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화
유흥업소 토킹바에 오다..?
방금 느꼈던 기분은 설렘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다.
‘떨림? 아니면 친구가 아닌 그런 감정?’
모르겠다.
이상하게 미묘한 기분은 들었다.
그 미묘하고 묘한 감정의 실체가 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 시운이 은근 소심한데…. 내 연락 이제부터 피하면 어쩌지? 아니, 오늘 안에 연락을 달라는 그 말이…….’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우리 우정이 하룻밤의 일로 깨어버릴 정도로 얇진 않아. 단순히 시운이가 술기운에 그런 것일거야.’
방금 일은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그러나.
‘젊은 남녀가 실수로 그럴 수도 있는거지.’
언제까지마냥 부끄러워 이불을 발로 차면서 후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행동은 세정과 맞지 않았다.
화장실로 걸어갔다.
사실 모텔이 익숙치 않다. 4성급 호텔이라면 모를까.
이런 좁고 후미진 모텔이란 세정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화장실에 비춰진 세정의 얼굴은 예뻤다.
너무 예뻐서 그 주위에 있는 모텔의 비좁은 화장실이 더욱 구식, 쓰레기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에구, 진짜아! 화장 엉망된 것 좀 봐.”
급하게 가방을 열고 화장을 고친다. 화장을 고치면서 생각에 잠긴다.
‘이제 난…. 아버지의 회사 경영진이 되는 거구나.’
슬펐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됐다니. 그러나.
천세정은 나약한 성격은 아니었다.
괴롭고 슬퍼도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왕 펼쳐진 그 현실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십분발휘하여 성과를 만들어내는 커리어우먼의 기질이 있는 여자였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직면해야지. 언제까지 징징거리면서 슬퍼할 수만은 없어.’
화장을 고치며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의 머리에 그려졌다.
‘우리 시운이가…’
헌터가 되었다. 아직 얼마 되진 않았지만, 아마 기대가 되는 헌터기질을 갖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KS 대기업 총수의 딸.
‘경영 난에 빠진 아버지 회사를 다시 걱정없이 탄탄하게 하려면…’
헌터. 그것도 유능한 헌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시운.’
그의 도움이 아마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녀석은 소중한, 정말 소중한 친구.
‘이용 해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어.’
시운의 방금 전 그 말이 떠올랐다.
-오늘 안에 연락 줘라.
시운은 걷고 또 걸었다.
한산한 인파를 가르며 거리를 걷다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Lexy Talking Bar.
토킹 바.
여자들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며,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는 곳.
‘여자의 마음을 알아야 겠다, 오늘 여기서.’
방금 일이 생각나자 그냥 오늘 하루는 술에 완전히 젖고 싶었다.
술은 기억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좋은 매개체이자 수단이니까.
그리고.
여자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여자에 대한 마음을.
오늘 그것에 대한 힌트만 알 수 있다면.
단판을 짓는 데에 참 용이할 것 같은 느낌이다.
몇 생에 걸친 사랑을 모텔에서 차이고 토킹바에 온다는 것이 참 우스운 일이지만
시운에게는 이런 속내를 털어놓을 또다른 여사친이 없었다.
그래서 찾은 이곳이다.
‘세정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던 터널 같은 사랑. 오늘 안에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줄게.’
마음 속으로 한 번의 다짐을 가슴에 담았다.
이 바에서 나오는 순간.
다시 천세정을 만나러 갈 것이고.
그땐 방금과 같은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리라고.
시운의 눈 앞으로,
바의 간판에서 폐쇄적인 색깔의 불빛이 더욱 번쩍인다.
마치 시운보고 고민 말고 들어오라는 듯이.
입구를 통해 2층의 바로 올라갔다.
“어서오세요.”
바텐더가 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훑었다.
일어서 있는 바텐더의 바로 앞으로 펼쳐진 긴 일자 테이블.
그리고 그 일자 테이블 앞에는 의자가 하나씩 놓여있다.
“야, 야야! 그래도 진짜 오빠가 오랜만에 오는데 너 표정이 좀 썩었다? 내가 먹을 거 안 사줘서 그래?”
“푸하하하! 아니, 오빠. 오빠 오랜만에 우리 바에 오니까 내가 얼마나 반가운데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하냐? 그러지 말고 짠 해.”
방금 이 소리는,
테이블 하나를 두고 바텐더와 나이 좀 지긋한 40대의 아저씨가 대화하는 소리다.
‘오빠?’
40대 아저씨보고 천연덕스럽게 오빠라고 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앉으세요, 손님.”
멍하니 서있자 바텐더가 테이블에 손짓을 하며 말했다.
빨간 블라우스에 허벅지까지 오는 야릇한 스커트를 입은 바텐더의 얼굴은 뭐, 나름 예뻤다.
턱.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 드릴게요.”
시운의 얼굴을 보자 호감섞인 미소를 짓는 바텐더가 시운의 테이블 위로 가지런히 메뉴판을 놓아주었다.
반사적으로 메뉴판을 펼친 시운의 동공이 커진다.
‘뭐, 이렇게 비싸?’
맥주 한 병의 가격이 꽤나 다양했다.
11000원부터,
15000원.
고작 병맥주 주제에 가격은 최소 만원이었다.
더럽게 비쌌다.
‘한잔만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렇게 메뉴판을 살피던 시운을 바텐더는 흘기듯 훔쳐본다.
‘잘생겼네. 사이즈나 한 번 볼까?’
바텐더는 가만히 시운을 본다.
과연 이 잘생기고 반반한 남자는 뭘 시킬지?
‘얼굴도 잘생겼고, 몸매도 깔끔해. 입은 옷도 비싸보이고? 이런 남자가 찌질하게 맥주 한병 시키진 않겠지.’
바텐더의 미소가 귀에 슬며시 걸린다. 오늘 그래도 양주 정도는 얻어먹으면서 목은 축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시운의 입에서 들려오는 말은 그런 바텐더의 기대를 사뿐하게 깨버렸다.
“기네스 한 병 주세요.”
“아아, 기네스요?”
바텐더가 웃었다. 억지 웃음. 그러나 티는 나지 않도록.
시운은 맥주 하나를 시키고 메뉴판에 그대로 시선을 파묻었다.
“곧, 갔다 드릴게요.”
바텐더는 구두굽 소리를 내며 진열대로 가서 병맥주 하나를 가져다가 시운 앞에 놓아준다.
“잠시만요. 안주도 갖다 드릴게요.”
“네,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시운은 병맥주의 뚜껑을 따고 천천히 입안으로 맥주를 밀어넣었다.
‘편의점 맥주랑 무슨 차이지?’
이름은 꽤나 고급스럽다. 기네스? 게다가 한병에 15000원이란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사먹는 맥주와의 차이를 모르겠다.
뭐, 뒷맛이 좀 깔끔한 것 같기도 한데.
바텐더는 시운 앞으로 안주를 건네주었다. 그릇에 담긴 사탕 모양의 과자 안주는,
안주라기엔 부족했다.
그냥 입가심 정도의 음식?
고개를 올려 맥주를 털어넣는 시운을 보던 바텐더의 입이 열렸다.
“식사는 하셨어요?”
“네, 먹고 왔어요.”
“저도 한잔 먹어도 될까요?”
바텐더의 물음에 시운은 맥주병을 놓고 바텐더를 바라봤다.
‘굳이 한잔 먹는다는 걸 왜 물어보는 거지? 바텐더는 자기가 술 먹고 싶으면 손님한테 허락이라도 받고 먹나?’
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가 진열대에서 뭔가를 꺼내 가지고 자신 앞에 둔다.
시운과 똑같은 맥주 기네스.
이곳에서 파는 맥주 중에서 가장 비싼 맥주다.
“짠 해요.”
바텐더는 자연스레 뚜껑을 열고 맥주병을 내민다. 시운은 들고 있던 맥주병을 맞댄다.
“근데 제가 바는 처음 와 보거든요? 예의가 바르신 것 같아요.”
“예의요? 제가요?”
시운의 말에 바텐더가 웃는다.
“네, 굳이 술을 한잔 먹어도 되겠냐고 손님한테 물어서 허락도 받고.”
“당연히 물어봐야죠. 제가 돈 내는 것도 아닌데 제가 먹는 것을 마음대로 술을 시킬 수는 없잖아요?”
“………예?”
뜻이 이해가 안 갔다.
“아아, 바에 대해서 정말 모르시는구나. 바는 보통 바텐더가 한잔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은 한잔 사달라는 뜻이에요.”
바텐더의 말이 끝나자 시운의 얼굴이 미묘하게 썩어갔다.
‘아니, 한잔 사달라는 뜻이라고? 좀 짜증나네. 이야기 나눈지 얼마나 됐다고 대뜸 한잔 사달라고 말부터 하냐. 그리고 바텐더가 골라온 맥주는……’
기네스.
맥주 중에 가장 비싼 맥주였다.
‘뭐, 한잔 사줄 수도 있는데…’
사실 돈이 아까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보다 좀 심기가 거슬리는 것은.
그래도 인사치레상 대화는 좀 나누고 사달라고 하던지 할 것이지. 당연한 것처럼 사달라고 하다니. 그것도 자기도 한잔 마셔도 되겠냐고 돌려서 묻고, 차라리 사달라면 사달라고 말이라도 할 것이지.
“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봐요?”
굳은 시운의 얼굴을 보고 바텐더가 물었다.
바텐더를 살폈다.
바텐더. 얼굴은 턱이 심하게 뾰족한 것으로 보아 깍은지 얼마 안 된거 갖고, 그 외에는 뭐,
예쁜 편이었는데 좀 통통했고, 가슴도 크다. 블라우스의 단추를 네 개나 푼 것을 보면 손님에게 대놓고 보라고 푼 것이나 다름없다. 보고 침 좀 흘리라고.
“뭐, 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긴 했어요.”
“아, 그러시구나~”
바텐더는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시운은 뭐, 여자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묻고 싶었다. 방금 천세정과의 일에 대해서.
“어서오세요!”
근데 앞에 있던 바텐더가 인사를 하더니 다른 테이블로 휙 가버린다.
“와, 김슬기 너 성형 했냐? 턱이 존나 뾰족해진 느낌인데?”
“아우, 오빠. 성형은 무슨 성형이에요?”
“윈저 12년산 하나 줘라.”
“오? 오늘도 양주? 까리한데? 양주 시키기 안 쫄리나봐? 하, 난 오늘 맥주만 먹었더니 진짜 술먹을 맛 안 났는데, 오빠 덕분에 노란 양주 먹게 생겼는데? 오늘 아주 멋있어?”
“크크크, 오늘 오빠 좀 까리하냐?”
방금 대화는 시운을 담당하던 바텐더와 30대 후반 남성의 대화였다.
시운의 안색은 싸늘히 굳었다.
‘오늘 맥주만 먹었더니 술먹을 맛이 안 났다고? 근데 왜 나보고 술은 시켜달라고 한건데?’
바에 대해서 잘 모른다.
바텐더의 행동은 시운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뭐 손님 기분 맞춰주려고 같이 마셔준 거겠지.’
그런데.
좌측과 우측.
그러니까 양 옆에서 깔깔깔 거리며 떠드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것도 약 이십분 간이나.
시운은 초라하게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바텐더들은 자기보다 10살, 15살은 많은 아저씨들 앞에서 아양을 떨고 비위를 기가막히게 맞춰주는 소리만 들려왔다.
시운의 앞으로 놓인 맥주 두 병.
근데.
바텐더가 사달라고 해서 사줬던 맥주병은 6/7이나 남아있다.
‘먹지도 않고 입만 갖다댔네.’
“푸하하하! 아니, 현성 오빠 그래서 내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타이밍 딱! 맞춰서 나타나서 깔쌈하게 양주도 따라주는 거야?”
“오빠가 너 보러 아니면 뭐하러 여기에 오겠냐?”
옆 테이블의 대화를 자른 것은 시운의 목소리였다.
“저기요.”
시운의 부름에 시운은 안중에도 없던 바텐더가 그제서야 돌아본다.
“아, 네?”
부르니까 그제야 신경쓰는 척.
“여긴 먼저 온 손님보다 나중에 온 손님을 더 챙기나 봐요?”
시운이 미소를 띠며, 날이 선 말을 던졌다. 그러자.
바텐더의 미소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경우가 아니지, 이건.’
시운은 팔짱을 끼고 바텐더를 쭉, 바라보다가 바텐더 앞 손님이 시킨 술병을 보았다.
‘윈저 12년산?’
양주였다.
반면,
‘난 맥주 시켰으니까?’
이제야 바텐더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이 나오려 했다.
이미 바텐더는 시운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앞에 있던 후줄근하고 뚱뚱한 외모의 손님과 열렬히 대화에 빠져 있었다.
“한 잔 줘요, 오빠!”
“천천히 먹어라?”
“아, 왜에! 양주 먹고 싶었다고요.”
손님에게 자신의 스트레이트 잔을 내밀며 양주를 교묘히 받아먹는다.
시운은 곧바로 메뉴판을 열었다.
-윈저 13년산 140,000 원.
‘저 남자가 시킨 게 이거야?’
반대편에 있는 바텐더를 바라봤다.
다른 바텐더는 40대의 안경쓴 아저씨의 말에 기가막히게 아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리액션을 해준다.
40대 아저씨가 시킨 술을 보니.
‘골든 블루네. 죄다 양주잖아?’
골든 블루와 윈저.
이 바에서 판매하는 양주에 비하면 싼 가격에 속했지만 어쨌든 양주였다.
“저기요?”
시운이 방금 그 바텐더를 또 부르자 바텐더는 고개를 휙, 돌려 무표정으로 대답한다.
“네.”
“노래 하나 틀어주세요.”
“아, 노래요?”
바텐더는 귀찮다는 듯 답한다. 시운은 그럼에도 꿋꿋이 노래를 주문했고.
바텐더는 들으라는 듯? 일부러 바닥에 힐을 쿵쿵! 찍으며 컴퓨터까지 걸어간다.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인다.
주문한 노래는 곧 매장 안에 흘러나왔다.
기네스 병맥주의 남은 것을 모조리 삼켰다.
“후우-.”
바텐더와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고민도 좀 풀겸 왔는데.
다른 바텐더들은 시운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게다가 방금 전 세정과의 일로 머리가 아프다.
돈 내고 먹으러 왔는데 잠시 그 일을 잊고 싶었고,
그냥 기분 좋게 마시고 가고 싶다.
그뿐이었다.
그저 양주를 시킨 손님 앞에서 과도하게 턱을 벌려 깔깔 거리며 웃는 리액션에 열중이었다.
“진희야, 왔어?”
바텐더 슬기가 문이 열리고 들어온 한 여성에게 인사를 한다.
슬랜더스러운 몸매에 야하게 옷을 입은 봐줄만한 얼굴의 여자에게.
‘바텐더가 왔나보군, 뭐 저 바텐더에게 고민 털어놓고 좀 여자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되겠지.’
그러나.
15분 후.
방금 왔던 그 여성은,
시운에게 눈길조차 없이 양주를 시킨 테이블에 시선을 꽂은 채 걸어가더니.
그 테이블에 안착한다.
“오, 진희? 오늘 출근이 좀 늦었다?”
“어제 술 이빠이 마시고, 오늘 일어났는데 새벽인 거 있죠? 완전 놀랬어요.”
“하하하하, 그거 네가 늙어서 술이 간에 안 받아서 그런거야.”
“뭐라구요? 이씨잉~”
광경을 지켜보던 시운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병맥주를 시켰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최소 손님에 대한 대우가 없는 이곳이 참 그랬다.
그저 비싼 술이란 것에 눈을 팔고 있는 이곳 바텐더들의 모습이,
‘참 가소롭고 한심하군.’
“손님 뭐, 더 시킬 거 없으세요?”
바텐더 슬기가 시운에게 물어왔다. 뭐, 더 시킬 거 없으면 나가라는 눈치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더 시킬 거 없냐고요?”
“네.”
“아직 다 안 먹었는데요.”
“………….”
시운의 대답에 바로 고개를 돌린 바텐더는 다시 양주 테이블 손님과 대화를 이어간다.
순간.
시운의 눈이 빛났다.
‘오호? 이 사람들 봐라? ’
뭐, 바텐더들 눈에는 맥주가 하찮게 보일 수 있을 법은 했다.
시운이 시킨 맥주의 가격은 총 3만원.
‘그래도 여기서 돈 내고 손님 대접은 받으려고 오는건데.’
지금 시운은 투명인간 신세.
무슨 이계에서나 사용할 ‘은신’이란 스킬을 사용이라도 한 듯한 분위기였다.
‘사람 대접도 안 해주는 느낌인데.’
좋은 바텐더들도 분명 있기는 할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바의 바텐더들은 속마음을 너무 드러내면서 손님에게 무례하게 하는 격이었다.
‘그렇다면 대접을 해주게 만들어야겠지?’
시운은 슬기란 바텐더를 불렀다.
“저기요!”
“네!”
어느새 바텐더의 대답은 이제 귀찮다 못해 짜증난다는 듯 말끝이 확 올라가 있다.
“잠시 이쪽으로 와 보실래요?”
시운이 그녀를 불렀다.
진상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다만,
해야할 것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