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14화 (113/278)

제 114화

마사지 해주는 뉴비 베이글 힐러 (2)

뭐지?

뜬금없음의 연속이었다.

반반하게 생긴 여자가 식사를 하자는데 싫을 남자는 없다.

근데 아까부터 좀 갑작스러운 여자의 행동들이 께림직 하긴 하다.

지민은 시운의 입이 열리길 가만히 바라본다.

“…왜죠?”

왜냐고 물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호감이 있어서 밥 좀 먹자고 할 수는 있다. 근데 궁금했다.

갑작스런 마사지까진 좋다.

근데 그 이후 어깨까지 주물러주고. 곧바로 밥을 먹자는 여자. 여자들은 남자가 마음에 든다해도.

‘보통은 이렇게 밀당의 밀 하나 없이 콱, 당기진 않는다, 다른 목적이 있겠지.’

대답을 들은 지민이 푸핫, 입을 가리고 웃었다. 시운의 대답이 웃긴가 보다.

“왜긴요. 같이 시간 보내고 싶으니까 그러죠, 밥 먹자고 하면 안 되는 거에요?”

“다음에 기회되면 먹죠. 사냥도 해야하고, 일정이 잡혀있어서 시간이 없습니다.”

거절했다. 사실 스케쥴이 꽉 차있는 상태다. 오늘 이곳에서 시간 바짝 당겨서 템들 건져야 하고, 동료들에게 연락을 해서 예정된 협력 퀘스트 진행 또한 해야 한다.

외간 여자하고 히히덕 거리고 자빠져 있을 시간이란 없다. 그놈들과의 대면이 확정 되었다. 이제 세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체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전생의 F급 헌터 전원 사망. 그 참사가 반복되고 만다.’

“좀 딱딱하신데?”

지민이 툴툴거렸다. 그런 그녀는 오히려 흡족스러운지 퇴짜를 맞았음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되려, 입꼬리를 희게 올렸다.

‘빙고.’

지민은 만족스러웠다. 혹시 해서 던져본 말이었다. 쉽게 넘어가는 남자는 매력 없다. 특히나, 여자가 추파 하나 보이면 한 번 자보려고 물고 늘어지는 남자들은 질색이었다. 아무리 잘생긴 남자라도.

그런 유형의 남자들을 숱하게 대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 탓이기도 했다.

즉, 이런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이었다.

“뭐해요?”

지민이 물었다. 시운은 가만히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파밍한 아이템 좀 살펴보는 중이에요. 아, 식별 스크롤이 없네.”

“식별 스크롤? 나, 그거 많은데 한 장 줄까요?”

“주시면 고맙게 받죠.”

시운은 그녀의 말에 반색했다.

오우거를 잡고 획득한 스크롤이 하나 있는데, 그게 미식별 분류로 돼 있어서 식별 스크롤을 사용해서 열어야, 스킬도 확인하고 습득할 수 있다.

“여기요.”

지민은 품에서 꺼낸 스크롤을 내밀었다. 잠시 그녀가 내민 스크롤을 바라봤다.

과도한 여자의 친절. 과한 호의.

이걸 냅다 받아 먹어도 되는 걸까?

“식별 스크롤 필요하다면서요.”

그녀는 내민 손이 민망했는지 스크롤을 쥔 손을 흔들며, 시운 앞까지 내민다.

“받아도 되는거죠?”

“풉, 준다는데 당연히 받아도 되죠. 혹시 저 경계하는 거에요?”

“그럼, 거절 않고 고맙게 받을게요.”

정곡이 찔렸음에 대답은 숨기고, 스크롤을 받아서 짜악! 찢었다.

[식별 스크롤을 소모합니다.]

[식별 스크롤을 통해 식별할 아이템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시운은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쭉, 올려 움직였다. 손이 움직여 밀봉된 스크롤에 닿을 때 멈춘다.

[미식별 스킬 스크롤에 식별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식별 중입니다.]

밀봉된 회색 스크롤에 빛이 퍼지면서, 종이가 파라락, 넘겨지는 생생한 알람음이 들려왔고.

[식별 완료! ‘디렉팅 카운터’ 스킬 스크롤을 획득하였습니다.]

‘디렉팅 카운터라고?’

디렉팅. 헌터들의 스테이터베이스를 엿볼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었다. 디렉팅이 걸린 상대방은 옷이 발라당 벗겨지는 느낌까지 주는 다소 불편한 스킬.

D랭크로 승급 완료한 헌터에게는 ‘디렉팅 실드’ 라는 디렉팅 무효화 스킬이 주어지지만, F급인 시운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디렉팅을 시전하면, 온전히 스탯을 까 보여야 했다. 마침 그런 시점에서 이 스킬은,

‘화이트 게이트들이 지멋대로 내 스탯을 확인할 때 참, 짜증 났었는데. 잘 됐군, 근데 디렉팅 실드가 아닌 디렉팅 카운터라고?’

스킬명에 ‘카운터’ 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짜악!

곧바로 찢은 스크롤과 함께.

[스킬 스크롤을 사용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디렉팅 카운터’를 습득하였습니다.]

허공 위로 파란 빛이 일렁이며, 그 허공에 글자가 매워진다.

[디렉팅 카운터][패시브]

상대방이 본인에게 디렉팅 스킬을 시전할 시, 자동으로 발동 된다.

단. 본인의 선택에 의해 발동을 취소할 수도 있다.

*발동 후 효과

-디렉팅한 상대에게 보여질 본인의 스탯 수치를 모두 ???로 변형시킨다.

-디렉팅한 상대의 데이터베이스를 생성시켜 본인만 확인할 수 있다.

‘오! 이거, 아주 쓸만…… 아니, 죽여주는 스킬을 얻었다.’

D랭크 헌터에게 선사되는 디렉팅 실드. 그 스킬을 한 번 비틀어 업그레이드 시킨 듯한 스킬이다.

‘기가 막히군. 날 염탐하려는 상대에게 내 스탯도 숨기고, 난 그 뱀같은 놈의 정보를 몰래 손에 쥐고?’

이 스킬만 있다면, 한 번 통수 맞을 일도 막아내고, 오히려 그 통수의 통수로 반격이 가능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좋은 거라도 나왔나 보네?”

시운의 낯빛에 화색이 짙어진 것을 본 지민이 꾸부려 앉은 채 물어온다.

“그냥 일반 서치 스킬을 얻었네요.”

“겨우, 서치 스킬? 근데 표정은 그게 아니던데?”

“마침 서치 스킬이 필요했었거든요.”

거짓말로 둘러댔다. 굳이 이런 좋은 스킬을 얻었다고 까발릴 필요는 없었다. 관종도 아니고, 남에게 정보를 흘리는 일은 멍청한 짓이니까.

“아, 그래요? 근데요….”

운을 뗀 지민은 빠르게 시운의 장비와 무기를 눈으로 훑은 뒤 말을 이었다.

“진짜 F급 맞아요? 솔플로 외눈박이를 잡은 게 아직도 납득이 안 가서.”

“맞아요, F랭크 주제에 운 좋게 제가 특이한 장비를 차고 있어서 그렇게 보이나 보네요.”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며 태연히 답하는 시운을 보던 지민의 눈이 가늘어졌다.

‘과연 그럴까? 확인해 보면 알겠지.’

지민은 속으로 디렉팅을 외쳤다.

D랭크인 그녀는 승급 보상으로 디렉팅 실드 뿐만 아니라, 디렉팅 스킬까지 보유한 상태였다.

‘………어?’

떠오른 창을 본 지민의 눈이 놀란 토끼눈이 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클래스] ??

[분류] ? [등급] ?

[종족] ? [성별] ? [명성] ? [범죄] ?

[레벨] ?

[생명력] ? [마나] ?

[근력] ? [민첩] ? [체력] ?

[지능] ? [지혜] ?

[상태] ?

[공복도] ? [갈증도] ? [피로감] ?

[여유 능력치] ?

‘뭐, 뭐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디렉팅은 상대 몰래 사용할 수도 있다. 상대가 디렉팅 실드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라면.

디렉팅 실드를 사용하게 되면, 아무 창도 떠오르지 않는다.

근데 이건 대체 뭔가.

분명 창은 떠올랐는데, 스탯이 다 물음표가 되 있다니.

‘아, 이럴 수가 있나? 오류라도 난 거야, 뭐야?’

오류일 리도 없다. 헌터 시스템은 기계와 서버를 통해 발현되는 게임 시스템 따위가 아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설마…… 스탯을 숨기는 디렉팅 계열의 다른 스킬인가?’

그런 스킬이 있긴 하나?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 헌터는 F급일 수가 없다는 사실.

‘역시 F급이 아니었어. 근데 왜 속인걸까?’

왜 랭크를 속였냐고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묻는다면, 디렉팅으로 염탐하려 한 사실이 들통날 테니까.

화이트게이트를 제하고, 상대 헌터의 동의 없이 디렉팅을 시전하는 것은 결례였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지민은 힐끗, 눈동자를 움직여 시운을 흘겼다.

말없이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자 이시운.

지민은 지금 알지 못했다. 시운은 표정을 숨긴 채, 지민의 의중과 정보를 동시에 캐치하고 있단 것을.

<이지민>

[클래스] 메이지

[분류] 헌터 [등급] F

[종족] 현계인 [성별] 여자 [명성] 43 [범죄] 4

[길드] 無

[레벨] 123

[생명력] 542 / 548 [마나] 671/ 980

[근력] <45> [민첩] 32 [체력] <48>

[지능] <249> [지혜] <192>

[상태] ?

[공복도] 1 [갈증도] 12 [피로감] 34

[여유 능력치] 0

시운은 허공에 가만히 눈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허공에 띄워진 지민의 정보를 보고 있던 것이었다.

‘나에게 디렉팅을 시전했군.’

말도 없이 디렉팅을 해서 하급 헌터의 정보를 훔쳐보는 것은 실례인 걸 안다.

‘허나.’

F급 랭크란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아서 그랬을 수 있다. 나라도 어떤 놈이 F급 주제에 외눈박이를 때려잡고 나! F급이오 한다면? 못 미더워서 해볼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범죄 수치는, 4 였다.

‘4 정도의 수치는 경범죄를 저지른 정도. 중범죄는 아니고.’

아마도 지민이란 여성은 클린하게 헌터 생활을 하진 않은 듯 하다.

‘경범죄를 저질렀다면 벌금 정도는 냈겠군.’

높은 범죄 수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선을 넘은 짓을 하긴 했단 것.

“벌써 밤이네. 뭐해요? 달 쳐다보고 있어요?”

지민이 물었다. 그녀는 시운이 계속 허공을 내다보는 것이, 밤하늘에 뜬 달을 본다 생각하고 물은 것 같다. 자기의 정보를 내다보고 있는 사실도 모르고.

“……혹시.”

시운은 지민을 보며 운을 뗐다. 심상찮은 목소리에 지민은 속으로 움찔했지만, 속내를 감추고 시운의 빤한 시선을 가만히 받아줬다. 나름, 굴러먹던 과거가 있어서 감정을 감추는 것 쯤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혹시 뭐요?”

“지금 배 많이 고파요?”

시운의 물음에 지민은 속으로 안도 했다. 설마? 디렉팅을 한 사실이라도 알아챈 걸까? 했으나. 그가 묻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으니.

“많이 고프죠, 고프니까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한거죠. 왜요?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엥? 뭐야. 싱겁네. 사람 들었다 놨다하는 재주가 있네요?”

시운은 교태 담긴 조로 물으며 싱긋, 웃는 지민에게 시선을 거두었다.

‘이 여자의 공복도는 1 이였다. 즉, 배가 하나도 안 고픈 상태란 뜻.’

근데 여자가 자꾸 거짓말을 하고 있다. 뭐, 이것도 남자가 마음 들어서 같이 밥을 먹고 싶은 마음에 둘러댄 거짓말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경쓰이는 것은 어쨌든 자꾸 거짓말을 한다는 것과 연계된 그녀의 범죄수치 였다.

‘의구심 가득한 이런 여자와 같이 있을 필요는 없다.’

시운이 일어났다.

“음? 어디 가려구요? 설마. 나랑 밥먹으러 갈 거에요? 특별히! 그럼 내가 살 의향도 없진 않은데….”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전 마저 하던 사냥하러 가볼게요. 힐 준 것 하고, 갑작스러웠지만 마사지 시원하게 잘 받았어요.”

“………네? 간다고요?”

기대심에 빛나던 그녀의 눈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좀 더 같이 있고 싶다는 눈초리를 보냈으나.

이미 시운은 저 멀리로 걸어간 상태였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

그녀의 미간이 구겨졌다.

‘ 생각보다 도도한데?’

처음에는 쉽지 않아 보여서 좋았다. 근데 자신이 추파 좀 보내줬으면, 남자가 돼 가지고 조금 더 다가와주던가. 아니면 여지라도 주고 가던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존심 상하는데? 이런 경험 처음이야.’

마치. 남자에게 손절 당하는 듯한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항상 어딜가든 빛나는 미모에, 열일하는 완벽한 몸매 덕분에 가만히 있어도 남자의 속을 타게 했고.

남자한테 단 한 번도 거절이란 것을 당해보지 않고 살아왔다.

근데 그 거절 비스무리한 것을 처음 겪어보니.

‘존심 상하네. 너 딱 기억하겠어.’

어두운 저 멀리서 금속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손절하고 가버린 남자가 사냥을 시작했나 보다.

가서 이름이라도 물어서 알아놓을까? 아니. 그렇게 하면 자존심이 용납 못해…!

‘F급이라고 했지? 다음엔 네가 나한테 푹, 빠져서 매달리게 해 줄게, 기억하겠어.’

생전 느껴보지 못한 오기가 생겼다.

그녀는 차가운 눈초리로 시운의 마지막 모습을 흘기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이것이 이지민과 이시운.

둘의 첫 만남이었다.

쿠어억!

검신의 움직임이 멎자. 오우거의 머리통이 떨어져 바닥에 굴렀다.

쿵! 명령을 내릴 뇌라는 기관이 분리된 육신은 힘없이 늘어져, 핏물이 흐르고 있는 물줄기에 섞여, 물줄기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흘러 내려간다.

쿠악!

쿠에엑!

까만 어둠 속에 안광 네 개가 번쩍이며, 그 안광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스르르.

두 마리의 몬스터 머리 위로 창이 떠오른다.

[사령의 오우거 Lv. 140]

[사령의 오우거 Lv. 140]

‘저 놈들은….’

다가오는 두 놈은 아까의 오우거놈들과는 달랐다.

붉은 안광. 거대히 솟아 휜 두 뿔. 고대 언어가 새겨진 검은 육체.

카으으….

카흐.

포효 소리마저 아까와 달랐다.

‘이곳이 진짜 무서운 이유가 또 하나 있다고 했지.’

그랜드 협곡에서 주의할 점은 두 가지.

외눈박이.

그리고 밤이란 시간.

야심한 밤이 되면, 이곳의 오우거들은 이 산 어딘가에 서식하는 악귀의 기운을 받고 육체와 정신이 변형된다고 전해진다.

‘긴장 좀 해야겠군, 그보다…’

상념을 하면서도, 오른손은 절로 움직여 검신을 놈들에게 뻗고 있다.

-사령의 오우거들이 뜨면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놈들은 오우거와 달라요. 일반 오우거와 그랜드 협곡의 오우거가 다른 만큼, 다르단 뜻입니다. 그 말은? 엥간하면 밤에는 거기서 사냥하지 말란 말씀입니다. 근데……

이젠 정신적 지주가 되어버린 박태석.

공략에서 접했던 그의 육성이 뒤이어 떠올랐다.

-그런 놈들이 또 좋은 것을 준답니다. 강한 만큼 보상도 오른다. 뭐, 이 뜻이죠!

크아아!

크악!

번쩍! 번쩍! 걸어오던 놈들의 등에서 피어난 것은 날개였다.

동시에, 무섭게 날아오는 놈들의 네 개의 눈은 악귀의 서슬처럼 번뜩였다.

‘온다, 요괴화.’

이젠. 곧, 튀어나올 놈과 친밀도도 쌓을 시점이다. 쿨타임은 길어도 쓸모가 확실한 놈이니까.

“카아아앙!”

시운 앞에 나타난 여우는 발톱으로 땅을 마구, 긁더니 휙, 고개를 돌려 시운을 노려봤다.

“이 놈아. 네게 할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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