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34화 (134/278)

제 134화

정연희, 옷을 벗고 조폭에게 몸을 바치다 (2)

“…….”

쇠파이프가 연희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전혀 겁을 안 먹잖아?’

쇠파이프는 코앞에서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연희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속옷 차림의 여성이 남정네들이 무기까지 들고 다가오는데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이 여성에게 심지어 호기심이 들 정도였다.

‘미친년인가? 아님 발정난 걸레였던거야?’

쇠파이프 옆으로 그의 동료도 다가와서 연희를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뱀 같은 눈빛으로.

“도와주실 건가요? 전 절대 미친 사람이 아니에요.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감염이 되지 않았다는 진심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렇게 몸까지 보여드리는 미친 짓을 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거에요. 그만큼 간절해요.”

톡톡, 쇠파이프가 반대쪽 손바닥에 쇠파이프를 툭툭 두드리며 연희의 가슴골부터 배꼽, 그리고 다리 사이까지 시선을 내려 멈춘 뒤 말했다.

“꽤나 간절해 보이시네? 좋아. 우리 차에 타요.”

“아뇨. 그건 안 돼요.”

“안 된다니?”

“그냥 여분의 휘발유만 좀 주시면 돼요. 부탁드려요, 제발.”

쇠파이프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오호라? 이 년 이거 걸레 타입은 아닌가?’

쇠파이프의 머릿속으로 딱 두 가지의 생각이 스쳐갔다.

이 자리에서 그냥 겁탈을 해버리고 치워버릴지. 아니면 스릴 있게 잘 구슬려서 내 여자로 만들어서 즐기고 싶을 때마다 그 용도로 쓸지.

고민할 시간은 많이 없었다.

순간. 연희의 눈으로 쇠파이프 남의 소매로 튀어나온 손목 부분이 보였다.

팔의 손목까지 덮은 이레즈미 문신.

설마? 이 사람들 조폭인가?

연희는 자신의 맨몸을 뚫어지게 뜯어보는 두 남자에게 수치스러움을 느꼈지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번만큼은 시운이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존재란 걸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무모한 방법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다.

“오케이. 트렁크에 휘발유를 담은 기름통이 있어요. 줄 테니까 이쪽으로 와요.”

“하, 정말 감사합니다.”

연희는 쇠파이프를 따라 그 차의 트렁크로 걸어갔다.

그 뒤를 훑는 쇠파이프의 동료는 팬티에 도드라져 실룩이는 연희의 엉덩이골을 눈에 담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덜컹! 트렁크를 연 쇠파이프는 휘발유가 든 기름통을 연희에게 내밀었다.

“받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기름통을 받아들려는 찰나. 쇠파이프가 연희의 오른 손목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순간 연희의 두 눈이 커졌다.

“이걸 주면 아가씨는 내게 뭘 줄 거야?”

어느새 반말조로 말을 바꾼 쇠파이프는 반대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며 웃고 있었다.

그 상황 속에서 연희는 곁눈질로 차량의 뒷좌석에 탑승한 사내를 살폈다.

그는 조용히 전화기를 귀에 대고 어디론가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근데 그의 수화기를 쥔 반대편엔 날 서린 사시미가 들려있었다.

‘……조폭들이잖아. 최대한 부딪히는 상황을 만들면 안 돼. 그렇다면.’

연희는 애써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쇠파이프의 남성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일단 내 차에 시동이 걸리게 되는 순간 나도 좋은 걸 주겠죠? 받는 게 있음 주는 것도 있어야 하니까?”

“좆을 만지는 손길이 남자 좀 다뤄본 솜씬데? 능청맞은 년. 맘에 드네. 그래. 일단 기름부터 넣고 재미 좀 보자고.”

쇠파이프는 왼손으로 연희의 엉덩이를 탁! 두드렸다.

연희는 죽고 싶은 수치심에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참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씨발 새끼. 넌 반드시 내가 고대로 돌려준다.”

시운은 차의 창문을 열어놓고 백미러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이미 숱하다면 숱한 헌터 생활로 인해 청각은 일반인을 능가한 수준인 시운은 그들의 대화 소리를 모조리 들을 수 있었다.

‘열 받아도 조금만 참아야 한다. 총성 소리가 나게 해선 안 돼. 저 차량의 뒷좌석에 있는 놈이 뭔가를 가지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연희를 희롱하는 저 문신 양아치 놈들을 벌집을 만들고 싶었지만, 저 차 뒷좌석에 있는 놈의 손아귀에 사시미와 총으로 추정되는 뭔가가 보였다.

혹시나 여기서 혈전을 벌였다가는 저 놈이 튀어나와서 반파가 된 시운의 차를 총으로 박살내는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주위에서 서성이는 좀비까지 달려들 것이며 옴짝달싹 못한 채 이 고속도로를 뛰어다니다 개죽음을 당할 게 뻔했다.

‘이미 이 주위 저 가드레일 너머로 좀비가 열 마리 이상이다. 연희가 저 놈에게서 기름통을 완전히 뺏을 때까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소총은 장전한 상태.

덜커덩!

쇠파이프는 시운의 차 주유구가 열린 틈으로 기름통 호스기를 이용해 휘발유를 친절히 들이부어 주웠다.

연희는 슬쩍 뒤를 돌아 백미러에 비친 시운에게 사인을 보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마침.

뒷좌석에 조용히 탑승해있던 남자가 내리더니 소총의 총부리를 이리저리 겨냥하는 시늉을 했다.

혹시나 감염체가 튀어나올까 염려된 모양이었다.

쇠파이프는 싸늘한 미소를 그렸다.

“어이구, 기름이 완전히 엥꼬가 났었구만? 속탈만도 하지. 자, 자~ 이제 기름은 내가 다 넣어줬어. 이제 내가 다른 걸 네게 쑤셔 넣어주고 싶걸랑? 언제 미사일이 쏟아질지 모르니까 우리 할 거는 빨리 하는 게 여러모로 좋겠지?”

“그럴까요?”

탁!

주유구를 닫은 연희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리 내가 여자라도 난 헌터다. 온 힘을 다하여 이 남자의 턱이나 배를 가격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번쩍이더니 차 두 대가 뒤따라 쇠파이프의 차 뒤로 밀착했고.

차 문이 열리며 열 명의 남성들이 내렸다.

“반갑습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형님?”

“반갑습니다, 형님! 여기 정차하고 계신다고 하셔서 왔습니다!”

건장한 남성들은 살벌한 문신을 덮은 채 구십 도로 쇠파이프에게 인사를 건넸다.

“새끼들. 타이밍 좆같을 때 왔네. 거서 좀 기다리고 있어라?”

“예? 예! 형님.”

쇠파이프의 손이 연희의 허리를 감았다. 순간! 연희는 움찔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안 돼. 저 사람들이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그때.

시운은 이미 차량의 조수석으로 이동한 뒤 창문을 연 상태였다.

‘플랜 비다. 이 개자식들아!’

시운이 조수석 창문을 열고 가드레일이 있는 곳으로 소리가 켜진 핸드폰을 있는 힘껏 던졌다.

부우웅! 폰은 가드레일을 향해 포물선을 날아가 떨어졌다.

-그어어억!

-그어어어억!

“뭐, 뭐야? 저쪽이다!”

“혀, 형님!”

“감염체다!!”

조명 하나 없는 야밤 밑 가드레일이 쪽에서 좀비의 괴성 소리가 들리자 모두가 기겁을 하며 가드레일을 향해 눈을 돌렸다.

“새꺄! 총! 총 쏘라고!!”

타타타타탕! 총을 매고 있던 사내가 가드레일을 향해 마구 탄환을 쏘아댔고. 몰려온 장정들은 급격히 차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씨, 씨발. 썅년아. 숨소리도 내지 말고 닥치고 있어라. 뒈지기 싫으면.”

쇠파이프는 잔뜩 쫄아서 순간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연희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정연희!! 타!”

운전석을 연 시운의 외침을 들은 연희는 주먹을 있는 힘껏 쇠파이프의 턱을 향해 날렸다.

뻐어억!

“……끄억.”

철컹! 쇠파이프가 숨 끊기는 신음을 뱉으며 옆으로 나자빠졌다. 나자빠진 그의 손에 들린 쇠파이프는 고속도로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이, 이런 씨발년이….”

부릉! 연희는 단숨에 차 뒷좌석에 탑승했고.

시운은 열린 운전석 틈으로 총부리를 내밀었다.

“다리 한 짝은 가져갈게. 좀비 밥이나 돼라.”

탕탕!

“끄아아악!”

시운의 총부리에서 떠난 두 발의 탄환은 쇠파이프의 허벅지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부르으응!

액셀을 요란하게 밟으며 출발한 시운의 눈으로 비춰진 백미러에는 가드레일 너머에서 튀어나온 좀비들이 놈들의 차량을 애워싼 진풍경이 들어왔다.

그리고 시운은 다리 하나가 날아간 채 울부짖다가 달려든 좀비 셋의 주둥이에 몸이 토막 나는 쇠파이프를 몇 초간 백미러로 바라봐 주었다.

“많이 놀랐지?”

시운의 물음에 연희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운전대를 놓지 않고 반대 손으로 그녀의 맨투맨 티셔츠를 건넸다.

“옷부터 입어. 네가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나도 살고 너도 살았다, 연희야.”

“…내가 정말 너에게 도움이 된 거 맞지?”

“당연하지. 고맙다, 고생했고.”

“다행이야.”

시운의 진심이 담긴 말에 흐느끼려던 연희가 입꼬리를 배시시 올리며 옷을 마저 입는다.

‘매번 내게 도움만 줬던 너에게 내가 첨으로 도움이 됐다니 마냥 기뻐, 정말.’

“어? 잠깐만.”

그러던 중 연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시운을 보고 물었다.

“근데 너 핸드폰은 왜 던진 거였어?”

“속임수였지. 덕분에 핸드폰은 곧 지도에서 없어져 버릴 땅에 버리게 됐지만.”

“속임수라고?”

“데이터 키고 유튜브로 좀비를 검색해서 좀비 괴성 소리가 흘러나오는 영상을 틀고 가드레일을 향해 던진 거야.”

“…좀비들을 유인하기 위한 속임수?”

“아니. 그건 부가 옵션이고.”

“그럼 설마….”

숨이 막힐 정도로 놀란 연희의 입이 벌어졌다.

만약 그녀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이시운은 자기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천재란 것이 들어맞으리라.

“그래, 그 설마가 맞아. 그 떼거지 양아치 놈들의 눈과 귀를 돌려 바짝 쫄게 만들 겸, 좀비들이 그놈들을 공격하게 만들 겸. 이 두 가지 의도를 목표로 던진 거였지.”

“…그러다가 좀비들이 우릴 공격했으면 어쩌려고 그런 거였어? 도박이였어?”

“도박? 아니. 플랜 비였어. 놈들 중에 총을 들고 밖에 나온 놈이 있었잖아? 그놈은 분명 소리가 나는 쪽으로 총을 쏠 것을 예상했지. 네가 좀비라면 가만히 있는 사람을 먼저 덮칠래? 아니면 자기들을 향해 총질을 해대는 놈들을 먼저 덮칠래?”

“아아…….”

“그로 인해서 방금 그 떼거지 양아치 놈들이 차량으로 우릴 쫓지도 못하게 만들게 좀비밥이 되었고. 일석 삼조지.”

“어, 어떻게… 그 짧은 순간에 그런 방법을 생각해 낸거야?”

“남들보다 ‘여러 번’ 더 살아보면 위급한 상황에 그런 기지 정도는 떠오르게 되더라.”

“…….”

의미심장한 대답이었다.

연희는 한참동안 시운을 바라봤다.

‘너란 녀석은 정말 내가 넘기는커녕 도움조차 줄 수 없을 정도구나.’

묵묵히 운전하던 시운의 옆모습을 보며 그는 연희에게 감탄을 넘어 이젠 자기가 넘을 수도 올라갈 엄두도 낼 수 없는 벽같이 보였다.

‘네 능력은 날 초라할 정도로 만드는 구나.’

회의감까지 느끼는 연희의 퉁퉁 부어오른 손을 시운이 힐끗 보았다.

“그나저나 원펀치 죽이던데? 그 거구가 한방에 픽 쓰러지더라? 역시 헌터는 헌터야. 멋있었어.”

“아, 그래.”

편의점에서 챙겨온 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남은 문제는 숙식이었다.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한 채 눈을 붙이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건 자살 행위니까.

그렇다고 톨게이트를 진입한 후 도시 쪽으로 갈 수도 없었다.

도시에는 죽은 사람이 많다.

그 뜻은 좀비들이 들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자리는 고속도로 도로변의 휴게소 근처 모텔로 향했다.

고속도로는 전파된 차들이 꽤나 많았지만, 도시보다 훨씬 좀비의 수가 적었으니 안전했다.

고속도로 근처 산으로 올라갈 무리수도 두지 않았다.

산에는 들짐승들이 살며, 그 들짐승들 또한 감염이 되면 사람을 공격할지 안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로터 MoTel

고속도로 도로변 모텔의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텔 앞으로 차를 끈 뒤에 정차했다.

잠시 창문을 내리고 시운의 눈으로 좀비들을 살폈다.

“모텔 바깥에는 다행히 한 놈도 없군.”

그때였다.

졸린 시야 속에서 날이 밝은 하늘이 번쩍이며 노이즈 현상을 일으켰다.

“역시 그랬군.”

시운의 독백에 연희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시운이 설명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까 밤에 운전하면서 하늘이 잠시 미세하게 균열되는 현상을 봤어. 그걸 보고 난 한 가지 추론을 했거든. 시간이 지날 수록 이 현상은 또렷하게 자주 생겨날 것이라고.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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