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화
누구보다 빠르게 (1)
다음날이 되자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태초 시티의 광장 한복판에 퍼지고 있다.말을 탄 경비병이 고개를 주위로 돌리며 달려갔고, 창을 든 경비병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디하르트가 하바나 초원에서 사라졌다고 했지?”
“그보다, 그놈을 도운 놈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강한 놈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생긴 놈이냐?”
“…이상한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어서 생김새는 보지 못했습니다.”
“헌터일 리는 없고……. 어쨌든하바나 초원에 아무도 진입 못하게 막아! 바리게이트 치고, 그곳을 모조리 뒤진다!”
이제 막 헌터 생활에 입문한 헌터들은 그 광경을 신기하게 보고 있다.
“무슨 일 났나봐.”
“전쟁이라도 난 건 아니겠지?”
“개소리……. 전쟁은 무슨! 야, 야. 다람쥐나 마저 잡으러 가자.”
“그래, 경비들 일은 지들 사정이고, 우리는 지금 성장할 때잖아.”
차차차창! 광장을 분란하게 누비는 경비병들의 갑옷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퍼진다.
태초 시티를 샅샅이 수색하던 경비병들의 대화를 뒤로 하고,
시운은 광장의 한복판을 걷고 있다.
‘지랄 났군, 아주...’
그럴 만도 했다.
1급 죄인 디하르트가 하바나 초원에 나타났다는 속보를 접한 데다가, 그가 경비수색대 1조를 모조리 격파했다는 소식까지 들렸으니, 그를 찾느라 경비병들이 혈안이 된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그 소문까지 난 모양이었다.
디하르트의 도주를 도운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말이다.
‘잘못하면 피곤해지겠는데…. 조심해야겠군.’
시운은 하얀 도복 차림에 대검을 인벤토리창에 처박아둔 채, 꺼내지도 않았다.
시운이 맘 편히, 대검을 꺼내들고 다니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제, 하바나 동굴의 사투로 경비수색대 한 조가 모조리 박살났다.
그러나 경비병 모두가 그 자리에서 요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 숨이 붙어있던 경비병 몇은 빈사 상태에 빠져 기절해 있다가, 뒤이어 도착한 지원 경비대에 의해 구조 되었고.
그 경비병은 어제의 일을 낱낱이 그들에게 전했다.
디하르트는 동굴 속에 숨어 지내고 있었고! 그의 도주행각을 도운 이상한 놈이 있었다고!
시운은, 그때 대검으로 그런 요란법석을 떨었으니 저들의 의심을 살까 대검을 꺼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설사, 내가 대검을 들고 다닌다고는 해도 날 그놈으로 지목하진 못할 거야.’
그것도 그랬다.
이제 갓 레벨 14에 F급이라는 말단 헌터란 칭호 조차 갖기 힘든 초짜 헌터 이시운. 설령, 그가 어제 동굴 속 그 대검과 같은 종류의 대검을 들고 다니고 있다고 해도 의심받을 일은 없었다.
어제 그 사투 속에서 대검을 든 사내는 굉장한 전투 감각을 보여주었으니!
‘그래도, 괜한 의심을 살 필요는 없지. 대검은 웬만하면 사냥터에서만 써야 겠군. 경비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말이야…….’
일단은 해야할 일이 있다.
***
“오호…….”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감탄을 흘렸다.
그의 손 앞에는 레어급 장신구와 갑옷, 갖가지 무기 몇 가지가 무더기로 놓여있었다.
“이 정도면 얼마정도 처줄 수 있겠습니까?”
시운이 물었다.
“이 장비들은 죄다 레어급 이상이군, 근데 이 장비들은…….”
남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왔다.
그는, 암암리에 물건을 알선하고, 매매하며, 또한 물건들을 귀신같이 팔아다 주는 장물아비였다.
어둠의 출처를 통해 획득한 장비부터, 경매장에 올릴 수 없는 장비, 죄를 세탁하기 위해 급처분하는 아이템들을 사들이고 팔며 차익을 남기는 행위로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검은 후드는 시운을 한참을 뜯어보다가 입을 다시 움직였다.
“……이 장비들은 태초 시티 경비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장비인데.”
“당신이 그런 거 따지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다른 말 말고, 얼마를 줄 것인지나 말하쇼.”
시운이 날카롭게 쏘았다.
남자는 큭,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주억이더니.
“나야 뭐, 음지에서 사는 놈이라 관심은 없다만……. 지금 이 마을이 한참 소란스럽던데?”
사내의 말 뒤끝이 오묘하게 올라갔다.
시운은 대꾸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넌 그냥 관심 끄고! 닥치고, 장물 가격이나 처불러! …라는 눈빛으로 말이다.
사내는 양 입꼬리를 올리며 끌끌, 스산하게 웃었다.
“당돌한 친구군. 어차피, 난 자네가 사람을 죽였든, 황제의 뒷모가지를 후려쳐서, 곤룡포를 가져온 것이든 그것은 관심 없어. 쓸만한 물건들만 갖다주면 그걸로 족하지. 150만 골드.”
그가 부른 가격에 시운의 눈이 번뜩 뜨였다.
‘150만 골드라.’
시운은 사내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초점이 나간 눈, 화상으로 반이나 뭉개진 얼굴, 흉측한 칼자국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양의 문신.
그리고 세월의 풍파를 직격으로 처맞은 듯한 자글자글한 주름까지…….
그가, 대충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 수는 있었다.
그런데,
‘바디시그널을 읽을 수가 없다.’
시운은 바디시그널을 통해, 그의 심산을 캐치하여 가격을 좀 더 받을 수 있을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그러나, 바디시그널은 읽히질 않았다.
남자는 픽, 웃었다.
“자네, 신기한 눈을 가졌군? 그러나, 나는 입밖으로 한번 내뱉은 말은 되바꾸지 않아.”
마치, 시운의 의중을 파악한 듯 했다. 가격의 흥정따위란 없다는 뉘앙스였다.
‘내공이 장난이 아니군.’
시운은 못마땅한 얼굴을 내비추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주시죠.”
“여깄네, 150만 골드.”
[150만 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
장물아비와의 거래를 끝나고 나오는 길.
‘경매장에 팔면 돈 좀 만질 수 있었는데……. 치잇.’
사실, 시운은 어제 하바나 동굴의 혈투를 끝내고 무언의 작업(?)을 하나 완료했었다.
그 작업이란, 동굴 속 경비병들의 장비들을 인벤토리에 알뜰하게 챙기는 작업 이었다.
이 장비들을 경매장 시스템을 통하여, 매매하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경매장에 떡하니 이 물건들을 게시한다면 분명 경비병들의 의심을 살 것이 뻔했다.
경비병들의 장비들이 없어진 다음 날…… 절묘하게 경매장에 그 장비들이 올라온다면, 아무리 F급 헌터 시운이라도 혐의를 피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그 장비들은 타 용병이나, 헌터들이 쓰는 장비들이 아닌, 경비병들이 주로 쓰이는 장비기도 했다.
“어쨌든, 초반에 돈 번 것으로 만족하자. 다음으로 내가 할 일은….”
***
“끼이익!”
“끼이이익!”
슬라임이 연거푸 괴성을 내지르고, 젤 리가 되어 땅밑으로 스르르 사라진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드디어 레벨은 15.”
기쁨에 찬 시운이 소리쳤다.
시운의 주위로는 십 분간의 무지막지한 사냥을 했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베여있었다.
시운의 손에 떼죽음을 당한 슬라임의 사체들과 대검으로 내리친! 칼자국의 흔적들이 흙더미에 가득했다.
이마 밑으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슥, 닦고서.
“드디어 15란 말이지.”
이틀만에 달성한 결과였다.
남들은, 레벨이 15가 되기까지 족히 몇 주일은 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시운은, 초반부터 사기적인 근력과 놀라운 눈을 필두로 개꿀같은 사냥을 이어왔고, 그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좋아. 이제 그 상자를 열어보도록 할까?”
콧노래가 절로 튀어나오려 했다.
“인벤토리창 오픈.”
시운은 인벤토리를 열고 난 뒤에, 아이템 하나를 들여다 보았다.
그것은,
[랜덤 장신구 상자][유니크]
고급 이벤트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귀한 상자. 상자를 오픈하면 랜덤으로 유니크 등급의 장신구를 얻을 수 있다.
운수 좋은 날에나 열어보도록 하자!
사용 레벨 제한: 15
엘리아에게서 받은 바로, 그 상자였다!
“좋아, 연다.”
시운은 빨리, 레벨 15를 만들어 이 상자를 열어보려고 이곳 슬라임들을 쏜살같이 사냥한 것이기도 했다.
상자에 손을 가져다댔다.
두근두근! 심박세동이 일었다.
과연, 어떤 템이 튀어나와 날 반겨줄까? 좋은 템이 걸려야 할 텐데!
달칵.
딴따다단!
손을 움직이자, 빵빠레의 효과음이 들렸고 상자가 번쩍! 열린 상자 틈으로 강한 빛이 시운의 얼굴에 쏟아졌다.
[화룡의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화룡의 반지?”
시운은 급히 그 반지의 상세정보를 훑었다.
[화룡의 반지][유니크]
고대에 마족의 환수였던 화룡의 혼이 깃들어 있는 반지.
화룡의 뜨거운 날개털을 응축시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내구도 150/150].
-보유 효과.
화염 저항력+30%
근력 증가: 30.
민첩성 증가: 25.
체력 증가: 25.
-특별 추가 옵션.
‘경험치 저장’ 가능.
액티브 스킬 ‘화룡의 도약’ 사용 가능.
“굉장히 쓸만한데?”
능력치 상승 효과가 굉장히 준수했다.
무엇보다 스킬까지 붙어 있다니 정말 쓸만한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경험치 저장이라는 기능은 현재 시운에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기능이었다.
“화룡의 도약?”
시운은 옵션에 붙은 스킬을 살펴보았다.
[화룡의 도약][Lv.1]
고대 화룡의 힘을 받아 공중으로 힘껏 도약한다.
-민첩성의 140% 속도.
-도약 시,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자에게 피격을 받을 시 피격 대미지 30% 감소.
“아주 쓸만한데?”
기쁨에 차올라 절로 독백을 흘렸다.
앞으로의 사냥이 더욱 손쉬워질 예감이 든다.
시운은 곧바로, 초중급 수련장에서 나온 뒤, 던전으로 향했다.
***
[오크의 전장터].
던전 한곳에 다다랐다.
이곳은 태초 시티의 가장 난이도 있는 던전이다.
헌터들은, 1차 전직을 할 때까지는 태초 시티를 벗어날 수 없다.
마음같아서는, 이곳보다 더욱 높은 등급의 던전으로 가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싶지만, 현재 시운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던전이 이곳이었다.
“이제 한바탕 휘저어볼까?”
철컹!
시운이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꺼내들었다.
쉬익!
그리고, 대왕멧돼지의 가죽옷까지 꺼내어 뒤집어 썼다!
대왕멧돼지의 가죽옷으로 인해 민첩성과 방어력이 대폭 상승했으며, 화룡의 반지를 장착하여 보유 능력치까지 짜릿하게 올라간 상태!
그리고, 본래의 사기적인 근력 스탯을 보유한 시운은 지금 이 오크의 전장터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은 그냥 로우킥만으로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 헌터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있을 리가 없었다.
시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던전 속은 동굴과도 같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긴 통로가 보였다.
통로의 저 너머로는, 허름한 폐가가 보였다.
오크들이 거주하는 폐가인 듯 했다.
칙칙한 냄새에, 음습한 느낌이 당장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뭐, 귀신이 튀어나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귀신도 몬스터와 다를 것 없이 그냥 이 대검으로 내리찍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자, 다들 기어 나와도록!”
대검을 든채 던전의 저 너머로 소리치며 도발을 하자,
“우가! 뭔 소리야?”
“인간놈?”
두 놈이 도끼를 들고, 걸어오기 시작했다.
[오크 전사][Lv 30]
[오크 전사][Lv 30]
다부진 근육에 하급 갑옷을 걸치고 있는, 오크 두 놈이 시운을 발견하자 냅따 도끼질을 하러 달려들었다.
“으랏차!”
시운은 무식하게 달려든 오크 하나의 머리통을 일격에 부숴버렸다.
묵직한 타격감이 손으로 짜릿하게 전해져 온다.
동료 오크가 그 자리에서 대(大)자로 누워버리는 것을 보자, 나머지 오크 하나의 눈빛이 무섭게 변했다.
“우가! 인간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시운은 웃으며,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렙에 걸맞지 않은 템빨 효과와 무지막지한 근력스탯이 더해진 일격은, 나머지 오크 한놈의 갈비뼈를 그대로 아작내기에 충분했다.
“더 와라. 걸어가기 귀찮다.”
시운의 육성을 듣고 무언가가또 뛰어오기 시작했다.
두 놈이었다.
빠각! 빠각!
놈들의 뼈마디가 일제히 아스라지는 소리가 퍼졌다.
“우가! 우가!”
“동료가 위험에 빠졌다, 우가!”
또 세 놈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연이어 세 놈을 일격, 일격. 일격!에 그 자리에 놈들의 골을 눕히게 해버렸다.
쌔애앵!
얼굴에 무언가 스쳐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앞을 바라봤다.
‘궁수?’
[오크 궁수][Lv 35]
오크 하나가 다시금, 활에 화살을 끼우며 다음 공격을 해오려 하고 있었다.
“어딜!”
오크 궁수와 시운의 거리는 약 십 미터나 됐다.
“화룡의 도약!”
순간, 시운의 발 밑으로 날개짓을 하는 화룡의 형상이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시운이 땅 위로 떠올랐다.
스프링이 튀기듯 공중으로 강하게, 떠오르는 느낌이 일었다!
부우웅!
눈 한 번 깜짝일 새에 시운은 오크 궁수의 앞까지 날아간 상태였다. 그 모습이 마치 날개달린 멧돼지 같았다.
“우가! 멧돼지? 아니, 인간놈이군! 인간이 날았다고?”
“선물이다.”
우지직!
…이 소리는 활과 오크의 뼈마디가 동시에 아작이 나는 소리였다.
쿠웅!
그대로 땅바닥에 머리통을 처박고 저세상으로 간 오크를 보면서, 시운은 씩 웃음을 흘렸다.
“이 스킬 굉장히 빠른데?”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레벨이 16 이상으로 상승할 수 없습니다.
-1차 전직이 필요합니다.
레벨 업 이펙트가 뿜어져 나오나 싶더니, 다른 음성이 그 이펙트를 막아섰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경험치 저장기능이지.’
잠시 후,
[경험치 저장 기능을 사용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저장되었습니다.
‘좋아, 저장이 되었군.’
현재 시운의 레벨은 15.
1차 전직을 하고나서야, 더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쌓이는 해당 경험치를 저장하면서 모아놓는다면?
‘모아놓았던 모든 경험치를 1차 전직을 하고 난 뒤에, 다시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지.’
1차 전직을 위해 거쳐야할 헌터 시험은 앞으로 이십일 후에 열린다.
그때까지, 시운과 동시에 헌터생활을 스타트한 다른 헌터들은 레벨 15를 초과하지 못한다.
반면에, 시운은 이렇게 경험치를 하나하나 저장해놓는다면, 전직 후에 저장해놓은 경험치를 모조리 돌려받는다. 그렇다면 다른 헌터들과의 격차는 상상이상으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시운의 몸이 점점 불타오르는 기분이었다.
지금 시운에게는 무엇도 무섭지 않았다.
동물적인 눈, 사기적인 어깨! … 그리고 고급 템까지 있는 마당에 지금 뭐가 무서우랴!
그리고,
시운은 잠시 시스템의 설정을 만졌다.
레벨 업 임팩트 효과의 알림은 으로.
반면, 경험치를 저장했다는 알림은 로 설정했다.
'레벨 업 알람은 떠야 내가 레벨 업을 몇 번 했는지 알 수 있지, 근데 뒤이어 경험치 저장했다는 알림은 번거로우니 꺼두는 것.'
“우가!”
순간, 시운의 땅 밑에서 도끼를 든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뭐냐, 럴커같군.”
가볍게 도끼질을 피해버린 시운은 그냥! 죽어뿌라 땅속에서 솟아난 놈의 팔을 오른발로 세게 밟아버렸다!
우지직.
“크아아악!”
이어지는 건 오크의 절규.
우지지직-.
시운은 발에 더욱 힘을 주어, 놈의 팔을 발로 밟은 채,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우지직!
놈의 팔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신명나게 들려온다.
“죽었나.”
“……….”
땅속에서 달랑 삐져나온 팔은 더 이상 움직임이 없었다.
시운은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않고, 더욱 던전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
여유롭게 대검을 흔들면서 말이다.
전직조차 하지 않고, 전직 스킬 또한 없는 레벨 15의 헌터가 태초 시티의 최고 난이도 던전인 이곳을,
이렇게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알면 경악에 경악을 더하여 놀랄 노릇이었다.
그렇게, 불과 15분이 흘렀을까.
어느새 시운은 던전의 반을 공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