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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3회차-138화 (138/278)

제 138화

사냥개

‘제발!’

시운은 어느새 눈앞까지 쇄도한 사백안의 눈을 그대로 바라봐주면서 속으로 빌었다.

이것은 계산된 일종의 도박!

만약 실패하면 여기서 세 번째 인생은 끝나고 말 터다.

그때였다.

시운의 말아쥔 주먹의 틈이 벌어졌고.

그 틈으로 생성된 투명한 검 한자루의 날은 절로 사백안에게 향했다.

[주의! 이 궁극의는 스킬에 해당되지 않으며 패널티는 시전자의 죽음입니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을 시전합니다.]

[타겟이 지정되었습니다.]

[주의! 이 궁극의는 스킬에 해당되지 않으며 패널티는 시전자의 죽음입니다.]

그리고 몰아친 알람음에 시운의 눈에 총기가 돌았다.

‘도박으로 내민 내 카드의 패가 들어맞았다.’

순간 그 빨랐던 사백안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면서 오른손에 들린 검이 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망한 것. 네 놈이 또 기행을 부리게 내가 놔둘 것 같더냐!”

번쩍!

두 눈과 입으로 푸른 열기를 뿜어내는 시운에게 위기의식을 느낀 사백안은 사력의 공격을 가해왔다.

차악!

“……?”

순간 터진 공기의 파열음에 사백안은 고개를 내리자 벌어진 피부 틈으로 쏟아지는 자신의 내장이 눈에 들어왔다.

‘내 마룡의 사제복이 고작 저따위 검에 이렇게 됐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구력이 레전더리 급인 마룡의 사제복이 저 따위 구식 검에 난자되다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는 헌터가 검을 들고 칼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몸놀림은 실로 기이했지만 낯이 익었다.

사백안이 그의 안면에 손을 뻗자 그 손은 헌터의 얼굴을 통과하고 허공에 멈췄다.

‘이럴 수가! 닿지가 않다니! 투명화란 말이더냐.’

그녀가 당황을 머금은 찰나.

쏟아진 검날은 사백안의 가슴을 꿰뚫고 그녀의 등 뒤까지 뻗어나갔다.

쿵! 사백안은 힘이 풀려 무릎을 꿇은 채 떨리는 고갯짓으로 뒤를 돌아봤다.

자신의 등까지 관통한 칼날은 피를 적신 채 멈춰있음이 보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이냐. 네 놈은 대체…. 설마.’

그녀는 다른 인간들보다 몇천 배 더 살아오면서 이계의 긴 역사를 두 눈으로 지켜봐왔으나 마룡의 사제복이 검 일격에 파손되었단 것은 소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동한 신성력때문에 헌터는 그 어떤 스킬도 쓸 수 없을텐데!

저 핏덩이라 부르기조차도 모자란 놈은 그런 이곳에 검을 소환하고 그 검으로 마룡의 사제복을 관통시켰다.

그것도 일격에.

‘그래. 방금 저놈의 검법은 분명 그놈의 것이다.’

헌터를 올려다보는 사백안의 눈은 확신에 차있었다.

쑤욱! 헌터가 검을 빼내자 사백안의 몸이 뒤틀렸다.

“…네놈은 헌터가 아니다. 방금 네 놈의 검법은 이미 옛적에 죽은 그놈이 사용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네 놈은 어떻게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단 말이더냐.”

피투성이가 된 사백안의 눈으로 휙, 돌아서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헌터의 등이 보였다.

그의 뒷모습은 사백안이 보았던 죽기 전 그 자의 뒤태와 똑 닮아있었다.

심지어 발산하는 차크라까지도!

“…설마? 환생? 네 놈이 환생하여 다시 이 땅을 밟은 것이더냐.”

그때.

서걱! 원심력을 실은 검날이 번쩍이자 사백안의 시야로 신전의 천장과 핏물 가득한 바닥, 겁먹은 눈으로 지켜보는 신도들의 모습들이 뒤엉켜 회전하며 들어왔다.

툭!

그녀의 시야가 멈춰 고정되자, 눈으로 목이 분리된 채 무릎을 꿇은 자신의 육신이 들어왔다.

‘내 목이 날아갔다니. 내 수천 년을 이어온 생의 끝이 고작 이거란 말이냐! 받아들일 수 없노라!’

터벅- 터벅-

그 찰나에 헌터는 검 한 자루를 쥐고 걸어와 자신 앞에 멈췄다.

“네 놈이 어떻게 돌아왔냐고 물었노라!”

덩그러니 나가떨어진 머리로 노성을 지르는 그녀의 두 눈을 내려다보던 헌터의 입술이 열렸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의 장면들이 뇌리로 스쳐간다더라? 근데말이야. 너 같은 년에게는 그딴 거 누릴 시간을 줄 생각은 없거든? 그러니 그만 뒈져라.”

“이, 이 노옴!”

푸욱!

역수로 쥔 헌터의 검이 움직이자 사백안의 뇌수가 터지며 흩뿌려진 피는 신전의 벽에 쏟아졌다.

‘…저 놈이 돌아왔으니 카인 공, 당신도…….’

띠링!

사백안의 두 동공이 위로 올라갔음을 확인하던 시운의 귓가로 알람음이 들려왔다.

[흑마법사 크리스티앙을 처치하였습니다.]

[퀘스트 라파엘 신전의 악마 퇴치를 완료하였습니다.]

[현재 장소의 신성력이 강제 해제되어 헌터 시스템이 재가동됩니다.]

‘후.. 드디어 죽였구나.’

“쓰러지셨어! 빨리 치료해야 해!”

“허, 헌터 님!”

“괜찮으세요?”

힘이 풀려 주저앉은 시운의 시야로 자신에게 뛰어오는 신도들이 점점 흐릿하게 보였다.

그때.

알람음은 멈추지 않고 연달아 들려왔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긴급 퀘스트가 도착하였습니다.]

[금기시 된 동귀어진을 시전한 댓가로 당신의 영혼은……]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에 알람음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런 시운의 머리 위로 창 하나가 떠올랐다.

[동귀어진(同歸於盡)][궁극의]

자신의 영혼을 바쳐 상대의 영혼을 꺼뜨린다고 전해져 오는 금기시된 고대의 검법.

-발동효과: 상대를 일격에 궤멸.

-조건: 시전자의 죽음.

-사용 제한: (0/1)

그때 ‘사용 제한’ 표시 부분 밑으로 자음과 모음의 활자가 조합되어 또 다른 문장이 생겨났다.

-사용 제한: (0/1)

-숨겨진 조건: 동귀어진을 사용한 이력이 있는 자에게는 조건의 패널티를 무효화 한다.

“으음….”

침음이 뱉어졌다.

시운은 눈꺼풀을 벌리니 흐릿한 시야로 낯선 천장이 보였다.

‘여긴?’

설마 죽어서 다시 회귀라도 한 거란 말이냐?

그럴 리 없다. 이미 영생의 팬던트의 부활 횟수는 한 번 더 남아있었다.

혹여나 동귀어진의 패널티가 부활 효과에서 배제되는 것이었다면?

‘안 돼!’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던 세 번째 인생이 모두 물거품이 돼 버리고 처음으로 돌아와 버린 거라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벌떡!

곧바로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흐릿하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지며 주위 사물들이 또렷해졌다.

방문만한 창가에 비치는 햇살.

자신의 팔에 꽂아진 링거바늘.

벽에 걸린 낯선 명화.

낯선 가죽으로 수놓인 기괴한 벽지들까지.

‘집이 아니야.’

집은 아니었다.

만약 진짜 죽었던 것이라면 익숙한 자신의 방에서 깨어났어야 맞았다.

‘링거바늘? 병원인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의 인테리어를 보니 병원은 아니었다.

문 밖으로 나가보려고 몸을 일으켰지만 하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피로가 축적된 탓이었다.

지금 이곳이 현계인지 이계인지 알아볼 방법은 딱 하나!

‘상태창.’

레벨: 103

근력 <257> 민첩 <154>

체력 <106> 지혜 73 지능 13

열정 8

살기 3

여유 스탯: 36

‘이곳은 이계군.’

떠오른 상태창을 보자 확신할 수 있었다.

현계라면 상태창이 작동하지 않았을 테니.

“후우! 죽은 건 아니었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잘못 돼서 죽고 회귀해버린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떠오른 상태창의 레벨을 보니 회귀로 돌아온 것은 분명 아니었다.

‘…레벨이 103이라고?’

시운의 입이 벌어졌다.

크리스티앙을 처치하고 분명 렙업 알람음을 듣긴 했으나 의식이 흐려진 와중이라 그 알람음이 몇 번 울렸는지 인지 못했었다.

라파엘의 신전에 입성하기 전 레벨은 93.

무려 10 렙업이라는 폭업이다.

‘대박인데?’

시운의 미소에 호선이 그려졌다.

레벨이 90대에서는 1 렙업 조차 빠듯한 구간이다. 퀘스트 없이 솔플로 던전에 하루종일 처박혀 몹만 때려 잡아도,

1 렙업을 하려면 빨라도 최소 이주일이다.

그런데 10 렙업이라니 엄청난 보상일 터.

‘그 개고생을 한 보람이 있었군.’

희열이 차오른 시운의 눈이 순간 빛났다.

‘이제 난 F급 헌터 중에선 넘사벽 레벨을 가졌다.’

폭렙으로 획득한 여유 스탯을 분배할 차례다.

이 때만 되면 참 가슴이 두근거린다.

입맛에 맞게 수치를 올려 강해지는 순간이니까!

‘난 히든 클래스이지만 힘캐다. 근력이 내 주를 이룬다.’

근력에 스탯 20을 분배했다.

‘강력한 근육을 버틸 유연성과 그 근육을 빠르게 다뤄주려면 민첩에도 신경을 써줘야지.’

민첩에 스탯 10을 분배했다.

민첩이 근력에 비해 너무 낮으면 골절이 잦고,

근육의 가동 범위도 좁아져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

‘마지막은 체력.’

나머지 여유 스탯 6을 체력 스탯에 던졌다.

체력은 헌터로서 가장 기본시 되는 스탯이다.

던전에서는 죽으면 저세상으로 향한다.

생명력이 뒷받침이 돼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레벨: 103

근력 <277> 민첩 <164>

체력 <116> 지혜 73 지능 13

열정 8

살기 3

여유 스탯: 0

스탯을 모두 분배하니 근육의 질이 탄탄해지는 느낌과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

체력을 분배하여 폐가 단단해지는 감각이 생생히 느껴졌다.

‘그 도박은 신의 한수였다.’

사백안과의 사투 때 김호용에게 받은 선물을 통해 아이템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했다.

‘귀가 스크롤을 사용하여 마을로 도망칠 수도 있었지.’

그러나 그렇게 했다면 유석과 혜령 정연희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클레우스 소드를 택해서 꺼내 싸울 수도 있었지만.’

시운의 예리한 눈으로 훑은 사백안의 사제복은 차원이 다른 장비였다.

스킬조차 쓸 수 없는 그 상황에서는 아클레우스 소드로 흠집조차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영생의 팬던트를 택했지. 그것은 도박이었다. 왜냐고?’

영생의 팬던트의 부활 잔여횟수는 두 번이었다.

가이오스의 탑에서 얻은 동귀어진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동귀어진을 사용할 수를 그린 것은.

‘동귀어진은 특성 표시가 ’스킬‘이 아니라 ’궁극의‘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지.’

영생의 팬던트를 택한 것은 동귀어진을 시전 후 패널티로 죽음을 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리고 그 도박은 제대로 먹히고 말았지.’

찰나의 순간에서 생존을 위해 수를 계산하고 펼치는 지금 시운의 그 감각은 이미 예전 시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었다.

‘잠깐. 그러고보니 긴급 퀘스트가 발동됐었는데?’

감기는 의식 속 그때.

분명 긴급 퀘스트가 도착했단 알람이 들렸었다.

그대로 퀘스트 창을 띄우자.

[완료 에정인 퀘스트 (1/1)]

[보관중인 퀘스트 (1/1)]

‘긴급 퀘스트가 보관중이군. 열어볼까?’

어차피 지금 확인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나중에 볼 필요는 없다.

무슨 퀘스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띠링!

[이십 년의 해방][긴급 퀘스트]

당신은 라파엘 신전의 성좌란 거짓가면을 쓴 크리스티앙을 처치하고 속박된 많은 신도들을 구원하였습니다.

라파엘 신전의 신도 가리아를 찾아가세요.

그녀는 당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건넬 것입니다.

완료 조건: 가리아와의 만남

완료 보상: 특별한 선물

‘특별한 선물?’

구미가 당겼다.

게다가 보상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도 않고 ‘특별한’ 이 붙은 선물이란다.

본래 퀘스트 창에는 보상이 대부분 표기가 되지만, 간혹 이렇게 애매하게 표기된 경우는 일반 보상을 뛰어넘는 특수한 보상이다.

호기심이 끌어 올랐다.

‘일단 내가 해야할 일은 휴식….’

그렇게 밤이 되었다.

푹 휴식을 취하니 몸을 거동할 수 있었다.

방을 나와 그 건물을 나오니. 미월 마을의 야경이 들어왔다.

방금 그곳은 미월 마을의 센터였다.

일종의 병원 개념의 센터.

의식을 잃은 시운을 신도들이 부축해 이 센터로 옮겼다는 사실도 전해들었다.

혜령과 유석, 정연희도 무사히 살아남아 저 센터에 입원중이다.

시운은 고개를 들었다.

달이 보였다.

달을 바라봤다.

미월 마을에서 보이는 달은 유난히 밝게 빛났다.

달을 바라보는 시운의 두 눈에 의지가 비쳤다.

‘곧 만나게 될 그림자들아. 너희들을 다 깨부숴주마. 그리고 더러운 가식을 뒤집어 쓴 윤동석. 당신이 협회를 파멸시키게 두지 않겠다. 당신을 물어뜯을 개. 내가 그 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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