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33화 (133/278)

제 133화

정연희, 옷을 벗고 조폭에게 몸을 바치다

“재주가 좋구나.”

마력으로 응축된 쇳줄로 몸이 묶인 남자와 여자를 넷을 보며 여성은 말했다.

특히나 그 남녀 둘을 내려보는 그녀의 사백안에는 호기심이 서려있다.

그런 호기심이 일만 했다.

본인이 구축하여 심은 악몽 속에서 이렇게 오래 버텨내는 이가 여태껏 있었던가.

딱 한 명.

그 자 외에는 없었다.

“성좌(星座) 님. 왜 바로 죽이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신도는 이렇게 물었다. 구태여 꿈속에서 시간을 들여 서서히 죽게 만들 바에야 움직이지 못하는 저 인간들을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면 그만이 아닌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짐승이더냐?”

“…네?”

사백안의 여성의 물음에 신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신도를 사백안은 벌레보듯 바라봤다. ‘네 까짓 것이 본좌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나 있겠느냐?’ 라는 표정으로.

“짐승은 날 것을 사냥하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먹어치우지. 그런데 인간은 날 것을 요리를 하여 먹는다.”

“요리라고 하신다면…”

의중을 더 물으려는 신도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얹었다. 그러자 신도는 고개를 들었다.

절레절레.

동료 신도 가르아가 고개를 저으며 더 묻지 말라는 눈치를 줬다.

“…….”

그제서야 신도는 호기심을 누르고 입을 다물었다.

사백안의 여성의 입술이 열렸다.

“꿈속에서 죽여야 이들에게서 내가 원하고 있는 힘을 내 몸에 심을 수 있느니라. 그게 조건이다.”

“아….”

물었던 신도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알아들은 척 끄덕였다. 굳이 사백안의 심기를 긁었다가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른다.

“…….”

옆에서 눈치를 줬던 신도 가르아는 가는 눈매로 사백안의 여성을 바라봤다.

‘저 자는 지금 재미를 위해서 사람들을 꿈속에 가두고 그걸 지켜보는 게 아니야.’

신입 신도는 몰랐지만 신도 생활 3년째인 가르아는 알고 있었다.

마녀 크리스티앙이 몇 백년이란 세월동안 숨을 연명하고 저런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원천은 타인의 영혼에서 추출되는 차크라란 것임을.

‘…그 차크라를 순수하게 자신의 몸에 흡수하려면 그 타인을 자신이 구현한 꿈속에 가둬야 하고, 그 대상이 가장 치를 떠는 존재에게 죽여야 하는 것이지.’

가장 치를 떠는 존재에게 죽임을 당하게 해야 하는 이유 또한 알고 있었다.

영혼이 순수할수록 많은 차크라가 뿜어져 나온다.

아무리 사악한 영혼이라 할지라도 그 영혼이 순수해질 때가 있다.

‘사람은 죽음이란 것을 가장 두려워 하지. 그리고 그 순간을 자신이 가장 무섭게 느끼는 존재로 인해 맞게 되었을 때 인간은 가장 순수하고 강한 감정인 두려움을 극도로 표출하는 것.’

그러한 작업을 통해야만 크리스티앙의 육신이 만족할 만큼의 공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가르아는 눈이 넷 중 한 남자에게로 옮겨가 멈췄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이 향하고 있는 한 남자.

그 남자의 차크라는 무려 세 개의 색깔이 겹겹이 빛나고 있었다.

영혼 하나당 소유할 수 있는 차크라의 색은 오직 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순간 가르아의 뇌리로 한 추론이 지나갔다.

‘아니,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녀의 시선은 위로 움직여 사백안에게서 멈췄다.

눈을 감은 채 세 개의 차크라를 빛내는 남자를 내려다보는 사백안은 아주 흥미롭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

“……!”

지켜보던 신도들의 눈이 일제히 커졌다. 사백안의 눈가에 핏줄이 시퍼렇게 튀어나옴과 동시에.

파지직!

한 쌍의 남녀를 봉합한 쇳줄이 팽창하더니 붉은 빛을 내었다.

“네 놈이 기어이 또!”

노성을 뱉은 사백안의 머리칼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순간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살기에 모든 신도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동공이 커진 가르아의 뇌리로 한 사내의 얼굴이 그려졌다.

‘블랙 헌터. 그가 또 나타났음이 틀림없어.’

가르아의 눈에는 여전히 삼색의 차크라를 뿜어내는 남자에게 멈췄다. 이윽고 그녀의 눈빛은 애절해졌다.

‘어쩌면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다를지도 몰라. 제발…. 하늘이시여.’

서울. 인천. 대전. 경기도.

수도권을 기점으로 근처인 이 네 개의 도시들이 공대지 미사일에 의해 박살이 난 상태다.

잇따라 폰에 알려온 두 번째 문자는 곧 중부지방인 강원도, 충청도에도 미사일 폭격이 이어질 예정이라 전해왔다.

미사일 불바다의 파편이 되지 않으려면 남부 지방으로 속히 움직여야 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역겹게도 전개가 빠르네, 참.”

시운이 운전을 하며 신경질을 냈다.

그럴 만 했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사람들이 변모한지 단 이틀도 안 되어서 대한민국의 영토 반이 폭격에 의해 날아갔다.

현실이라면 있을 수도 없는 속도로 전개가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하, 젠장할! 가지가지 하네.”

쾅!

핸들을 쥐던 시운이 계기반을 보더니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기름이 떨어진 거야?”

연희의 물음에 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돼.’

상황은 더욱 아득해지고 있다.

만약 이 고속도로 한복판에 좀비를 처박고 달리느라 반파된 이 차가 그대로 서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면?

강제 선택지는 딱 두 가지로 남게 된다.

곧이어 들이닥칠 폭격에 잿가루가 되던가.

어디서 우르르, 들이닥쳐 몰려올 좀비에게 물어 뜯겨서 살아 움직이는 송장이 되던지.

번쩍- 번쩍-

그때 뒤편에서 달려오던 차량 한 대가 시운의 차량을 추월했다.

“차다!”

빠아앙!

시운이 그대로 크락션을 울렸다.

빠아아앙!

두 번의 클락션. 사람을 발견한지라 접선을 해서 여분의 휘발유를 얻던지, 아니면 좀 태워달라고 할 셈이었다.

부르응!

그러나 앞차는 매정하게도 크락션 소리를 무시하며 속도를 높여 저 어둠 너머로 멀찍이 뻗어나갔다.

“매정한 새끼들. 그래, 그렇게 혼자 살려다가 콱 죽어버려라.”

시운이 욕지기를 뱉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한시바삐 폭격투하 예정인 지역에서 멀어져야 하니.

저들도 남 신경 쓸 새는 없을 터.

이렇듯 고속도로를 타고 남부 지방으로 향하는 차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연희는 고심에 찌든 시운의 낯빛을 보며 생각했다.

‘이시운. 이번만큼은 반드시 내가 너에게 도움을 줄 거야.’

그녀의 눈이 빛났다. 이시운이란 이 녀석은 항상 자기보다 뛰어났다. 남들과는 다르게, 빠르게 장애물을 타도하고,

자신을 지켜줬다.

연희는 자신보다 우월한 면을 가진 사람을 보면 일말의 호감, 또는 호기심을 느끼는 성향을 가졌다.

그런 성향 덕분에 처음엔 이시운에게 호기심을 느꼈었고.

이제는 그런 호기심을 넘어 그의 눈에 들고 싶다.

한 여자로.

그때.

백미러를 통해 저 먼 뒤편에서 차 헤드라이트가 번쩍임이 흐릿하게 보였다.

“또 뒤편에 차 한 대라….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겠지.”

시운은 뻔히 예측했다. 내가 죽을 판국에 그걸 무릅쓰고 남을 도울 인간이 요즘 얼마나 되겠는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인간이 지금 나타날 것 같진 않다.

차를 강제로 세울 방법이 하나 있긴 있었다.

소총을 꺼내어 아주 어렵겠지만, 저 달리는 차를 조준하여 타이어를 맞추고, 강제로 저 차주를 겁준 뒤에 휘발유나 차를 겁탈하는 방법.

‘그러나 그 방법은 리스크가 크다고.’

소음기조차 없는 총성 소리는 매우 크다.

그래서 이 주변을 배회하거나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좀비들을 개떼처럼 불러들일 것이고,

언제 급정차할지 모르는 이 차가 서게 되면 그 자리에서 즉시 좀비들의 밥이 된다.

저 차주에게서 차를 빼앗을 시간에 좀비의 습격을 받게 되는 일은 리스크가 크단 뜻.

“시운아, 차 세워봐!”

“…왜?”

“내게 생각이 있어. 그러니 어서 빨리!”

자신있게 외치는 연희를 본 시운은 의구심도 들었지만 뭔가 묘안을 떠올렸단 믿음이 들었다. 아마 그건 뒤편에서 달려오는 차와 관계된 것일 터.

이유를 물으며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일단 시운은 차를 세웠다.

끼익!

“뭐, 뭐하는 거야?”

시운은 두 팔을 쭉, 올려 맨투맨 티셔츠를 벗고 있는 연희를 보고 물었으나.

“…….”

대답 대신 연희는 훌러덩 벗은 티셔츠를 조수석 밑에 던지고, 이번에는 짝, 붙는 검은 레깅스를 두 팔로 벗어 내렸다.

그러자.

그녀의 매끈하고 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

시운은 벙찐 채 그걸 가만히 바라봤다. 갑작스런 연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봉긋한 가슴을 아슬히 가린 빨간 브래지어와 빨간 레이스가 달린 팬티차림이 된 연희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으나 눈빛은 의연했다.

“민망하니 눈은 좀 돌려줄래?”

“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 설마….”

“시운아. 이번 한 번만 날 믿어줘. 저 차를 완전히 세울 때까지 넌 절대 내리지 마.”

“읏!”

시운의 신음이 튀어나왔다. 연희가 조수석이 아닌 시운의 운전석을 통해 내리려고 시운의 허벅지 위로 올라타 지나간 것이었다.

찰나에 그녀의 팬티에 하체가 닿으니 단음이 흘러나왔다.

덜컥! 연희가 그대로 차에서 내린 뒤에 두 팔을 가슴에 교차로 가리며 뒤따라오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

가녀린 몸매를 드러내며 다가오는 차를 향해 걸어가는 연희의 뒷태가 보였다.

“이건 위험해.”

연희의 속셈을 알 것 같았다.

인간은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성을 놓게 된다. 그럼 그 사라진 이성의 자리를 본능이 매꾸게 된다.

그 본능 중 특히나 강한 것은 남자의 성욕.

연희는 그 점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곧바로 소총을 챙기고 차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시운아 이번 한 번만 날 믿어줘. 저 차를 완전히 세울 때까지 넌 절대 내리지 마.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지금 내가 이걸 가지고 내린다면?’

거리를 좁혀오는 저 차의 차주는 돌고래 지능이 아닌 이상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시운이 들고 있는 총을 보고 또 한 번 경계할 것이 뻔했다.

“하아….”

시운은 뒤편 유리에서 자기가 보이지 않게 몸을 스르르, 내려 운전석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척 했다.

‘방금 연희가 일부러 번거롭게 나를 넘으면서 운전석에서 내린 이유는 이 차에는 자신 혼자만 있을 뿐이라는 걸 저쪽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니까.’

꿀꺽- 숨을 죽이고 백미러로 상황을 살폈다.

만약 무슨 일이 발생하면 대번 달려나가 연희를 구하리라.

그때.

헤드라이트가 번쩍이는 차량이 점점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고.

그 빛은 연희의 맨살을 적나라히 비췄다.

연희가 두 팔을 들어 흔들자 굴리던 타이어가 멈춘 뒤편의 차는 멈췄다.

두 남자가 내리더니 연희를 훑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지금 내릴까? 아니, 젠장.’

뒤편의 아반떼 차량은 썬팅이 되어 있어서 앞 유리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운의 눈에는 뒷좌석에 남자 하나가 더 타고 있음을 보았다.

만약? 지금 당장 내려서 이 상황을 타도한다 해도, 뒷좌석에 있던 남자가 곧바로 앞 운전석으로 넘어가 급액셀을 밟아버린다면 이 상황은 무효가 되고 말 터. 저 차의 차키는 꽂힌 상태니까.

‘연희를 믿어 보자.’

그녀가 연약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헌터다. 일반 여성이 아니란 말이다.

“뭐야? 다 벗고 있잖아?”

“성찬아. 조심해. 저 여자 상처부터 있는지 훑어!”

차에서 내린 둘은 연희를 경계했으나 한편으로는 음탕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어쨌든 고속도로 한복판에 홀딱 벗은 여자가 내려있으니 경계부터 하는 낯빛이었다.

남자 둘 중 하나의 손에 쥐어진 쇠파이프를 본 연희는 두 팔을 좌우로 쭉 벌렸다.

“도와주세요. 제가 혼자 차량을 운전하다가 기름이 다 떨어져서 이렇게 서게 됐어요. 자! 보세요. 제 몸에는 혈흔이나 상처가 하나도 없어요.”

“음….”

남자 하나가 고민하는 듯 침음을 흘렸다. 그런 그 남자도 자기 취향인 단발머리에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저런 차림으로 있으니 어쩌면 꽁으로 한 번 따먹을 수도 있겠다는 본능이 일었다.

‘물린 자국은 확실히 없는 것 같고. 그리고 말이야. 3분 정도 여기서 머문다고 공습에 휘말리진 않을테니?’

쇠파이프가 옆 남자와 눈빛 교환을 한 후 물었다.

“근데 왜 그렇게 다 벗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그쪽들이 저를 의심하실 테니까요.”

“음….”

남자 둘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발 도와주세요. 기름이 없어서 제가 움직일 수가 없어요. 여분의 기름이 있으시다면 좀 나눠주세요. 호스기를 통해 사장님의 차에 있는 휘발유를 조금만이라도 뽑아주실 수 없을까요? 다음 휴게소까지 제가 갈 정도 만이라도요….”

“음, 그럼 좀 도와드릴까?”

쇠파이프가 음흉히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연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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