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화
5만 마리 학살 타임 (3)
“휴우우-.”
이 소리는 크리스의 걱정이 담긴 한숨 소리였다.
시운에 대한 숨이었다.
그의 신호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 친구는 달라.’
그는 다른 헌터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 어떤 용한 사제나 무당조차도 빙의된 동생 앞에만 서면 실금을 하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내 아우의 영혼은 그렇게 악귀에게 점점 잠식 당해갔지.’
크리스의 동생, 레카드의 영혼과 육체는 악귀에게 거의 탐식된 상태였고 동생을 잃을 체념을 마친 상태에 구원자처럼 등장한 헌터, 그가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물건으로 동생을 해방시켰다.
‘케르만은 이시운, 그 친구가 박태석을 닮았다고 했어.’
크리스 또한 박태석을 알고 있었다.
몇 년 전, 아종 오크와의 격전에서 태석의 전략과 전투감각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으니까.
그런 이시운은 크리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님. 약속에 대한 신념을 중시하시는 거 압니다, 허나 이번 한 번만큼은 그 약속을 져버리셔야 합니다. 그 신념보다 소중한 것이 바로 크리스님과 야수족의 생명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말입니다, 그 누구든 한 번쯤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그 기로에서 정말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생각하고 택하셔야 운명 또한 개척할 수 있는 겁니다.”
어린 청년 입에서 나온 말답지 않은, 경험이 담긴듯한 뼈대있는 말이었다.
“크리스 아저씨…. 정말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실 거에요?”
연희가 물었다.
걱정이 담긴 물음이었다.
하기야 십만 대군이란 비현실적인 병력이 집합한 오크의 둥지로 시운 혼자 침입하여 아직까지 오고 있지 않으니,
걱정 될만 했다.
“곧, 신호가 올 것이네.”
크리스 또한 걱정을 숨기고 답했다.
그의 앞 성문 너머로 거대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온 몸이 근질근질한 게, 콱콱 쑤시네. 이봐! 늑대. 그냥 성문 열어주지? 애초에 십만이란 오크 떼가 있는 곳에 달랑 헌터 하나 보낸다는 게 말이 돼?”
혜령이 확 끼어들어 물었다.
차갑고 때론 이기적이며, 외모와 상반되게 거칠어 보여도 내심 시운이 신경쓰인 모양이다.
크리스는 답하지 않고 뒤를 돌아 자신의 수족들을 훑었다.
크아!
크르릉!
캬아아!
야수족들은 쇳소리 나는 무기를 치켜 올리며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오크들을 요절 내겠다는 반응이다.
“내 말 씹는거야? 저기 불바다 된 거 안 보여? 당장 나가서 돕던지 해야 할 거 아니야? 앙? 당신 나를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야? 나도 이시운이란 그 자식만큼은 할 줄 안다고!”
악을 쓰는 혜령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크리스는 그저 신호가 오기만을 바라며 허공을 응시했다.
‘이시운. 그 친구가 반드시 신호를 보낼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고 하였어.’
크아아악!
그때. 야수 하나의 창끝이 하늘을 가리켰다.
모든 눈이 창끝을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카악! 카악!
별이 빛나는 밤하늘 사이를 가르며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순간.
크리스가 반색했다. 동시에 그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신호가 왔다! 성문을 열어라!!”
그의 힘찬 명령에 성문 위, 아래에서 대기하던 야수가 끙끙 거리며 힘주어 성문을 열었다.
성문이 열리자,
모두의 눈이 커졌다.
“서, 성이 완전히 불타 무너지고 있어…. 이시운이 위험해!”
연희가 서글프게 소리쳤고,
“참 느긋한 자식이야. 더럽게도 늦게 보냈네?”
혜령은 힘빠진 안도를 혼잣말로 표현한다.
크리스는 뒤로 고개를 돌린다.
“신호가 도착했다!! 나의 동족들아! 나의 혈연들아! 이제 그 길고 짙었던 전쟁을 끝낼 순간이 왔다! 그대들의 가슴에서 뛰는 전사의 심장! 그 심장을 믿고 오늘,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끝낼 터이다! 전군!!!! 성문 밖 놈들의 성으로 돌격하라!!!”
카르르릉!
크아아아!
카아아아!
크리스가 스프링처럼 튀어나갔고,
그 뒤를 야수족 전군이 뒤따랐다.
드디어 고된 전쟁을 끝 마칠 순간이 온 것이었다.
파지지직!
콰앙!
홍란검의 열기에 의해 타오르던 비석이 결국 터져 파편 조각이 되어버렸다.
터진 비석의 자리에서 선명한 빛줄기가 밤하늘 허공을 향해 뚫어버릴 듯 격히 솟아오른다.
카앙!
쇼트 단검으로 오크인지 오크리더인지 아무튼 놈의 철퇴를 겨우 받아냈다.
‘이 소리는?’
저 멀리서,
공기를 부실듯한 굉음 소리와 함성이 들려왔다.
‘레크라스의 신호를 받고, 드디어 움직였나 보군.’
이미.
코어 역할을 하는 비석은 깨트려 남은 오크떼들의 기력도 빼놓은 상태.
‘이제, 이 놈만.’
시운은 앞에 있는 무시무시한 오크놈 하나를 노려봤다.
나머지 오크떼들은 야수족과 헌터 셋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다.
히든 퀘스트의 성공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차앙! 창!
단검과 철퇴가 부딪혔다.
“큭!”
신음은 시운의 입에서만 흘렀다.
작은 단검으로 저 근육덩이의 철퇴를 받아내기가 여간 일이 아니다.
부웅!
철퇴가 궤적을 그리고 시운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고,
타캉!
겨우 단검으로 쳐냈으나, 제대로 쳐내지 못하고 철퇴는 시운의 옆머리를 때렸다.
“크악!”
뇌가 뒤틀리는 통증.
비틀거린 시운에게 다시 오크놈은 다가와 철퇴를 가한다.
차캉!
반사적으로 철퇴를 쳐내고 오크놈 품으로 돌진하여,
푸슉!
오크놈의 철갑옷에 단검을 질렀으나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왼주먹으로 오크의 안면을 곧바로 후린다.
둔탁음이 흘렀는데, 오크놈의 표정은 변하지도 않았다.
곧바로 뒤로 한보 물러난 뒤에,
“삼합보.”
턱! 턱. 턱!
세 번 도약하여 오크놈의 눈을 어지럽게 한 뒤에,
단검을 역수로 쥐고.
“야수베기.”
차아앙!
“제길!”
뒤로 힘없이 튕겨나간 것은 시운이었다.
‘단검으론 힘들겠어. 게다가 이놈 너무 강하잖아.’
“고작 그 정도이더냐?”
오크는 철퇴에 이어진 쇳줄을 흔들며 비꼬았다.
‘멀다.’
시운은 홍란검이 놓인 곳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현재 위치와는 꽤 멀었고, 등을 보여 저곳으로 달려갔다간 등짝이 철퇴에 터질 참이었다.
그때였다.
오크의 철퇴가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불꽃이 피어났다.
“이제는 그 쥐꼬리만한 칼로 막을 수 없을거다.”
단검을 겨누며 뒤로 서서히 물러나는 시운에게 철퇴는 어김없이 날아왔다.
‘마력도 다 떨어졌는데.’
마나포션을 복용할 틈조차 없다.
차앙!
“끄학!”
시운은 살점이 확 녹는 통증 덕에 단검을 놓쳐버린 죄로 그대로 가슴께로 철퇴를 받아내야 했다.
“쿠허어억!”
피가 터져나오며, 땅바닥에 등을 처박았다.
터벅.
오크놈은 성난 눈으로 시운을 내려다보며 다시 철퇴를 올리려는데.
“자, 잠깐.”
시운의 헐거운 육성에 오크의 손이 잠시 멈춘다.
“뭐냐. 저승으로 가기 싫다고 애원하려는 게냐. 시간 낭비하지 말거라.”
“당신은 ‘용맹’과 ‘명예’를 신념으로 여긴다 했다.”
시운의 말에 오크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뭐라?”
“당신과 나는 애초에 다르다. 난 당신에 비하면 한없이 약한 인간이고, 당신은 타고난 힘을 갖고 태어난 오크 아닌가?”
오크는 얼굴을 구겼다. 어차피 뒈질 놈 말 한마디라도 들어보잔 의중으로 말이다. 거기다가 예민하게 여기는 신념의 이야기를 늘어놨으니.
“어차피 네 놈은 살 길이 없다. 죽이고 그 시체를 이 철퇴로 짓뭉개서 형태조차 없도록 할 것이다.”
“당신하고 나하고는 덩치, 즉 체급부터가 다르다고. 그리고 또, 당신의 그 무기를 봐라. 내가 들고 있던 짧은 칼하고 같은가? 이건 불공평하다. 당신은 한없이 약한 인간을 상대로 명예롭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뭐, 뭐라?”
‘명예롭지 않은’ 이란 말이 흘러감과 함께 오크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어차피 난 살아나갈 생각은 포기했다. 당신이 한 생명에 대한 명예를 중시하고, 용맹이 있는 자라면 나하고 공평하게 이곳에서 싸우고 끝을 보자.”
피를 흘리며 말한 시운을 오크는 가만히 쳐다봤다.
“인간아. 헛소리는 저승에 가서…”
철퇴의 쇳줄이 움직였다.
“겁나냐? 용맹도 명예도 없는 놈이로군. 그래, 에라이. 그냥 죽여라, 하등한 자식아!”
시운의 비꼼에 오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곤 철퇴를 옆에다가 던저버렸다.
콰앙!
곧이어, 입고 있던 견고한 갑옷, 투구까지.
차앙! 쿵.
무구를 벗고 시운을 가소롭게 내려다보는 오크의 맨몸은 괴물처럼 다부졌다.
“오냐. 장비 없이 상대 해주지. 네 놈이 인간따위라도 명예는 있는 놈이구나. 수컷끼리 무엇의 도움도 없이, 본능으로 치고박자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오크는 시운의 마지막 태도가 썩 맘에 든 눈치였다.
시운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났다.
‘통했구나. 네 몸이 아무리 괴물이라도 주먹 대 주먹이라면 자신있다. 내 근력스탯과 눈이라면.’
크아아아!
카르르릉!
야수 떼들이 성과 성 사이의 평원의 면적 1할을 삼키며 달려간다.
반대편은,
화재에 숨을 연명한 오크떼들 6할이 야수족에게 돌진했다.
차아아앙!
까앙!
야수가 오크의 가슴팍을 베고, 다른 오크는 도끼로 야수의 팔을 뎅강! 잘라버린다.
잘린 야수는 더욱 포효하며 옆의 야수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발톱을 목살에 비집어 쑤신다.
팟팟팟팟!
야수들이 쏜 화살이 궤적을 그리며 오크의 신체에 쑤셔박혔고,
오크들은 쓰러지며 그 뒤의 오크들이 쓰러진 오크의 몸통을 밟아가며 달려든다.
굉음이 연속이던 대지를 더욱 강력한 충격음이 때려 흔든다!
정연희의 대지 스킬 ‘어스퀘이트’였다.
갈라진 땅 틈새로 질주하던 오크들의 발이 쑥, 빠져 미끄러지고,
솨악!
야수의 창이 무방비인 오크들의 두개골을 뚫고 땅에 박힌다.
그 사이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서슬퍼런 발톱은 오크들의 가죽살을 찢고, 찢은 뒤 강한 추진력으로 치고 나가 앞의 오크 두 마리의 목을 쥐고 들어올려 그대로 땅에 던진다.
쿵! 쿵!
쓰러진 오크 둘은 두려운 눈으로 방금 자신을 던져버린 야수. 크리스를 바라봤다.
취..취리릭!
다, 다가오지마라 취릭!
크리스는 그대로 두 발로 오크 둘의 면상을 수박 터뜨리듯이 터뜨린 뒤에, 곧바로 오크 한놈, 두놈, 네놈의 살을 찢어버린다.
이미.
오크들의 지주 역할을 하던 비석이 초토화됨에 의해 오크들은 예전처럼 용맹스럽게 덤비지 못했다.
겁을 먹고 떨었으며, 갑작스런 공격에 반응도 못하고 얼기도 했다.
그때.
크리스를 향해 날아오는 도끼 두자루.
차앙! 차앙!
날아온 화살 두 개가 도끼와 부딪혀 도끼의 궤적을 빈땅으로 안내한다.
“고맙군, 헌터.”
크리스는 혜령을 보며 눈짓을 주었으나 혜령은 앞의 오크들을 화살밥으로 만들기에 열중했다.
취리리!
취익!
그래도 머리수는 압도적인 오크들은 방패를 내세워 몸을 가리며 야수들에게 온힘을 다해 뛰어들다가.
콰지지직!
오라가 실린 건틀렛에 의해 찌그러진 방패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쿵!
그 앞으로 장유석이 서있다.
“연격의 탄!”
유석의 입술의 움직임이 끝남과 함께, 땅이 울리며! 전방의 오크 다섯 마리의 몸이 그을리며 떠오른다.
부웅! 붕! 붕!
그새 유석이 파고들어 떠오른 오크들을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훅 콤비네이션으로 오크들의 안면과 갈비뼈, 복부를 터뜨렸다.
태초에 평화롭던 이곳 평원의 대지는 이미 괴물의 핏내와 사채 썩은내로 지옥으로 변모하여 있었다.
취이이….
취이….
오크들이 힘없는 눈으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쿵!
떨며 뒷걸음질 치다 엉덩방아도 찧고.
“이제 승리가 눈 앞에 보인다!”
얼굴과 몸에 상흔이 가득했지만 크리스는 생기가 넘친 육성으로 소리쳤고.
크아아!
카아아!
뒤이어, 야수들 또한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
야수족과 오크족의 머리수는 어느덧 차이가 없어진 상태.
야수들은 오크들이 겁먹은 분위기를 틈타 곧바로 화살들을 발사한다.
슈슈슈슉!
수십 발의 화살이 허공을 찢으며 오크에게 날아가다가……
화르르륵!
순간. 허공에 팽창한 성화에 의해 힘없이 녹아 땅에 떨어졌다.
“뭐, 뭐야?”
커진 연희의 눈동자에는 갑자기 나타난 네 명이 비춰졌다.
“후우, 참나, 이거 엉망이 됐군. 밤에는 전쟁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던전에서 레이드 좀 하고 있었더니.”
꽁무늬 치는 오크 앞 네명 중 한 사내가 페가수스 문양이 깃든 긴 완드를 든 채 말했다.
“잠시, 멈춰라!”
터덕! 턱!
크리스의 명령에 모두가 발을 굳혔다.
긴 매지션 모자에 눈이 가려진 사내에게로 야수군 모두가 멈칫한 채 시선을 뒀다.
“하하…. 판도는 참 좆같이 됐는데, 흥미로운 상황이네. 정연희씨를 여기서 맞부딪힐 줄이야?”
넷 중 리더격으로 보이는 사내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자 모자 깃에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났다.
“자, 장세준?”
놀란 연희의 눈이 커진다. 놀란 것은 연희 뿐만이 아니었다.
쿵!
“크으으….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강하단 말이냐. 내가 승부에서 졌다.”
오크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전신의 뼈가 아스라진 터라 오크는 몸을 가동할 여력조차 없다.
“후우-. 네놈도 강했다, 인정하마. 이제 그만 죽거라.”
피칠갑을 한 시운이 오크에게 걸어갔다.
“자, 잠까안!”
오크는 피를 토하면서 외치자 시운이 멈췄다.
“내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자결하게 해주어라. 인간 따위의 손에 죽고 싶진 않다.”
챙캉!
시운 손에서 던져진 단검이 오크 앞에 떨어졌다.
“너도 내 명예를 생각해 주었으니, 네 명예 또한 생각해 주마.”
“킥, 그거 고맙군. 내가 인간 따위에게 부탁따위나 하고 최후를 맞을 줄은….”
오크는 더 말을 하는 것조차 불명예스럽다는 듯 망설임없이,
단번에 단검을 집어 심장에 쑤셨다.
“크윽.”
쿵!
떨어진 오크 머리와 바닥 사이로 진한 피가 퍼진다.
‘지금이다.’
[구황의 작두를 장착하였습니다.]
작두를 오크의 사체로 겨누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바로,
오크 사체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혼이….
“귀사.”
그리자.
작두의 흡인력에 의해 영혼의 형태가 헝클어지더니, 작두로 무섭게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나에게 뭘 하는 짓거리냐!!! 이,비열한 인간 자식아!!』
오크의 처절한 고성은 곧 사그라들었다.
시운은 흡족한 눈으로 작두를 바라봤다.
‘됐다, 이제….’
[아이템 ‘구황의 작두’의 잠금된 스킬 슬롯이 해방됩니다.]
[구황의 작두]
일국의 국왕에게 망극(罔極)을 한몸에 독차지하던 무당이 악귀를 쫓을 때 쓰이던 낡은 작두.
*장착 효과
[영출] 스킬 사용 가능.
[귀사] 스킬 사용 가능.
[변형] 스킬 사용 가능.
-영출: 이승을 떠돌며 은신한 귀신의 형태를 강제로 뽑아낸다.
-귀사: 형태를 드러낸 귀신을 작두 속으로 봉인한다.
-변형: 작두에 봉인한 두 귀신의 귀력을 작두에 깃들인다.
*주의 조건: 귀신의 능력과 외형, 천성에 비례해 작두의 외형과 등급, 옵션이 변화한다.
‘사람에게 인간‘따위’ 라고나 하는 괴물‘따위’에게 베풀 정이란 없다.’
시운의 손에 들려쥔 작두 날이 멋대로 떨려왔다.
『야이 비겁한 인간자식아!!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냔 말이냐!!』
작두 날이 진동하며 방금 죽은 오크의 날선 육성이 들려왔고,
『오크? 추잡스러운 오크놈을 나하고 같이 가두었단 말이냐!!』
『네 놈은 뭐야? 네 놈도 인간놈이냐! 내 옆에서 안 떨어지느냐!』
『덩치만 크고 덜떨어진 저능한 괴물아. 본좌가 누군지 아느냐? 난 고대에 소국 하나를 마력 하나로 휩쓸었던…』
『크아, 닥쳐라! 주둥이를 찢어버리겠다. 비좁아!! 어서 날 꺼내다오, 이런 불명예스러운 곳에 나를!!』
구황의 작두 안에서 방금 가둔 오크와 레카드의 육신에서 꺼내온 악귀 두 놈이 으르렁거리고 있다.
“조용히들 좀 해라. 어차피 네 녀석들은 천성이 썩은 놈들 아니냐? 그런 네 놈들의 힘을 좋은 곳에다가 써줄게.”
『뭐, 뭐라???』
『감히! 그러고도 네 놈이 무사할 줄 아느냐!!』
시운의 작두 날이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시운의 입이 열렸다.
“변형.”
[구황의 작두에 귀속된 웨폰 스킬‘변형’을 발동합니다.]
『그, 그아아악! 내, 내 육신이!!』
『머, 멈추어라!! 멈추라고 하였다!!!』
녹슬고 무딘 작두의 날 표면이 점점 벗겨지기 시작했고,
[스킬 ‘변형’에 의해 봉인된 오크 군장 ‘타우스’ 의 무력이 구황의 작두에 깃듭니다………]
『그아아악! 그악! 이, 인간놈아!! 영원히 저주 하겠노라!!!!!』
작두의 크기가 부풀기 시작하면서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스킬 ‘변형’에 의해 봉인된 고대 마법사 ‘에그메르트’의 마력이 구황의 작두에 비축됩니다………]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내, 내 마력은 네 까짓 것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
뒤이어, 작두의 검신과 손잡이의 표면이 뭉개져 색과 모형이 뒤틀려 변했다.
‘과연….’
시운의 눈은 꾹, 쥔 손 주위로 바뀌어 새로운 장식이 돋아나는 손잡이에 멈추었다가. 점점 눈은 위로 올라갔다.
그 위로 뭉툭한 직사각형으로 뻗은 검신이 쭉 솟아 길어졌고, 날의 둘레는 좁아져 날렵해졌다.
파앗!
초록빛과 보랏빛이 뒤섞여 번쩍임과 함께!
[스킬 ‘변형’에 의해 ‘구황의 작두’가 ‘아클레우스 소드’로 변모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