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26화 (26/278)

제 26화

히든 퀘스트 (4)

경비병들의 모든 시선은, 그들의 앞에 불쑥 나타난 남자에게로 모조리 향하고 있었다.머리칼 부터 발끝까지 멧돼지의 털가죽으로 뒤덮어,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로.

“뭐, 뭐야? 멧돼지?”

“멧돼지가 아니다! 사람이야, 사람이라고.”

“디하르트 저 죄인 놈을 아직 따르는 수하가 있었나?”

경비병들은 순간 뒷걸음질 치며, 칼과 방패를 겨누었다.

“꿀꺽.”

경비병 하나가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경비부장 또한 자신 앞에 나타난 괴상한 무언가에 놀라, 뒤로 차츰차츰 물러났다.

‘씨팔, …번거롭게 됐군.’

경비부장은 물러선 채, 인상을 잔뜩 쓰고 뒤를 돌아 보았다.

“……….”

“……….”

그의 부하들이 긴장을 집어먹은 얼굴로, 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젠장, 젠장할! 벌써 병력의 반 이상이….’

이십여 명으로 이루어진 경비 부대 중 절반 가량이 이미 바닥에 나뒹굴거나, 아작난 갑옷을 둘러쓴 채 저 세상으로 가있었다.

“부장님! 어떻게 할까요?”

경비부장의 등줄기에서 뱀처럼, 땀이 타고 내려갔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새끼들아! 저 두 놈을 반드시 족쳐야지.”

사실 경비부장 또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미 디하르트가 머물고 있는 거처가 하바나 초원의 동굴이라는 첩보를 받았고, 그를 생포 또는 죽여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 임무를 어기고 도주할 시에는, 군사적 엄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엄벌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라는 무거운 엄벌이었다.

‘물러날 수가 없다, 죽어도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

경비부장은 이를 아득 깨물고, 검을 들었다.

“마법사! 궁수 조. 좌측과 우측으로 갈라서서 진열 맞추고 지원 사격 준비!”

처처척. 처척.

뒤편에서 분란하게 경비병들이 진열을 맞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슈우욱!

그 순간.

갈색의 털 달린 물체가 빠르게 움직였다.

멧돼지의 가죽을 쓴 그것이, 도움닫기를 하더니 이쪽으로 날아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날라다니는 거대 멧돼지 같았다!

눈깜짝할 새였다.

물체는 굉장히 빨랐다.

“온다!! …컥!”

최전방에 있던 방패병이 놀라 소리쳤을 때는 이미, 그 방패병의 투구와 머리통이 대형멧돼지가 내리친 대검에 부서진 후였다.

***

‘일단은 한놈.’

시운의 대검을 후려맞은 한놈은,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했다.

“파이어 볼트!”

화르륵!

“데드 어메이징!”

“에로우 샷!”

샤샤샥!

경비병의 뒤편에서, 다양한 색의 빛들이 번쩍거리며, 불꽃의 구체와 화살, 그리고 뾰족한 암석이 생성되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보인다.’

날아오는 그 구체들이 시운의 눈에는, 느릿하게 날아오는 테니스공처럼 보였다.

부웅!

재빨리 대검의 넓은 옆면으로 그 구체들을 튕겨냈다.

마치, 날아오는 야구공을 처내는 야구 타자와 같이.

퍼퍼펑!

시운의 대검의 표면에 닿자마자 마나의 구체들은, 그 자리에서 폭죽이 터지듯 폭발했다.

“크아악!”

“으억.”

이어지는 경비병들의 하이톤 신음 소리.

폭발하는 구체의 위험 사정거리안에 있던 경비병들은, 그 대미지의 일정 부분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경비병들의 시야가 또 가려졌다.

시운 또한 가슴팍과 얼굴에 뜨거운 통증이 일었다.

시운 역시 생명력의 일부가 구체의 폭발에 의해 대미지를 받고 줄어든 상태였다.

‘뜨겁군. 대왕멧돼지 가죽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

시운이 두른 대왕멧돼지로 만든 가죽옷은 굉장히 견고했다.

뒤집어 쓴 가죽옷 덕분에, 방어력 또한 더해져서 하얀 도복만 입고 있을 때 보다, 경비병들의 공격에 대한 대미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 가죽 옷을 입으니까 몸이 굉장히 가벼워.’

게다가, 멧돼지의 가죽옷은 민첩성까지 더해주는 옵션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시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게 경비병들에게 공격을 가할 수가 있었다.

근력 스탯이 레벨이 비해 월등히 높고, 레벨에 비해 좋은 대검을 장착한 시운이라지만, 초급 방어구 하나만 장착한 상태였고, 장신구는 착용도 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시운의 레벨은 고작 10이다.

만약! 이 멧돼지 가죽을 걸치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미 방금 폭발한 구체들에 의해 먼지가 되어 사라졌으리라.

“스트라이크!”

경비병 하나의 검이 느릿하게 보였다.

그 검은 붉게 빛나고 있었고, 시운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타앙!

대검으로 그 공격을 쳐낸 뒤에, 시운은 오른손에 대검을 꽉 쥐고 상체를 숙인 채, 그 경비병 앞으로 빠르게 품어들었다.

“으억!”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대검에 턱을 제대로 맞은 경비병이 공중으로 부웅 떠올랐다.

물론, 대검의 칼날 부분이 아닌 날이 없는 넓찍한 대검의 앞면을 맞고서 말이다.

‘난감하네. 경비병 놈들을 칼날로 찍어 죽일 수가 없으니…!’

난처함이 들었다.

시운은 경비병들을 칼로 직접 죽일 수는 없었다. NPC의 분류에 속한 경비병들을 살인하게 된다면, 데이터베이스의 범죄도의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민병대를 비롯해, 화이트 게이트에게 쫓기게 되고, 큰 처벌을 받게 된다.

헌터 생활의 초반기인 지금 그런 일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미 헌터 생활은 족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칼날이 없는 대검의 앞부분으로 경비병을 때려 빈사상태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운이 대왕멧돼지의 탈을 뒤집어 쓴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방어력 뿐만 아니라, NPC인 경비병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팔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경비병들을 손수 죽이지 않더라도, 그들이 반역자를 잡으려는 임무에 자신이 가담했다는 사실이 바깥에 알려지게 된다면, 그 또한 형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타탁!

발걸음이 빠르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편의 궁수 하나가 달려와 동굴의 벽을 밟아, 도약한 뒤에 공중에서 시운에게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몸놀림이 제법 민첩한 궁수였다.

“큭.”

시운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토해졌다.

아찔하게 고개를 젖혀 화살을 피해냈지만, 그 화살의 촉은 시운의 볼살을 쓸고 지나갔기에 시운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부우웅!

연이어, 사방에서 날아오는 경비병들의 검!

“흐압!”

시운은 오른손에 대검을 쥐고, 날아오는 검들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타앙!

“으아?”

“거, 검이 튕겨져 나갔어!”

경비병들의 손에서 검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시운의 막강한 근력이 더해진 대검 공격은, 그들의 손에서 검을 튕겨져 나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시운은 양손으로 대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오른손으로만 휘두르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왼쪽 손의 근력보다, 오른쪽 손이 근력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안 시운이었기 때문이다.

“저 놈도 보통 놈이 아닙니다, 부장님.”

“마법병들! 쓰러진 애들 빨리 치료해. 어서!”

다급하게 외치는 경비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완드를 손에 든 마법사들이 재빨리 쓰러진 경비병들에게 다가갔다.

“힐!”

타타탁!

“그렇게는 안 되지!”

시운은 틈을 주지 않으려고,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가, 동료를 치료하고 있는 마법사에게 대검을 내리찍었다!

타악!

‘쳇.’

시운의 눈 앞으로 검 하나가 나타나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시운의 대검의 일합을 고스란히 받아낸 것은, 경비부장의 검이었다.

‘부장이라 불리는 이 놈은, 확실히 다른 놈보다 강하군.’

서로의 검을 맞대고 그 사이로, 시운과 경비부장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서로의 눈에서 발산된 레이저가 부딪혀 팽팽한 불꽃을 튀겼다!

물론, 시운의 얼굴은 멧돼지의 가죽에 의해 완전히 덧가려져, 경비부장의 시선에는 시운의 눈만 보일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저 반역자 놈을 도와주는 것을 멈추면, 네가 지금 한 짓거리는 눈 감아주겠다.”

경비부장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반역자 놈이라고?”

“네가 누군지, 뭐하는 새끼인진 모르겠는데, 네가 지키려는 저 놈은 반역을 꾀한 대역 죄인이다!”

“웃기는 군. 죄인이 아니라, 간신배들의 정치질에 죄인으로 몰린 선량한 사람이다.”

경비부장의 보검과 시운의 대검의 날이 서로 부딪힌 채, 팽팽한 힘싸움을 하고 있었다.

둘다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필사적으로 힘을 주고 있었다.

두 개가 맞부딪힌 칼날의 방향은 서로의 힘싸움에 의해, 서로의 얼굴 방향으로 왔다갔다 반복했다.

“쳇, 네 놈도 반역 죄인을 도우면 똑같이 형벌을 받고, 사형에 처해지는 것을 알고는 있겠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스크류 대시!”

경비부장이 스킬의 시동어를 외치자, 경비부장이 들고 있던 검의 칼날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칼날 부분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힘이 더해지자 맞닿은 시운의 대검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그와 함께 경비부장의 검이 시운의 가슴팍을 그대로 그어냈다.

“크아악.”

가슴팍에서 아릿한 통증에 무거운 신음을 토해낸 시운.

순간 가슴 묵직한 곳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끄후후훅!”

이윽고, 시운의 입밖으로 핏덩어리가 튀어나갔다.

“쿨럭, 쿨럭!”

방금 그 공격으로 생명력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시운은 백스텝을 밟으며, 경비부장과의 거리를 벌려 뒤로 물러났다.

위기였다.

‘……다른 놈들은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겠는데. 저 부장이란 놈은 나보다 강해. 제기랄! 내가 전직을 안 해서 스킬을 쓸 수 없다는 게 한이군!’

그랬다.

시운이 제아무리 좋은 눈과 렙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은 근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아직 전직을 하지 못한 터라, 스킬조차 쓰지 못하는 상황에 칼날로 저 놈들을 죽이지도 못하고 기절 또는 빈사상태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저 경비부장을 상대하는 것은 솔직히 버거운 일이었다.

저 경비부장 놈은 다른 경비병들에 비해 다양한 스킬을 구사하는 것을 보니, 적어도 2차 전직까지 한 놈 같았다.

시운은 앞을 쳐다봤다.

보검을 들고 다음 공격을 준비해 오는 경비부장이 보였고, 그 뒤로 경비병 다섯 놈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겨누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 틈에 힐을 시전 받고, 몸을 일으키고 착용한 장비를 재정비하는 경비병 두 놈까지.

시운이 상대해야 할 인원은 총 8명이었다.

‘나 혼자서는 무리야.’

눈 앞이 아득했다.

여기서 저 경비병 놈들의 공격을 받고 죽는다고 해도, 안전귀가 스크롤이 있어서 되살아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문제는 있었다.

안전귀가 스크롤을 통해 강제 귀환되는 모습을 경비병들이 직접 눈으로 볼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경비병들은 시운이 헌터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태초 시티에 경비병 세력이 긴급 순찰을 돌게 될 것이고?

시운은 그들에게 잡혀서, 반역을 같이 꾀한 죄로 감옥에서 썩게 된다.

그것도 최소 20년은 말이다.

‘여기서 죽으면 모든 게 끝장이다!’

시운의 헌터 생활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다.

이번만은 실패하지 않겠다던…

세 번째 인생도, 그렇게 실패로 끝나는 것이었다.

“디하르트 씨! 아직 회복하려면 멀었습니까! 나 혼자 이거 감당 안 된단 말입니다.”

시운이 급히 뒤를 돌아보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

디하르트는 산발한 머리를 늘어뜨린 채, 휘청거리며 대답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왜 대답이 습니까! 당신을 지키려고, 내가 목숨걸고 뼈 빠지게 싸우고 있는데!”

시운이 악에 받쳐 소리를 쳤을 때는,

이미 경비부장을 필두로, 경비병들이 시운을 향한 거센 합공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뾰족한 수를 떠올려야 해.’

혼란이 가득 머릿속에 일었다.

동시에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떠올리려 했으나,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굳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뇌의 사고가 뚝, 멈춘 기분이랄까.

‘곧 저놈들의 공격이 날아온다. 이번에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어.’

시운은 자신과 가장 근접해 있는 경비부장을 바라보았다.

놈은.

어느새 마나의 충전을 다 마치고 새로운 스킬을 펼치려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견고한 실드가 둘러진, 방패병 두 명의의 방패가 경비부장과 자신을 빈틈없이 막고 있었고, 그 뒤편에는 궁수와 마법 스킬을 다루는 경비병들이 마나 회복을 마치고, 완드와 활을 시운에게 겨누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 공격이 날아오기 직전의 순간이다.

시운은 순간 경비병 진열의 중간으로 시선을 옮겼다.

방패를 든 경비병 하나의 허리춤에는 램프가 달려있었다.

그 램프는 어둡기 짝이 없는 동굴의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저거다.’

경비부장이 검을 시운에게로 겨누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놈은 저 반역죄인을 끝까지 도울 샘이냐냐?”

부장의 음성은 아주 진지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 그의 눈빛 또한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잠깐만.”

시운이 고개를 푹, 떨구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시운의 한마디에 경비병들의 움직임이 모두 멈췄다.

부장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결국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냐? 잘 생각했다. 네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다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젊은 놈 같은데. 이 자리에서 객사하면 청춘이 아깝지 않겠냐? 칼 내려놔, 일단.”

부장은 겨누었던 칼을 내리고, 수신호를 펼쳐 다른 경비병들에게 공격 준비를 멈추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부장은 천천히 시운에게로 다가갔다.

“일단, 그 칼을 이리 줘라.”

“알겠다.”

시운은 체념했다는 목소리로 답하고는.

시운은 들고 있던 클레이모어를 슬쩍 밑으로 내려놓는다…가 아니라 내려놓는 척하면서, 허리를 땅으로 숙였다.

부장이 점차 시운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 칼, 이리 내…… 아아악!”

부장은 신음을 내지르며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

시운의 손에서 재빠르게 날아온 모래에 눈을 맞고서.

“끄악! 이, 이… 이 새끼가!!”

부장은 눈이 굉장히 따까운지 눈을 마구 비볐다.

부장의 부하들은, 곧바로 공격 기세를 펼치려 들었다.

그때였다.

시운이 땅에서 무언가를 쥐어들고 옆으로 빠르게 구른 뒤에, 경비병들을 향해 그 무언가를 던졌다.

사람의 손만한 짱돌이었다!

시운의 손에서 날아간 짱돌은 경비병 틈새로 빠르게 날아가…

까자장!!

무언가를 터뜨려 버렸다.

터뜨린 것은 바로 경비병의 허리춤에 장착되어 있던, 램프였다.

램프의 병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파편이 주위로 튀었고, 이내 동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깜깜해! 앞이 안 보인다!!”

“놈이 일부러 램프를 부순 거다!”

경비병들은 혼란이 섞인 고함을 내질렀다.

그랬다.

경비병들의 시야를 유일하게 비춰주던 램프가 부서지니, 그들은 당황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멍청한 새끼들아! 당황해하지 말고 불을 비춰! 마법병! 파이어볼을 소환해!! 그럼 될 거 아니야?!”

경비부장은 충혈된 눈을 비비면서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내버려둘 것 같냐.’

이미 시운은 그들의 틈새로 파고든 후였다.

‘니들은 어두워서 볼 수 없지만, 내 눈으로는 니들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까지 다 내다볼 수 있다고!’

“파이어 볼!”

마법병 하나의 손에서 화르륵! 불꽃의 구체가 타오르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부웅!

“끄악!”

그 마법병은 순식간에 비명을 내질렀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면상 앞으로 무섭게 날아온 대검을 맞고 난 후였다.

마법병의 손에서 불타던 불꽃은 스르르, 꺼져버렸고 시운은 곧바로 허리를 빠르게 돌리며 옆으로 대검을 세차게 내리휘둘렀다!

빠아악!

“커헉!”

앞이 보이지 않아, 허둥지둥 거리던 방패병의 뒷통수가 빠개지는 둔탁음이 일었고, 그 방패병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땅에 툭, 꿇더니 머리를 땅에 늘어뜨리며 기절했다.

“마법병!! 뭐하냐고! 빨리 아무 스킬이나 시전하라니까! 빛을 비춰서 시야를 확보해야 할 거 아니야?!”

경비부장은 답답하단 듯 소리질렀다.

그가 외치면서도, 눈을 마구 부비고 있었다.

눈에 동굴바닥의 병균이 잔뜩 섞인 모래가 제대로 들어간 모양이였다.

“……스, 스킬! 서, 석양의 불빛!”

혼란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던 마법병 하나가 스킬 시동어를 외쳤으나, 이미 스킬은 발휘되지 않았다.

시동어를 외치기가 무섭게, 시운의 대검이 공중에서 날아와 그의 마빡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

철푸덕.

마법병은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그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꺼억.”

연달아 경비병들의 외마디 신음이 이어졌다.

“저, 저놈은 어떻게 이 어두운 곳에서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야?!”

검을 든 경비병이 떠는 목소리로 독백했다.

자신의 눈 앞, 그리고 주위는 정말 칠흑같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어둠 속에서 하나둘씩 이따라 쓰러져가는 동료들의 기척이 들리자, 공포감이 들었다.

철푸덕- 데구르르.

또 하나의 경비병이 쓰러지는 소리가 빗발쳤다.

동시에, 쓰러진 경비병의 머리와 분리된 경비병의 투구는, 힘없이 동굴 바닥을 몇 미터 굴렀다.

‘됐다. 이제, 남은 놈은 딱 두 놈.’

시운의 눈에는 이미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보이고 있었다.

남은 경비병은 어느새 딱, 두 명이었다.

바로 경비부장 하나와 방패를 들고 떨고 있는 방패병.

“오, 오지마!!”

방패병은 어둠속에서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공격에 떨고 있었다.

이미, 그의 마나는 바닥이 난 상태라, 스킬조차 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타타탁!

방패병의 귀로, 발걸음이 빠르게 동굴바닥에 부딪히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패병이 다리를 사시나무 떨 듯 부르르, 떨며 외쳤다.

“오, 오지 말라니까!!”

공포감에 잔뜩 찌든 부탁조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그 외침 속 부탁은 아주 가볍게, 묵살되었다.

방패병의 목덜미에 대검의 넓찍한 부분이 거세게 꽂히자.

쾌액, 혀가 입속으로 말리는 괴상한 신음을 내뱉고는 바닥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이제 마지막 한놈만 남았군.”

시운은 고개를 돌려 남아있는 한놈으로 시선을 옮겼다.

“후우…….”

분노가 잔뜩, 담긴 한숨소리의 정체는 경비부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부장은 눈에 들어간 모래를 처리하고 난 후였다.

“이 새끼야. 넌 절대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 각오는 돼 있겠지?”

경비부장은, 착용한 철갑 투구를 벗어서 땅에 탁, 던지며 말했다.

투구가 벗겨지자 부장의 얼굴이 확연히 보였다.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한 미남형이었다.

그의 거친 눈매 속으로 살기를 담은 눈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나도 장비 하나 더 건져볼까!’

시운은 곧바로 옆으로 뛰어간 뒤에, 방패를 하나 주워들었다.

방패병의 손에서 벗어난 사각방패였다.

‘…이 방패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대검으로 공격과 방어의 콤보를 적절히 섞어서, 놈을 상대하면 승산이 있다!’

그러나,

[사각방패를 착용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 장착 조건에 미치지 못합니다.]

[레벨이 부족합니다.]

‘젠장!’

시운의 손에서 사각방패가 자동으로 땅에 툭, 떨어졌다.

사각방패를 착용하기엔, 아직 레벨이 부족한 것이었다.

화르르륵!

“………?”

시운은 범상치 않은 소리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경비부장의 두 눈에서 푸른 열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열기는 더욱 짙어지더니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데드 크라잉.”

경비부장이 묵직한 목소리로 외쳤다.

부장의 두 눈이 시퍼렇게 타오르고 있었고, 그의 머리칼이 위로 부웅, 떠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도깨비와 같았다.

이윽고, 경비부장의 땅 주위로 진동이 전해져 울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

바람 한점 없던 동굴 속에서, 거대한 바람이 불어와 경비부장의 온 몸을 감쌌다.

시운은 대검을 쥔 채,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저 스킬은?’

시운 또한 저 스킬을 알고 있었다.

스킬 명은 데드 크라잉.

2차 전직 후, 주어지는 스킬이었다.

‘…역시 부장 저 놈은, 2차 전직까지 한 놈이었다.’

대검을 쥔 시운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저 스킬은 아주 어마무시한 스킬임을 잘 알고 있었다.

‘데드 크라잉. 무려 5분 동안 자신의 몸을 증폭시켜서, 모든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키는 기술이야.’

다시 앞이 막막했다.

저 스킬을 사용한 경비부장을 시운은 막을 엄두가 서지 않았다.

경비부장의 레벨은 아무리 못해도 최소 50은 이상이다.

그에 반해, 시운의 레벨은 고작 10이다.

최소 레벨의 차이는 40.

레벨 40이란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비록, 사기적인 스탯을 보유한 시운이라 하더라도, 부장의 능력치에 비할 바는 못 돼었다.

부장은 이미 레어급 아이템들로 온 몸을 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차 전직한 전사의 필살기 스킬 데드 크라잉까지 더해진다면,

엄청난 …능력치 차이가 벌어지고 만다.

처벅처벅.

시퍼렇게 타오르고 있는 눈을 한 경비부장이 다가온다. 그 압박감이 엄청나 시운은 계속, 뒤로 물러났다.

그 어떤 기발한 방법을 동원한다 해도 이것은 감당해내지 못할 거란 본능적 직감이 들었다.

“일로 와라, 애송아.”

경비부장의 목소리 또한 데드크라잉의 영향에 의해 굉장히 허스키했다.

마치, 변조된 굵직한 괴물의 목소리 같았다.

“디하르트!! 당신 죽은 거야?! 이봐!”

시운은 위기감에 고개를 돌려 크게 외쳤다.

절박했다!

그때, 시운의 눈이 커졌다.

‘드디어 움직인다?’

디하르트, 그는.

몸을 스르르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핏물로 가득한, 자신의 산발한 머리에 손을 올리더니 위로 가르마를 타듯 스르르, 올렸다.

“다 됐다.”

디하르트의 입으로 들려온 소리였다.

그의 육성은 아까보다 안정적이었다.

회복이 어느정도는 된 듯 보였다.

“다 됐다고? 회복이 끝났단 말이야? 그럼 어서 도와주란 말입니다! 내 앞에 이 놈 좀 어떻게 해 보라고.”

시운은 거침없이 자신에게 처벅처벅, 걸어오는 부장과 디하르트를 번갈아보면서, 백스탭을 밟기에 급급했다.

부장은 고개를 움직여, 디하르트에게 시선을 움직였다.

“용케 안 죽었군. 살아있었나? 그렇다면 네 놈부터 죽이는게 급선무지!”

활활!

도깨비같은 눈으로 디하르트를 노려보던, 부장이 검을 들고 그대로 도움닫기를 했다.

퍼엉!

부장, 그의 오른 발이 땅에서 떨어지자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며 무섭게 디하르트 쪽으로 날아갔다.

데드 크라잉의 효과로 근력과 민첩성이 거대하게 증폭된 상태라 그런지, 점핑하는 부장의 힘은 엄청났다.

슈-우욱.

부장은 공중에 붕 뜬 상태로 무려, 이십 미터란 거리를 점핑하여 디하르트의 머리를 향해 착지하고 있었다.

“반역자 놈아…. 네 심장을 끊어주마….”

파바바박!

부장의 검에서 거대한 스파크가 튀기고 있었다.

‘저, 검의 일격에 맞았다간…. 위험해!’

타타타타!

시운이 위기감을 느끼고, 부장 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패왕일참[覇王一斬].”

……낡은 스피어를 오른손에 쥔, 디하르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였다.

그리고,

푸아아아앙!

방금 전, 데드크라잉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바람이라고 칭하기에도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거센 폭풍이 휘몰아 치더니, 디하르트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감싸던 폭풍은 굉음과 함께 주위를 흔들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그 파열음은 마치청천벽력과도 맞먹는 정도였다.

순간 눈 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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