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07화 (106/278)

제 107화

예쁜 동료 둘 앞 여신 하나 (1)

소주 몇잔에 볼이 발개진 혜령의 입망울이 움직였다.

“너 정말 활 다뤄본 적이 오늘 처음이냐.”

혜령은 아무래도 이해, 아니 납득이 가질 않는지 아까부터 끙끙, 앓던 생각을 토해냈다.

“처음이지.”

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어떻게 그런…… 하, 아니다.”

혜령이 술을 또 꺽는다.

탁!

목을 꺽고 곧바로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녀의 검은 긴 생머리가 찰랑인다.

고기를 집어먹던 시운은 생각했다.

‘강혜령만 보면 마음이 아프네.’

이미 1회차, 2회차의 인생을 살아본 시운은 강혜령의 사연을 짐작하고 있다.

‘그 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테지.’

혜령이 잠시 화장실을 간 틈을 타서 시운은 폰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검색하고 속독했다.

“음….”

<트라우마. 정신과 약물로도 큰 효과 없이 만성화 되는 경우 많아.>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들은 사람들에 대한 방어기제를 펼친다는 학계의 정설.>

고개를 내린 시운의 낯빛은 밝은 폰의 빛에 의해 파랗게 빛났다.

‘내 두 번째 보조 무기는 활로 정해졌다. 그것을 도와준 강혜령은 내가 점찍어둔 동료다. ’

오늘 혜령의 명확한 강의에 의해 활을 조금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상처를 숨기고 틱틱, 거리는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먹먹했다.

‘트라우마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라.’

시운의 뇌리로 몇 얼굴이 스쳐갔다.

장유석. 정연희.

사람과 말을 잘 섞지 않는 혜령이지만, 혜령은 저 둘에게는 좀 인자한 편이라면 편이었다.

툭-

화장실에 다녀와 자리에 앉은 혜령은 소주잔에 손을 댄다.

“천천히 마셔.”

“내가 마시겠다는데 왜?”

“누나. 장유석하고 정연희 이 둘 어때? 혹시 불편한가.”

벌컥- 알콜을 털어넣은 혜령이 그건 왜 묻냐는 눈초리를 짓는다.

“갑자기 그건 왜 묻냐.”

“그냥.”

“다른 머저리들에 비해 그 둘은 좀 착한 편? 정연희 걔는 가끔 귀찮게 구는 구석이 있긴 한데, 동생 같아서 뭐, 귀여운 면도 있고. 그 말 없는 시커먼 자식도 빈수레 같진 않아서 썩, 재수없지만은 않아. 왜 묻는데?”

“그렇다 이거지?”

시운의 눈이 폰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 아! 장유석하고 정연희가 내 폰에 번호가 있지.’

이미 협회 강당에서 가진 모임에서 그들과 번호 교환을 한 후였다.

‘그 둘도 이제 내 동료가 될 친구들인데 사석에서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리고.’

트라우마라는 병을 앓고 있는 혜령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일 터였다.

“마셔, 마셔!”

“건배!”

짠! 생맥주 글라스를 부딪힌 여자 셋은 까르르르, 웃으며 수다를 이어가고 있는 이곳은 어느 호프집 안.

그 틈에 섞인 연희는 맥주를 한모금 들이킨다.

들이키고 난 그녀의 자그마한 입술에 맥주 거품이 묻어있다.

“정연희. 입술에 묻었다.”

“응? 아….”

슥- 입을 훔친 연희는 어깨를 푹, 늘어뜨리며 입술을 삐죽거린다.

“그래서, 그 헌터남에게 고백은 언제 해 볼건데?”

친구 하나가 연희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나한테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아.”

웅크린 연희에게 다른 친구가 또 묻는다.

“답답해라, 정연희! 그래도 말은 꺼내 봐야지. 너 정도면 얼굴도 반반하고 성격도 착하고. 헌터라면 같은 직종 아니야? 같이 쌰바쌰바 잘 돼서 헌터 일도 같이 하고 그러면 일석이조잖아.”

“모르겠어.”

연희의 머리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걘 지금 뭐하고 있을까.’

안 본지 겨우 며칠 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보고 싶다.

‘음?’

기척이 느껴져 눈을 위로 올려떠보니, 남자 하나가 삐죽, 거리며 서서 연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죄송한데 제가 저쪽 테이블에서 친구랑 술 먹고 있거든요?”

남자의 의도를 알아챈 여자 둘은 킥킥, 웃었다.

“네, 그런데요?”

연희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머리를 긁적이는 남자가 말했다.

“술 먹다가 보고 예쁘시고, 제 스타일이시라서 그런데 같이 합석하지 않으실래요?”

“푸하하! 우리 헌팅 당하는 거야?”

“오오…. 저기, 그쪽 친구는 잘생겼어요?”

연희 친구 둘이 남자에게 말을 던지자 남자의 입꼬리가 베시시 올라간다.

“됐어요, 저희 중요한 이야기 중이라 그냥 가주세요.”

“아, 네….”

연희의 확고한 의사표현에 남자는 민망히 돌아섰고. 친구 둘은 얼굴을 찡그린다.

“아, 오랜만에 남자들이랑 술먹을 기회였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야!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네가 거절하니?”

연희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듯 씩, 웃어 답하고 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시운./

그의 톡 프사를 보고 있다.

하얀 피부. 맑은 눈망울로 천친난만하게 웃고 있는 이시운의 사진을 보고 있는데.

띠링!

“어?”

놀랍게도 그에게 톡이 왔다.

-뭐해?

기쁜 마음에 바로 답했다.

그러자. 다시 톡이 울린다.

-나 지금 혜령이 누나랑 있는데 너도 올래? 같이 저녁이나 먹자.

‘혜령이 누나? 혜령 언니랑 같이 있다고?’

연희의 머리로 많은 생각들이 뒤섞여 스쳐갔다.

곧바로 답장을 한 연희는 안주를 먹고 있는 친구 둘을 미안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 먼저 일어나야 할 것 같아.”

“뭐? 왜?”

“갑자기? 야아…. 약속 생겼어? 치사하게 이렇게 싱겁게 가버리는 경우가 어딨냐?”

“미안, 헤헤. 내일 모래나, 그 다음날 볼 수 있음 보자.”

그녀는 툴툴 거리는 친구들을 달래고 호프집 출구를 향해 설렘 실린 발걸음을 내딛었다.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사진 하나에 장유석이 눈을 두고 있다.

‘종우야. 보고 싶다, 동생아.’

그의 시야로 앳된 남성이 브이자를 그리며 해맑게 웃는 채 멈춰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 한곳이 콱, 막히며 전신이 쓰라린 감각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진다.

오늘은 종우의 유골이 있는 납골당에 다녀왔다.

그의 눈에 외로히 있을 종우의 유골이 담긴 유골함과 그 앞에 놓여있던 종우의 생생한 사진까지 마음껏 담고 왔다.

‘반드시 살려줄게, 동생아.’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 많다. 일차원적인 동물들. 그 동물들보다 두뇌가 뛰어나 그 동물들을 지배하고 지구란 터에 확실히 자리잡은 인간이란 존재들은 분명 지구란 큰 행성에서 가장 유능한 존재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도 행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관짝에 담긴 고인에게 숨을 불어넣는 일.

하지만 유석은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죽고, 죽어도 끝없이 살아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랬다. 그들은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서 그 회귀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죽은 내 동생을 다시 볼 수 있는 것도 꿈이 아니야.’

그는 무겁게 눈을 감았다.

감은 시야로 보이는 시커먼 어둠이 뭉개지며 한 남자의 형상이 보이는 듯 했다.

‘이시운.’

회귀자인 그에게서 그 비밀을 캐내야 한다.

그때.

드르륵!

‘핸드폰 진동?’

문자 메시지가 온 듯 하다.

사람들과 교류가 없는 유석에게 메시지가 도착한 것은 의아한 일이었다.

‘스팸 메시지겠지.’

침대 맡에 던져둔 폰을 향해 걸어갔다.

-유석 씨. 뭐해요?

메시지 내용을 본 유석의 초점이 선명해졌다.

‘이시운? 그가 갑자기 왜.’

드르륵!

다시 온 메시지.

-바쁘지 않으면 같이 저녁이나 먹을래요? 유석 씨도 서울에 산다고 알고 있는데.

유석은 시운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를 마친 후.

빠르게 집 앞 주차장에 내려왔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 한 대에 몸을 싣고, 시동을 걸었다.

부릉!

핸들에 굵직한 손을 얹고 액셀을 밟으며, 앞 유리에 고개를 박은 그의 눈에 생기가 서렸다.

‘고민할 것도 없지. 그 사람과 가까워져야 해. 한시라도 빨리.’

부르으응!

세차게 밟은 액셀과 함께 그의 몸을 실은 차의 속도도 불이 붙었다.

“뭐야아? 이 쩌리들은 왜 부른건데에….”

술기운에 혀가 늘어진 혜령이 앞에 서 있는 둘을 흘기며 투덜거린다.

“아! 언니. 이제 쫌 반겨줄 때도 됐잖아요?”

허벅지 까지 덮은 긴 후드에 스키니 차림의 연희가 웃으며 넉살을 부렸다.

“어서와, 연희야. 유석 씨! 바쁜데 불러낸 건 아니죠?”

시운의 물음에 유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근데…”

유석은 자신과 동시간대 도착한 연희와 혜령을 훑어보며 갸웃했다.

‘이 사람들도 있네, 갑자기 왜 부른거지.’

“아, 유석 씨도 왔네요?”

연희는 유석에게 인사를 했다. 유석은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야! 갑자기 이 쩌리들은 왜 부른 거냐고오오….”

팔짱을 낀 혜령이 못마땅한 듯 물었다.

“다 같이 친해지면 좋잖아. 저기요, 사장님!”

사장을 부른 시운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룸 형식으로 돼 있는 자리로 옮겼다.

헌터들의 대화를 주변에 있는 일반인들 귀에 들려줄 필요는 없었다. 조용히 대화하기 좋은 룸으로 모두 자리를 옮겼다.

“푸하하하! 아, 진짜 언니 주사 있었어요?”

“주사는 무슨, 그냥 말이 좀 많아진 것 뿐이야.”

술잔이 오고 간지 삼십 분 지났을까. 분위기는 꽤나 화기애애한 상태였다.

그 둘 맞은편에서 조용히 테이블에 시선을 깐 유석에게 시운이 물었다.

“유석 씨는 술 안 먹어요?”

“네, 술을 잘 못해요. 그래도 두잔 정도는 먹을 수 있어요.”

“같이 얘기도 하고 그래요.”

시운은 유석을 챙겼다.

그런 유석을 혜령은 풀린 눈으로 쳐다봤다.

“근데에…. 그쪽은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 군인인가. 예! 아니오! 안녕하세요! 이 말 밖에 못 해요?”

“아, 언니. 짓궂게 굴지 좀 마요, 착한 사람한테!”

그 둘의 말에 유석이 얕게 웃었다.

“어? 웃었네? 웃을 줄도 알아?”

혜령이 유석을 신기하게 본다.

그들을 바라보던 시운은 내심 흡족해 했다.

‘다들 친해져야 좋지. 그래야 팀웍도 잘 맞을거고….’

그런 시운의 낯빛이 확 꺼지듯 그늘졌다.

‘블랙 헌터 그 놈들에게서 살아남으려면 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 놔야 해. 사람은 술을 먹으면 본 성향이 나오거든.’

시운이 염려하는 그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일을 도맡지 않겠다고 협회측에 따지고 싶었으나 통하지 않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곽대익. 그 자식의 성향을 아니까.’

탁!

소주잔을 비운 연희가 술잔을 시운에게 내밀었다.

“나도 한잔 따라줘! 우리 최고 유망주한테 받는 술맛 한 번 보자.”

“최고 유망주? 풉, 지랄연병 하네~”

비꼬는 혜령. 그러나 분위기와 술이란 것에 의해 차갑기만 했던 그녀도 이렇듯 말을 하고 있었다.

주르르-

시운은 연희에게 소주를 따라주자 연희가 귀엽게 고개를 팍, 숙이면서.

“아이고오, 영광으로 받들고 마시겠사옵니다.”

시운은 그런 연희를 귀엽게 바라봤다.

‘얘는 모난 부분이 없고, 털털하네.’

탁!

원샷에 소주를 비운 연희가 혜령과 시운을 번갈아 봤다.

“그런데 왜 둘이 어떻게 만난거야?”

혜령과 시운이 만난 것이 궁금하단 물음이었다. 그 말에 혜령의 볼가가 묘하게 붉어진다.

“내가 보자고 했어, 알려달라고 할 게 있었거든.”

“그래? 그게 뭔지 물어봐도 돼?”

“야! 넌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냐. 그냥 술이나 마셔. 이 하수야.”

“칫. 하수라서 죄송합니다?”

그때. 유석이 술잔을 내밀었다. 내민 팔은 부끄럽게 떨리고 있다.

“저도 한잔만….”

“아, 유석 씨가 먼저 말 건거 처음 봐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아.”

연희가 애교섞인 조로 답한다.

“시운 씨. 눈이 남들보다 좋다고 들었습니다만.”

유석이 조심스레 물었다.

“음? 유석 씨도 알고 있었네요? 이미 소문이 다 난건가.”

“태어날 때부터 천성적으로 눈이 좋았던 겁니까?”

유석의 물음에 연희와 혜령도 궁금한 듯 시운의 입으로 일제히 향한다.

시운에게는 난처한 질문이었지만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남들보다 좋았죠, 그래서 초등학교 때 시력 측정 할 때도 선생들이 여간 놀란 게 아니었어요.”

“야, 이시운이. 너 시력이 10인가 뭐, 그렇다며? 진짜냐. 헛소리가 아니고?”

혜령의 물음에 시운이 고개를 주억였다.

“진짜 신기해.”

연희가 맞장구 쳤다.

유석은 티나지 않게 시운을 흘겼다.

‘역시 회귀의 비밀을 능숙하게 숨기는군. 하긴, 그 비밀을 굳이 말해서 득될 것이 없으니까.’

드르륵!

폰이 춤추는 소리에 모두가 자기 핸드폰을 꺼냈다.

“내 껀 아니네.”

“나도.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네.”

그때. 시운이 진동을 뿜어내는 폰을 들고 일어났다.

“나 잠시, 화장실 좀.”

화장실에 간 시운은 귀에 대고 전화를 받았다.

“어, 세정아?”

-시운아. 어디야?

“나 동료들이랑 술 먹고 있어.”

-아, 그래? 그럼 오늘 못 보겠네.

세정이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더욱 힘이 죽어가는 그녀의 목소리.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세정아. 잠깐 얼굴이라도 볼래?”

-그럴까? 동료들하고 같이 있다며. 내가 방해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여기로 와. 내가 주소 찍어줄게.”

-그래도 되려나.

통화를 마쳤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꼭. 오늘 얼굴은 봐야할 것 같은 예감이다.

더러럭!

룸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유석, 연희, 혜령의 눈이 모였다.

열린 문 틈새로 구두를 벗는 여성의 다리가 보였다.

“왔어?”

시운이 일어나 반겼다.

혜령은 의아한 눈으로 반쯤 열린 문쪽을 바라봤다.

“또 누구야? 이번엔 어떤 쩌리를 부른거야? 무슨 동호회 모임 하냐?”

그리고.

한 여성이 수줍은 미소로 인사를 하며 들어와 자태를 드러내자.

유석과 혜령 그리고 연희의 동공이 벌어진다.

‘뭐, 뭐야? 이시운 여자친구 있었어? 정말이야?’

불안한 눈빛의 연희의 생각,

‘뭔데, 쟤는? 모델이야? 재수없게 곱상하네.’

일그러진 혜령의 생각,

‘회귀자에게 저런 여자친구가 있었나.’

그녀가 앉자 여성 둘의 얼굴은 쎄하게 굳었다.

여자가 봐도 눈이 부실 정도의 외모. 그틈에서 유독 연희는 풀죽은 눈으로 시운에게 눈을 돌렸다.

‘너무 예쁘잖아, 저 사람. 이시운. 역시 너답게 저런 여친이 있었던 거야? 그럼, 날 여기 왜 부른건데.’

“안녕하세요. 자리 중에 갑자기 껴서 죄송해요. 저는 시운이 친구에요.”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하는 세정. 옆에서 시운이 그녀에게 앉으라 손짓한다.

“아,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내 친한 친구야.”

아직은 친구니까 그렇게 소개했다. 그말에 연희가 안도를 하면서도 세정을 흘겼다.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지? 연예인 보는 기분이야.’

정연희도 자기가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얼굴인 건 안다. 그러나 저 미인의 아우라에 기 안 죽을 여자는 몇 없을 것 같다. 연예인을 포함해서라도.

그 정도로 예쁘니까.

“야, 갑자기 친구는 왜 데리고 온 건데?”

혜령이 물었다.

“데리고 오면 안 되는 건 아니잖아. 내 친한 친구야. 예쁘게 봐줘.”

시운의 말에 세정이 살갑게 웃었다.

“죄송해요. 제 친구한테 중요하게 할 말도 있고 그래서 주책맞게 꼈네요.”

“아니에요, 앉으셔서 좀 드세요.”

연희가 답했다.

혜령이 시운을 째렸다.

‘이시운. 반반하게 생긴 놈이라 얼굴값 하는 거냐? 여자 많나 보네?’

조신히 앉은 세정은 옆에 앉은 시운의 허벅지를 톡톡, 두드렸다.

“시운아 나 할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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