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0화
솔플의 대가!
시운만 볼 수 있는 정보창이 허공 위로 떠올라 멈춰, 고정 된다.
[아시룡의 활][유니크]
해영 호수의 수호신 수룡 아시룡의 힘줄과 심장을 덮은 가죽껍질을 벗겨 만들어졌다.
아시룡의 강기가 깃들어져 있어 사거리가 우수하다고 소문난 활.
분류: 합성궁
공격력: 340
제한 조건: 트롤의 화살만 장착 가능
추가 공격력: 보유 민첩성의 15%
최대 사정거리: 490 m
내구력: 380 / 380
순수 근력 제한: 100
순수 민첩 제한: 75
-보유 효과
수속성 저항률 20% 상승
빙결 속성 몬스터에게 [관통] 효과 부여.
-[호수의 평기]
활의 최대 사정거리 20% 상승.
-[관통 궤멸]
적에게 관통 효과를 입힐시 반경 8M 내의 적 전원에게 민첩성의 80% 대미지를 부여하는 분신 화살 소환.
-[아시룡의 숨결]
활을 장착 시, 착용자의 최대 호흡량을 높여주고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 하여 몸을 이완 시켜서, 사수가 저격 시 최적화된 집중력을 형성한다.
정보창을 요리조리 뜯어본 시운은 일단 만족했다.
‘유니크 등급에서 발사 거리가 가장 우수한 축에 속하는 활로 구입했지.’
어쨌거나 시운은 근력에 의존하는 근거리형 딜러였다. 이런 시운에게 민첩성에 비례하는 효과를 내는 활은 주무기로 사용하기는 손해였다.
‘하지만.’
사거리 10m 이상의 원거리 스킬을 보유하지 못한 시운에게 원거리 무기가 손에 쥐어진다면 더욱, 다양한 전투 방식을 전개할 수 있다.
‘나의 루트 B인 활. 이왕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거, 최대 사거리에 초점을 맞춰서 장거리 공격에 최적화 된 이 활을 구입한 거지.’
[아시룡의 활을 장착하였습니다.]
[장착 효과 ‘아시룡의 숨결’ 이 발동합니다.]
활을 손에 휘감자,
산만하던 정신이 고요해지면서, 심장박동수가 줄고 전신의 긴장이 녹는 느낌이 일었다.
‘아시룡의 숨결 효과군. 여러모로 쓸만하겠어.’
손에 쥔 무거운 활을 눈으로 요리조리 살폈다.
엘프의 미적인 감각이 녹아있는 활들이 많은 반면, 이 활은 투박한 느낌이다.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 활대는 아시룡의 은빛 가죽으로 만들어져 탄력이 좋았고, 시위줄은 끈끈한 아시룡의 힘줄이라 단단했다.
‘이계의 활에도 종류가 있지. 석궁. 단순궁. 강화궁. 그리고 이 합성궁.’
석궁은 파괴력이 가장 우수하고 장전 상태를 유지했다가 제때에 쏠 수 있는 강점이 있지만, 사거리가 짧고, 장착 시간이 길어 연사 효력이 떨어진다.
‘단순궁은 사거리가 짧고, 다루기가 쉬워 초보들이 다루는 활.’
‘강화궁은 단순궁이 진화한 형태의 활로, 사거리도 적당하고, 대미지도 준수하지.’
‘지금 내 손에 쥔, 이 활은 합성궁. 대미지는 강화궁보다 낮지만, 사거리 면에서는 활 종류 중에 최고다.’
그랬기에 거금 900만 골드를 들여 산 것이었다.
홍란검을 구입했을 당시, 이미 홍란검은 퇴물화 된 유니크라 수요가 없어서 가격은 헐값에 팔리고 있었으므로, 시운은 싸게 살 수 있었다.
‘반면, 이 활은 화속성이 늘어나는 추세인 요즘 뜨고 있는 활이지.’
사실, 3억이란 거금을 쥐고 있는 시운은 유니크 등급보다 고등급인 활을 구입하고 싶었으나.
‘경매장이나 거래소에서 판매될 수 있는 최대 등급이 유니크니까 구입할 수 없었던 게 참, 아쉽네.’
시운은 상념을 흘려보내고 곧바로 공모자의 숲으로 향했다.
일단.
해야할 일이 있으니 말이다.
턱.
걸음을 멈추자 눈 앞으로 원형 모양의 입구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공모자의 숲.
물기 없이 마른 흙을 디딘 채, 간판 너머로 쭉, 우거진 숲으로 시선을 던졌다.
트롤 몇 마리가 뒤뚱 거리며 손날을 휘두르는 광경이 보인다. 파티를 맺은 헌터들과 대치 중인 듯 하다.
한 걸음 더 다가가자.
티익!
[입장 제한 레벨을 초과하여 입장할 수 없습니다.]
파란 파동이 벽을 만들어 시운의 몸을 튕겨냈다.
‘역시는 역시군.’
이미 레벨 90대의 시운은,
최대 입장 제한 레벨을 훨씬 초과하였기에 입장이 불가했다.
‘트롤의 화살을 구하려면 트롤 껍질과, 붉은 트롤의 잎사귀가 필요한데.’
아시룡의 활은 ‘트롤의 화살’ 만 장착할 수 있다.
“음?”
기척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걸어오다가 시운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져 멈춘다.
“와, 저 검은 뭐지? 생전 처음 보는데.”
“고등급 템인가봐. 되게 괴상하게 생겼다. 검날이 초록색이야,으으….”
정확히는 시운이 아니라 시운이 든 검을 보고 놀란 듯 하다.
시운에게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시운은 들고 있는 검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두 헌터에게 물었다.
“트롤 잡으러 온 거죠?”
“네, 헌터님. 그 검 이름이 뭔지 물어봐도 돼요?”
남자는 오직 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여간 탐난다는 눈빛이다.
“아클레우스 소드라는 검입니다.”
“아클레우스 소드요? 등급도 물어봐도 돼요?”
“울트라요.”
“울트라요?!”
“네? 울트라 등급이라고요?”
반문하는 두 헌터의 육성의 끝은 드높에 솟았다.
그들은 더 커진 눈으로 검을 이젠 아예 신비스럽게까지 바라본다.
하긴. 고작 30~40 대의 헌터에게 유니크 등급 보다 더 희귀한 울트라라는 등급은 실물로 처음 보리라.
남자 헌터의 눈이 올라가 시운에게 향했다.
‘울트라 템을 소유한 헌터가 이 하급 던전 앞에서 뭐하고 있는 걸까?’
남자의 궁금증은 시운의 입에서 곧 이어질 말과 연관 돼 있었다.
“제가 지금 트롤 껍질하고 붉은 트롤의 잎사귀가 필요해요. 혹시 가져다 주면, 판매 가격의 세 배로 사 줄테니 가져다 줄 수 있나요?”
“세 배요? 물론이죠! 당연히 가져다 드릴 수 있습니다.”
“현성 오빠, 빨리 가서 잡고 오자, 세 배나 쳐준대.”
반응은 당연했다. 돈이 궁한 시점인 초급 헌터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굳이 걷어찰 리 만무했다.
“빠를수록 좋아요.”
“수량이 얼마나 필요 하신대요?”
전신을 뒤덮은 펑퍼짐한 파란 후드를 걸친 여성이 힘 실린 톤으로 물었다.
“많을수록 좋습니다.”
“와! 알겠습니당. 진짜 세 배로 쳐 주시는 거죠?”
“빨리 구해오면 밥값은 보너스로 챙겨 드리고.”
“진짜요?”
“정말이죠? 약속 했어요?”
시운은 재료를 구해온 뒤에 모스칼의 원룸텔로 오라고 당부했다.
당부를 들은 둘은, 파이팅 넘치는 걸음으로 대번 숲 안으로 몸을 움직였다.
“와, 진짜 세 배 값으로 주셨네, 약속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당!”
여성 헌터가 어깨를 촐랑거리며 좋아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
옆에서 바라보던 남자가 그런 여성이 귀여운지 볼을 꼬집어 당긴다. 여자는 베시시 웃으며 애교를 부린다.
아무래도 커플인가 보다.
이런 달달한 광경을 시운은 흡족하게 바라봤다.
‘좋을 때네. 밥값 좀 챙겨줘야지.’
이들이 하급 헌터라, 고생길이 훤한 것이 꼭 내 처지 같아서 6만 골드를 더 챙겨줬다.
“어머. 진짜 이렇게나 주시는 거에요?”
“두 분이서 그걸로 고기라도 사 드세요.”
“와, 헤헤, 감사합니당! 사람 진짜 좋으시다. 현성 오빠. 얼른 고기 먹으러 가자!”
“6만 골드 씩이나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여자가 발을 통통 뛰고, 총총 거리며 남자의 손을 붙잡아 끌더니, 번화가 쪽으로 향한다.
사냥에 힘을 쏟았는지 배가 꽤나 고팠나 보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시운을 바라봤다. 그 몸짓에 커플의 나란한 뒷 등모습이 상반 된다.
남자가 시운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갸웃하더니, 이내 돌린다.
‘설마. 그 사람이 벌써 울트라 급 템을 가졌을 리가. 닮은 사람이겠지.’
이미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둔 시운이 향한 곳은 태초시티의 대장간 앞이었다.
“엇? 헌터님! 아이고, 오랜만이외다.”
대장장이 그리온이 화색하며 마중을 나온다.
“부탁 드릴 게 있어서요, 트롤의 화살 좀 제작 해주세요.”
“물론입죠!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재료는 여기 있습니다.”
시운은 붉은 트롤의 잎사귀 90개와 트롤의 껍질 130개를 내밀었다.
방금 그 커플이 예상보다 많은 재료를 가져다줘서 화살을 꽤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금방 제작해 드릴게요! 금방 끝나요!”
태초 시티에에서 가공 실력이 최고라 정평난 그는 손에 쥔 장비들을 번개같이 움직였다.
잠시 후.
“여깄습니다, 헌터님.”
“벌써 만드신 건가요?”
“이깟 화살 쯤이야 만드는 데 일도 아니죠.”
역시나 소문난 대장장이 다웠다.
그의 두 손에 들린 한가득 들린 화살들을 미리 구입한 화살통에 집어 넣고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트롤의 화살을 75개 획득하였습니다.]
“제작비는 얼맙니까.”
“안 주셔도 됩니다, 하하.”
“네?”
“헌터님에게 받은 은혜가 있는데, 이깟 일로 돈을 받아 처 먹으면 제가 염치 없는 놈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그리온과 시운의 관계는 이었다. 그리온의 아들을 범한 오크대왕의 목을 따서 원수를 갚아준 시운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또 들릴게요.”
“언제든지 들리세요. 자잘한 일은 내가 그냥 해 드릴게.”
그리온은 검게 그을려 떼가 탄 손을 탁탁, 털며 친절하게 말했다.
NPC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놓으면 이렇듯 그들의 도움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 움직일 곳은 그랜드 협곡이다.’
쉬지 않고 곧바로 다음 장소로 향했다.
그 괴물이 살고 있다는 바로 그곳으로 말이다.
모스칼의 북서쪽에 히토리아 산맥이 있다면, 모스칼의 북동쪽에는 모니아 산맥이 있다.
두 산맥은 비슷한 형태의 산맥이면서도, 형상도 기온도 상반되게 달랐다.
그 모니아 산맥 중입부 끄트머리의 깊숙한 곳에는 협곡이 하나 있다.
그랜드 협곡이다.
이 협곡은 일반 던전이 아닌,
변이 던전으로 불리는 곳이다. 변이 던전이란 일반 던전보다 특색이 짙은 몬스터들이 살고 있다.
이를 테면, 치명적인 독을 뿜는 것에 특성화된 몬스터라던가.
살가죽이 강철 같아서 내구력이 사기급이라 검으로 쑤시고, 박고 찔러도 좀비처럼 안 뒈진다던가.
또, 아니면 눈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이 치명적인 단점인 대신, 너무나 막강한 생물이 살고 있다던가.
위에 언급한 막강한 생물이 바로 그랜드 협곡에 서식하고 있다.
단 한 마리.
외눈박이의 괴물이라 불리는 이 몬스터는,
수많은 헌터들의 숨을 끊은 놈임에도 불구하고 헌터나 용병들이 눈독을 들이는 몬스터다.
‘왜냐? 놈은 아주 귀중한 것을 주거든.’
그런데 전제 조건을 빼먹었다.
왜냐?의 앞에 ‘죽일 수 있다면’ 이 붙어야 맞는 것이었다.
변이 던전의 몬스터들은 일반 던전의 몬스터들보다 적은 경험치를 선사한다.
그런 주제에 일반 몹보다 강하고 악하다. 그럼에도 헌터들이 변이 던전을 찾는 이유는,
‘일반 던전에서는 나오지 않는 용한 아이템들을 쏟아내거든.’
특히, 그랜드 협곡의 우두머리 외눈박이는 레인저 헌터들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큰산이었다.
죽이면, 리젠되어 부활하는 텀이 무려 두 달이라는 그 놈은 레인저 계열에게 아주 효율적인 스크롤을 선사하기 때문.
물론, 전제 조건은 죽인다면? 이지만.
‘수많은 레인저 헌터들이 놈 때문에 그랜드 협곡을 방문하고, 시체가 되어 장착한 템을 그 자리에 남기게 됐지.’
호랑이는 뒈지면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뒈지면 이름을 남긴다는데……
그랜드 협곡에서는 뒈져서, 수많은 아이템을 남긴단다.
죽어서 흘린 귀중한 템은 약은 놈들의 손에 채여서, 흘린 템을 찾으러 오는 이들은 템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빈땅만 보고는 항상 좌절하곤 한다.
풍파에 표면이 잘리고, 다듬어진 바위들이 처박힌 거대한 두 곡벽 사이로,
돌바위로 덮인 대지가 있다.
그 대지 사이로 잘게 흐르는 물은 연하지만 붉다.
이곳에서 명을 달리한 이들의 혈이 모여 흐르는 것이란다.
그만큼, 외눈박이란 괴물은 포악한 존재였다.
탁.
‘다 왔군.’
벌써부터 숨막히는 공기가 느껴진다.
시운은 고개를 쭉, 들자 곡벽의 표면이 보인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두 벽 사이로 길 하나가 쭉, 뻗어있다.
-그랜드 협곡은 변이 던전이라 몹들이 굉장히 셉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외눈박이는 진짜 무서운 놈이에요. 눈 하나 달린 그놈은 약점도 눈이지만, 영악하고, 독기가 있어요. 한 번 때리면 끝까지 쫓아가서 죽이는 용맹이 있습니다. 그래서 파밍을 하러 가는 헌터들은 웬만하면 놈은 안 건들고, 그 주변에 서식하는 잡몹으로 파밍하고, 만족하죠.
박태석이 공략 영상에서 강조하던 육성이 들려왔다.
‘물론, 박태석은 그 외눈박이란 괴물을 잡았겠지. 그렇기에 그놈의 최대 약점이 눈깔이란 것도 아는거고.’
-하지만, 놈은 웬만하면 사람을 봐도 무신경 해요. 명분없이 죽이지 않는단 말이죠. 자기가 정한 반경 안에만 접근하지 않고, 심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사람을 봐도 벌레보듯 신경을 끄더라고요.
‘맞아, 박태석이 그랬었지. 놈의 눈이 약점인데 그것을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 또한.’
-놈의 약점이 눈이란 영상을 찍고 올렸잖아요, 제가? 그 영상만 보고 레인저 분들이 먼 거리에서 화살을 쐈다가……… 휴, 결국 저 때문에 많은 분들이 경험치와 템을 잃고 스크롤행 타신거죠. 미리 그 점을 설명 드렸어야 했는데, 제 불찰 맞습니다. 죄송스럽게도.
울상진 태석이 힘빠지는 육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그놈의 눈은 사람 얼굴만 해요. 그럼, 원거리 화살로 맞추면 그만 아니냐 생각하시죠? 아니요. 놈에게 활을 쏘면 어떻게 되냐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