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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3회차-38화 (38/278)

제 38화

내 클래스가 맹인이라고?

맹인의 클래스를 얻기 위해서 바쳐야 할 신체의 대가는 바로 눈이었다.고대 시대부터 전투를 할 때 맹인들은 시각에 의존하지 않았다. 의존할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청각이나 후각 등의 다른 감각들을 극대화 시켜서 감각적으로 전투를 하는 자들로 알려져 있다.

그들에게 시각이라는 감각은 필요가 없었다. 그 감각이 없기에 다른 감각들이 비약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었고,

유연하고 변화적인 전투 감각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맹인들은 고대 신화에 나오는 헤르네메스 라는 신을 숭배했다.

그 신은 인간에게 제물을 받은 댓가로 인간들을 다른 신에게서 보호해주고 지켜주었다.

헤르네메스는 특히 무기에 인간의 눈을 장착하고 싸우는 것을 즐겨했다.

인간의 눈에는 인간의 차크라가 가장 많이 담겨있는 예민한 신체기에 무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매체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맹인들은 헤르네메스를 숭배하기 위하여 인간들을 죽이고 죽은 인간에게서 눈을 떼어 신 헤르네메스에게 제물로 바쳤다고 전해진다.

또한 헤르네메스는 특별한 능력을 소유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능력은,

자신을 빚어낸 창조주를 불러내는 능력이다.

그리고,

맹인들은 헤르네메스를 숭배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그 능력의 힘을 물려받아 특정 조건 하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

펄럭-

안내원이 시운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시운은 서류에 지장이 찍힌 엄지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경고! 한번 선택한 클래스는 다시 선택할 수 없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하기 바랍니다.]

안내원이 물었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없는 걸 보니 망설이는 구만? 후회할 것 같으면 그냥 돌아가요.”

안내원이 차가운 육성으로 말했다.

앗차! 고개를 끄덕여서 답한 게 실수네. 안내원도 맹인이었지.

“아닙니다, 꼭 하겠습니다.”

“여기 서류 상에 조항이 하나 보이죠? 잘 읽었겠죠?”

-11조 조항.

-맹인으로 전직하기 위해서 해당하는 자는 두 눈을 바친다. 고대의 신이자 선인 헤르네메스를 존경하는 마음의 의미로.

-해당하는 자는 두 눈을 바친 순간 다시 돌려받을 수도 없고, 이 행위에 대해서 일체 따질 수도 없다.

꿀꺽,

시운의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난 남들과는 다른 눈을 가졌다. 분명 나는….’

확신하는 게 있었다.

무턱대고 맹인 직업소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다,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지요?”

시운이 대답하자, 안내원이 일어났다. 그리고 안내원은 손으로 시운의 얼굴을 감싸더니, 고대의 언어를 읊기 시작했다.

“……헤르네메스 님의 이름으로 여기 또 한 사람이 그 뜻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

그러자,

시운의 머리 위에서 보랏빛 오라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끄으윽.”

시운의 입에서 늘어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이 콕콕 쑤시면서 미치도록 아파왔다. 주르륵- 시운의 눈에서 피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맹인이 되기 위해서 이 자의 소중한 두 눈을 헤르메네스 님께 바치겠습니다.”

“으, 으아아아악!!”

시운이 두 눈을 움켜쥐고 얼굴을 감싸쥐고 뒹굴었다. 안내원은 그런 시운을 태연하게 바라보면서 의식을 계속 진행했다. 당연히 거쳐가야 할 통과의례이니 참아내라는 듯 했다.

“허, 허억.”

[맹인으로 전직을 완료하였습……]

알람 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

“으음?”

정신이 들었다.

눈꺼풀 사이로 빛이 보인다.

눈을 뜨니 시야가 흐릿하고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맹인 직업소의 방안이었다. 상체를 일으켰다.

“전직을 마친 건가.”

눈은 아직도 시리고 아프다. 시야로는 물체들이 흐릿흐릿하게 보인다.

‘모두 예상하고 온 거야.’

그랬다.

시운이 아무도 찾지 않는 히든 클래스 맹인을 선택한 이유가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 맹인은 눈을 잃지만, 맹인으로 전직하게 되면 타 직업은 얻을 수 없는 히든 스킬을 한 개 획득할 수 있으며, 패시브 스킬에는 민첩성을 올려주는 유용한 스킬이 있다.

……게다가, 시운이 패시브 스킬에는 시운이 꼭 원하는 스킬이 하나가 더 있었다.

둘째, 시운은 분명 자신의 눈을 비집고 뽑아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눈을 사용할 거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오크의 전장터에서 전투 도중에 오크의 칼날이 시운의 흰자위를 쓸었던 순간이 있었다. 곧바로 눈은 충혈되었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희한하게도 눈은 5분만에 회복되었었다. 눈이라는 신체가 훼손되면 포션이나, 힐 등의 마법으로도 회복이 불과하다. 이 점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만약 재수가 옴붙어서 눈이 재생이 안 된다면 다시 죽으면 된다. 자신은 죽어도, 죽어도… 살아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맹인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전직할 가치가 있다.’

***

머리를 묵직하게 찍어누르는 통증이 가시고, 시운의 눈으로 모든 물체들이 깨끗하게 보였다.

‘역시.’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확신한 게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정신이 들어요?”

문이 열리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전직 계약을 한 안내원이었다. 안내원은 시운이 눈을 잃고 좌절에 빠져있을 것이 걱정된다는 모양이었다.

“여기, 따뜻한 차 한잔하고 토스트 준비해 왔어요. 에고고, 우리 직업소에 근간 맹인으로 전직한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몇 년만에 이렇게 사람 하나 받아보네요.”

안내원은 뿌듯하다는 얼굴이었다.

“저기요?”

시운이 오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눈이 보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눈이 보인다고요.”

시운이 벌떡 일어났다. 순간 안대를 착용하고 있던 안내원은 그 말이 사실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안내원 또한 맹인이라 청각과 촉각이 아주 예민했다. 시운이 일어서서 자유자제로 걷고 움직이는 소리가 방금 눈을 잃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마, 맙소사!”

안내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분명 자신의 마법을 통해 시운의 두 눈을 뽑아냈었다. 그리고 그 두 눈을 헤르메네스의 제단에 바치고 오는 길이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 어떻게?”

언제나 단호하던 안내원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제 눈은 좀 특별합니다.”

“특별하다고?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거지? 어떻게, 어떻게?”

안내원이 혼란스러워 하는 틈에

시운이 씩, 웃으며 방문의 손잡이를 열었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직업소를 나오는 길.

안내원이 지팡이를 짚고 급하게 따라나왔다.

“당신은 놀라운 사람이군요.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서 맹인의 위대함을 보여주세요. 헤르네메스 님의 가호가 깃들기를….”

안내원은 시운을 배웅하며 목례를 했다.

[맹인 직업소 안내원 ‘미르’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맹인 직업소의 평판이 일반에서 기대로 상승하였습니다.]

“기대로 상승?”

한 계단만에 일반에서 기대로 상승하는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마 시운이 눈을 다시 떴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평판과 호감도가 높으면 어쨌든 다시 찾을 때 분명히 좋은 이점은 있을 터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가고 있군.”

저절로 힘실린 웃음이 흘러나왔다.

시운은 근력, 어깨, 눈, 그리고 기발한 루트로 눈을 뜬 맹인이 되었다. 모든 능력들은 타 레벨의 헌터보다 압도적이기에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이제 그곳으로 가볼까?”

그때였다.

-맹인으로 전직한 후에 다시 눈을 떴습니다. 특수 보상 조건에 부합하므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히든 스킬이 하나 추가됩니다.

-히든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뭐라고? 히든 스킬을 획득하였다고?’

곧바로 스킬 창을 열어보았다.

[헤르네메스의 축복][확정 패시브]

눈을 잃은 맹인은 누구보다 신속해야 합니다.

헤르네메스는 맹인이 된 자들을 사랑합니다. 그녀가 축복을 내린 것입니다.

효과: 민첩성+40

[맹인의 평준화][확정패시브]

맹인은 두 개의 감각을 모두 평준화 시키는 놀라운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팔, 다리, 눈, 귀 등의 신체에서 한쪽이 다른쪽보다 높다면 낮은쪽을 높은쪽의 수치만큼 상승시킵니다.

[소드 마스터리][Lv.1][0.0%]

검의 이해도와 능숙도를 나타낸다. 숙련도가 낮은 무기를 착용할 시에는 페널티를 받고, 숙련도가 높은 무기를 사용할 시 어드밴티지를 받는다.

-현재 단계: 초급

-공격력 70%

[질주][Lv.1]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민첩 115%

[일참][Lv.1]

공격 1회에 한하여 온 몸에 힘을 다하여 적을 내리친다.

-힘 120%

[카운터 일격][Lv.1]

상대의 공격을 피한 순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카운터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적에게 30% 확률로 출혈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힘 150%

[맹인불괴][Lv.1]

맹인의 독기를 품어 모든 상태 이상에서 자유로워 집니다.

지속시간: 3분.

[맹인일참][Lv.1]

모든 힘을 내 쏟아서 적을 1회 공격합니다. 때론 맹인의 제 3의 눈으로 약점을 파고들기도 합니다.

힘 180%

-화상 효과 상태의 적을 피격시 대미지 30% 추가.

-출혈 효과 상태의 적을 피격시 대미지 30% 추가.

-공표 효과 상태의 적을 피격시 대미지 35% 추가.

[맹인의 소리][Lv.1]

맹인의 신체기관 중 청각의 감각을 140% 상승시킵니다.

[은신][히든 스킬]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숨깁니다.

은신시 전투 불가.

지속 시간: 10분.

[???][히든 스킬]

-아직 사용할 수 없음.

“아직 사용할 수 없다고?”

스킬들을 쭉, 훑다가 마지막 해금되지 않은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어쨌든 특정한 조건을 통해 해금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 듯 하다.

스킬들 중에 맹인의 평준화라는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나에게는 지금 아주 유용한 스킬이지.”

맹인의 평준화로 인해 시운의 근력은 대폭 상승하였다. 뿐만 아니라 눈까지도 말이다.

맹인의 평준화라는 스킬은 두 개의 신체 기관 중 높은 기관 쪽 수치만큼 나머지 신체 기관도 상승시켜주는 걸 뜻한다.

그러므로, 시운의 오른쪽 어깨 근력의 수치만큼 왼쪽 어깨의 근력 수치도 상승한다는 것.

“일단은 힘이 얼마나 올랐나 봐야겠다. 능력치 창.”

<이시운>

[클래스] 맹인

[분류] 헌터 [등급] F

[종족] 현계인 [성별] 남성

[레벨] 15

[생명력] 540/540 [마나] 90/90

[근력] <180> [민첩] <90>

[체력] <50>

[지능] 9 [지혜] 14

[상태] 정상

[공복도] 0 [갈증도] 1 [피로감] 23

[여유 능력치] 0

‘오오, 힘이 43이나 오른건가?’

그랬다. 아이템과 각종 효과까지 더해진 <137>의 근력 수치가 맹인의 평준화를 통해 <180>까지 상승한 것이었다.

레벨 업 당 주어지는 여유 능력치는 3.

43이라는 수치가 업된 것이었다. 43의 스탯 업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 시운은 강해짐에 더욱 강해짐이 더해져 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헌터생활 초반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었다.

“흐름이 좋군, 아직 시도할 게 하나 더 있지?”

시운은 곧바로 외쳤다.

“경험치 저장 기능 해제.”

-화룡의 반지에 저장되어 있는 경험치를 해제합니다.

-135432 Exp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

레벨 업 임팩트가 연달아 무식하게 뿜어졌다.

시운은 그동안 근성의 노가다를 통해 차곡차곡, 저장해둔 경험치 저장 기능을 해제했다.

그래서 현재 시운은 폭풍 레벨 업을 하고 있었다.

레벨 업 임팩트가 끝나자 시운은 입이 스르르 벌어졌다.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렙을 확인한 시운의 눈이 커졌다.

“와, 벌써 내 레벨이…….”

턱끝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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