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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3회차-78화 (78/278)

제 78화

히든 클래스 전직으로 (2)

둔중한 굉음.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른 것들과는 다른 기이한 것이었다.

스켈레톤과 같은 크기의 몸집이지만 낡아서 완전히 찢어져 버린 무구를 전신에 두른 스켈레톤이었다.

크오…. 크오오….

놈이 한 손에는 작두를 쥐고 시운에게 뭔가 말하기라도 하듯 아가리를 벙긋거렸다.

‘레벨이?’

놈의 생기 하나 없이 푸석함이 가득한 황금빛 긴 머리칼 위로 창이 하나 떠올랐다.

[Lv. 89 고대 패잔신병]

‘고대 패잔신병?’

고대에 귀신과 접신을 하며 무당 일을 전전긍긍하다가 뭔가 한이라도 남았는지 영이 부패한 육신에 붙어 기생하는 놈인 듯 했다.

‘뭣보다 레벨이 다른 놈들하고는 차원이 달라.’

그랬다.

앞에서 무디지만 위협적인 작두를 든 놈의 레벨은 지금껏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여담이 있다.

이 동굴에 헌터들이 사냥을 기피하는 이유는 바로 저 고대 패잔신병 때문이었다.

이 아르네스 동굴의 지킴이 역할을 하는 놈이었다.

놈의 작두에 팔과 다리가 뎅강! 썰려 그 자리에서 과다출혈로 죽은 용병과 헌터만 수두룩 했다고 전해진다.

그 연휴로 인해,

이 시각 아르네스 동굴에는 시운 외에 다른 이는 없는 것이었다.

파캉!

“윽.”

놈의 작두질을 검으로 받아내는 동시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검과 검이 부딪힌 여파로 파공성이 일어 던전의 벽들이 흔들릴 정도였다.

‘이 놈……. 뼈는 앙상한 해골새끼인 주제에 힘이 장난이 아니잖아?’

놈의 힘실은 작두를 받아낸 터라 어깨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놈이 고렙이라도 그 레벨에 비해서도 비약적으로 강한 수준인 듯 했다.

크오!

놈은 타 스켈레톤과 다른 검은 아가리 뼈를 주억거리며 또 뭔가를 말하는 듯 벙긋였다.

“질주.”

쾌속의 스피드로 놈의 몸으로 파고든 뒤에,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오른손에 거머쥔 홍란검을 그대로 휘둘렀는데……

“뭐야?”

검은 던전의 빈 공간을 가를 뿐이었고.

놈의 형태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뭐지?’

어디론가 텔레포트 하듯 이동한 것일까.

그때.

날선 바람소리와 함께 코끝이 뜨거운 통증에 절로 백스텝을 밟았다.

“크흑.”

툭-툭-

시운의 코 살점이 썰려 나가 피가 자욱히 땅에 흘러내렸다.

순식간이었다.

‘이 놈이 은신 스킬을 사용했단 말이야?’

고대에 귀신을 다루던 놈이라 몬스터 주제에 고급 스킬 또한 다루는 모양이었다.

‘아까 놈이 아가리를 벙긋 거렸던 것도 주문을 외운 것이었나.’

시운은 점점 뒤로 물러났다.

놈은 은신이란 이점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을 해 올 것일 터.

[출혈 상태에 빠졌습니다.]

“맹인불괴.”

맹인불괴를 시전하여 출혈 상태를 해제시킨 뒤,

홍란검 하나를 쥔 채,

그저 뒤로 물러났다.

턱! 턱! 턱!

소름끼치게 들려오는 놈의 발소리.

놈은 귀신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크아아아!

앞만 보면서 뒷걸음질 치던 와중 등이 아스라지는 느낌이 일었다.

등 뒤로 스켈레톤 한 마리가 무식하게도 몸통박치기라도 하듯 시운의 등뼈를 온 몸을 실어 들이받은 것이었다.

“일단, 너부터!”

곧바로 허리를 실은 힘을 더해 뒤로 돌아 검신을 스켈레톤의 골통에 꽂아주었다.

빠강!

크에엑!

-스켈레톤을 처치하였습니다.

‘이상한데?’

뒤로 점점 물러나면서도 앞에서 눈을 떼지 않은 시운은 한가지가 의아했다.

홍란검의 화염의 열기 효과로 인해 해당 반경 근처에만 있어도 어찌됐든 녀석에게 대미지는 들어가고 있을 텐데.

몸을 숨긴 녀석의 아가리에서 신음조차 들리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보이지 않는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광역 스킬로 단번에 조져버리는 수 밖에.

“홍란의 일……”

-MP가 부족합니다.

하필 이럴 때 이런 알람음이 들려오고 지랄이었다.

뒤로 더욱 빠르게 물러난 뒤,

“인벤토리 창.”

인벤토리에서 마나 포션을 하나 꺼냈다.

파란 마력의 용액이 든 유리병을 입에 넣고 고개를 뒤로 젖히려는데.

째깡!

어딘가에서 날아온 작두는 포션병을 그대로 깨트렸고,

그 파편은 온전히 시운의 가죽망토에 튀어 꽂혔다.

턱. 턱. 턱.

앞에 눈을 두고 뒤로 점점 물러나는 시운.

그리고 조용히 은밀하게 그리고 보이지 않게 다가오는 놈.

‘그렇다면.’

시운은 눈을 번쩍 뜨고,

던전 바닥을 주시했다.

턱- 턱- 턱-

‘아주 미세하지만 보인다.’

던전 바닥은 흙이 아니라 발자국이 생기지 않았지만,

시력 13.0의 눈에는 놈의 발등뼈에 눌려 바닥에 벼룩만한 떼가 묻는 것이 촘촘히 보였다.

그것이 보이자.

놈의 이동루트가 머리에 그려진다.

‘놈은 좌우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뒤로 빠졌다가를 반복하여 뱀처럼 나를 혼란시키면서 나에게 다가 오고 있군, 교활한 놈이네.’

스켈레톤이라 해서 모두가 다 새대가리는 아닌가 보다.

휘잉!

또 다시 날아든 작두를 쳐낸 시운은 곧바로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빠각!

분명.

놈의 가슴팍을 감싼 무구에 검신이 닿는 소리였다.

근데 놈의 무구가 생각 이상으로 탄탄한지라 감히 시운의 일격조차 막아냈다.

일단.

스킬을 시전할 마나도 부족하고,

마나포션을 복용할 틈도 주지 않는다.

‘긴장하고서.’

시운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고,

던전 바닥에 하나씩 생기는 작은 흔적을 통해 놈이 움직이는 광경이 뇌리에 그려지자.

‘여기다.’

이번엔 선방을 날릴 차례.

부웅!

빠르게 두 다리를 굽혀 자세를 급히 낮추자 시운의 머리칼을 작두의 날이 쓸어갔다.

작두에 베인 머리카락 몇 올이 공중에 흩날렸다.

타탁!

곧바로 두 보 뛴 뒤에, 왼발에 힘을 주고 벽 쪽으로 도약하여 오른 벽에 발을 디뎌 떠올랐다.

이러한 추진력을 가득 실어 날린 일합은,

퍼억!

허공이 아닌……

놈의 신체 어딘가에 맞은 듯 하다.

크오!

놈이 처음으로 역한 신음을 흘려냈다. 그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검격을 가했다.

빠악!

빠악!

빠각!

이어진 세 합.

크오! 크오오!

놈의 신음소리가 방금보다 더욱 앙칼진 것이 대미지가 꽤나 먹힌 모양이었다.

‘확실히 보스급 이상의 레벨에 몬스터 주제에 좋은 갑바까지 차고 있으니, 쉽게 뒈지진 않네?’

흐오…. 흐오….

놈의 헐떡임 소리.

그리고.

놈이 뒤로 이동하는 흔적이 보였다.

‘뒤로 내빼려는 수작인가?’

그대로 둘 리 없다.

빠르게 걸어가.

차앙! 차앙!

두 번 내리벤 검신을 놈은 잘도 작두로 받아냈다.

‘다시.’

시운은 양손을 검 손잡이에 꽉 쥐고 머리 위 높이까지 검을 들어 올린 뒤에 모든 힘을 실어서…

파차창!

내리쳤다.

크오!

딸그랑!

놈의 신음소리 뒤로 이어진 소리는 작두가 땅에 떨어진 소리였다.

떨어진 작두는 바닥에서 몇 번 춤추다가 멈춘다.

“그만 저승으로 가거라.”

다시 검을 들어 그대로 휘두름과 동시에.

타타타타탁!

신명나는 발걸음 소리가 귓가를 때려왔다. 놈이 아무래도 귀신같이 도망가는 모양이었다.

요란하게 허공만 가른 홍란검을 잠시 내리고,

“꿀꺼억-.”

마나 포션부터 복용했다.

놈의 발걸음 소리의 리듬을 들어보니,

엥간해서는 바로 따라잡기 힘들단 것을 직감했기에 포션부터 마셨다.

질주나 화룡의 도약조차 시전할 마력도 없었기에.

‘방금 그 놈의 몸에는 분명…’

지금 행하고 있는 퀘스트의 목걸이는 없었다.

이미 매의 눈으로 첫 대면 때 스캔을 마친 상태였다.

그 뜻은.

방금 그 귀신같은 놈을 잡는다고 해도 그 목걸이를 득템할 일은 없단 것.

‘놈이 도망가든 말든 신경 끄고, 난 그 목걸이를 찾으면 된다.’

시운의 눈이 바닥으로 옮겨갔다.

바닥에 떨어진 작두 한 자루.

도깨비 문양이 수놓인 작두의 날은 칼갈음질 한 번 안 한 듯 무뎌 보인다.

작두를 주웠다.

-구황의 작두를 습득하였습니다.

인벤토리를 열어 그 아이템을 터치 해서 살펴보려는데.

[미식별 아이템이므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흠.’

식별 스크롤을 통해 판별하여야 정보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듯 하다.

‘뭐, 어쨌든 이 템도 경매장이든 어디든 내놓으면 몇 푼에라도 팔릴 테니까.’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시운 앞으로 갈래길의 끝이 보였다.

‘여기가 이 갈래길의 끝인가?’

고대 패잔신병이란 그놈은 신출귀몰스럽게도 어딘가에 잘 숨은 듯 하다.

‘갈래길은 총 세 개였다. 그 중 하나의 탐사를 마친 셈.’

나머지 두 갈래길을 싸그리 수색하는 일만 남았다.

-스켈레톤을 처치하였습니다.

그오오옥!

-스켈레톤을 처치하였습니다.

빠강! 창! 빠아악!

쿠어, 쿠어어억!

-해골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없다.’

보이는 몬스터는 족족 쥐잡듯이 해치우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러자.

나머지 갈래길 하나의 끝이 보였다.

끝에는 더 이상 길이 없음을 알리는 곰팡이 가득한 벽 하나가 떡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갈래길은 하나.’

“화룡의 도약.”

무섭게 뛰어오른 시운의 머리칼이 바람의 여파로 춤춘다.

그 앞으로 격하게 휘두른 홍란검에 의해……

빠가앙-

크오오오오!

해골 미노타우르스가 방어하려고 들던 창이 으깨지고 그 빈틈을 파고든 검신은 놈의 탄탄한 두개골을 뚫어 경추뼈까지 박힌다.

머리가 좌우로 가지런히 갈라지자 놈은 다리에 힘을 잃고 안면을 바닥에 쿵! 처박았다.

‘이제 없다.’

이 던전의 몬스터는 숨소리만 들려도 그 자리에서 모조리 학살했다.

딱 아까 그 홍길동같은 한 놈 빼고.

‘여기까지 오면서 던전의 모든 곳을 다 훑었는데….’

그랬다.

시운은 전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시력 13.0의 안력을 가진 사나이 아니던가?

그 눈으로 사냥을 하면서도,

던전의 벽, 바닥, 틈새 벽에 걸린 횃불을 지탱하는 나무 받침 밑까지 모조리 뜯어본 상태.

그런데.

‘그 목걸이는 보이지 않았단 말이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로 도출 된다.

아까 쥐새끼처럼 숨은 그 놈을 잡아야 목걸이가 드랍된다는 답.

“하아…. 하아….”

하도 걸었더니 턱끝까지 숨이 차오른다.

고개를 마구 돌리며 이곳저곳 면밀히 살피느라 목뼈도 빠질 것 같고,

눈도 충혈된 상태다.

‘좀 쉬어야겠다.’

저승으로 보내버린 몬스터들이 다시 리젠되기까지의 시간은 어쨌든 좀 남아있다.

등에 벽을 기대고 스르르 주저앉았는데.

푹-

등이 벽의 어느 지점에 닿으면서 뭔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정말 아주 작게 숨겨진 스위치가 보였다.

그 스위치는 본의 아니게 등으로 눌러버린 셈이었다.

‘이걸 발견을 못 했네, 내가.’

그리고.

드르륵!

시운의 맞은편 천장에서 흙이 떨어지더니, 앞 벽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벌어진다.

‘저것은?’

벽이 좌우로 벌어지자 사람이 하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긴장을 좀 삼키고.

검을 겨눈 채 그 어둑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 한줌 없는 어둠이 가득한 열평 남짓한 공간.

‘찾았다.’

그 공간 저 구석에 그놈이 보였다.

놈은 무구조차 벗고 드러누워,

전신의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아가리를 벙긋거리며 헐떡이고 있었다.

‘치명상을 회복하고 있는 건가?’

크웨에!

놈이 시운을 발견하자 곧바로 아가리를 벌리며 살기스런 표정을 짓고 벌떡! 일어났으나.

일어난 것보다 빠른 것은 시운의 검이었고.

쿠덩!

그르르….

나자빠져 바닥에 골을 기댄 놈은 얼굴을 떨어대며 신음했다.

“용케도 이런 비밀스러운 곳에 숨어있었군. 곱게 보내주마.”

들어올린 검신은,

빠각!

정확히.

놈의 왼쪽 가슴뼈를 모조리 뚫어 분해시킨다.

-고대 패잔신병을 처치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제한 레벨을 초과하여 자동으로 경험치를 저장합니다.

이펙트가 섞인 알람음과 함께.

고대 패잔신병의 뼈 마디마디가 빛이 나더니 검은 불길이 치솟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열기에 한걸음 뒤로 물러난 시운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응시한다.

검은 불길이 뒤삼켜 모든 뼈들은 하얀 잔해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뿌려졌는데.

뿌려진 하얀 가루들이 한곳으로 움직여 모이더니 빛을 내뿜었다.

휘잉!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뜬 시운 앞으로,

은빛의 목걸이가 바닥에서 발광을 하며 주위의 어둠을 헤집었다.

‘역시, 이 난감스러운 놈을 잡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군.’

이 동굴에서 요놈을 잡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레벨 업도 하고,

얼만큼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작두 하나도 얻고 말이다.

-은빛단의 목걸이를 획득하였습니다.

은빛단의 목걸이[레어]

고대 한 제국의 황제를 조종하며 권력을 쥔 유명 무당이 쓰던 목걸이.

목걸이에 걸린 은색의 뼈들은 무당에게 겁탈 당하고 죽은 절정의 미녀들의 손가락뼈라고 전해진다.

아이템 정보창을 보던 시운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방금 뒈진 그 무당놈 완전 개새끼였구만.’

“정말 은빛단의 목걸이를 가져왔단 말이요?”

가르샤의 입가가 벌어지며 치아 하나 없는 그 입 속 혀가 드러난다.

“여깄습니다.”

시운이 건넨 목걸이를 낚아채듯 가로챈 가르샤는 그 목걸이를 두 손으로 마구 만진다.

“이 감각은 정말로…….”

가르샤는 어깨를 떨며 말을 이었다.

이어질 뒷말은 참으로 소름돋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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