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77화 (77/278)

제 77화

히든 클래스 전직으로 (1)

“누구냐!”

“신분을 대라.”

남자에게로 향한 창과 스피어의 끝날이 떨렸다. 병사들도 긴장을 삼킨 듯 했다.

“………어?”

“아니?!”

그런데.

걸어오던 남자의 다리와 팔이 순식간에 투명해지더니 형태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 광경에 병사 둘의 눈이 커졌다.

“뭐야?”

“사라졌어!”

병사 둘은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허벌판. 그리고 앞은 요란하게 타들어가는 야산.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병사가 창끝을 이리저리 돌려 세우며 고민하다가.

“텔레포트를 사용한 것인가?”

“그런 것 같아.”

“칫. 우리를 보고 왜 사라진 것이지?”

“그건 모르겠어. 그런데 범죄자는 아니다. 범죄 수치가 있는 자라면 분명 내 눈에 낯이 익었어야 했으니까.”

병사 둘은 방금 그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얼굴에다가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얼굴이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병사 둘은 다시 말에 올랐다.

휘이잉!

울부짖는 말을 타고 말을 몬다.

불타는 야산 주위를 좀 더 수색할 모양이었다.

병사 둘이 사라지고 나자.

“휴.”

남자의 형태가 다시 드러났다.

들판 위에 검을 든 채 우두커니 선 남자는 이시운이었다.

‘은신이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이는군.’

범죄 행위를 한 적도 없어서 은신을 쓸 필요도 없었지만.

괜스레 야산을 왜 불태웠느니 마니 하면서 병사들의 압박스런 취조를 굳이 당하여 신분이 알려지면 좋을 것도 없었기에 은신을 사용한 것이었다.

들판에 휘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시운은 퀘스트창을 띄웠다.

눈이 퀘스트창으로 향한다.

[미르의 부탁][직업 퀘스트]

정화봉 야산에 거주하는 몬스터를 모두 처치하라.

성공 조건: 몬스터 처치 (1201/1000)

실패 조건: 미르와의 관계도 하락. 또는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

보상: 다음 퀘스트 수행 가능.

‘벌써 다 처치했군.’

산 하나는 없애버리고 말았지만, 그 덕에 시간도 줄이고 노동도 없이 편하게 몬스터들을 요절낼 수 있었다.

퀘스트창의 처치수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

몬스터 처치

(1213/1000)

1215….

1216….

1218….

산불에 의하여 죽어가는 몬스터가 계속해서 속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 임팩트가 쏟아지면서 시운의 몸 주위로 은은한 파란 구체가 피어나 휘감았다.

그리고.

-제한 레벨을 초과하여 레벨 업을 할 수 없습니다.

‘아차, 지금 레벨은 50이지.’

레벨 50 부터는 2차 전직 이후부터 레벨 업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때.

시운이 해야할 일은?

‘경험치 저장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지.’

화룡의 반지를 꺼낸 뒤.

“경험치 저장 기능 사용.”

반지의 표면이 빛났다.

-경험치 저장을 완료하였습니다.

‘좋아, 이제 다시 직업소로 가볼까.’

주저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현계해서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며 시간을 허비했으니 그 만큼 빡세게 노력하여 성장에 집중할 터으니.

끼이익-

허름한 문이 늘어지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게, 누구냐………아? 혹시?”

찌푸린 안내원의 얼굴이 누그러졌다. 직감적으로 그였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부탁하신 퀘스트 완료하고 오는 길입니다.”

남성. 그러니까 이시운의 육성은 참으로 낭랑했다.

“버, 벌써 천마리를 처치하였단 말이에요?”

놀라 말끝이 올라간 안내원.

곧바로 연동된 시스템을 이용하여 처치수를 확인했다.

“저, 정말이군요……!”

웬만하면 놀라지 않는 시크한 이 맹인 안내원조차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정화봉이란 야산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곳.

그곳에서 두 시간도 채 안 되어 천마리의 몬스터를 도륙내고 왔다는 사실은 좀처럼 믿기 힘들었다.

‘내 확신이 맞아가고 있어.’

안대를 통해 감긴 안내원. 그녀는 봉사라서 눈빛을 드러내진 않아서 표정을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화색하는 듯 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또 시키실 일이 있나요? 아님 여기서 끝입니까?”

“한 가지 더. 들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내원의 육성에 시운은 고개를 주억인다.

뭐, 이 정도 일 하나 끝낸다고 해서 곧바로 히든 루트를 통한 전직을 이뤄내면 사실상 좀 싱겁기도 했다.

어느 퀘스트든 당장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이 가득한 시운이었다.

“세 명의 맹인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안내원의 말이 떨어짐과 함께 퀘스트창이 스르르 눈 앞에 비춰진다.

[맹인들의 충족][직업 퀘스트]

세 명의 맹인 장로들의 부탁을 들어주어 그들을 충족시키라는 안내원 미르의 부탁이다.

맹인 장로들의 마음을 열어 그들을 충족시키도록 하자.

성공 조건

-카엘의 만족(0/1)

-이파엘의 관계도 <호감> (0/1)

-가르샤의 열정 충족 (0/1)

퀘스트창에 눈을 두는 시운에게 안내원이 말했다.

“각기 세 명의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그들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들이 있는 곳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안내원 미르의 입술이 열리며 설명이 이어졌다.

직업소를 나와서 펼쳐진 길을 따라 걸으며, 몇 개의 집을 지나쳐 왔다. 그리고 다시 걸어오니.

“여긴가?”

고개를 들었다.

주황색 지붕에 연기가 폴폴 피어나는 목재식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이 가르샤라는 맹인이 사는 곳이랬다.’

문 앞까지 걸어간 뒤에 노크를 했다.

똑똑-

“……….”

똑똑-

“……….”

똑똑똑!

“……….”

아무래도 안에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흠, 이 양반이 마실이라도 나갔나?’

맹인이라 앞도 못 볼텐데 잘도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그런데.

“으헛!”

시운이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질 뻔 했다.

정말 기척조차 없이 바로 뒤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늙은 남자를 보고.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남자는 지팡이 하나를 쥐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시운의 얼굴에 눈을 두고 있었다. 동공이 없어서 눈 전체가 흰자위라 귀신 보는 기분이란 건 덤이었고.

“누구란 말이요?”

“아…. 혹시 이 집에 사시는 가르샤라는 장로님 이십니까?”

“맞는데, 당신은 누구란 말이요?”

음.

일단 안내원 미르가 귀뜸한 대로 말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신. 헤르네메스의 가호를!”

맹인들이 숭배하는 신의 호를 나열하고 말끝을 군기있게 올려서 표현을 강조하라고 미르에게 귀뜸받은 상태였다.

그대로 했다.

그러자.

경계하던 가르샤의 얼굴이 누그러지며.

“신. 헤르네메스의 가호를!”

그 또한 같은 말로 화답했다.

“미르님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습니다.”

시운은 뒤이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당신도 맹인이란 말이요? 뭔가 다른 맹인하고는 다른 느낌이거늘….”

눈이 보이지 않는 주제에, 가르샤는 용케도 시운이 눈뜬 맹인임을 아는 체 했다.

“네, 그보다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바로 시켜만 주시면……”

“됐소! 아직 당신은 열정이 부족하단 말이요.”

“열정 말입니까?”

“부족하단 말이요.”

끝에 꼭 ‘말이요’를 힘주어 붙이는 것이 이 자의 성향인 듯 하다.

그나저나.

‘열정이 부족하다고?’

곧바로 상태창을 띄웠다.

<이시운>

[클래스] 맹인

[분류] 헌터 [등급] F

[종족] 현계인 [성별] 남성

[명성] 28

[레벨] 50

[생명력] 805/805 [마나] 240/240

[근력] <237> [민첩] <105>

[체력] <72>

[지능] 9 [지혜] 44

[열정] 3

[상태] 정상

[공복도] 18 [갈증도] 12 [피로감] 21

[여유 능력치] 12

‘현재 열정 스탯은 3이지, 그렇다면.’

열정 스탯에 1을 분배하였다.

“이제 시키실 일을 시켜주십시오.”

“당신은 열정이 부족하단 말이요. 난 이만 내 집에 들어가보겠단 말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음. 열정 4 정도로는 부족하단 말인가.’

열정 스탯에 스탯을 막무가내로 분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유 스탯 하나하나가 금같이 귀한 것이 헌터란 것이였으니.

스탯을 1 더 분배했다.

<이시운>

[클래스] 맹인

[분류] 헌터 [등급] F

[종족] 현계인 [성별] 남성

[명성] 28

[레벨] 50

[생명력] 805/805 [마나] 240/240

[근력] <237> [민첩] <105>

[체력] <72>

[지능] 9 [지혜] 44

[열정] 5

[상태] 정상

[공복도] 20 [갈증도] 17 [피로감] 4

[여유 능력치] 10

“이제 시키실 일을 시켜주실 수 있습니까?”

이젠 시켜주겠지.

그러나.

가르샤는 대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직은 부족하단 말이요.”

‘끄응.’

스탯을 1 더 분배했다.

“이제는?”

“조금 부족하단 말이요, 열정이!”

스탯을 1 더 분배했다.

“아직이요.”

‘조금만 더 분배하면 할 수 있겠군.’

스탯을 1 더 추가로 분배했다.

<이시운>

[클래스] 맹인

[분류] 헌터 [등급] F

[종족] 현계인 [성별] 남성

[명성] 28

[레벨] 50

[생명력] 805/805 [마나] 240/240

[근력] <237> [민첩] <105>

[체력] <72>

[지능] 9 [지혜] 44

[열정] 8

[상태] 정상

[공복도] 18 [갈증도] 12 [피로감] 0

[여유 능력치] 9

‘이쯤이면.’

시운이 가르샤를 향해 말을 하려고 할 때.

“이제 열정이 보인단 말이요, 되었소. 내가 긴히 드릴 부탁이 있단 말이요.”

가르샤가 시운에게서 열정을 느꼈는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여 인정한단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그의 입이 떨어진다.

“내 부탁은….”

그의 설명이 이어짐과 함께.

[아르네스의 보물][직업 퀘스트]

레프론 도시의 남동쪽에 위치하는 아르네스의 동굴에서 가르샤가 말하는 ‘은빛단의 목걸이’를 찾아서 가르샤에게 전해주도록 하자.

완료 조건: 은빛단의 목걸이(0/1)

보상: 가르샤의 열정 충족

“할 수 있단 말이요?”

가르샤가 시운에게 물었다.

“당연히 할 수 있지요. 신. 헤르네메스의 가호를!”

“오오…. 헤르네메스의 가호를!”

시운은 빠짐없이 숭배하는 신의 호를 말하며 예의를 지켰다.

맹인 장로들에게는 이 기도의 한 의식은 꼭 갖춰야 하는 완고한 예의범절이었다.

시운은 곧바로 아르네스의 동굴로 향한다.

점점 희미해지는 시운의 뒷태.

그리고 없는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기라도 하듯 가르샤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려울 것인데 말이지.’

레프론 도시를 통해 남동쪽으로 끊임없이 걸어 좀 헤매다가 찾은 이곳은 아르네스의 동굴.

동굴 치고 그리 어둡지 않았다.

동굴의 벽마다 설치된 횃불은 시운이 걸어갈 때마다 인식이라도 하듯 친절히 불길을 피우며 길을 비추어 준다.

사냥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여기서 그 목걸이를 찾아야 한단 말이지?’

동굴은 꽤나 깊숙해 보였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쭉 뻗은 통로.

일반인이라면 이런 광대한 동굴에서 그 조그마한 목걸이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 일지 몰라도.

‘나에겐 시력 13.0이란 눈이 있으니 불가능은 아니지.’

이렇듯 불가능은 아니었다.

동굴 바닥을 밟을 때마다 텅! 하는 소리가 메아리로 퍼졌다.

작게 힘을 주어도 꽤나 바닥에서 요란한 소리를 낸다.

횃불에 의해 밝혀진 동굴의 천장과 벽에서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저건?’

통로를 걷다가 발견한 것은 눈 두 개가 뻥 뚫린 해골머리와 흰 뼈다귀가 갈비뼈 형태로 분질러진 유골이었다.

‘여기서 사냥하다 죽은 자도 있는가보군?’

스켈레톤의 뼈는 아니었다.

모양새가 딱 사람의 형태였으니.

그때.

터걱- 터걱-

앞에서 스켈레톤이 앙상한 뼈를 흔들며 골반을 뒤뚱거리며 걸어온다.

보검 하나를 겨눠지고.

크오오

크오오!

두 마리의 스켈레톤이 시운을 보자 발에 힘을 주어 속력을 급 높이며 뛰어온다.

아드득!

왼주먹으로 해골의 면상을 후리고 균형이 뒤틀린 스켈레톤의 발목을 그대로 걷어차자 스켈레톤은 땅바닥에 골을 처박고 눕는다.

푸슉!

그리고 홍란검의 검신을 녀석의 머리뼈에 쑤셔박아 주었다.

그오오!

옆에 있던 스켈레톤은 동료가 허탈이 죽어간 것을 보자 분노했는지 풀스윙으로 검을 휘둘렀다.

차앙!

검을 맞받아 쳐주었다.

그러자 놈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시운의 넘사벽 근력을 담은 검을 맞받아 누르기엔 스켈레톤의 힘은 한없이 부족한 모양이다.

“뼈만 앙상해서 그런지 힘이 없구나? 너희같은 해골들은 뭐, 아무 것도 안 먹냐?”

시운의 물음에 반응없이 다시 달려들 뿐이었다.

인간의 언어를 알 리는 없을 테니까.

빠각!

콰지지직!

그냥 검 일격으로 녀석의 어깨뼈를 부셔 주었다.

검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놈의 어깨뼈가 부스러졌고, 그 밑으로 갈비뼈 허리뼈, 치골, 다리뼈가 정확히 이등분이 되어 쪼개져 바닥에 떨어졌다.

통로를 좀 더 걷자.

세 갈래의 길이 보였다.

‘세 갈래의 길?’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세 갈래의 길 입구에서 저 먼 통로로 무언가가 보였다.

하나는.

스켈레톤의 엉덩이 뼈들.

또 한 군데는.

미노타우르스 형태의 뼈를 이룬 스켈레톤.

또 한 군데는.

시운의 눈으로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첫 갈래길부터 뚫는다.’

크억!

크에엑!

-스켈레톤을 처치하였습니다.

-스켈레톤을 처치하였습니다.

두 마리를 단번에 요절낸 뒤,

또 다시 달려오는 스켈레톤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름 힘주어 빠르게 달려오는 모양인데 시운의 눈에는 한없이 느린 곰같은 속도로.

부웅! 놈이 휘두른 검은 시운의 코끝을 아찔하게 스쳐갔다. 허리를 틀어 피한 시운의 입술이 열리고.

“카운터 어택.”

검신에서 피어난 오라가……

놈의 살점 하나 없는 배로 향한다.

푸드득!

그에에엑!

힘없는 신음을 뱉으며 녀석의 허리뼈가 부서졌고, 녀석의 골통과 부분부분 뼈마디가 분해되어 땅바닥에 우드드 떨어져 뒹군다.

쿠웅!

앞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곧바로 고개를 돌린 시운.

‘저, 저건?’

무언가 나타난 것을 본 시운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좀 전의 그것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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