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25화 (25/278)

제 25화

히든 퀘스트 (3)

‘분명 박태석의 공략에는 충돌 퀘스트의 언급조차 없었다.’

그랬다.

태석의 유튜브를 정독하면서, 하바나 초원 엘리아의 퀘스트의 공략법을 이미 영상으로 숙지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흘러가는 전개의 양상은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순간, 유튜브 속 태석의 음성이 떠올랐다.

-디하르트 라는 남성을 찾아서 엘리아에게 돌아가도록 설득을 해야 되는데. 일단 굉장히 까칠한 사람이니 잘못했다간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어요! 잘 설득 시켜서, 엘리아에게 돌아가면 이 히든 퀘스트는 무사히 완료 됩니다. 참고로! 그를 설득시키는 팁은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입고 은신한 처지이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그도 사람을 원하고 있어요. 외로워하고 있거든요.

‘그래…. 분명 충돌 퀘스트의 언급은 없었다고.’

그 영상 속 태석은 충돌 퀘스트라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었다.

‘퀘스트가 매번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질 않을 수도 있다는 건가? 그리고, 나에게 충돌 퀘스트가 일어나다니…….’

이처럼, 퀘스트의 스토리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드문 경우였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충돌 퀘스트의 발생이라는 이벤트였다.

고작 레벨 10 언저리의 햇병아리 시운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충돌 퀘스트는 어느정도 고레벨과 명성, 업적이 충족된 헌터들에게 발생하는 이벤트였다.

혼란이 일었다.

와드득! 우적우적!

여전히 저 편에서는 남성이 박쥐 고기를 씹어먹는 소리를 육감적으로 내뿜고 있었다.

시운은 그의 눈에 띄지 않게, 동굴의 벽 뒤에 등을 기댄 채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자세한 퀘스트 내용을 보자.’

잠시 후, 두 개의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엘리아 눈물-3][히든 퀘스트]

하바나 동굴에서 디하르트를 발견하였다.

근위대장으로서의 위용과 체통, 멋을 아는 사내였지만, 그는 지금 처절히 망가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를 어떻게든 설득하여 엘리아에게로 데려가도록 하자.

단! 그는 공격적인 성향이 가득한 상태이니 접근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제한시간: 24시간.

성공 조건: 엘리아와 디하르트의 조우.

실패 조건: 디하르트의 죽음. 또는 도주.

실패시 패널티: 엘리아와의 관계 가 으로 하락!

디하르트와의 관계가 으로 하락!

보상: 대량의 경험치 획득.

엘리아의 귀중한 선물 수령.

엘리아와의 관계가 으로 상승

……그리고 다음 퀘스트는.

[반역자의 추적][국가 퀘스트]

하바나 동굴에서 반역자 디하르트를 발견하였다.

그는 발카스 왕국의 청룡근위대를 수호하는 인물이었지만, 여자의 치맛자락에 빠져, 국가에 소홀하게 되었고 국왕의 눈에 벗어나, 헛된 욕망을 꾸며 반역을 꾀한 인물이다.

하바나 동굴의 현 위치로 곧 수색 임무를 부여받은 경비병들이 몰려올 것이다.

경비병들과 합세하여 반역자 디하르트를 그 자리에서 척살하라!

제한 시간: 24시간.

성공 조건: 디하르트의 수급을 확보.

실패 조건: 디하르트의 도주.

실패시 페널티: 없음.

보상: 5천만 골드. 명성 15 상승.

‘보상의 차이가 어마어마하잖아!’

그랬다.

두 개의 퀘스트 중 하나만 수행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두 퀘스트의 완료 보상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충돌 퀘스트의 설명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대목은 두 가지였다.

-여자의 치맛자락에 빠져, 국가에 소홀하게 되었다.

이 부분과.

-헛된 욕망을 꾸며 반역을 꾀했다.

이 부분이었다.

‘이 부분들은 잘못된 사실이다.’

시운은 대번 알 수 있었다.

지금 도착하여 충돌한 번외 퀘스트 ‘반역자의 추적’의 설명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발카스란 국가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본 시선이 서술된 내용이었다.

‘반역자의 추적’은 엄연히 국가 퀘스트라는 명칭이 붙은 퀘스트다.

국가 퀘스트는 해당 국가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내용으로 퀘스트의 내용과 방향, 조건이 만들어진다.

시운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정확한 사실은 저, 구석탱이에서 박쥐를 요란하게 뜯고 계시는 디하르트라는 아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란 거지.’

시운은 눈을 질끈 감았다.

‘……후우, 난감하군.’

사실상 고민이 되었다.

두 퀘스트의 보상 차이는 실로 하늘과 땅 차이일 정도로 컸다.

‘반역자의 추적이란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저 불쌍한 사연이 있는 인간을 죽여야 해.’

양심이란 것을 버리고, 어마어마한 보상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진실의 편에 서서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 당장 선택을 해야 했다.

이미 ‘반역자의 추적’이라는 퀘스트에는 경비병이 이곳으로 뛰어오고 있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기 전에 어느 퀘스트를 선택할지 방향을 정해야 했다.

시운은 등에 기댄 벽을 잠시 떼고, 얼굴을 바깥으로 슬쩍, 내밀어 사내를 바라보았다.

“………우적! 우적!”

그는 산발한 머리를 흔들며, 생각없이 박쥐 고기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의 몸은 근위대로서 살아온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듯 칼자국과 온갖 전쟁에서 생긴 흉터들로 가득했다.

시선을 그의 얼굴로 옮겼다.

그의 눈빛은 수심이 잔뜩 서려있었다.

시운은 바디시그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너무나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시운은 대검 클레이모어의 손잡이에 손을 갖다대었다.

‘……불쌍한 남자군.’

사내는 마지막으로 박쥐 머리통을 씹어 뜯더니,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

“크르러엉, 쿠우우울!”

코를 요란하게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와 진동이 어찌나 큰지, 동굴 전체가 울려 천장의 잔먼지가 바닥에 툭툭, 떨어질 정도였다.

누운지 5분도 채 안 되어, 그가 잠든 것이었다.

‘반역자의 추적 퀘를 하려면 지금이 타이밍이 딱 인데….’

그랬다.

상대는 아무래도, 근위대의 날고 긴다는 근위대장 출신의 사내.

그가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는 틈을 타, 클레이모어로 그의 가슴팍을 내리꽂으면 일을 손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5천만 골드라는 꿀같은 보상을 손에 쥐게 되는 것.

헌터생활 초반인 지금 5천만 골드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그 돈으로 고가의 템을 치장할 수 있고, 더욱 수월하고 돈걱정 없는 편안한 헌터생활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으음.’

그런데, 아무래도 고민이 되었다.

저 남자는…

죄가 없어도 죄인이 되어야 했고.

그로 인해, 모든 명예를 내려놓고 저런 사람같지 않은 생활을 해야 했던 처절한 사연이 있는 남자다.

그때였다.

-여기라고 했지?

-쉿! 조용히 해.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그 녀석이 이 동굴에서 놈을 보았다 했어. 다들 긴장타라. 천천히 포메이션 정비하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비병들이군!’

시운은 벽 뒤에 몸을 감췄다.

그리고 클레이모어의 칼날을 삐죽 바깥으로 내밀었다.

‘족히 이십 명은 되잖아? 많이도 끌고 왔군.’

시운이 칼날을 내민 이유는 칼날의 날 부분에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숫자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칼날의 옆면을 통해, 이 어두운 동굴에서 꽤나 떨어진 거리에서 걸어오는 경비병들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운은 가능했다.

일단, 선택에 대한 고민을 끝내야 할 때였다!

‘내 선택은.’

탁!

시운의 손에서 짱돌 하나가 날아가 자고 있던 디하르트의 머리맡에 떨어졌다.

벌떡!

짱돌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와 동시에, 디하르트가 눈을 뜨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번개같이 옆에 놓여있던 낡은 스피어를 손에 쥐었다.

“발견했다!”

“디하르트가 …맞 ”

어느 경비병이 말을 다 잇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얼굴과 몸이 이등분 된다.

그와 동시에 피가 분수처럼 주위에 솟구쳤다.

그의 앞에는 이미 한합을 휘두르고 난 후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디하르트가 보였다.

“진열을 갖춰!”

“뒤로 물러나! 활, 활을 쏴!”

“에로우 샷!”

샤샤샥!

검을 들고 있는 경비병 뒤에서, 초록색 마나의 구체가 섞인 화살이 소나기처럼 날아왔다.

타타탁!

그러나, 그 화살들은 빈 땅에 처박힐 뿐이었다.

“위다!!”

경비병 하나가 외쳤다.

뒤이어 경비병들 모두의 시선이 천장으로 이동했다.

이미, 디하르트는 스피어를 쥔 채, 공중으로 도약한 상태였다.

샤악! 샤악!

“끄아아악….”

“크헉!”

두 번의 번쩍임과 동시에 경비병의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울렸다!

디하르트의 최근방에 있던 경비병들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흐아아!”

단전에 힘을 가득 준 기합 소리.

디하르트의 육성이었다.

타악! 탕!

스피어를 휘둘러, 그들의 검을 맞받아치자, 경비병들의 손에서 검들이 모조리 땅에 튕겨져 떨어졌다.

곧바로, 디하르트는 두 팔을 양 옆으로 나란히 벌리고, 그들에게로 돌진했다.

“스피어.”

낮은 디하르트의 육성 소리가 퍼짐과 동시에, 돌진하는 디하르트의 몸통에 부딪힌 경비병 둘이 저 만치 나가 떨어져 굴렀다.

빠지직! 나가 떨어진 놈 중 하나의 척추가 으깨지는 소리도 이어졌다.

“하압!”

경비병 하나가 기합을 넣으며, 검을 휘둘렀으나 디하르트는 이미 움직임을 읽고, 뒤로 빠르게 물러나 공격을 피한 뒤, 경비병의 머리통을 거대한 손으로 거세게 움켜쥐었다.

“으, 으아아악!!”

경비병은 디하르트의 악력에 얼굴뼈가 부서지는 격한 고통을 느끼다가 이내, 그 자리에서 축 늘어졌다.

곧바로 디하르트는 고개를 돌려 다른 경비병의 품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번개같은 움직임, 짐승같은 전투 감각이었다!

“빠, 빨라!”

“메이션! 메이션!! 어서 원거리 지원 해!”

“파이어 볼트!”

“아이언 디덜트!”

“워터 에로우!”

불꽃 구체가 마법사의 손에서 번쩍임과 함께 디하르트를 향해 무섭게 쏘아졌다.

뒤이어, 원거리 지원된 원거리 마법들이 불꽃 구체의 뒤를 따랐다.

파앙! 파아앙!

디하르트의 몸통에 마법 구체들이 적중하자!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일었다.

“방심하지 마! 놈은 죽지 않았다고!”

경비병의 외침에 활경비병들이 뒤에서 지원 사격을 했다.

수많은 화살은 연기가 자욱한 곳으로 무자비하게 날아들었다.

최전방에 있던 경비병들은 몸통만한 방패를 앞으로 내밀어 전신을 방어하여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쏴아아!

쏴아아아!

몇 개의 화살이 자욱한 연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화살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짙은 연기 뒤편으로 사라졌다.

“……부장님, 죽지 않았을까요?”

“아직 다가가지 마라. 놈은 청룡근위대장 출신 디하르트다!”

연기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경비병들은 포메이션을 확실히 갖추고 걷혀가는 연기에 시선을 박고 있었다.

잔뜩 긴장을 집어삼킨 채로.

“쿨럭, 쿨럭!”

걷힌 연기 사이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팍, 어깨, 팔뚝 등 맨살에 화살이 꽂힌 채 붉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갑옷도 없이 저렇게 화살을 맞고도 숨이 붙어있다니?”

놀란 경비병 하나가 떨며 말했다.

“닥치고 집중해! 1조. 내 뒤를 따라 지원해라. 대시 어택!”

경비부장의 스킬 시동어와 동시에 그가 스프링처럼 빠르게 튀어나가 붉게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야수의 포효!!”

디하르트의 육성 소리가 이어졌다.

“……으억.”

“…우, 움직일 수가.”

“제, 젠장!”

경비병들은 그 자리에서 몸이 굳은 채 입만 움직일 수 있었다.

샤악! 샤악! 샤악!

디하르트는 그 틈을 빠르게 파고들어 스피어질을 했다.

“……우어억.”

“너, 너무 강하……다.”

세 명의 경비병들이 생애 마지막 유언을 흘리며 고꾸라졌다.

디하르트는 맹수같이 적진을 휘젓고 있었다!

“야수의 포효의 지속 시간은 5초다. 앞으로 2초만 버텨!”

경비부장이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또한, 검을 공중에 든 채 굳은 석상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디하르트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그의 눈에서 살기가 가득 흘러나왔다.

“니들은 오늘 여기서 다 죽는다.”

디하르트, 그의 육성이 흐르고.

타악! 디하르트의 발차기 한방에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있던, 경비병이 뒤로 넘어갔다. 그 여파로 주위의 방패병들이 파도타기 하듯 덩달아 휘청였다. 그들의 진열은 순식간에 흐트러져 있었다.

발길질 한번에 경비병들의 방어 진열이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파악!

“끄, 끄아아아악!!”

스피어의 날은 어느 경비병의 눈부터 머리 뒤로 관통되었다.

경비병은 몸을 부르르 떨며.

“사, 살고 싶어.”

경비병의 얼굴에는 검붉은 피가 비처럼 흘러내렸다.

털썩!

이윽고, 방금 전 경비병의 절규 또한 세상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그때였다.

경비부장이 굳어있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됐다! 야수의 포효 지속 시간이 끝났다. 후방 부대! 뭐하나!”

부장은 검을 다시 고쳐잡으며 외쳤다.

뒤이어, 최전방의 경비병들은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검을 휘둘렀다.

“데드 실드!”

“배틀 어택!”

내민 방패에 파란 실드가 씌워졌고, 뒤이어 다른 경비병의 공격 스킬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공격은 허무하게 튕겨나갔고.

빠지지직!

실드를 두른 방패 또한 그 자리에서 스피어 일격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사, 사사사……살려…주세요 나도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다구요오….”

박살난 방패 파편을 들고 누워있던 경비병 하나가 절규했다.

디하르트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 스피어를 높게 치켜들었다.

“조용히 숨을 거두거라.”

“끄, 으아아!! 도, 도와줘!!”

엄청난 거구에 머리는 산발을 한 채, 자신을 향해 스피어를 내려찍으려 하는 디하르트를 보자, 쓰러져 있던 경비병은 미친 듯이 울며 절규했다.

근방에 있던 검을 든 경비병들이 동료를 위해 디하르트에게 달려들었다.

샤악!

“끄욱.”

쇳소리의 신음이 들렸다.

신음의 정체는, 경비부장의 검에 허벅지를 베인 디하르트의 것이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땅으로 구르며, 잽싸게 파고들어 디하르트의 하단으로 검질을 한 경비부장이었다.

“커흑. 허억, 허억.”

불사같던 디하르트가 몸을 휘청이며, 헐떡였다.

뒤이어 그에게, 남은 경비병들의 수많은 칼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찰카당!

그런데 그 많은 칼들이 커다란 칼 하나에 튕겨 밀려났다.

“...뭐냐? 넌.”

경비부장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경비부장 그의 눈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은.

대왕멧돼지 가죽을 얼굴부터 발 끝까지 내두른 채, 마정석이 박힌 대검을 들고 있는 이상한 차림새의 놈이었다.

바로 이시운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