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17화 (116/278)

제 117화

펫 길들이기

< 前 작곡가 김태훈 논란으로 일고 있는 문란한 사생활 해명 없어..>

<잠입 취재 기자에게 향후 놀라운 계획 발표? 헌터?>

<김태훈 “작곡에 대한 미련은 모두 버렸다. 이제 내 새로운 길은 헌터란 직종.” 발언 뜨거운 논란>

<인기 작곡가 출신 김태훈 헌터란 것에 포부를 드러내다. 새로운 위해 당분간 세상과 단절할 계획 밝혀.>

시운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었다.

멍하니 허공에 떠오른 친구 태훈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김태훈. 네가 헌터가 되겠단 말이냐.’

놀랍다 못해 너무 뜬금없는 소식이기도 했다. 이미 녀석은 일하지 않고 평생 누워서 배나 긁고 살아도 될 재산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헌터가 되겠다고 선언 했을까.

‘없는 말을 뱉을 녀석은 아니다.’

정말.

이번 3회차 인생은 시운의 지인들의 궤도가 달라지고 있다.

그것을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순간. 그 녀석이 진지하게 물었던 질문들이 떠올랐다.

‘이계에서 사람을 죽이면 어떤 형벌이 이뤄지지?’

‘그곳은 강한 자들이 많아?’

‘탈주한 헌터들은 쫓는 화이트 게이트란 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내가 하는 질문에 그저 답해줘라, 시운아.’

그 녀석이 물었던 질문들은 모두 헌터와 관련된 물음이었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어쨌든 녀석은 시운이 아끼는 친구이며, 정말 인간답고 멋있다고 인정했던 녀석이다.

‘태훈이는 목표를 세우면 그 끝까지 밟을 놈이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태훈은 모든 것에 재능이 넘치는 친구였다.

운동장에서 공 하나 차는 축구라는 것에도,

음악에서도. 공부에서도. 심지어 시운과 피시방을 갔을 적에도, 게임을 처음 해보는 태훈을 시운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천재적인 성과를 만들고야 마는 녀석.’

어쩌면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런 든든한 친구가 같은 직종, 같은 세상에 있게 되면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으며.

‘괴물같은 재능을 가진 태훈이와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도 있지.’

더욱 이 악물고 헌터 일을 할 동기부여까지 생긴다.

‘좋게 생각하자. 내 친구가 나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겠다는데. 마음으로 응원해 줘야지.’

머지 않은 시간에 곧 녀석을 만나게 되리라.

그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로서 도움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주면 될 터였다.

그뿐이었다.

‘일주일 후다. 일주일 후라고.’

일주일 후에 협력 퀘스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난 많이 강해졌지만.’

부족하다. 협력 퀘스트의 난이도는 현재껏 시운이 다뤄왔던 퀘스트와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다르다.

‘게다가 난 고작 레벨 90. 나보다 강한 헌터들을 앞으로 많이 마주치게 될 거야.’

인벤토리 창을 띄웠다.

보유 금액.

[263,051,300 G]

‘남은 돈은 2억 6천 골드.’

해빙 던전 퀘스트로 한탕 제대로 땡긴 덕에 전세 집 하나 살 목전은 보유한 상태.

허나.

아직은 하위 랭크이기 때문에, 돈이 나갈 일은 많고, 벌릴 일은 적다. 분명 정승처럼 써야할 때다.

그 때문에 한푼, 두푼 아끼려고 원룸텔에 거주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단 거래소를 좀 훑어볼까.’

돈은 아끼 돼,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은 갖춰야 했다.

띠딕.

화면이 전환되어 허공에 나타난다.

헌터 커뮤니티 웹에 접속한 뒤에, 거래소에 접속했다.

구입할 장비 종류: [투구, 모자, 신발]

‘투구와 신발까지 모두 맞춰야 해.’

헌터 커뮤니티 거래소에는 실시간으로 다양한 장물들이 올라온다.

스르르.

그의 눈이 빠르게 움직여 모든 물건을 훑고, 각기 가격들을 비교하며 계산한다.

‘좋아. 구입할 신발과 투구는 이걸로.’

곧바로 구입 의사를 밝히는 글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판매자 둘과의 직거래를 성사했다.

남은 금액.

[248,030,000 G]

‘이제 이걸로 일년은 버틸 생각을 하며 아껴야 한다. 갑자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시운은 구입한 장비의 정보를 훑었다.

[신속의 투명캡][유니크]

엘프들 사이에서 한때 초유행 하던 스트랩형의 가벼운 모자.

유니콘의 깃털이 장식되어 있으며 투명화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

방어력: 125

내구도: 101/101

*추가 옵션:

<투명화> 사용 가능.

-투명화: 모자의 형태를 투명화 시킬 수 있다.

-출혈 저항률 15% 상승.

<관통 증대> 효과.

-관통 증대: 활의 [관통] 효과를 증폭 시킨다.

*2세트 효과

-민첩성 증가: 보유한 총 민첩 스탯의 5% 추가 상승.

‘아시룡의 활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관통 증대]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나에게 필요한 민첩성 스탯을 세트 효과로 상승시켜주는 모자.’

[신속의 나비화][유니크]

특정 섬에만 산다는 희귀종 산나비의 문양이 그려진 현대식 신발.

굉장히 가벼워서 신어도 신은 것 같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방어력: 80

내구도: 102/ 102

*추가 옵션:

-이동속도 10% 증가.

<나비의 비력> 효과.

-나비의 비력: 이동 계열 액티브 스킬의 속도를 순간적으로 증가시켜 준다.

*2세트 효과:

-민첩성 증가: 보유한 총 민첩 스탯의 5% 추가 상승.

‘이속을 늘려주고, 내가 주로 사용하는 이동식 계열 액티브 ‘질주’ ‘화룡의 도약’ ‘사합보’를 통해 움직이는 신체의 속도를 순간적으로 상승시켜 준다.'

구입한 것에는 만족했다.

시운에게 아주 유용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세트 효과로 현재 필요한 민첩 스탯을 보충시켜 활의 추가 대미지 증가와 속근의 밸런스를 맞춰주며,

모자는 아시룡의 활 [관통] 효과를 극대화 시켜주고, 신발은 이속과 시운의 주 이동 계열 스킬에 속도를 부여하여, 더욱 효율적인 전투방식을 뽐내게 해줄 수 있다.

‘모자는 720만 골드, 신발은 880만 골드에 구입 했다. 한번에 돈이 이렇게 나가는 구나.’

지금까지 시운은 특별히 모자와 신발 부분의 장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초반부였고, 그런 장비들이 없어도 몬스터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으니 필요치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협력 퀘스트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또한, 일명 그림자라 불리는 그들과의 대면도 이어질 것이다.

최대한 강해질 만큼 강해져 있어야 했다.

탁!

[신속의 투명캡을 장착하였습니다.]

척!

[신속의 나비화를 장착하였습니다.]

타타탁! 모스칼의 시장 주위를 한바퀴 뛰어보았다.

확실히.

민첩과 이속이 올라가니 몸이 가볍고, 다리가 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신발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종이처럼 가벼워 맨발로 뛰는 느낌이면서도, 신발 안착 표면은 푹신함 그 자체였다.

깃털 하나 달린 승마 모자와 흡사한 모자는 투명화를 시키니,

모자를 쓰지 않은 맨머리 형태로 변했다.

투명화를 시켜도 모자의 장착 능력치 효과는 온전히 받았다.

‘아직. 할 게 더 남았다.’

아이템의 효력을 최대로 끌어올려주려면 강화 스크롤이 필요했다.

‘그랜드 협곡.’

그곳은 강화 스크롤 드랍률이 좋다고 정평이 나있는 곳.

비단 과분한 장애물 하나의 존재 덕분에 수많은 이들이 함부로 그곳을 찾지 못했지만.

‘그 장애물을 내가 해먹어 버렸으니까.’

긴장없이 가면 그만이었다.

활기 실린 발걸음으로 모스칼의 출구인 경비초소 쪽으로 향했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외눈박이가 안 보이잖아?”

“그러니까... 대체 어떤 용자가 이런 고마운 짓을 했다냐!”

“야, 야. 잡담은 나중에 하고. 앞에 오우거에 집중해!”

“옛썰!”

차캉!

파앗!

퍼엉!

검집에서 검이 열리는 소리,

화살이 뻗어나가는 소리,

마력의 구체가 뻗어 터지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그런데 그 소리들이 오늘 유난히 편안하다.

이곳은 그랜드 협곡.

인파가 없기로 알려진 이곳 협곡에는 오늘 꽤나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파티를 이룬 많은 헌터 조들,

파밍을 목적으로 찾은 헌터 길드,

그리고 용병대까지.

“...더 세게 휘둘러. 시안!”

“알겠습니다, 부단장 님!”

헌터보다 전력이 약세하다 알려진 용병들까지 사냥에 열중이었다.

그 중 용병들의 모습은 유독 눈에 띄었다.

붉은 머리에 비대한 근육, 황금 턱수염을 드러낸 중후한 중년의 남성. 엘프와 인간의 결실로 태어난 혼혈 이계인까지.

“허어어엇!”

용병 하나가 들어올린 대검이 오우거의 머리에 꽂히자, 연쇄 폭발이 오우거의 전신을 토막낸다.

“좋았어, 시안. 많이 성장했군.”

용병들은 헌터들과의 전투 방식이 좀 달랐다.

레벨 업 시스템을 통해 스탯을 올려 강해지는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은,

무식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신체를 단련시키고 단전에 힘을 키우고, 검법, 활법, 창법 등의 수련을 통해 헌터와의 전력차를 극복해야 했다.

용병단장 크로이안의 눈이 옆의 헌터들에게로 돌아갔다.

‘저들은 참 부러운 존재란 말이지. 스탯이란 것을 올리고 편리하게 강해지니까.’

헌터들의 등장 이후로, 용병들의 일거리는 줄어들었다.

의뢰인들이 돈을 써가며 헌터보다 저능률적인 용병들에게 의뢰를 할 필요는 없었다.

헌터들이 가격대비 더욱 효율적인 결과를 들고오니까.

그래서 용병들은 헌터들을 시기 했고, 그들 사이는 좋을 수 없었다.

그런 용병들에게도 오늘 하루만큼은 헌터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외눈박이를 잡아준 그 헌터 덕분에 우리도 그랜드 협곡에서 수련을 쌓아보는구나. 은혜 하나를 입었군.’

사람 좋기로 소문난 크로이안인지라 연이 있는 헌터에게 그 소식을 들었다.

-단장님. 그랜드 협곡의 외눈박이 아시죠? 그걸 누가 때려잡아줬답니다. 그래서 34일간은 그랜드 협곡이 편안할 거랍니다.

‘……헌터에게 도움을 받는 날도 오는군.’

그 시각.

헌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많은 추천수를 받고 인기글에 떠올라 있었다.

<그랜드 협곡 지금 빈집털이 가능!>

내용: 님들 그랜드 협곡에서 누가 솔플해서 외눈박이 잡아놨대요. 외눈박이 리젠 시간 엄청 긴 거 다들 아시죠? 빈집 털러 갑시다ㄱㄱㄱㄱ 강화 스크롤 모을 찬스임

………위 게시글 하나에 수많은 헌터들이 오늘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대체 누가 솔플로 그놈을 잡아버렸단 말인가? 라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 빈집이 된 그곳에 가서 스크롤을 쌈싸먹을 생각에 다들 신이난 상태다.

“스크롤 또 하나 건졌고.”

“이야, 여기서 삼일만 딱 노가다 죽어라 뛰면, 장비들 강화 허벌나게 찍어놓을 수 있겠는데?”

“우리는 그 헌터에게 고마워 해야지.”

“근데 대체 누굴까? 솔플로 그 외눈깔 괴물놈을 잡았다는 헌터가.”

“알게 뭐야? 그냥 엄청 재능충에 템빨로 돈처바른 헌터겠지, 사냥이나 하자. 야, 야! 온다! 오우거!”

그 인파 속에 섞인 한 남자는 이 광경을 어리둥절하게 훑었다.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북적거리는 거야?’

그가 사방을 두리번 거리자, 다양한 장비에 여러 클래스의 헌터들. 심지어 용병들까지 사냥에 땀을 빼고 있다.

‘이곳도 주말이라 분비는 뭐, 그런 게 있는건가?’

파장! 검신을 슥, 뽑아낸 남자는 이시운이었다.

본인이 이들을 맘 놓고 사냥을 하는 수혜를 선사한 주제에 그 사실도 모르고 있다.

파샥!

쿵!

쿠웅!

쿵!

금속이 살점을 베는 소리와 바위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근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모였다.

“헐.. 세다….”

“뭐지.. 뭐야?”

“바, 방금 봤지? 저 사람 혼자서 순식간에 오우거 셋을…….”

“저 사람 헌터인가?”

“여길 혼자 온 것 같은데?”

잠시 후.

쿵! 쿵!

“....오우거 투 킬.”

“미친.. 엄청 강하잖아?”

“저런 스킬 처음 보는데 저거 무슨 클래스인지 너 알아?”

“나도 몰라요.”

“아니, 저 사람 한명이 우리 파티보다 사냥 속도가 빨라. 뭔데, 이거?”

놀람과 시기, 의구심까지 섞인 헌터들의 시선들이었고,

부웅!

쿠어어어억!

쿵.

체계적이로 움직이던 용병들의 모든 눈 또한 그에게 향한다.

“단장님. 방금 보셨어요?”

“봤다. 정확히 검격 두 번에, 도약하여 날린 검격. 세 격만에 저 오우거를……!”

“원래, 헌터들이 저렇게 강한 건가요?”

“이곳 변이던전에서 솔플을 하는 헌터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단장님, 뭐 아시는 거 없으세요?”

단장 크로이얀은 그 남자를 그대로 바라봤다.

그의 검격에 속수무책으로 비명을 쏟아내는 오우거들.

그런 광경을 보다가, 자신의 용병단들을 보자 회의감이 차올랐다.

‘우린 이런 인원으로 오우거 한놈을 겨우 잡아내는데….’

대체.

저 헌터는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 있단 말인가! 몸집은 우리 용병 하나의 반만한 자가 어떻게!

‘이것이 정녕 용병과 헌터의 차이란 말인가.’

너무 강한 한 헌터는 주위의 사람들의 사기를 본의 아니게 저하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사합보.’

[나비의 비력 효과가 발동합니다.]

터터-터. 턱!

대지. 허공. 오우거의 어깨 바로 위. 그리고 오우거의 머리 위까지 순서대로 움직이자, 혼란에 빠진 오우거가 몽둥이를 사방으로 휘두른다.

“카앙!”

한 눈이 팔린 오우거의 엉덩이로 돌진한 여우는 아득! 엉덩이살을 씹은 뒤, 턱을 그대로 돌린다.

쿠어어억!

놈의 찢겨진 엉덩이 살점은 여우의 입가에서 씹히고 있다.

우적! 우적!

쿠에에!

오우거가 분노하며 여우에게 눈을 돌렸다. 서걱! 호쾌하게 날아든 초록 검신은 놈의 목을 땅에 떨어뜨린다.

쿵!

[고급 강화 스크롤을 획득하였습니다.]

‘파밍 성공! 흐름 좋고.’

확실히 신 장비 두 개가 추가된 효과가 실감이 났다.

빨라진 이속과 '나비의 비력' 효과를 덧입힌 사합보에 오우거들의 눈이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아득! 아드득! 여우는 시운을 노려보며 살코기를 씹어댄다.

네 놈이 그것을 주지 않으니까, 이딴 것이라도 씹어서 배를 달래야겠다, 네 놈은 치사하고 쪼잔한 놈이니까! 라는 눈빛으로.

“레크라스.”

시운의 손에서 날아오른 까마귀는 주위를 윙윙, 맴돈다.

까악?

협곡의 모든 눈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자 까마귀 주제에 의아해한다.

“레크라스, 주위에 있는 오우거의 위치를……”

콰득!

까아악!

“야, 야! 뭐하는 거냐!”

“캉! 보면 모르나.”

순식간에 움직인 여우의 입가에서 까마귀가 날개짓을 하고 있다.

까악! 까아아악!

까마귀가 절규를 하던말던 여우는 시운을 똑바로 보며, 보란 듯이 까마귀의 살점을 쿡쿡, 쑤신다.

턱을 오물거리자 꿰엑! 까마귀의 살점들이 터져 여우의 턱가 밑으로 흘러내린다.

‘여우새끼가 나한테 도발을 해오네?’

시운의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갔다. 그 눈이 여우에게 향한다.

‘주인에게 이딴 태도를 보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맛보게 해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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