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5화
에그메르트의 눈
데빌리자드는 수속성 리자드맨보다 더 거대하고 더 막강하고 더욱 두터운 진화형 괴물이었다.
특히 가죽도 가죽이지만, 가죽을 감싼 비늘이 워낙 질겨 검날이 잘 박히지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뼛속 깊숙히까지 통뼈로 이루어진 놈이니,
“맹인불괴.”
[상태 이상을 해제합니다.]
[지속 시간 동안 상태 이상에서 무적이 됩니다.]
흡혈로 인해 생명력이 급속도로 빨려감에 맹인불괴를 시전 후 체력 포션부터 삼켰다.
크으!
크르아!
놈들은 지들 앞에서 태연히 포션을 처마시는 시운을 독기 서린 눈으로 노려본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흡혈귀의 역린으로 거동할 수 없는 놈들은 성대를 사용해 괴성만 내지르고, 노려보기나 하는 것.
그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카오오오!
크아아!
놈들은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마냥 구슬픈 고성을 흘려냈다.
샤악!
사합보로 도약하여 수평으로 그어진 검신.
크아아!
목가죽을 뚫었으나 목뼈의 반을 분지르고 멈춰 박힌 검신.
“끄으! 목뼈가 무슨 철이군. 한번에 베어지질 않는구나.”
퀘에엑!
놈은 목에서 핏물을 뿜어내며 울었다.
슥슥슥-
놈의 등에 안착한 채 목에 박힌 검신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쿠어어어어!
슥삭! 슥삭!
마치. 톱질을 하듯이 검신을 위아래로 계속 움직이자 드득! 목뼈가 점점 박살나며, 쿵! 놈의 큰 머리가 옆으로 떨어졌다.
쿠웅!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커오오!
카오!
나머지 놈들은 이 잔혹한 광경을 눈에 담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죽을 차례를 말이다.
샤각!
쿠오오!
샤각!
쿠억!
샤각! 샤각! 푸슉!
놈의 가죽비늘과 질긴 근육. 그속의 핏줄까지 써는 이 손맛이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느낌이랄까.
쿵!
한 마리가 육신이 걸레짝이 된 채 쓰러진다.
쿠웅!
또 한 마리는 꼬리와 두 다리가 잘려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쓰러졌고.
쿠웅!
다음 한 놈은 벌려진 뱃가죽 안의 내장을 쏟으며 엎어졌고.
쿠웅!
다음 놈은,
열린 가슴 속의 심장을 시운의 칼날에 꼽힌 채, 푹! 뽑히며 그대로 뇌가 꺼지듯 늘어졌다.
불끈! 불끈!
시운의 검날 끝에 박힌 놈의 심장이 세차게 꿈틀거렸다.
“이야, 요 녀석들은 심장이 내 머리통만하네?”
크크크으으….
크으으….
쿠우우….
놈들이 쏟던 하이톤의 괴성은 낮은 울음으로 바뀌어 뱉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보다 한 없이 작고, 약하고 간도 작은 인간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멎게 한 채, 천천히 그리고 잔인하게 동족을 죽이는 저,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살귀로 보이고 있는 듯 하다.
곡선을 그리며 휘둘린 검신에서 피어난 검기는 나머지 세 놈의 가죽살을 파고들었다.
스킬, 삼륜격파였다.
“이제 그만 끝내줄까?”
시운의 비릿한 조소를 본 놈들은 콧구멍을 벌렁이며 울부짖었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제 정말 죽을 차례가 왔음을.
‘통구이로 만들어 줄게.’
화르륵! 시운에 들린 검신을 휘감던 검은 오라가 폭발하여 주위로 터져나갔다.
“흑화광참.”
마성의 탑은 변이던전에 속하며 까탈스러운 던전이었지만,
다른 마탑들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던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쉬어가는 던전이란 뜻은 아니었다.
F랭크의 헌터들 시선으로는 이곳이 지옥일 터.
그런 탑이 F짜리 헌터 하나에 의해 3층까지 공략 되었다.
그것도 한 시간도 안 돼서 말이다.
“……후우.”
시운의 눈으로 여러 종류의 괴수 사체들이 들어왔다.
모두 방금 죽인 따끈따끈한 사체들이다.
‘3층까지 모두 클리어 한 셈인가?’
아마 그런 것 같다.
그때.
뒤에서 기척 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니 번쩍이는 빛의 부심에 눈을 찌푸렸다.
플래쉬 소환공을 띄운 채 일행들이 걸어오고 있다.
“좀만 더 기다리고 있지. 4층까지 확 쓸어버리고 부르려고 했는데.”
시운이 쉽게도 말했다.
혜령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난도된 괴수의 사체들을 보자 입이 벌어졌다.
“……이거 다 네가 이런 거 맞지? 이 탑에서 사냥하던 고렙 헌터가 도와줬다거나, 뭐 그런 스토리 없이?”
“내가 그랬지.”
“……하.”
혜령은 싸늘한 헛웃음을 지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곳은 변이던전.
아무리 이시운이 강하다고 해도 단신으로 1층도 아니고, 2층, 3층인 이곳까지 마탑 바닥을 피바다로 만들어 버렸는데 납득이 간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리라.
“너, 얼굴에 상처 하나 없다?”
혜령이 시운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시운은 갑옷이 긁혀나간 흔적 말고는 딱히 상흔도 없었다.
그래서 혜령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야, 대체 어떻게 싸웠길래 그렇게 멀쩡하냐?”
“편법 좀 썼지.”
“편법?”
혜령은 입꼬리 하나만 올려 픽, 웃었다.
그녀는 이젠 이시운이 그저 강한 놈이 아니란 것을 다시금 느낀 듯 했다.
역한 피냄새에 코를 막은 연희가 시운에게 다가왔다.
“시운아, 괜찮아? 다 같이 사냥하면 더 편할텐데 왜 혼자 이 고생을 했어?”
“별로 고생 안 했어. 좀 피곤하긴 하네.”
시운은 뻐근한 어깨를 움직여 스트레칭을 한다.
그 모습에 혜령은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이곳 3층까지 혼자서 초토화 시킨 주제에 하는 말이 ‘좀 피곤하네’ 라니. 저 놈은 참 별난 놈이 맞는 듯 하다. 아니 맞다.
이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혜령이다.
“……근데 참, 너답네.”
“뭐가?”
시운은 연희를 보며 반문했다.
“이런 광경을 만들어내는 게 네 주특기잖아. 그게 참 너답다고.”
“그런가.”
“암튼 참 대단해. 너….”
칭찬이 멋쩍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시운을 보는 연희의 낯빛은 복잡해 보였다.
시운과 자신에게는 격이 다른 벽이 느껴지며, 그 벽을 넘는 것은 정말 불가한 것일까? 라는 뭐, 그런 생각을 하는 듯 하다.
“4층은 동행해서 가시죠.”
유석이 말했다.
“먼저 가서 뚫어놓을 자신이 있는데요?”
“아니요, 무리입니다. 4층은…”
유석은 고개를 젓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
마성의 탑 4층은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는 것과 무엇이 또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장유석은 이곳의 4층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그 사실을 대강 알고 있었다.
허나. 탑층인 5층에 대한 정보는 그도 아는 것이 없었다.
모든 이들이 그저 이 탑을 찾을 때면, 4층까지만 파밍을 하고 5층은 절대 발을 딛지 않는 다는 것.
그것만 알 뿐이었다.
“음…. 그렇다면 같이 뚫도록 하죠.”
4층에 대한 설명을 들은 시운이 말했다.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 그런 것들까지 있다면 아무리 나라도 혼자서는 버거울 거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안전귀가 스크롤을 사용할 수가 없는 곳이지.’
이유가 있었다.
안전귀가 스크롤을 사용하면? 이상한 힘이 작동하여 탑의 모든 몹들이 리젠되는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는 것을 태석의 영상을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런 박태석도 4층과 5층에 대한 정보는 말하지 않았었어.’
그가 언급하지 않았단 사실이 지금와서 이상하게 느껴졌다.
4층은 뭐, 몬스터 말고 신경써야 할 것이 있다는 뉘앙스로 흘려 말했는데.
5층에 대한 언급은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었다.
‘……제아무리 박태석이라도 모든 던전을 다 쑤시고 다니진 않았을테니까. 모를 수도 있겠지.’
“야, 근데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그건 대체 뭐야? 그거 눈 아니냐.”
혜령이 시운의 검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이거? 눈 맞아.”
“어디다 쓰는건데? 용도가 뭐냐.”
“아직 나도 몰라.”
“검 주인인 네가 모른다고?”
“응. 봉인된 능력 같은 거겠지.”
시운은 아클레우스 검의 자루 위에 시선을 두었다.
무언가의 눈.
괴물새끼인지 사람인지 혼종인지 아무튼 뭔가의 눈이 눈꺼풀에 닫혀 가려있다.
언젠가는 이것이 발동되어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
“이제 올라가자.”
시운이 고개를 저 너머를 향해 까딱거렸다.
“오냐.”
“휴, 4층은 완전 긴장 해야겠다.”
그렇게 그들은 움직였다.
4층의 최하단부에는 탑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원형의 형태로 빙빙, 꼬여 위로 솟아있는 계단을 올라 도착한 4층은 여간 까다로웠다.
백날을 굶었는지 시운과 일행들을 보자 환장하며 달려오는 괴수떼들과 곳곳에 설치된 함정은 괴수를 상대하는 이들을 향해 거친 훼방을 놓았다.
“뛰어!”
“칫!”
“꺄악!”
바닥에서 벌떡! 솟아오른 창살들을 간신히 피했지만,
부웅! 거대한 나무기둥이 천장에서 날아들었다.
화르르륵! 연희의 화염 스킬은 그 기둥을 그대로 재로 만들었다.
“또 날아온다! 피해!!”
혜령이 소리를 질렀다.
마탑의 벽, 바닥, 천장, 의문의 석상에서 단도가 뽑혀, 날아들었다.
[웨폰 체인지 스킬을 발동합니다.]
팟!
파파파팟!
시운은 활을 들고, 회전하면서 열 발의 화살을 발사했다.
탕! 타앙! 탕!
날아간 화살의 촉과 단도가 부딪혀, 금속음을 냈다.
투둑! 툭!
몰아친 단도는 방향을 잃고 바닥에 떨궈졌다.
“독이 발려진 단도였군.”
바닥에 놓인 단도의 날을 보며 시운이 중얼거렸다.
“또 있어! 좌측!”
연희의 외침에 좌측으로 눈을 돌리자, 벽에 걸려진 횃불 스탠드에서 거대한 구렁이가 튀어나왔다.
“신속의 격.”
빠득!
번개같이 파고든 유석의 주먹은 구렁이의 머리를 터뜨렸다.
그대로 유석이 구렁이의 아가리를 좌우로 벌리자,
놈의 아가리살이 찢어지며 이등분 된다.
‘오? 확실히 강해졌는데?’
유석의 몸놀림을 본 시운은 감탄했다. 그는,
전보다 강해진 근력,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에 확신할 수 있었다.
뒤이어!
사방에서 온갖 병장기들이 튀어나와 날아들었다!
칼! 낫! 창! 도끼! 화살들까지.
타카당! 탕!
날아든 병장기들은 이들의 주위를 덮은 큰 실드의 표면과 부딪혀 튕겨져 떨어졌다.
“이야, 베리언 실드네? 타이밍 좋았다!”
“헤헤.”
혜령이 완드를 허공에 내밀고 잇던 연희에게 말했다.
그동안에 진보한 것은 유석뿐만이 아니었다.
카륵…. 카륵….
카륵!
천장 구석에서 기어나와 벽에 달라붙은 변종 괴수는 입을 벌려 무언가를 뱉어내려 했다.
그때.
“음속.”
움직인 혜령의 입술과 함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화살은 놈들을 육신을 찢어버렸다.
꿰에엑!
께엑!
꾸악!
시운은 혜령의 뒤태를 보며 생각했다.
‘음속. 화살의 속도를 상승시키며, 적에게 일정시간 동안 화살을 투명화 시키는 스킬. 일반 레인저 계열에서는 획득할 수 없는 스킬이지.’
혜령은 예상대로 일반적인 레인저가 아닌 히든 루트의 레인저였다.
‘다들 그 사이에 몰라보게 성장했군.’
시운은 확실히 성장한 동료들을 보자 그저 흐뭇했다.
이들이 이제는 든든하게 느껴졌다.
혜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운의 화살을 바라봤다.
‘역시.’
혜령은 시운이 자신에게 활 강습을 받은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시운은 활을 그저 보조 무기정도로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시운은 검뿐만 아니라 활까지 주력 무기로 귀신같이 다루고 있음을 보고서 알 수 있었다.
‘저 자식은 정말….’
혜령은 아랫입술을 씹었다.
이시운.
뭔가를 보여주면, 더 놀라운 것을 보여주고 그 다음은 기발한 또다른 것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질투심이 일었다.
뭐든, 1등을 하지 않으면 가시가 돋는 혜령이었기에 경쟁심까지 이는 듯 했다.
그녀는 주먹을 꾹, 말아쥐고 눈을 힘주어 떴다.
이시운.
동료지만 언제나 넌 나의 선의의 경쟁자야. 따라잡아 주겠어. 아니, 널 넘어주겠어.
바로 그 시각.
촌장 다이온은 흡혈귀 처형 사태로 혼란에 빠진 마을의 뒷수습을 마친 뒤 레나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빠. 저는 그들이 마성의 탑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올 것 같아요.”
레나의 말에 다이온은 좌우로 고개를 흔든다.
“절대.”
“…왜요?”
레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들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보란 듯이 해냈다.
비록, 하위 랭크 헌터들이지만 그들은 여태껏 본 헌터들하고는 뭐랄까 좀 달라보였다.
그중 특히 그 훈훈하게 생긴 용모의 남자 헌터는.
레나는 이렇게 생각했으나 다이온은 생각이 달랐다.
“…그 탑에는 다른 차원의 존재가 살고 있지.”
“다른 차원의 존재라뇨? 우두머리를 말씀하시는 거에요?”
“아니. 보스 몬스터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다이온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수염이 늘어진 턱을 매만졌다.
“…그 존재란 게 뭔데요?”
“귀신.”
“귀, 귀신이요?”
딸랑!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린 레나는 사색한 낯빛으로 다이온을 바라봤다.
“그 귀신은 그냥 귀신이 아니야. 고대시대 암살단의 병기라 불렸던 귀신이란다.”
“……그래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빠가 맡긴 시험은 그 귀신을 잡는 게 아니라 그 탑에 있는 마물들을 다 없애는 거였잖아요? 그렇다면…”
“그렇다면이 아니지.”
다이온은 그녀의 뒷말을 예측한 듯 말 허리를 잘랐다.
“마성의 탑에서 마물들을 모두 처리하고 스크롤을 통해 밖으로 강제 이동하면 그 탑의 몬스터는 모두 되살아난단다. 그렇다면 내가 내준 숙제는 불합격이 되는 셈이지.”
다이온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내어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크아아아!!
[마성의 탑의 관리자 가이오스를 처치하였습니다.]
[마성의 탑을 올 클리어 하였습니다.]
“드디어 뒈지셨군.”
“휴, 생각보단 수월하게 끝났네.”
보스와의 전투는 의외로 간단하게 끝났다.
시운의 특성 스킬 덕이었다.
모두가 심호흡을 하며 가쁜 호흡을 진정시켰다.
“…뭐, 뭔가가 또 있어!”
연희가 뒷걸음을 치며 가리킨 곳으로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펼쳐진 긴 통로 속에서 뭔가가 어둠을 헤치며 걸어왔다.
“젠장! 한 마리가 더 있었나.”
혜령은 곧바로 활시위를 당겼다. 쐐액! 날아간 화살은 그것에 도달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뭐야? 내 화살이?”
툭, 그들 앞에 멈춘 그것은 창대를 양손에 하나씩 거머쥔 채 안광을 번뜩였다.
순간. 모두의 등골이 식는 오싹함을 느꼈다.
단지 저것이 뿜어내는 기운만으로 몸이 굳어버릴 정도였으니까.
“다들 정신 바짝 차려!”
시운이 외쳤을 때, 유석은 자세를 잡고 그것을 향해 튀어나갔다.
쿵!
“유, 유석 씨!”
“괜찮아요?”
“으…. 다들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격에 튕겨나간 유석은 자신의 박살난 갑옷을 힘겹게 내려보며 당부했다.
꿀꺽,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저것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쳇. 저건 쉽지 않겠는데.’
시운은 말없이 다가오는 놈에게 쉽사리 공격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검자루를 쥔 시운의 손으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검의 눈이?’
팍! 아클레우스의 손잡이 중앙에 박혀 닫혀있던 그 눈이 뜨인 채, 저것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왔다.
[에그메르트의 눈이 개안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