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33화 (33/278)

제 33화

천세정과의 데일리? (1)

“흐름 좋고.”

리미트리스 던전의 중앙부에서 홀로 웃음 소리를 흘리는 것은 F랭크 헌터 이시운이었다.

그의 앞으로 던전의 심장인 비석이 쩌걱! 소리를 내며 갈라져 내려가고 있었다.

이윽고,

파파파파파!

거대한 빛의 파장이 주위로 발산되어. 어두운 던전의 내부를 환히 밝힌다.

시운의 앞에는 비석을 수호하는 수호자이자, 던전의 끝판왕 미노타우르스가 통구이가 되어 늘어져있다.

“나온다.”

시운은 입을 벌리고 앞을 바라봤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눈 앞에 두고 군침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쩌거걱!

균열을 내며 부서지던 비석이 정확히 이등분으로 갈라졌다.

비석의 파편들이 바닥에 쏟아져 내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자태를 드러냈다.

아주 환한 빛이 시운의 얼굴에 쏟아졌다.

덩달아 시운의 얼굴도 빛의 색처럼 얼굴색이 노랗게 보였다.

“드디어 나왔구나, 200만 골드짜리가.”

시운은 손을 쭉, 내밀어 깨어진 비석 파편을 치워내고 빛을 뿜어내는 물건을 움켜쥐었다.

손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그것은 황금색 빛을 은은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골드 스톤을 획득하였습니다.]

웃음이 쏟아지려 했다.

좋은 템을 맞춘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200만 골드가 생겨버리다니.

이계로 넘어와서 첫 스타트도 좋고, 운빨도 좋다.

‘매일 오늘만 같아라.’

금방이라도 최하급 헌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골드 스톤을 인벤토리에 고히 넣었다.

이젠 나가야 할 시간이다.

화이트 게이트에게 눈도장을 찍힌 이상, 여기 오래 머물러서 좋을 건 없었다.

“잠깐.”

남성이 짧고 단호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운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

남자의 모습이 점차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그의 장비부터 훑었다.

무게를 가볍게 하여 기동성을 최대한 살린 H형태의 철갑옷. 오른 손에 움켜쥔 배틀 엑스. 화이트 게이트의 로고가 박힌 하얀 망토까지.

시운은 시선을 올려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낯익은 얼굴.

남성은 멧돼지망토를 뒤집어 쓴 시운을 차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교관님?”

시운은 절로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말을 내뱉고 아차! 싶었다.

‘하, 내 신분이 드러나면 안 되는데. 모르고 교관이라 불러버렸네.’

그는, 초보수련장에서 신나게 보스 다람쥐를 때려잡을 때 곁에 있던 교관 이한석이었다.

“역시.”

한석은 의미심장한 혼잣말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나랑 초보수련장에서 만났던 그 녀석이지?”

“아닙니다.”

순간, 몸이 움찔했으나 시치미를 뚝, 잡아뗐다.

“네가 쓰고 있는 그 이상한 망토가 네 목소리까지 숨겨주지 않는다. 네가 여기에 왜 있냐?”

시운의 고개가 땅으로 젖혀졌다.

살짝 골치아픈 상황이 벌어졌다.

이빨을 털어서 교묘하게 시치미 뗀다고 해도, 저 교관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교관의 바디시그널은 ‘확신’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숨기진 않겠습니다. 며칠 전에 초보수련장에서 뵜었던 이시운입니다.”

“네가 지금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물어오는 한석의 말투 끝이 차갑게 올라갔다.

“도의적으로는 안 되는 건 알고 있습니다, 처벌 또한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게 지금 할말이냐?”

한석의 얼굴은 일그러져있었다.

시운은 아직 F랭크의 헌터다. 게다가 헌터던전의 첫 시험조차 치루지 않아 던전에 대해 감각조차 익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시운이 중급 난이도에 속하는 리미트리스 던전에 들어오면 안 되는 일이었다.

안전귀가 스크롤도 발동되지 않는 헌터던전에서 헌터의 생명력이 ‘0’이 되면 진짜로 죽어버리니까.

“이런 위험한 곳에 지금 네가 오는 게 맞는 경우냐고 묻잖아?”

“지금 저한테는 이곳이 위험하지 않습니다.”

“하아. 지금 말대꾸 하는거냐?”

한석은 이빨을 꽉 깨물어 턱근육을 부풀렸다.

“그러다 네가 여기서 죽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바로 저세상 가는 거 모르냐?”

“그래서 제가 죽었습니까?”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너 뭐, 잘못 처먹었냐.”

한석의 배틀 엑스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꽤나 열받았는지 배틀 엑스를 쥔 그의 팔 근육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제가 단신으로 이 까다로운 던전을 다 깨부쉈는데 잘했다고 칭찬은 못 해주실망정 욕이라니요? 아까 보니까, 화이트 게이트 머릿수도 몇 없으시던데…. 만약 화이트 게이트께서 이 던전을 한 시간 내로 클리어 못 했다면? 트롤들이 태초 시티로 쏟아져 나가서 참사가 벌어졌을 거 아닙니까.”

시운이 열변을 쏟아냈다.

맞는 말이었다.

순간 당황한 한석의 두 눈동자가 요동쳤다.

그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이계에 온 지 한 달도 안 된 햇병아리가…. 너 뭐 되는 줄 아냐? 어쨌든 던전탐사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 F랭크의 네놈이 여기 오는 건 룰에 어긋난다는 걸 말하는 거다.”

“어차피 F랭크의 헌터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면 처벌은 받지 않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시운이 낭랑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랬다.

F랭크는 최하위 급에 사실 헌터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랭크이지만 한 가지 이점은 있었다.

웬만한 실수는 눈 감아준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F랭크는 헌터로서 발을 갓 디딘 것으로 취급되어 웬만한 잘못 정도는 협회에서 쉬쉬하고 넘어가는 판국이었다.

마치 미성년자가 죄를 지으면 미숙한 나이라는 이유로 정상참작이 이루어져 웬만한 처벌은 피하는 형태와 같은 것이었다.

쉬익!

갑자기 한석이 배틀 엑스를 쳐들었다.

그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혹시 너 지금 죽고 싶은거지? 말만 해. 그 모가지를 이걸로 따줄게.”

한석은 눈을 부릎 뜨고 물어오고 있었다.

씩.

“지, 지금 웃었냐?”

어느새 한석은 시운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교관님, 교관님의 배틀 엑스가 제 몸에 닿는 순간. 교관님이 죽습니다. 아시잖아요? 헌터던전에서 헌터가 아군을 먼저 공격했다가 그 아군에게 죽어도 정당방위로 무혐의 처벌 난다는 것을.”

“뭐, 뭐? 이, 이 새끼가!”

한석의 배틀 엑스가 더욱 강하게 떨려왔다.

시운은 자신의 무기를 힐끗, 보고 다시 한석의 무기를 보더니 픽, 비웃음을 흘렸다.

“물론, 그 레어급도 안 되는 도끼로 맞아도 아플 것 같진 않습니다만?”

“후우우-.”

한석은 눈을 질끈 감으며 배틀 엑스를 내려놓았다.

인내심을 발휘했다는 한숨.

그러나, 한석은 시운에게 덤빌 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며칠 전 수련장에서는, 자신의 눈에는 시운이 그저 ‘신기한 햇병아리’정도로 보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자신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자신도 알기 때문이었다.

“어린 새끼야, 까불지 마라. 응? 나, 이 바닥 오래 굴러먹은 놈이다.”

한석은 말하며 시운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얼굴을 시운의 얼굴로 바짝 들이밀었다.

시운은 자신이 든 홍란검을 슥! 들어 휙휙, 돌려댔다.

순간, 한석은 움찔하며 뒤로 슬쩍 물러났다.

시운이 말했다.

“자존심만 강한 약자들이 꼭 그러지요. 힘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말이라도 이겨볼려고 험담을 늘어놓고 찍어 누르려는 거, 지금 교관님처럼.”

“너…. 하나만 충고할게. 나중에 오늘 일 후회하지 마라. 제발? 응?”

시운은 한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히죽 웃어주고는 한석을 스치고 지나갔다.

“후회할 일 없을 것 같으니 저는 이만 가봅니다.”

“잠깐. 너 딱 그대로 서. 그대로 서라고 했다? 야!!”

한석은 시운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이만 바드득! 갈고 있었다.

F급 헌터에게 이런 대우는 사실 처음인지라 무엇보다 어이가 없는 한석이였다.

어이가 없어서 말조차 안 나왔다.

망치로 뇌를 한대 후려맞은 기분이랄까?

고작 F 나부랭이에게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던전을 벗어나는 시운은 생각했다.

‘이한석. 이미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이계에 왔다.’

방금 시운의 태도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한석 교관.

화이트 게이트의 사원이지만,

그는 F랭크의 헌터들에게 아주 쓰레기 같은 존재였다.

한석은 높은 랭크의 헌터들에게는 맹수를 만난 초식 동물 마냥 낮은 자세로 빌빌 거리는 반면,

F랭크에게만 호랑이 같은 교관이었다.

속된 말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이였다.

그가 F랭크의 여성 헌터를 성추행한 일도 있었다.

그 일은 뉴스에 떠서 사회적 이슈가 될 뻔 했으나,

화이트 게이트와 공생관계인 협회 측에서 검은 힘을 발휘 해, 뉴스와 기사를 모두 내렸고 ‘허위 사실’로 정정기사를 내보냈다.

덕분에,

폭로했던 여성 헌터는 꽃뱀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고 헌터직에서 강제 퇴출되었다.

하위 랭크의 헌터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는 게 이 바닥의 이치였다.

‘난,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는 절대 고개나 조아리고 살지는 않겠다.’

시운은 속으로 다짐하며 던전 밖으로 나섰다.

***

[오크의 전장터]

“우가?”

“인간 놈이다! 우가!”

“조심해, 놈의 무기를 보니 심상치가 않다, 우가!”

오크 세 마리가 시운을 발견하고 경계를 했다.

시운은 씩, 웃었다.

“친구들~ 나는, 며칠 전에 왔을 때하고는 좀 다른데.”

“뭐라는 건가? 우가!”

“그래봤자 약한 종족인 인간놈일 뿐이다……! 우가!”

“우리의 성지를 지키자! 우가!”

오크 세 마리가 씩씩, 거리며 신명나게 뛰어온다.

오크 하나의 도끼가 시운의 코를 향해 날아오려는데……

화르르륵!

……도끼질보다 빠른 것은 불이었다.

오크들의 살결에 불이 붙고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 오크의 전신의 살결을 녹이기 시작한다.

활활.

오크들은 시운의 검질에 신음 조차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잿더미로 변한다.

…인간들을 개무시하는 오크들 따위에게 유언정도는 남기고 뒈지게 해 줄 아량은 없었다.

잿더미는 유유히 공중에 흩뿌려져 휘날렸다.

오늘 하루는 이 던전을 그냥 불구덩이로 만들어 버릴 참이었다!

***

십일 후.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

“휴우.”

시운은 이마에 맺인 땀을 소매로 훔쳤다.

주위는 온통 탄 내로 진동을 했다.

오크들은 죄다 불에 타 썩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고,

던전의 벽들은 모조리 불에 탄 흔적으로 가득했으며,

던전 땅 속에 가득했던 벌레들은 모조리 타죽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보면 오크의 전장터가 아니라 폐허로 볼 광경이었다.

시운의 무기 홍란검에 의한 흔적들이었다.

며칠이나 오크의 전장터에서 죽치고 경험치 노가다를 벌였다.

확실히 템빨로 강해진 시운은 오크의 전장터 시작지부터 끝까지 단 몇 분만에 모든 오크들을 쓸었다. 그리고 잡을 오크가 없어지면 리젠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오크가 나타나면 모조리 쓸어버리고, 소탕하고 힘들거나, 좀 자고 싶을 때는,

자신이 죽인 오크대왕의 빈집으로 들어가 눈 좀 붙이고, 다시 나와 사냥하고!

그렇게 던전의 끝과 시작지를 왕복하며 반복 경험치 노가다를 한 것이었다.

“드디어 내일 모래인가.”

내일 모래는 최초 헌터던전탐사 시험이 있는 날이다.

사실 긴장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템빨과 스탯빨에 눈빨까지 가지고 있으니…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그 전에 집에 한 번 들러야겠어. 집밥이 너무 먹고싶다.’

시운은 오크의 전장터에서 나왔다.

그리고 현계에 존재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엄마와 아빠가 걱정하고 있을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보고싶은 사람들이 몇 있다.

앞으로 헌터생활에 열중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을 테니,

누구보다 빠르게 비상할 테니까.

***

여의도 한강 공원.

초저녁 야경을 수놓듯 도시의 화명들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맑은 빛깔의 한강.

많은 사람들이 운동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 속에서 단연 빛나는 미모로 눈에 띄는 여자.

천세정.

뛸 때마다 찰랑거리도록 예쁘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

몸의 자태가 두드러지는 메이커점퍼.

쫙 달라붙는 검은색 레깅스을 발목까지 걷어 올리고 음악을 들으며 조깅하고 있는 그녀.

편안한 운동복을 입고 있어도 자태는 두드러졌다.

“하아…. 하아….”

호흡을 고르며 뛰는 세정의 갸름한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하다.

‘와, 죽여주네, 오우 가슴 봐….’

‘모델이야, 연예인이야? 꼬셔 볼까? 하. 보고 있으려니까 애타네.’

‘당연히 남친 있겠지, 저렇게 이쁜데….’

‘저런 여자하고 떡 한 번 쳐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지켜보는 남자들의 생각은 이랬다.

세정의 매끈한 라인과 미모는 본의 아니게 열일을 하고 있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청년들이 세정을 힐끗 힐끗 훔쳐봤다.

세정은 오늘 아버지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운동을 하고 있는 데도,

아버지 천상진의 음성이 떠올랐다.

-세정아. 헌터자격시험 만점 받은 그 친구가 네 친구라며? 네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하아…….”

세정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생각을 떨쳐낸다.

신나는 일렉 음악을 들으며 뛰면서 대교에 설치된 조명들을 바라본다.

‘야경 참 아름다워….’

그렇게 좀 걷다가 또 뛰었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빠른 속도로 뛰어오던 남성이 세정을 앞지르면서 슬쩍 고개를 돌려 세정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씨익.

은근스레 던지는 추파.

그러나 세정은 앞만 보며 달렸다.

“하아…. 하아….”

숨이 차오른다.

세정은 잠시 뛰던 다리를 멈춰 세우고서 허리를 숙여 두 무릎을 스트레칭 했다.

‘잠시 쉬어야겠다. 너무 숨차….’

주변을 둘러보니 벤치 하나가 놓여있다.

땀을 소매로 훔치며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알뜰하게 챙겨온 스포츠 음료를 마신다.

“휴우….”

땀으로 젖은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머리끈을 풀고 이마 위로 쓸어 넘기더니 다시 머리를 묶었다.

“저기….”

세정은 옆을 돌아봤다.

누군가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있다.

‘기척도 못 느꼈는데, 뭐야?’

딱 붙는 스판 티로 근육이 돋보이는 청년.

청년 역시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그는 부드럽게 웃음을 흘리며.

“운동 중이세요?”

처음 보는 남성이 말을 걸어오자 부담스런 마음이 들었다.

“아… 네.”

“죄송한데…. 아까 운동하시는 모습 보고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따라왔거든요. 근데 운동 되게 열심히 하시던데…….”

“………….”

세정은 애써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피한다.

“저기. 시간 있으시면 저하고……”

“………….”

남성의 말을 철저하게 씹어주었다.

남성은 세정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낯짝에 철판을 깔고 옆에 앉았다.

“몸매도 굉장히 좋으신 것 같은데 평소에 운동 정말 열심히 하시나 봐요?”

“아…. 네, 네.”

“저도 운동 쪽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헬스 트레이너예요.”

“………….”

누가 물어봤냐?

세정은 예쁜 이마를 살짝 찡그리며 아예 시선을 외면한다.

일부러 표정을 구기면서 눈치를 주는데도,

남성은 말 한 번 붙여보려고 머뭇거리는 눈치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는 왜요?”

“그냥 궁금해서요. 저는 스물여덟 살입니다.”

네가 스물여덞인데 어쩌란 건데?

슬슬 짜증이 밀리다 못해 솟구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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