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05화 (104/278)

제 105화

보조무기를 위한 스파링 시험 (2)

현찬이 얼굴이 싸늘이 식었다.

“뭐? 새꺄.. 미쳤냐.”

“그냥 해줘봐. 조금 하다가 어려울 것 같으면 그만 한다고 하면 되니까.”

“아까 그 녀석이 싸가지는 없어도 실력은 준프로 급이야. 학창시절 때 축구공 한 번 차면 매일 홈런이나 치던 네가 무슨. 날 위해서 혼내주고 싶은 마음 고마운데, 아서라.”

시운은 이 체육관에 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오른 어깨가 헌터일을 하면서 별개로 발달했는지 알아봐야 겠다.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내 보조무기는 그것이 될 테니까.’

무리한 도전은 아니었다.

헌터란 직업으로 인해 동물적인 감각을 익힌 상황.

게다가 방금은 어땠는가.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는 차의 보닛을 짚고 공중으로 도약한 비현실적인 일까지 만들어냈으니.

‘일단은 테스트다.’

시운은 현찬에게 손짓으로 따라오라고 말하고 다시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마침 현찬과 다퉜던 사내는 혼자서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었다.

탕- 타탕!

그의 주먹이 샌드백에 닿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눈에 봐도 르고 묵직한 주먹.

게다가 샌드백을 두드리는 자세 또한 수준급이었다.

시운은 그에게 설렁설렁 다가갔다.

“야! 어쩌려고.”

현찬이 뒤에서 시운을 말렸으나 이미 마음먹은 결심은 확고했다.

“저기.”

시운이 남성에게 말을 걸자 남성이 샌드백을 향해 날리던 주먹을 멈추고 시운을 슬쩍 쳐다봤다.

시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아래로 훑는 남성이.

“뭐야? 운동하는데?”

“저하고 스파링 한 번 합시다.”

뒤에서 현찬이 시운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시운은 현찬의 팔을 뿌리쳤다.

“풉, 스파링? 제 정신인가? 혹시 친구 복수라도 하시려는? 이봐, 나 준프로야.”

“그냥 한 번 합시다. 여긴 실력이 곧 위라면서. 내가 당신 이기면 내가 그쪽보다 위가 되니 나한테 예의 없이 군 거 사과하고 내 친구한테도 사과하세요.”

“그러다 다쳐. 보니까 헬스장에서 아령 몇 번 끄적인 몸 같은데. 그런 몸하고 격투기는 달라.”

“피하는 건가요?”

“어쭈?”

남성이 위압적인 눈으로 시운에게 쏘아봤다.

그러나 시운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남성은 옆에 있던 관원을 불렀다.

“재찬이 형. 지금 관장님 안 계시지?”

“응, 왜?”

“지금 스파링 한 번 해봐도 되겠지? 어차피 관장님도 안 계시고…. 걸릴 일도 없잖아?”

“스파링? 누구랑?”

“여기 처음 보는 인간이 냅다 나보고 스파링 하자네…. 웃겨서 원.”

재찬이란 남성이 시운에게 다가왔다.

“격투기란 위험한 운동이에요. 객기 부리지 말고 그냥 꺼져요. 우리 관원도 아닌 사람이.”

꺼지라는 말에 시운은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보호 장구 다 착용하고 하면 되잖아요.”

“그래, 한 번 하자. 격투기가 만만한 게 아니란 걸 알려줄게. 재찬이 형이 심판으로 좀 봐줘. 살살하면 되잖아?”

“안성아. 일반인을 그렇게도 패고 싶냐?”

“형…. 오랜만에 몸 좀 풀게. 보호 장구 좀 갖다 줄래?”

“꼭 해야겠냐. 관장님 지금 없어서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이 새끼가 하고 싶다잖아.”

이 새끼?

‘운동하는 놈이 겸손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네.’

현찬은 시운의 팔을 잡고 끌어내려 했으나 시운은 꿈쩍도 않았다.

‘내 오른 어깨를 테스트 해 볼 겸, 혼내줄 겸 잘 됐네.’

어느새 사각의 링 위에 올라가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안성이 거들먹거렸다.

툭!

시운도 냅다 링 위로 올라갔다.

현찬은 뒤에서 걱정스러운 눈길로 이를 쳐다봤다.

어느새 많은 관원들은 링 주위로 몰려서 구경할 준비를 마친 상태.

일반인이 격투기 선수에게 까불면 어떻게 되는 건지 다들 보고 싶다는 눈빛이다.

“안성아. 살살해라…. 너무 줘 패진 말고.”

“걱정 하지 마. 법적으로 문제도 안 되고 보호장구 다 착용시키고 하는 건데 뭐…. 나중에 경찰서에 가서 이 녀석이 신고하더라도 문제없어.”

“일반인은 그냥 인간 샌드백인데. 안성이에게 줘 터지겠군.”

시운은 재찬에게 헤드기어와 정강이 보호대를 받아 착용하고 글러브까지 착용했다.

반대로 안성은 헤드기어도 착용하지 않고 링 줄 위로 두 팔을 올려놓고,

뚜둑! 뚜둑!

목 근육을 이리저리 풀고 있다.

재찬이 링의 가운데로 올라왔다.

그리고 시운에게 룰에 대해 이래저래 설명해주고 안되겠다 싶으면 바로 브레이크를 걸어 시합을 멈출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말을 덧붙였다.

“쫄리면 지금이라도 내려가도 돼요. 잽도 안 될 게 뻔한데.”

“빨리 진행하시죠.”

시운은 헤드기어를 착용한 상태로 안성의 눈을 노려봤다.

“꼬라보면 어쩔 건데? 우습네, 참.”

안성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운을 바싹 약 올린다.

링 가운데에 선 재찬은 둘에게 이제 곧 시작할 테니 잠시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는 현찬은 타들어가는 마음이다.

‘이시운 저 고집쟁이 새끼. 헌터 됐더니 자신감만 살아갖고.’

시운은 눈을 크게 뜨고 안성을 살폈다.

어깨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재미 좀 보다가 끝내버리겠다는 얼굴.

얼굴 모공의 벌어짐, 혈색, 오늘 과격한 운동으로 인해 팽창된 근육이 입체적으로 시운의 눈에 들어온다.

땀샘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폐물이 매우 깨끗한 걸로 봐서 담배도 피우지 않는 듯하다.

‘혈색은 좋은데 얼굴 신경의 움직임으로 보아 오늘 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얼굴. 시작하자마자 바로 들어 오겠구만.’

팡!

시운은 글러브를 착용한 양손을 맞부딪혀 보았다.

확실히 글러브의 무게가 무게인지라 손의 움직임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자, 모두 준비하고… 파이트!”

재찬이 손을 올리며 경기 시작을 외쳤다.

안성이 조소를 흘리며 허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위빙을 시작했다.

시운은 천천히 사각 링을 사이드로 돌면서 그의 움직임을 살폈다.

‘온다.’

탁. 타탁.

안성이 곧바로 스텝을 밟고 거리를 줄인 뒤 시운의 얼굴을 향해 펀치를 내뻗는다.

움직임은 보였으나.

생각보다 빠른 펀치에 시운은 가드를 올리고 주먹을 받아냈다.

팡!

가드를 올리고 맞았음에도 얼얼할 정도의 펀치력.

시운은 곧바로 뒤로 돌아 거리를 다시 벌렸다.

“한 대 맞으니까 일반인이 물러서네! 아프겠다, 사서 고생하네.”

“하긴 안성이 주먹이 좀 주먹이냐? 돌주먹이라 가드해도 아플 거다.”

“저 사람은 관원도 아니면서 뜬금없이 왜 체육관에 와서 스파링을 하는 거야? 저러다 개 쳐 맞고 집에 가겠지.”

관원 중 몇 명이 비웃었다.

안성은 거만하게 어깨를 흔들고 글러브를 낀 손으로 들어와 보라고 도발을 했다.

‘움직임을 살핀 뒤.’

슉-

빠르게 안성의 잽이 들어왔다.

시운은 곧바로 고개를 뒤로 젖혀 잽을 피했다.

“어쭈. 피해?”

말을 뱉은 안성의 눈빛이 돌변했다.

‘슬슬 빈틈을 공략해 볼까.’

시운은 기회를 엿보았다.

‘과연, 헌터 일을 하면서 내 눈과 어깨가 현계에서도 작용할 만큼 발달했을지. 그것이 궁금하니까.’

잠시 흐른 침묵-

번개 같은 안성의 발차기가 시운의 안면을 향해 날아왔고, 시운의 오른팔이 절로 움직여 그 발차기를 막아냈다.

팡!

막아냈으나 파워가 엄청났다.

‘이거 얼굴에 제대로 먹으면 골로 가겠는데.’

안성이 잠시 뒤로 빠지더니 다시 한 번 들어왔다.

이번엔 펀치 연타로.

퍽. 퍽퍽. 퍽!

마구 들어오는 펀치에 시운은 속수무책으로 맞기 시작했다.

“……!”

시운의 단마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재찬이 시운에게 다가왔다.

“그만 할 겁니까? 브레이크?”

아직이다.

이런 예의 없는 녀석은 꼭 혼쭐을 내주리라는 마음.

시운은 곧바로 안성을 껴안았다.

클린치.

펀치 연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었다.

“클린치? 추잡스러워.”

안성은 여전히 조소를 머금는 얼굴로 자신을 껴안은 시운을 툭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가볍게 스텝을 밟는 안성이 말했다.

“좆밥이네.”

시운은 그의 주먹과 어깨 팔 허리를 살폈다.

‘저 녀석은 주먹을 날릴 때 어깨가 먼저 움직인다. 원래 주먹을 내뻗을 때 어깨의 근육이 먼저 움직이는 건가. 그렇다면….’

또 다시 안성이 거리를 좁혀왔다.

시운은 곧바로 왼쪽 주먹으로 빠르게 안성의 안면에 펀치를 내꽂았다.

텅-.

아주 가벼운 소리.

“완전 물 주먹인데?”

안성은 안면을 일부러 맞아줬다는 듯 말했다.

현찬이 뒤에서 “시운아 이제 그만해.”라고 말했으나 시운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안성의 턱 근육이 움찔거렸다.

‘사람은 제대로 힘을 쓸 때 턱을 악 무는 습관이 있지. 이번에 날 끝낼 생각이야. 이 때다.’

안성이 곧바로 거리를 좁힌 뒤 번개같이 파고드는 안성의 라이트 훅.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빨랐다.

순간.

주먹이 아주 느리게 보인다.

캐치한 시운은 주먹이 날아오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허리를 틀고 고개를 숙인뒤, 동시에 하체에 힘을 싣고 오른 어깨에 힘을 준다.

부웅! 안성의 훅이 시운의 머리 위로 빗나가 허공을 가를 때.

시운의 오른 손 라이트가 안성의 턱에 제대로 꽂혔다.

파악!

굉장한 파열음. 시운의 펀치를 맞은 안성의 머리칼이 흔들렸다.

순간 이를 지켜보던 관원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시운은 단박에 빠른 눈으로 안성의 얼굴을 살폈다.

안성의 눈동자가 사시처럼 중앙으로 몰려있다.

‘펀치를 맞고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시운은 곧바로 오른 주먹을 날린다.

퍽! 주먹은 안성의 턱에 적중했다.

‘제대로.’

시운의 주먹에 안성의 턱이 뒤틀리면서 그의 눈이 슬며시 감겼다. 그리고 그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링 바닥이 크게 부딪히는 소리.

철퍼덕-

“어?!!”

관원들이 놀라 소리쳤다.

안성이 링 바닥에 대자로 뻗었기 때문이다.

재찬은 이 광경을 보고 황급히 안성에게 뛰어갔다.

“야, 야!”

재찬이 안성의 볼을 툭툭 두드렸다.

“꺼으…….”

안성은 눈에서 흰자위를 보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파링을 보며 떠들어 대던 관원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유구무언.

가장 놀란 것은 시운의 친구 현찬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시운은 현찬에게 다가가 팔을 쭉 뻗었다.

“글러브하고 헤드기어 좀 벗겨줘. 답답해 죽겠다.”

“아아, 그래.”

현찬이 시운의 보호 장구를 다 벗겨내고 있을 즈음에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성의 의식이 돌아온 것이었다.

시운은 고개를 돌려 그의 표정을 살폈다.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 거냐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안성.

“어? 어떻게 된…거야?”

“너 카운터 맞고 그로기 된 다음에 훅 한 대 더 맞고 뻗었어.”

“후우…. 말도 안 돼. 럭키 펀치야. 다시 한다.”

안성이 억지로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

억지로 다시 일어서서 시운에게 달려드려는 걸 저지한 재찬은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

어느새 보호 장구를 다 해제하고 링에서 내려온 시운은 몸을 이리저리 풀면서 스트레칭을 했다.

재찬은 그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저기요….”

“뭐죠?”

“운동해본 경력이 있습니까? 방금 그 카운터…. 격투기를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절대 나올 수 없는 기술이었는데.”

“운동이요? 중학교 때 태권도 몇 달 한 게 전부예요.”

“……….”

재찬의 얼굴이 굳었다.

카운터.

일반인들은 하기 힘든 격투 고난이도 기술.

특히나 격투계 신인 유망주라 불리는 안성을 그 카운터로 눕히고 한다는 말이 태권도 몇 달 한 게 전부라니.

“………….”

재찬은 할 말이 없었다.

시운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현찬에게 말했다.

“방금 어땠어?”

“죽여줬지. 아니, 그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이 새끼가 헌터 되더니 각성이라도 했나.”

“음.”

“시운아, 오늘 참 너답지 않은 거 알아?”

“고난도 겪어보지 못하고 탄탄대로만 달려온 친구에게 시련이란 걸 좀 준거야. 듣도 보도 못한 아마추어한테 깨졌으니 이제 저 친구도 예의 없이 행동하진 못할 거야.”

“그… 그래.”

현찬은 아직도 벙 쪄있다.

“나 갈게. 운동 마저 잘 해라.”

“야, 벌써 가냐?”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왔던 거야. 이미 다 알아봤으니까, 먼저 간다.”

시운은 체육관 밖을 나섰다.

그리고 인근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시운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분명하다. 내 눈과 어깨는 헌터 일을 하며 확실하게 발달했다. 그리고 그 발달한 감각을 이곳 현계에서도 써먹을 수가 있다는 것도 확인 했다. 이제 내 두 번째 무기는 정해졌다.’

타타탁!

뒤에서 누군가의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잠깐만요!”

돌아보니 아까 심판을 봤던 재찬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운동 안 해보셨다고 했죠?”

“예.”

“혹시 저희 체육관에서 운동해볼 생각 없습니까?”

“없는데요.”

“제가 관장님 명함 하나를 들고 왔거든요?”

재찬은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급하게 꺼내 시운에게 내밀었다.

시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예의 없는 곳에서 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예?”

“관장님께 말씀 드리세요. 관원들 예의범절이 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고.”

“아, 그게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저, 자… 잠깐만요! 제 얘기 좀!”

시운은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그대로 걸어갔다.

쫓아갈 새도 없이 빠르게 걸어가는 시운.

재찬은 그런 시운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집으로 향하는 길.

시운의 눈 두덩이가 빛났다.

‘좋아. 이제 헌터로서 사용할 나의 루트 B, 두 번째 무기는…’

그것은 놀라운 발상이였다.

그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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