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화
여자 둘과의 비밀 던전으로 .. (1)
‘숙련도를 올려야 한다.’
그랬다.
이제 맹인의 클래스를 얻은 시운은,
소드 마스터리 라는 패시브 스킬의 수치를 올려야 했다.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소드 마스터리][Lv.1][0.9%]
검의 이해도와 능숙도를 나타낸다. 숙련도가 낮은 무기를 착용할 시에는 페널티를 받고, 숙련도가 높은 무기를 사용할 시 어드밴티지를 받는다.
-현재 단계: 초급
-공격력 70%
‘현재 단계가 초급이라.’
소드 마스터리의 수치는 검술의 숙련도를 나타낸다.
저 수치가 높을수록 검을 든 공격력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숙련도를 올리는 노가다. 노가다라면 극혐하지만 지금 해놔야 해.’
시운은 허수아비에 목검을 겨누었다.
시운이 들고 있는 이 목검은 공격력이 무려 ‘-999’의 수치를 만들어내는 수련 전용 목검으로서,
이 목검을 들고 아무리 허수아비를 때려도 허수아비는 부서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숙련도를 올리기 더 없이 좋은 아이템이기도 했다.
“읏차!”
타악!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내리쳤다.
허수아비는 시운의 목검을 맞고도 멀쩡했다.
타악! 타악! 탁!
탁! 탁! 탁! 탁!
연달아 7번을 후려친다.
탁! 탁! ………탁!
그리고 또 후려친다.
소드 마스터리의 수치를 올리기 위해서.
***
탁! 타악! 탁!
수련장에는 허수아비를 마구 후려치는 깊은 타격감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저 사람 봐. 3일 전부터 계속 쉬지 않고 저 허수아비만 내려치고 있어.”
용병 하나가 누군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3일 전부터?”
“응. 죽어라 저것만 친다니까. 내가 훈련하려고 여기 왔다갔다 했는데 저 사람은 계속 저렇게 죽치고 허수아비만 치고 있더라.”
“노가다 근성 죽여주네.”
용병들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로 주목되었다.
그 남자는 이마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가득 젖어있었다.
탁! 타악! 탁! 타아아악!
“아후, 아후…… 으랏차!!”
남자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소리를 내지르며 오로지 허수아비만을 목검으로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허수아비에 원한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3일동안 저러고 있다니까.”
“미친 거 아니야?”
“모르지.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온 종일 저러고 있어…….”
“얼굴 헬쑥한 것 좀 봐. 저러다 죽겠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냅둬. 저러다 죽던 말던 하겠지.”
용병들이 혀를 내둘렀다.
저것이 근성일까 아니면 정신병에 걸린 사람의 행동일까 의심이 갈 정도였다.
***
4일 후.
“하아. 하아-”
철푸덕.
시운은 허수아비를 향해 목검을 내리치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벌써 일주일 째다.
그냥 오로지 죽어라 이것만 쳤다.
치고, 내리치고, 또 치고.
시운의 얼굴은 이미 해골이 되어 있었으며, 눈 밑의 다크써클은 진하게 턱까지 내려오기 직전이었다.
“이, 인벤토……리이.”
힘들어서 어렵게 발음을 굴려 인벤토리창을 띄웠다.
[수련전용 목검][일반]
검술 수련장에 사용되는 목검.
무게가 굉장히 가볍다.
공격력: -999
내구도: 1/8000
‘내구도가 거의 바닥이 났군.’
얼마나 목검을 내리쳐댔으면 내구도가 하락하지 않기로는 유명하다는 수련용 목검의 내구도가 1이었다.
‘대장간에서 수리하고 와야겠다.’
혼미해지는 정신줄을 잡고 일어났다.
곧바로 대장간으로 향했다.
***
대장간에서 목검의 수리를 마치고 다시 검술 수련장에 도착했다.
하체가 벌벌 떨려왔다.
그러나 하루빨리 강해져서 상위 랭커가 되야겠다는 생각에 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다시.’
목검을 허수아비에게 겨누었다.
허수아비의 목부분과, 어깨, 가슴, 옆구리, 배 부분이 징그럽게 짖이겨져 있었다.
시운이 목검으로 내리친 흔적이었다.
타악!
한 번을 내리치고,
탁! 탁! 타악!
세 번을 내리친다.
다시 노가다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
“끄하아.”
철푸덕.
또다시 쓰러졌다.
목검을 쥔 손이 벌벌 떨렸다.
입에서는 하얀 거품이 흘러나와 땅바닥에 뚝, 뚝, 떨어지고 속에서는 며칠 전에 먹었던 반찬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우, 우으윽…….”
헛구역질이 나왔다.
“저기요?”
누군가가 다가왔다.
한 여성이었다.
여성은 얼굴을 찌푸리고 쪼그려 앉아 쓰러져 있는 시운을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걱정된다는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좀 쉬어가면서 해요. 이거 좀 마셔요.”
그녀가 물이 담긴 생수통을 건넸다.
“으하아……. 가, 감사합……뉘이다아.”
시운은 다 죽어가는 몰골로 생수통을 받아들고 뚜껑을 땄다.
벌컥. 벌컥.
물이 식도를 타고 마구 넘어갔다.
“에구, 에구. 대체 얼마동안 수련을 한 거에요? 제가 여기 올 때마다 내리치고 있던데.”
여성이 안쓰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일 주일이요오오.”
“네에? 일주일동안 이것만 내리쳤단 말이에요? 하이고오.”
여성이 질색했다.
이 사람이 미친건지 독종인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시운은 몸을 움직여 바닥에 떨어뜨린 목검을 향해 손을 뻗는다.
“저기요. 좀 쉬면서 하라니까요!”
“괘, 괘앤차않아……요오.”
“괜찮긴 뭘 괜찮아요? 말도 똑바로 못 하고 있는데. 그러다 죽는다구요, 진짜!”
여성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목검을 쥔다. 그리고 벌벌 떨려오는 다리를 지탱하고 일어선다.
타악!
목검을 쥔 손이 천근만근 무겁지만 허수아비를 향해 다시 목검질을 했다.
목검이 빗맞아 허수아비의 어깨를 스치고 다시 땅바닥에 떨어졌다.
“하아……. 하아…….”
[피로도가 누적되었습니다.]
[공복도가 누적되었습니다.]
[포만감이 최하치로 하락하였습니다.]
-경고.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세요. 빈사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눈 앞이 아득해져 왔다.
“이봐요!! 이, 이봐요!!”
여성이 쓰러진 시운의 몸을 마구 흔들었다.
***
이틀 후.
이틀이란 시간을 이곳에서 더 죽쳤다. 도중에 잠시 혼절했었다. 그러나 어느 여성에 의해 여관에 실려간 시운은 음식을 먹고 5시간을 푹 쉬고나서 다시 이곳에 와 이틀이라는 시간을 수련에 매진한 상태다.
“가즈아!!”
타악! 탁! 타아아악!
목검으로 다시 허수아비를 내리친다.
그런데,
빠직.
허수아비에게서 소리가 났다.
“엇?”
이윽고.
허수아비의 머리부분에서 균열이 일기 시작하더니.
빠지지직-
균열이 점차 허수아비의 몸통까지 이어지면서 허수아비가 좌우로 이등분되어 쭉, 찢어져 버렸다.
“뭐지?”
순간 눈이 부심에 의해 시운은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부서져 내린 허수아비의 품속에서 무언가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얀 빛이었다.
그 빛은 이내 소리로 바뀌었다.
[히든 스탯을 발견하였습니다.]
[히든 스탯 ‘열정’이 상태창에 추가됩니다.]
“히든 스탯이라고?”
시운은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이시운>
[클래스] 맹인
[분류] 헌터 [등급] F
[종족] 현계인 [성별] 남성
[레벨] 38
[생명력] 615/615 [마나] 208/208
[근력] <226> [민첩] <100>
[체력] <60>
[지능] 9 [지혜] 44
[열정] 0
[상태] 정상
[공복도] 32 [갈증도] 34 [피로감] 56
[여유 능력치] 3
“열정이 스탯란에?”
시운은 스탯 ‘열정’이란 활자를 확대시켜 보았다.
*스탯: 열정
[설명] 무언가 하나에 꽂혀서 열정적인 힘을 발휘한 당신에게 주어진 스탯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피로도가 쉽게 상승하지 않습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특정 계열의 NPC에게서 얻을 수 있는 호감도,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히든 스탯을 여기서 획득할 줄이야.’
시운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수련장에 대자로 뻗었다.
그리고 그대로 드러누운 채로 위를 바라봤다.
어느새 태양은 뜨겁게 지상을 뜨겁게 내리쬐어 시운의 얼굴을 간질이고 있다.
‘숙련도는 어느정도 올랐는지 볼까?’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소드 마스터리][Lv.6][22.8%]
검의 이해도와 능숙도를 나타낸다. 숙련도가 낮은 무기를 착용할 시에는 페널티를 받고, 숙련도가 높은 무기를 사용할 시 어드밴티지를 받는다.
-현재 단계: 중급
-공격력 105%
어느새 숙련도의 레벨은 6이나 되어있었다.
놀라운 성과였다.
‘이 정도면 됐다.’
일반인이 소드 마스터리의 레벨을 6까지 달성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세 달이었다.
놀라운 근성의 결과였다.
‘이제 아이템 정리들을 하러 가볼까?’
***
헤르빈 잡화점에서 나오는 길.
시운은 그동안의 사냥으로 인해 얻은 각종 잡템들을 잡화점에 매매했다.
[보유 금액: 400만 골드.]
지갑은 든든하다.
곧바로 경매장으로 향했다.
***
[경매장에 등록한 골드 스톤이 2,050,000 Gold 에 낙찰되었습니다.]
[창구 계좌로 2,05,0000 Gold 가 입금되었습니다.]
[현재 보유 금액: 605만 골드.]
시운은 경매장 시스템을 통해 리미트리스 던전에서 획득한 골드 스톤을 매매하였다.
골드스톤은 시가보다 5만원 더 높게 낙찰되어 판매되었다.
‘수중에 가진 돈이 605만 골드라.’
당분간은 물약, 식비 걱정은 일절 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이제 좀 쉬러 가볼까.’
몸이 노곤했다.
무려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불굴의 노가다로 인하여 보내지 않았던가.
몸이 부서질 것만 같다.
눈이 저절로 감겨왔다.
***
헤르빈 원룸텔.
“읏차.”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이곳은 시운이 묵고있는 헤르빈의 원룸텔로 일종의 고시원 같은 곳이었다.
1평 남짓한 비좁은 방에 텔레비전과 각종 옷들, 생필품등이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었다.
작은 침대에 성인이 누우면 방 안이 가득찰 정도였다.
여관에서 하루 숙식하는 데만 5만 골드인지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잡은 원룸텔이었다.
이곳 원룸텔을 이용하는 비용은 달에 30만 골드.
‘아이고, 삭신이야.’
침대에 누우니 온 몸이 절로 쑤셨다. 아무리 근력 스탯이 높은 시운일지라도 그렇게 목검질을 반복, 또 반복했으니 근육통이 오는 것은 당연했다.
-뿌우웅.
옆방에서 방구를 끼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아앗, 그, 그대로 가버렷! 으핫! 너무 좋아.
그리고 다른 옆방에서 에로물을 보는 소리가 귓가에 그대로 들려왔다.
‘엉망이군.’
원룸텔답게도 방음은 엉망이었다.
잠귀가 밝거나 예민한 사람이라면 아예 하루도 자지 못할 환경이었다.
‘F랭크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랬다.
하급 헌터들 대부분은 이런 누추한 원룸텔에서 생활하곤 한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헌터생활 초반기인 F랭크의 헌터들은 골드를 벌어들이기가 사실상 힘든 수준이었다.
그래서 이계에서 집을 매매는커녕 전세, 월세로 살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빨리 랭크업하고 돈 벌어서 쓰리룸 정도는 가줘야지.’
현계의 집도 월세인 마당에 이계에서조차 원룸텔에서 전전긍긍하고 싶진 않았다.
“인벤토리 창.”
인벤토리에 담겨있는 아이템들이 시운의 눈으로 들어온다.
[일반 마정석] 수량: 50개
일반 마나가 깃든 마정석. 드워프의 장비제작에 쓰이기도 하며, 대체 에너지로 쓰이기도 한다.
마정석이다.
탐사시험을 치룬 던전에서 획득한 아이템이었다.
마정석은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돌이며, 현계에서 높은 값어치에 매매되기 때문에 헌터들을 먹여살리는 귀중한 물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히든 던전 스크롤]
숨겨진 던전으로 이동시켜 주는 스크롤이다.
*주의요망: 던전 장소는 랜덤으로 이동되니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자.
이번에 헤르빈을 휩쓴 괴수를 처치하라는 퀘스트를 수행하고 얻은 아이템이었다.
‘히든 던전 스크롤이라.’
히든 던전에는 각종 다양한 보상과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시운으로서는 꿀같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히든 던전은 한 번 입장하면 클리어하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으며, 일반 던전보다 난이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든 던전은 일반 던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곳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야지. 지금을 쓸 데가 아니다.’
침대에 누워 히든 던전 스크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으응?’
그런데.
스크롤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악.
‘뭐야?’
스크롤을 묶고 있던 끈이 풀리면서 스크롤이 스르륵, 펼쳐지기 시작했다.
쏴아아-
“윽.”
인벤토리 창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어두운 원룸텔 안을 환하게 밝혔다.
[히든 던전 스크롤을 사용하였습니다.]
“대체 왜? 스크롤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잠시 후,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시운의 주위에 있던 사물들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히든 던전으로 강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