

단, 디렉팅을 통해 상대의 신상을 확인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D랭크부터 디렉팅을 무효화 시키는 액티브 스킬을 획득한다.

그러나, 협회측을 통해 명분있는 공문 영장을 갖고 디렉팅을 시전하면, 상대는 디렉팅 무효화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랬다간 곧바로 공무집행 방해죄로 협회측에 강제 이송 된다.

F랭크의 헌터는,

디렉팅을 통해 스탯을 까라면 그냥 까야했다.

단. 디렉팅을 시전하는 동안 시전자에게 공격을 가하면 스탯을 숨길 수는 있다.

“디렉팅!”

교관이 외치자 그의 손에서 푸른 오로라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관의 눈 앞에 스캔창이 떠올랐다.

[클래스] 無

[분류] 헌터 [등급] F

[종족] 현계인 [성별] 남성 [명성] 5 [범죄] 0

[레벨] 2

[생명력] 60/60 [마나] 15/15

[근력] 85 [민첩] 10 [체력] 10

[지능] 9 [지혜] 8

[상태] 정상

[공복도] 3 [갈증도] 5 [피로감] 8

[여유 능력치] 3

정말로 레벨 2가 맞았다.

‘근력 스탯이 85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냐?’

능력치를 감별하던 교관이 놀란 부분은 헌터의 근력 수치였다.

레벨 ‘2’의 헌터에게서 절대 나올 수가 없는 스탯이었다.

곧장 헌터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를 디렉팅했다.

[무기] 없음

[방어구] 초급 사냥용 도복

[장신구] 없음

[옵션 장비] 없음

디렉팅 결과.

헌터의 근력 스탯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줄 줄 아이템은 착용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저 무식한 근력 스탯이 순수 DNA 수치라고?!!’

교관은 턱수염이 돋아난 턱을 벅벅 긁으며 시운을 넋놓고 쳐다봤다.

시운은 퉁명스런 표정으로 교관을 응시하고 있다.

“너 처음부터 근력 스탯이 85였냐?”

“그렇습니다.”

“……….”

교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생전 이러한 사례는 듣도보도 못했다.

현계에서 헬스 트레이너, 격투가, 엘리트 운동 선수 출신 등의 사람들이 헌터가 돼 이계로 넘어온 경우는 봐왔다.

그런 경우의 사람들은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될 ‘탈일반인’ 수준의 근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사람들도 이곳 이계로 처음 넘어오면 근력 수치는 끽해야 6~8이었다.

이계는 현계에서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태초에 갖고 태어난 순수DNA 수치로 신체 능력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지금 레벨 업으로 인해 주어진 여유 능력치도 분배하지 않은 상태야.’

이 교관이 십 년간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디렉팅했던 헌터들 중에 레벨 1에 가장 높은 근력을 보유한 사람의 근력 스탯은 ‘9’였다.

그런데 눈 앞에 레벨 2에 85의 근력 스탯을 보유한 녀석이 나타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벙찐 얼굴의 교관에게 헌터가 말했다.

“교관님. 용무 끝나셨습니까? 저 사냥 이어가도 될까요?”

“네가 들고있던 목검이 부서졌는데 맨주먹으로 계속 사냥 할거냐?”

“주먹이 더 편하네요.”

“그, 그래라…….”

잠시 후,

빠악! 빠아악! 빠악!

다시 들려오는 묵직한 둔탁음.

이 소리는 맨주먹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소리다.

“……….”

교관은 사냥하는 그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사냥도 멈춘 채 시운을 신기한 눈빛으로 구경하던 헌터들에게 사냥에 집중하라고 훈수를 늘어놓았다.

그때였다.

“깜짝이야!”

“저건?”

“보스몹이야!”

사냥중이던 어느 헌터 무리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 앞에는 멧돼지만한 다람쥐 한 마리가 이를 갈며 헌터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남성의 팔뚝만한 송곳니가 돋아난 아가리를 쫙 벌리며 시뻘건 눈으로 헌터들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는 모습은 살기가 가득했다.

“다들 뒤로 물러나라!! 내가 상대한다!”

교관이 헐레벌떡 소리쳤다.

교관의 고함을 들은 헌터들이 뒤로 바짝 물러난다.

저 몬스터는?

식인다람쥐였다.

식인다람쥐.

초급헌터 수련장의 보스급 몬스터로 하루에 한 번 또는 두 번 꼴로 리젠되는 레벨 25의 몬스터!

살인적인 공격력과 탄탄한 멧집을 보유한지라 새내기 헌터들이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였다. 그래서 교관이 이곳에서 대기하는 이유도 식인다람쥐가 리젠되면 소탕하기 위해서였다.

헌터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이 교관의 임무였다.

철컹!

교관은 곧바로 배틀엑스를 장착했다.

타타타타탁!!

그런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식인다람쥐를 향해 번개같이 돌진하고 있다.

방금 그 헌터였다.

“야, 이 새끼야! 위험해! 그만 나대라!! 그 몬스터는 네가 상대할 수 없단 말이다!”

교관이 헌터에게 소리쳤으나 헌터는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

[초급 수련장의 괴물] [퀘스트]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그 여파로 헌터들이 위험에 빠졌습니다. 교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괴물을 처지하십시오.

-제한 시간: 없음

-성공 조건: 혼자 힘으로 식인다람쥐 처치!

-실패 패널티: 없음

-보상: 30만 골드

시운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오호라.’

이 퀘스트는 이곳에 식인다람쥐가 리젠되면 최초 한번으로 떠오르는 퀘스트이다. 그런데 이것은 모순이 있었다.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은 5렙 이하 헌터 밖에 없다.

헌터들에게 지급되는 퀘스트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퀘스트였다.

레벨 25의 식인다람쥐는 초짜 헌터들이 상대할 수 없었다.

이 퀘스트의 짭짤한 보상에 홀려 식인다람쥐에게 달려들었다가 황천길로 간 헌터도 있을 정도였다.

“크아아아앙-!!”

식인다람쥐가 성난 표정으로 시운을 노려봤다.

‘지금의 나라면 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시운은 자신의 근력 스탯을 믿었다.

식인다람쥐를 몇 번 때려보고 못잡겠다 싶으면 뒤로 빠져버리면 그만이었다.

잠시 후, 식인다람쥐가 송곳니를 들이밀며 시운에게 돌진해왔다!

순간.

세상 모든 것들이 느릿하게 보이더니 몬스터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보였다.

‘나에겐 높은 근력만 있는 게 아니라고.’

타악! 시운은 들이대는 식인다람쥐의 아랫배까지 튀어나온 송곳니를 오른손으로 움켜잡았다.

송곳니를 잡힌 식인다람쥐는 머리를 마구 흔들며 저항했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시운의 몸이 들썩거렸다.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은 후에.’

왼쪽 손의 주먹을 말아쥔 후 그대로…

빠악!

‘됐나?’

그러나 시운의 주먹을 맞은 식인다람쥐는?

멀쩡해 보였다.

‘어라? 끄덕없네….’

당황스러웠다.

식인다람쥐의 방어력이 높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85라는 근력수치로 한방 때리면 식인다람쥐도 타격을 입을거라 예상했었다.

그때, 시운이 당황한 틈을 타 식인다람쥐가 대가리를 흔들고 거세게 들이밀었다.

“크억.”

비릿한 신음이 입밖으로 삐져나왔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시운의 어깨를 벤 것이었다.

어깨에서 뜨거운 느낌이 일었다.

순식간에 생명력은 절반으로 깍였다!

꿀꺽. 체력 포션을 급격히 빨고 다시 자세를 취하려는데…

부웅!

식인다람쥐의 발톱이 날아왔다.

시운은 곧바로 허리를 숙여 피해내자 식인다람쥐가 점프하여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몸통을 빠르게 돌려 뒤편에 달린 거대한 꼬리로 시운을 공격해온다.

꼬리가 눈 앞으로 날아온다.

‘움직임이 보여!’

빠르게 백스텝을 밟아 꼬리공격을 피해내자 식인다람쥐의 꼬리가 대지에 내리꽂혔다.

콰앙!

순간 충격으로 대지가 흔들리며 꼬리가 내리꽂힌 자리에는 선명하게 구멍자욱이 생겼다.

‘저 꼬리 공격은 한 대만 맞아도 훅 가겠는데.’

곧바로 시운은 빠르게 거리를 좁힌 뒤, 식인다람쥐의 커다란 송곳니를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놈의 송곳니는 워낙 크고 길기 때문에 잡기가 수월했다.

‘이 놈의 약점은 송곳니. 송곳니를 잡고서 이렇게…’

그대로 움켜쥔 손을 끌어당기자 식인다람쥐의 몸이 휘청인다.

바닥을 향해 더욱 세게 송곳니를 끌어당기자 식인다람쥐의 머리가 딸려온다.

더욱 힘차게 끌어당겨 땅바닥에 식인다람쥐의 얼굴을 처박았다.

콰앙! 그리고 왼손 주먹으로 식인다람쥐의 뒤통수를 향해…

퍼억! 퍽.

‘뭐야? 이래도 끄덕없어?’

타격이 없는 듯 했다.

송곳니를 잡힌 채 땅바닥에 처박힌 식인다람쥐는 더욱 포악하게 몸부림 쳤다.

식인다람쥐의 등에 올라탄 시운은 연달아 왼손 주먹으로 뒤통수를 후려친다.

빠악! 빡!

“크에에엥!!”

그럴수록 더욱 식인다람쥐는 몸부림쳤다.

식인다람쥐는 자력으로 머리를 들어올렸다.

“으윽!”

그리고 마구잡이로 식인다람쥐가 날뛰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식인다람쥐 등에 올라탄 시운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송곳니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오른손으로는 송곳니를 움켜쥐고 왼손으로는 열심히 식인다람쥐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빠악! 빡! 퍼억. 퍼어억!

멈추지 않고 연달아 주먹질을 쏟아 냈다.

‘젠장! 좀 죽어라.’

대미지가 좀처럼 먹히지 않는 모양 이었다.

시운이 이를 꽉 깨문 순간, 식인다람쥐는 시운을 떨어뜨리려고 몸을 마구 흔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주인이 아닌 사람이 등에 탑승하자 거부하는 말과 같았다.

“그만 빠지라고 자식아! 그놈은 네 까짓게 이길 수 없다고!”

지켜보던 교관이 배틀엑스를 겨누며 소리쳤다.

“이한석 교관님, 제가 처리합니다.”

시운은 교관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교관이 누군지 아는 눈치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객기 부리지 말고 그놈의 등에서 빨리 내려 와, 새꺄!”

“딱 1분만요.”

시운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반드시 퀘스트를 깨리라 다짐한 눈빛이었다.

‘저 미련한 새끼가!’

뒤편에 있던 교관은 배틀엑스를 치켜 들고 당장이라도 스킬을 사용할 기세였다. 그러나 함부로 스킬을 사용했다간 시운까지 피해를 받으니 머뭇거렸다.

식인다람쥐가 미친 듯이 몸을 흔들자 시운의 몸도 덩달아 들썩였다.

잠시 혼란이 왔다.

‘이놈은 대체 몇 대를 때려야 죽는 거야?’

“퀴익!”

그때.

분노에 찬 식인다람쥐가 발악을 하며 시운을 등에서 떨어뜨리려고 뛰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탁!!

"간다."

시운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본능적으로 오른손으로 놈의 목덜미를 감싸안았다.

식인다람쥐는 시속 80km로 질주하며 머리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뛰는 스피드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시운은 한손으로 송곳니를 더욱 세게 움켜쥐며 버티다가…

'잘못하면 떨어지겠다.'

몸의 무게가 흔들린 시운은 반사적으로 송곳니를 잡은 손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꾸었다.

‘뒈질 때까지 주먹맛이나 좀 봐라.’

오른 주먹을 말아쥐고 그대로…

빠아아악!

“꾸웨에에엑!”

철푸덕. 쿵!

“……응?”

시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팔팔하던 식인다람쥐는 땅바닥에 허연 거품을 쏟은 채 머리를 처박고 힘없이 널부러져있다.

흑색다람쥐의 눈은 동공을 까뒤집어 흰자위만 보였다.

조금은 허무했다.

‘죽은 건가.’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초급 수련장의 괴물’을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 ‘초급 수련장의 괴물’ 완료 보상으로 30만골드가 지급됩니다.]

[30만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5를 초과하였으므로 마을로 강제 귀환됩니다.]

-5…4, 3, 2, 1!

샤악!

“허억, 헉! 헉! 뭐, 뭐야?”

숨가쁘게 배틀 엑스를 들고 뛰어온 교관은 놀라 무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시운은 방금 레벨 업 이펙트를 뿜어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고, 교관의 눈앞에는 대자로 뻗은 식인다람쥐의 사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녀석이 이걸 잡았다고?”

창백해진 교관의 얼굴 뒤로 박수 갈채 소리가 들려왔다.

이 치열한 전투를 구경하던 헌터 무리였다.

“식인다람쥐가 죽었어….”

“ 방금 그 저렙 헌터가 무기도 없이 식인다람쥐를 잡은거 맞지?”

“나도 소름돋았어.”

“등뒤에 타서 막 주먹으로 내리꽂는 거 보고 정신줄을 놨나 싶었는데 그걸 잡아버리네….”

다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방금 그 헌터 그 사람이잖아, 헌터자격시험 만점으로 패스하고 뉴스에 뜬 그 사람.”

“어쩐지 낯이 익다 했다.”

말소리를 듣고 교관은 곧장 헌터 무리에게 걸어갔다.

“방금 뭐라고 했지? 누가 만점으로 패스를 해?”

땀에 젖은 얼굴로 교관이 물었다.

“방금 그 사람이요. 이번 헌터자격시험 올(All) 만점으로 통과했어요.”

“만점이라고 했냐?”

"네, 뉴스하고 기사 다 떴었는데…. 교관님은 모르셨나봐요?“

교관은 영혼이 나간 표정을 한채 굳어버렸다.

이윽고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하.”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만점으로 헌터자격시험을 통과한 일화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외국 어디에도 들은 적이 없었다.

아무리 아이큐가 높고 근성이 뛰어난 천재라 해도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만점을 받기란 너무나 난이도가 있는 시험이었다.

‘믿기지가 않아. 이곳에 하도 짱박혀서 근무만 서다보니 뉴스를 통 못 봤는데…. 방금 그 녀석이 만점으로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다니……. 그보다….’

교관은 고개를 돌려 한곳을 쳐다봤다.

피를 뒤집어 쓴 채 배를 뒤집고 죽어있는 식인다람쥐의 사체가 눈에 들어온다.

“이거 협회에 보고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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