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89화 (88/278)

제 89화

재능충인데 뭐 어쩌라고? (1)

“오오오오우….”

탄성이 목을 타고 입으로 절로 나왔다.

새롭게 변한 무기의 외형에 시운의 입이 벌어졌다.

검은 매의 두 날개가 좌우로 쭉 뻗어난 뭉특한 손잡이.

손잡이 중앙엔 고대에 살던 괴수의 눈이 눈꺼풀이 닫힌 채로 문양에 박혀있고,

쭉 뻗은 길고 서린 날 표면은 초록색 오크의 질긴 가죽으로 감겨 있었다.

캉!

‘검이 갑자기 손에서 튕겨져 떨어졌어.’

[현재 ‘아클레우스의 소드’를 착용할 수 있는 기준에 미달하여 착용이 불가능합니다.]

아클레우스의 소드 정보창을 띄웠다.

‘이, 이렇게나 성능이….’

실로 어마어마한 검의 성능치에 순간 멍해질 정도였다.

‘일단 낙동강 신세로 놔둔 홍란검부터 챙기고.’

터벅터벅.

성지의 최상층부까지 오른 뒤, 던져둔 홍란검을 챙겨 손에 쥐었다.

[화룡의 홍란검을 장착하였습니다.]

일단. 아클레우스 소드의 장착에 필요한 스탯을 맞춰야 했다.

“상태창.”

레벨: 90

근력 <234> 민첩 <93>

체력 <76> 지혜 53 지능 13

열정 8

살기 0

여유 스탯: 111

‘오오와아아아…. 레, 레벨이 36이나 올랐다….’

또 한 번 입이 쩍 벌어질 수 밖에.

오크떼들을 영악히 초토화 시켜버리고 상승한 레벨은 비현실적 이었다.

헌터의 레벨은 점점 높아질수록 높은 경험치를 요한다.

특히나 마의 구간인 80레벨 부터는 레벨 업 당 정말 고량의 경험치를 요하것만.

시운의 현재 레벨은 이계에 넘어와 몇 달 굴러먹은 헌터가 만들 수 있는 레벨이 절대 아니었다.

“근력 40. 민첩 25. 지혜 20 분배한다.”

띠링!

레벨: 90

근력 <274> 민첩 <118>

체력 <76> 지혜 73 지능 13

열정 8

살기 0

여유 스탯: 26

지혜를 포함하여 근력, 민첩을 정확하게 아클레우스의 소드 장착에 필요한 능력치만큼 분배했다.

과도한 스탯을 한 번에 찍으니,

몸에 힘이 넘치는 기분이다.

‘속근과 유연의 역할을 하는 민첩이 근력에 비해 너무 낮다. 남은 스탯은 민첩과 헌터의 필수인 체력에다.’

“민첩 16. 체력 10. 분배.”

레벨: 90

근력 <274> 민첩 <134>

체력 <86> 지혜 73 지능 13

열정 8

살기 0

여유 스탯: 0

스탯의 분배까지 모두 마친 시운의 눈이 저절로 움직여 성벽 밑 아득한 지상으로 향했다.

‘아이템에 정신이 팔려 저쪽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체크도 안 했었는데….’

아무래도 직접 나서야 할 듯 했다.

재능(才能).

어떠한 일을 하는데 필요로 하는 재주 또는 능력을 뜻한다.

모든 일에는 사실 재능이란 부분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치였다.

인간은 어미 뱃속에서 태어나 처음 눈 뜰때부터 각기 영역의 재능을 잠재하고 자라게 된다.

재능의 유무는 인간의 능력의 범주를 높여주기도 하고,

때론 한계라는 틀에 가두기도 한다.

그런 재능 앞으로 재능과는 또다른 이름의 것이 존재한다.

바로 노력.

이 놈은 꽤나 정직한 놈이다.

하는만큼 그에 비례한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재능이 없는 자도 노력이란 것이 한계를 넘게 해주고,

그 노력을 혼신으로 빚으면 재능 없는 자도 천부의 재능을 가진 자를 찍어 넘을 수 있는 것이었다.

노력. 이 또한 인간이 부릴 수 있는 능력 중 하나였다.

근데?

재능도 갖춘 것이 노력이란 것까지 갖추게 되면 인간의 능력 범주를 넘고, 넘어 최고의 영역에 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재능도 없고 노력할 근성도 갖추지 못한 것은 모조리 하등할 수 밖에 없는건가?

그렇지 않다.

불쌍한 그들의 구원을 위해 존재하는 능력 또한 존재했다.

그것이 운(運).

인간이 다룰 수 없는 것이지만,

노력도, 재능도 없는 것을 이것 하나만으로 일정 이상의 영역에 오르게 해주는 귀중한 것이었다.

운이란 야속하기도 했다.

재능있는 자를 단번에 나락으로 빠지게도 하고,

노력이란 능력을 행할 수도 없게 하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재능과 노력을 갖춘 것에 저 운(運)이란 축복까지 내려진다면?

될 수 밖에 없는 놈이 신과 같은 영역에 달하는 것이리라.

그런 얄미운 놈이 여기에 있었다.

그 놈의 입술이 열리기 시작한다.

“제물 봉인.”

열린 입술에서 튀어나온 말은,

놈의 뒤에 있던 기백 빠진 오크들의 육신을 모두 찢게 했다.

처연한 오크들의 비명이 대지를 흔들고, 비틀어 주저앉은 오크 등가죽이 열리며 영혼이 빠져나와 얄미운 놈의 무기에 박힌 마정석으로 빨려 들어온다.

‘이런 좆같은 상황도 역전시킬 수 있지, 나라면.’

자신찬 얄미운 놈의 눈이 빛나며,

입술이 또다시 열린다.

“제물 속박.”

크르아아아아…!

카아아앙!

크아아아!

크오오오오오!

놈의 전방에 있던 무수한 야수들의 비명이 이어진다.

곧이어,

비명을 내던 야수들의 눈동자 색이 변하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얄미운 놈은 단 두마디만 던졌을 뿐인데,

벌써 두 종족의 운명을 정해버린 것이었다.

“이 스킬은 아군으로 귀속된 환수 또는 몬스터를 내 멋대로 제물로 삼아 그 제물의 수만큼의 적들을 대공포 상태로 집어넣는 마법이다. 단 전제 조건은 제물과 몬스터들이 나보다 레벨이 낮다는 조건 하에서.”

놈은 친절하게도 설명까지 덧붙인다.

“참고로 대공포 상태에 빠지게 되면 24시간이란 시간동안 말조차 할 수 없지.”

“뭐, 뭐라고?”

“그 따위 스킬이 있을리가…! 있다고 해도 고작 당신의 랭크로?”

“……….”

천부적인 세 가지의 영역을 고루 지닌 얄미운 놈과 적으로 대치 중인 자들의 말이었다.

저들 또한 다 최소 한 가지의 영역 이상은 소유한 자들이었다.

‘재능’ 또는 ‘노력’.

또는 ‘운’ 중에 말이다.

그러나.

세 가지의 영역을 고루 갖추진 못했다.

그 차이의 결과는?

개고생하며 판도를 뒤집고 승기를 잡았음에도 다시 이렇게 좌절하게 되는 것이었다.

“역시 세준 형님이십니다.”

“대단해요, 세준 씨.”

“덕분에 흐름이 다시 우리쪽으로 왔네요.”

그 ‘얄미운 놈’의 편에 붙어먹은 자들은 이렇게 행복을 내질렀다.

능력은 자신을 웃고 울게 만들고, 자신의 사람들 또한 행복하게 만들며,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들은 처절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장세준 당신…! 어서 이거 풀어! 빨리 풀지 못해?! 비열한 자식아!!”

일정 수준의 ‘재능’과 ‘노력’을 갖춘 정연희가 화를 냈다.

그들은 ‘얄미운 놈’을 모두 장세준. 이란 석자로 불렀다.

“이제 상황은 공평해 졌군? 방해하는 놈도 없고. 아니. 4대 3이니까, 우리가 한명 더 많은데?”

얄미운 놈이 웃으며 말했다.

장세준.

이 얄미운 놈은 ‘재능’을 가졌다.

무슨 상황에서든 최고의 수를 고안해 편법으로 녹여내는 ‘재능’

그것을 앞세워 과거 프로게이머 시절 신인은 물론, 기성의 게이머, 탑 게이머 가리지 않고 박살내고 찍어 누르며 명성을 쟁취했다.

또 얄미운 놈은 ‘노력’을 활용했다.

목표가 생기면 잠을 2시간으로 줄이여, 하루를 22시간 사용하며, 거기서 숨쉬는 시간만 빼고 그 목표에 퍼붓는 ‘노력’

그것으로 ‘닥치고 레전드’란 프로게이머 정점을 찍고 은퇴까지 단 한 번의 패도 허용치 않았다.

그런 얄미운 놈은 ‘운’까지 거머쥐었다.

정점의 자리에 올라선 그는 일반인은 꿈도 못꿀 자본력을 갖췄고, 기득권층과 인맥을 다졌다.

다진 인맥 속에, ‘운’이란 능력을 극도로 받고 태어난 초다이아 수저의 ‘장쓰오’란 중국인이 있었다.

중국의 초재벌 2세 장쓰오는 세준을 스폰했다.

스폰을 지원받은 장세준은 그의 랭크에서 얻을 수 없는 이계의 골드를 쥔다.

보통 이계와 현계의 골드 가치는 동일하지만, 단순 성장의 목적의 현질은 불법이었다.

그런 불법조차 암묵적인 합법으로 허용시키는 초자본력을 갖춘 장쓰오.

그런 자를 매료시켜 전폭적 지지를 받게 되는 ‘운’.

다.

다 갖춰버린 얄미운 놈 장세준.

그의 입술은 비정하게도 또 열렸다.

완벽한 본인보다 능력이 한 개에서 두 개 떨어지는 세명의 인간을 찍어 누르기 위해.

“블리자드 스톰.”

곧이어 얼음 속성 마법의 꽃이라 불리우는 마법이 펼쳐졌다.

“끅…….”

“허엇!”

“……….”

그 한마디에 유능한 축에 속하는 세명의 육신은 얼음으로 굳어, 멈춰버렸다.

“휴우, 끝났나.”

장세준은 어깨를 축 떨구며 안도를 뱉는다.

“형님! 헌터 한명이 남았어요, 저기 빙결된 헌터의 숫자는 세 명이잖아요.”

“나머지 헌터 한명은 걍 죽어서 마을로 귀환되지 않았을까? 솔직히 저기서 살아남을 수가 있겠어?”

사제 복장의 헌터가 불바다로 변한 오크의 성을 가리켰다.

“음…. 근데 뭔가 찝찝하단 말이야. 똥싸고 안 닦은 기분이란 말이지..”

이렇듯 세준은 아직 완전한 안심을 하지 않았다.

세준의 눈이 성화로 뭉개져가는 성으로 움직였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저런 짓을 한 것일까.

분명 야수족의 짓은 아니다.

‘아무리 밤이었다고 해도 그 많은 오크들의 눈을 피해 저 넓은 성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놈은….’

얄미운 놈의 시선이 정연희에 닿아 멈췄다.

허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연희, 매지션. 불 마법을 다룰 수 있지. 그러나 저 여자는 저런 짓거릴 해낼 매지션으로서의 소질이 없고.’

‘그 옆의 키큰 녀석. 서바이벌 테스트 때 봤다. A조에서 성과를 좀 거두었던데….’

세준의 고개가 흔들렸다.

이미 서바이벌 테스트로 방영된 영상을 모니터링을 통한 분석을 마친 상태.

‘격투사로서 기질은 있지만, 느리고 단순해. 범인이 저 남자였다면 이미 오크들 손에 죽었을 터.’

‘강혜령?’

세준의 눈이 흔들렸다.

고개는 이내 저어졌다.

‘저 셋 중 최고의 재능을 가졌지. 그러나 전략을 세우고 움직일 타입이 아니야.’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나머지 헌터 한 놈의 짓이라는 결론.’

까악! 까아악!

주위로 까마귀 떼들이 모여든다.

굶주려 눈 뒤집힌 까마귀들이 하강하여 오크 사체를 뜯는다.

까악! 까악!

늘어진 오크 사체들의 살점은 찢어져 까마귀 입속으로 넘어간다.

흔한 광경이다.

세준은 신경쓰지 않는다.

까악!

까마귀떼 속에 섞여있던 까마귀 한마리가 날아와 세준을 맴돈다.

콰앙!

“끄헉….”

“컥!”

“윽!”

“……뭐, 뭣?”

까마귀 몸통이 터지며 일어난 폭발은 헌터 셋과 세준의 몸을 흔들었다.

그때.

푸슉!

“....?”

세준의 고개가 내려갔다.

자신의 가슴팍을 꿰뚫은 초록 검신.

갑작스레 느껴진 등뒤의 기척에 힘겹게 고개를 돌린 모든 걸 다 갖춘 얄미운 놈의 눈에는.

‘재능’도,

‘노력’을 쏟아부을 근성도,

‘운도’,

없는 녀석이 입꼬릴 비틀어 올려 웃고 있다.

“…이, 이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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