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58화 (58/278)

제 58화

스트레스 풀 땐 풀어야지! 클럽에서 미녀들과 (2)

갑작스러움에 사실.얼떨떨했다.

여성은 자신의 뒤태를 보란 듯 보여주면서 몸을 흔들고 있다.

클럽 안에서 흔히 벌어지는 부비부비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부끄럽네, 이거.’

부비부비 경험이 없는 시운은 넋 놓고 있다가 스테이지로 눈길을 돌렸다.

한 남성과 여성이 진하게 서로의 신체를 더듬으며 부비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하면 되나? 아우, 너무 찐한데.’

시운은 슬그머니 그녀의 몸에 자신의 하체를 밀착시켰다.

‘거부 안하네.’

물건에 그녀의 엉덩이살이 맞닿는 느낌은.

뇌리가 울릴 정도로 강렬했다.

시운은 그녀의 목덜미를 손으로 휘감았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녀를 안고서 그녀의 엉덩이에 하체를 부비면서 흔들기 시작했다.

예쁜 여자와 신체를 맞물리며 춤을 추니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묘하면서도…

‘이건 아니다.’

시운은 엉덩이를 다시 뒤로 뺐다.

성적인 것으로 흥분하고 싶진 않다.

‘아직은.’

그러자 여성이 엉덩이를 왜 빼냐는 듯 아쉬운 눈으로 바라본다.

같이 춤을 좀 췄다.

건전하게.

여성은 시운의 귓가에 얼굴을 들이밀고 속삭였다.

“몇 살이에요?”

“스물네 살요.”

“동갑이구나. 혹시 학생?”

“학생은 아니고.”

“몇 명이서 왔어요?”

“친구랑 둘이요.”

“우리도 둘이 왔는데…”

그녀는 지그시 시운을 바라보며 예쁜 치아를 드러내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

시운은 자연스레 춤을 추다가 오른팔을 흔드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을 슬쩍 더듬었다.

물컹거리는 감촉이 손끝으로 짜릿하게 전해져 왔다.

‘실수했다. 이놈의 오른손은 왜 제멋대로.’

혹시나.

여자가 화를 내면 어쩔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여성은 아랑곳 않고 오히려 도발적인 미소를 띠었다.

그 옆에 있던 승훈은 그저 부러운 눈길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

시운과 여성은 몇 분간을 춤을 추면서 서로 은밀히 대화를 속삭였다.

시운이 잠시 추던 춤을 멈추고 승훈에게 다가왔다.

“…승훈아. 잠깐 나가서 소주 한 잔 할래?”

“갑자기 웬 소주?”

“여자애가 밖에 나가서 곱창에 소주 한 잔 하자는데.”

승훈은 놀라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그리고 뱀의 눈빛으로 여성을 슬쩍 훑고서 시운에게 물었다.

“야. 혹시 저 여자애 일행 있대?”

“응. 친구랑 같이 왔대….”

“그럼, 콜이지. 새꺄.”

승훈은 격하게 반색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

홍대의 어느 곱창 집.

테이블에는 시운과 승훈이 앉아있고.

그 맞은편에 여성 두 명이 앉아있다.

시운은 자신에게 먼저 대시했던 여성을 보며 물었다.

“이름이 정은지라고요?”

“네. 그쪽은 학생이 아니라고 했죠?”

그녀의 물음에 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백수인가?”

“헌터에요”

“네? 헌터라고요?”

은지란 여성은 필요 이상으로 놀란다. 그 옆에 여자도.

“말도 안 돼. 전혀 안 믿기는데?”

의구심에 찬 은지의 눈빛.

시운은 말없이 지갑을 열어 보여주었다.

지갑이 열리자 투명 케이스 속 헌터합격증이 드러난다.

“우와? 진짜 헌터네?”

“대, 대박….”

두 여성은 합격증을 신기하게 훑더니,

시운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신기함과 동경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나쁘진 않네.’

저런 시선을 받는 게 썩 나쁘지 않다.

이래서 사람들이 성공하려고 집착하는 거구나.

“이 놈이 원래 고등학교 때는 꼴지였는데….”

옆에 있던 승훈이 껴들어 말했다.

선망받는 헌터란 직업을 둔 친구가 옆에 있으니.

사실 승훈은 풀이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와. 대박 내가 헌터 직종의 사람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구나.”

여성 둘은 놀라면서도 동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 여성 둘은 헌터증을 투시라도 하듯 쳐다봤다.

“부끄러우니까 집어넣을게요.”

헌터증이 담긴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와, 어떻게 헌터시험에 합격한 거에요? 머리 엄청 좋겠다. 그쪽같은 엘리트 직종의 사람도 클럽 올 시간은 있어요?

“편견이에요. 헌터는 클럽오지 말란 법도 있나.”

시운은 여유롭게 말하면서 소주잔을 흔들었다.

그리고 잔을 내밀어 맞부딪힌 뒤에 소주를 삼켰다.

‘크으…. 이게 얼마만에 마셔보는 소주냐.’

소주가 목으로 넘어가 전신의 혈액을 기분 좋게 이완시켰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언제 먹어도 쓴 소주가 오늘따라 달다.

첫 잔이라서 그런가.

“그 쪽은 나이가 몇 살이에요? 아! 동갑이랬나?”

시운은 빈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은지에게 물었다.

“네,네. 스물네 살. 학생인데 휴학했어요.”

“그렇군….”

“근데, 헌터자격시험 합격하려면 진짜 수능 올 1등급보다 힘들지 않나?”

“나도 궁금하다. 어떻게 그 시험을 합격했어요?”

이야기의 화제는 시운에게 집중 돼 흘러가고 있었다.

시운이 입을 열었다.

“공부 좀 하다보니 운좋게 만점으로 합격했어요.”

“네?!”

여성 둘의 눈이 커지다 못해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만점이란 사실을 태연하게 말하는 시운에 더욱 놀랐으리라.

“마, 만점이라고?”

은지는 또 한 번 의구심을 품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그때.

승훈이 핸드폰을 집어 들어 만지작거린 뒤에, 은지에게 내밀었다.

“이거 한 번 봐요.”

핸드폰의 화면에는 헌터자격시험 만점의 주인공이 사진으로 실린 기사가 떠있었다.

은지와 서연은 고개를 쭉 빼고서 그 기사를 읽어내려 가는데.

“어?! 지, 진짜네? 이 얼굴!”

은지가 기사 속 사진과 시운을 번갈아보더니.

입을 벌린다.

“헐. 대박….”

“믿기지가 않아. 이 시험 만점받은 사람이 여태 있긴 했어요?”

은지와 서연은 마치 연예인 보는 듯한 눈빛으로 시운을 바라봤다.

“자자, 한 잔씩들 더 받아요. 오늘 달려봅시다!”

승훈은 소주병을 들어 여성들의 잔을 향해 내밀었다.

그러나 둘은 시운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채, 잔을 든 손만 툭 내밀어 승훈의 술을 성의 없이 받았다.

‘이것들이 날 무시하나….’

승훈은 아드득 이를 깨물었다.

“군대는 아직 안 갔죠?”

“갔다왔죠.”

“학점 잘 따는 법 좀 가르쳐 줘요…. 헌터면 공부도 잘했을 거 아니에요?”

“공부 못했어요, 흥미도 없었고.”

“에이. 그래도 헌터인데 공부하는 요령은 알고 있을 거 아니냐구요.”

승훈이 혼자 소주를 들이키는 와중에도,

여성들은 오로지 시운에게만 질문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흘러가는 대화를 듣고 있던 승훈은.

툭 끼어들어 서연에게 물었다.

“혹시 파프리카 티비 봐요? 요즘 비제이들 재밌는 비제이들 많은데….”

“안 봐요.”

“…….”

성의없는 단답들.

승훈은 어깨가 움츠려졌다.

‘나는 겨우 시청자수 2명을 가진 비제이인데, 이 녀석은.’

승훈은 시운을 바라봤다.

옛날에는 한없이 초라하던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세상을 사는듯한 녀석이 돼 있었다.

***

달아오르는 취기에 승훈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 테이블을 바라봤다.

반쯤 남은 사이다 한 병과 빈 소주 다섯 병. 다 먹고 남은 돼지곱창 찌꺼기가 불판에 끼어있다.

‘이 다섯 병중에 내가 세 병은 마신 것 같군.’

그랬다.

승훈은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혼자 소주만 들이켰었다.

여자 둘은 시운에게만 혼이 팔려있고.

‘그렇게 나 혼자 마신 소주만 세 병.’

고개를 슬쩍 돌려 시운을 바라봤다.

시운은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은지, 서연과 반말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취기에 몸을 늘어뜨리고 시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하얀 피부에 깔끔한 그의 이목구비가 흐릿하게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호감 가는 잘생긴 얼굴.

게다가.

헌터라는 끝판왕 급 직업까지.

예쁜 여자 둘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만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나보다도 공부 못했던 놈인데.’

“승훈아. 괜찮냐?”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시운이 물어왔다.

“괜찮아, 인마. 그보다 잠깐 화장실 좀 가자.”

승훈의 말에 시운은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뭔 화장실을 같이 가? 여자냐. 화장실을 같이 가게?”

“그냥,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잠깐 와 봐.”

승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콰당.

일어나다 비틀거려 테이블을 그대로 치고 말았다. 그 반동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있던 젓가락이 바닥에 쏟아졌다.

“어머, 쟤 취했나봐….”

“시운아. 쟤 집에 보내라.”

은지와 서연이 쫑알대듯 말했다.

시운은 부축해주려 손을 뻗었으나 승훈은 그 팔을 밀어냈다.

“안 취했다니까.”

그렇게 둘은 화장실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왜 그래? 토할 것 같아? 그러게 작작 마시라니까.”

시운은 소변기에 몸을 밀착시키고 지퍼를 내리며 물었다.

승훈이 입을 열었다.

“너 말이야… 끄윽.”

자꾸 말을 하려다가 트름이 나와 말이 끊겼다.

“등 두드려 줄까?”

“오줌이나 싸면서 들어. 너 저번에 병원 입원했을 때…”

“병원?”

시운은 승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한 눈빛이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 그때. 왜?”

“내 앞에서 책 후다닥 읽은 거 있잖아. 그 뭐시기냐… 그걸 속독이라고 하지? 끄윽.”

“갑자기 왜?”

“그거 장난이 아니였냐? 책 한 권 1분 만에 다 읽고 그 내용들 유창하게 떠들던 거.”

승훈의 표정은 사뭇 심각했다.

“장난 아니라고 했었잖아.”

쏴아아-.

시운이 볼일을 보고 몸을 떼자 소변기의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시운은 손을 씻기 시작했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러면 너 헌터 합격한 것도 그것과 관계가 있는 거지?”

“그렇지. 그 능력을 활용한 거지.”

시운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손에 적시며 태연히 답했다.

“아니, 그게 가능해? 몇 백 페이지 되는 책을 1분 만에 읽는 거.”

물음에 시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그렇게 읽어도 내용들이 머릿속에 들어와?”

“들어오지.”

“그, 그러면 그게 꺼어억….”

“야, 야. 괜찮냐?”

승훈이 입을 벌리고 세면대에 헛구역질을 하자 시운이 승훈의 등을 두드렸다.

“…아아. 괜찮아. 난 인마…. 안 취했다니까아아.”

“말투 꼬이는 거 봐라. 너 들어가야겠다. 내가 택시 잡아줄게.”

90kg가 넘는 육중한 체중을 소유한 승훈을 시운은 오른손으로 가볍게 틀어잡고 화장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서연과 은지는 화장실 입구에서 휘청거리며 나오는 승훈을 빤히 바라봤다.

“내 친구 택시 잡아주고 와야 할 것 같아.”

“그래, 그래…. 걔 빨리 보내. 어휴, 많이 취한 것 같다.”

정은지가 미간을 좁히고 승훈에게 성의 없이 손을 흔들었다.

“데려다 주고 올게.”

“그래. 넌 꼭 와!”

***

승훈은 길가에서 비틀거렸다.

“정신 차려. 너 무거워.”

“큭큭.”

승훈이 난데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왜 실실 쪼개냐? 그러게 술은 적당히 먹는 거야.”

“내가 왜 술을 그렇게 마신 줄 아냐? 저 여자애들 둘은 날 존나 무시하고 네 말만 받아주니까… 엿같아서 술 마신거야.”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네.”

“그 속독이니 뭐시기로 헌터도 되고… 참 부럽다.”

순간, 택시가 갓길에 정차했고 시운은 조수석 차 문을 열어주었다.

승훈은 어지러운 시야에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세차게 두드렸다.

그리고 조수석 안으로 몸을 구기듯 집어넣었다.

“들어가라. 그리고 승훈아. 힘들거나 고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내가 고민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냐?”

승훈은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놀랐다.

잠시 망설이던 승훈이 말했다.

“나 요즘 비제이란 거 한다.”

“비제이?”

시운이 놀라 되묻자.

승훈은 조심스레 말한다.

“너 헌터잖아. 나 지금 어려운 상황인데 나중에 한번 게스트로 나와주면 안 되겠냐?”

“당연하지. 내가 하급 헌터 신분으로 직접 비제이가 되는 것은 협회측에서 허가 안 내줄 테지만, 게스트는 얼마든지 가능해.”

망설임없이 답해준다.

‘이시운. 짜식, 그래도 친구는 친구네.’

보통 잘 되는 녀석들은 친구의 부탁을 듣긴 커녕.

만나주지도 않는다.

‘근데, 이 녀석은 인터넷방송에 얼굴 팔릴텐데도 망설임없이 날 도와준다니.’

쾅.

조수석문이 닫혔다.

“야, 승훈아! 게스트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나 며칠간 서울에 있을거니까.”

시운이 손을 흔든다. 택시는 출발했고, 그렇게 백미러로 비춰진 시운의 모습은 멀어져갔다.

‘새끼. 헌터 되고 나서 변할 줄 알았는데.’

언제나 게으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녀석.

이시운.

근데 지금 만큼은 녀석이 멋져보인다.

꼭 헌터라서가 아니라.

상념에서 깨어난 승훈의 눈에 묵묵히 운전을 하는 기사의 얼굴이 들어왔다.

“저기, 기사님.”

기사가 백미러로 슬쩍 눈길을 돌려 승훈을 바라봤다.

“제 친구가 책 한 권을 1분 만에 읽는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뜬금없는 질문에 기사가 답했다.

“책 한 권을 1분 만에 읽는다는 게?”

“네.”

“그거… 속독이라고 하는 거잖아.”

승훈의 눈이 빛났다.

“아시는 구나. 아니, 제 친구 중에 그런 녀석이 하나 있거든요….”

“티비 프로그램 중에 능력의 달인이라는 프로 알죠?”

“네. 알죠.”

능력의 달인.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방영하는 유명 프로그램이다.

“내가 한 이 주일 전쯤인가 그걸 봤었는데… 거기에 책 한 권을 30초 만에 읽는 학생 하나가 나오던데. 이야…. 대단하더라고.”

“30초만에요?”

“네. 중학생이 책 페이지를 돈 세듯이 휙휙 넘겨가면서 읽더라니까…. 나, 참.”

승훈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어 인터넷에 접속했다.

해당 키워드를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인터넷에 정말 동영상이 있었다.

동영상을 본 승훈은 놀라 입이 벌어졌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였구나.’

***

‘들어가 볼까.’

다시 곱창 집 앞에 도착한 시운은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서연과 은지의 낯빛이 아까보다 어두웠다.

게다가 테이블 위에는 빈 소주병 두 개가 늘어나 있었다.

‘뭐야. 그새 둘이 소주 두 병을 마신거야?’

시운이 자리에 앉자 은지가 시운을 보며 말했다.

“친구는 잘 데려다주고 왔어?”

“응…. 택시가 금방 잡히더라고.”

“…….”

“…….”

침묵이 이어졌다.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러지.’

의아했다.

승훈을 데려다 주기 전만 해도 화기애애했었는데 말이다.

주르륵.

시운은 소주병을 들어 자신의 소주잔을 채웠다.

그런데.

내려놓은 소주의 잔 부분에 비친 은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잔이 유리인지라 은지의 얼굴이 아주 조그맣게 비춰지고 있었는데.

시운의 눈으로 그녀의 표정이 세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유리잔으로 비춰진 은지의 모습.

그녀가 옆에 앉은 서연을 째리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어깨가 서서히 움직이며 무언가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테이블 밑으로 내가 안 보이게 서연이의 다리를 툭툭 치고 있잖아?’

“에헴. …흠!”

은지가 서연을 힐끗 바라보며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의미가 담긴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이 느껴졌다.

‘……?’

시운이 은지를 바라보자 그녀는 찌푸렸던 미간을 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그 옆에 있는 서연의 얼굴을 드려다 보았다.

삐죽거리는 입 꼬리의 근육,

분연히 떨리는 동공.

이마에서 실룩거리는 힘줄.

그녀의 바디시그널은 부정과 분노였다.

‘둘이 싸우고 있군. 갑자기 왜?’

“아… 유서연. 너 통금 시간 있잖아.”

은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오늘은 늦게 들어가도 돼.”

“된다고? 너희 아버지 되게 엄하잖아. 이제 그만 들어가지?”

“안 들어가도 된다니까! 들어갈 거면 너나 들어가.”

“그러다가 너네 아버지한테 뒤지게 맞겠다, 너.”

이윽고 둘은 대놓고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냉랭해진 분위기에서 술을 먹고 싶지는 않기에 지켜보던 시운이 입을 열었다.

“다투지들 말고. 시간도 늦었는데 통금시간도 있다고 하니, 이쯤에서 그럼 그만 마실까?”

“아니! 유서연 얘만 통금시간 있지, 난 없어.”

“나도 오늘은 괜찮거든? 좀 닥치지? 아, 너 저번에 그 썸남이랑은 이제 연락 안 하나봐? 며칠이나 됐다고..? 그 썰 여기서 풀어볼까? 응?”

둘이 동시에 고함치듯 대답했다.

시운은 이제야 이 둘이 왜 이렇게 싸우고 있는지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황은 더욱 격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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