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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3회차-142화 (142/278)

제 142화

SS급 스킬들

“……….”

나의 도발에도 창잡이는 무표정이다. 놈의 두 안광은 번뜩이지도 않았고 살기를 더 뿜어내지도 않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파훼법은 찾았다.

이제 시작해볼까? 근데 이 파훼법은 노가다를 필요로 한다.

타악! 난 그대로 창잡이에게 뛰어갔다. 예상대로 놈의 창이 날아온다. 창을 검으로 쳐냈다.

저 멀리 있는 도깨비의 오른쪽 눈이

번쩍인다.

‘그 다음 패턴은 도깨비 왼쪽 눈이었지.’

그대로 사이드 스탭을 통해 옆으로 빠져 마법사를 향해 달려가는 시늉을 했다.

부웅! 창잡이의 창이 대각선에서 날아든다. 왼 어깨를 움직여 피해냈다.

그때 도깨비 왼쪽 눈이 번쩍였다.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도깨비의 두 눈이 번쩍였다.

드르륵! 순간 도깨비의 벌려진 입이 조금 닫혔다.

‘역시! 여기까지가 내가 발견한 패턴이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오른 눈. 왼 눈. 양 눈.

그래서 입이 닫혔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알아낸 세 번째 패턴까지의 순서다.

성문 위에 장식된 저 석상 도깨비의 입이 완전히 닫혀야 무언가가 발동할 것이다.

저 도깨비의 두 눈을 순서에 맞게 밝혀야 도깨비의 아가리가 완전히 닫혀진단 것이다. 한마디로 비밀번호를 맞추는 거라고 보면 된다.

이제 네 번째 패턴을 맞출 차례. 패턴이 한 번이라도 어긋나면 도깨비의 입이 원상태로 돌아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까 이 시점에서 창잡이를 공격하니까 도깨비 석상이 원상태로 돌아왔으니.’

숨겨진 네 번째 패턴은 마법사를 향하던지 뒤로 물러나던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뒤로.’

뒤로 물러났다. 도깨비의 두 눈이 번쩍였다.

‘이거다.’

알 수 있었다. 도깨비의 입이 다시 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네 번째 패턴이 이것이었다.

타다닥!

곧바로 창잡이에게 뛰어갔다. 그러자 도깨비 왼쪽 눈이 밝혀지면서 다시 도깨비의 입은 벌어지며 본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씨발. 이거 완전 개노가다다.

그래도 하는 수 밖에.

다시.

난 움직였다.

일단 창잡이놈에게 뛰어든다. 그게 첫 패턴이니까.

오른 눈. 왼 눈. 양 눈. 양 눈.

다시 도깨비의 입은 좀 닫힌 상태. 여기서 다섯 번째 패턴은 왼 눈?

창잡이를 교란시키며 마법사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도깨비 왼쪽 눈이 번뜩였다.

드드득! 도깨비의 입이 더욱 다물어졌다. 이거다!

여섯 번 째 패턴도 찍어맞출 차례다. 이번엔 뒤로 물러나봤다.

그 순간 벌려진 도깨비의 아가리….

또 틀렸다.

다시!

그렇게 난 한 시간이 흘렀다. 패턴을 맞추기 위해 난 쉼없이 개노가다를 하며 움직여야 했다. 비오듯 땀이 쏟아진다.

이 노가다의 반복으로 난 아홉 번 째 패턴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제 열 번 째 패턴을 맞출 차례!

‘…도깨비의 입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이다.’

잘 맞춰야 한다. 지금 내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은 비오듯이 흐르고 있다. 피로도 수치가 정점을 찍고 있다는 알람도 들은 후였다.

‘이번 패턴은 반드시 이거겠지.’

난 백스탭을 통해 뒤로 물러났다. 이번 패턴은 분명 이것일 것이다. 바로 전, 전의 실험을 통해 이 차례에서 우안, 좌안이 빛나자 도깨비의 입이 다시 벌어졌기 때문이다. 남은 건 이것 하나!

그때였다.

드드드드!

“뭐, 뭐야?”

예상치 못한 광경에 내 눈이 커졌다. 도깨비의 입이 다시 벌어진 것이었다. 아니. 분명 남은 경우의 수는 이것 하나 뿐이었는데?

“씨팔, 진짜. 차라리 강한 몬스터가 확 나타나 그걸 죽이라고 하던지 하지.”

열 번 째 패턴은 우안도 좌안도, 양안도 아니었다. 그렇단 뜻은 숨겨진 패턴으로 열 번 째 패턴을 맞추란 뜻이다.

포기할 수 없다. 안한다. 세 번이나 굴러먹다 살아난 내 3회차 인생이라고. 내 근성은 일반인과 다르다. 이깟 노가다 하나 못 끝낼 내 근성이 아니란 말이지?

타닥! 탁! 타닥!

존나 힘들지만 난 다시 움직였다.

이제 다시 열 번째 패턴의 차례.

난 주변을 그대로 오목조목 훑었다.

아주 뜯어보듯이 자세하게. 검은 로브를 걸친 창잡이가 날 감정 없이 바라본다. 뒤에 마법사놈은 두 손을 오므리고 있다. 도깨비의 입은 완전히 닫히기 전이다.

이번 해답이 뭘까? 뭘까.

‘마법사를 향해 가는 것도 아니고 창잡이에게 돌진하는 것도 아니고 뒤로 물러나는 것도 아니라면.’

펄쩍! 난 두 다리를 오므리고 점프하여 위로 도약했다. 높은 근력과 민첩 스탯 덕분에 몇 미터 이상 날아올랐다. 공중으로 치솟는 내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마법사와 창잡이.

타악! 지상에 착지하고 도깨비 눈을 살폈다.

“……….”

아무 반응이 없다. 이건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뭘까? 뭐란 말이냐.

그렇게 삼십 분이 흘렀다.

삼십 분간 별짓을 다 해봤다. 창잡이를 공격하는 척 하면서 마법사에게 달려들다가 말을 찔러도 보고.

뒤로 물러나며 검도 던져보고 입으로 말을 하며 공격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입으로 “열려라 참깨!” 라고 까지 외쳤다, 병신같이도. 근데 열 번째 패턴은 알아낼 수 없었다.

“허억. 허억….”

숨이 가쁘다. 이제 피로가 극에 달았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다. 단지 내가 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일뿐.

“…설마?”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근데 그 묘안을 실행하려면 리스크가 컸다. 만약 피로가 가중된 이 상황에서 그 방법도 실패한다면 난 진짜 위험해진다.

그래도 해보자. 어쩌면 그게 정답일 지도 모른다. 난 이계에서 꽤나 여러 번 도박을 해봤다. 결과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이번에도 제발!

난 검을 번쩍 들어 내 왼 팔뚝에 검신을 갖다대었다. 그리고 내 팔뚝을 그대로 그어내렸다.

아프고 뜨겁다. 팔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그때였다.

도깨비의 양 눈이 붉게 번쩍였다.

드드드드득!

그리고 도깨비의 아가리는 움직여 완전히 닫혀졌다.

저놈들이 아닌 나를 공격하는 것 이것이 열 번째 패턴이었던 것이다.

[마력의 결계가 해제됩니다.]

귓가에 알람이 들려왔다. 순간 창잡이의 눈이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항상 초연했던 놈이 처음으로 당황한 티를 낸 것이다.

난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창잡이에게 돌진했다.

쎄에엑! 놈의 창은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내게 날아들었다.

탕! 난 우측으로 굴러 놈의 창을 피했다. 놈의 창은 빈 땅에 깊게 꽂힌 채였다. 타다다닥! 그대로 난 마법사에게 달려가 추진력을 실어 뛰어올랐다.

“죽어라!”

점점 마법사놈의 면상이 가까워졌다. 놈의 늙은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푸욱! 그대로 놈의 목구녕에 칼을 쑤셔 박아주었다.

“…켁! 케엑!”

놈의 목을 뚫고 뻗어있는 내 검날의 끝이 떨렸다. 놈은 숨을 헐떡거리며 입을 마구 벙긋거리더니 두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팔에 힘을 줘 검신을 움직이자 놈의 목살이 뜯겨져 나간다. 놈의 목이 기울어 좀비처럼 머리가 기운다.

쿠웅!

마법사놈이 바닥에 늘어졌다. 뒤를 돌아봤다. 말을 탄 창잡이가 자신의 머리를 양팔로 감싸 쥐며 괴성을 지른다. 그리고 놈도 사라진다. 동시에 주변의 대지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은 당신이 이번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방식을 토대로 결정됩니다.]

보상이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방식으로 결정된다고?

잇따라 들려오는 알람소리다. 내 두 눈으로는 사방의 대지가 붕괴되며 주저앉은 광경이 보이고 있다.

[창을 든 망자는 고대의 사베르트 여왕의 무덤을 수호하는 망자였습니다.]

[지팡이를 든 망자는 고대의 사베르트 여왕의 문지기를 담당했던 망자였습니다.]

[창을 든 망자의 창에 생을 달리한 자만 수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지팡이를 든 망자의 마력은 일국의 대도시를 단번에 궤멸시킬 수치였다고 전해집니다.]

[당신은 그런 망자들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당신은 ‘특별한 용기’를 가진 자로 인정됩니다.]

[이카루스 대륙에서는 ‘특별한 용기’를 가진 자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자라고 불려왔습니다.]

[불굴의 의지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뜻합니다.]

[당신은 ‘특별한 용기’를 지닌 자입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수 스킬 ‘초염란’을 획득하였습니다.]

특별한 용기? 스킬 초염란이라고?

순간 글씨가 적힌 창이 떠올랐다.

[초염란][특수 스킬]

꺼져가는 심장의 열기에 용기를 불어넣어 강제로 가동시켜 타겟에게 꺼지지 않는 천도의 화염을 선사한다.

대미지: 자신의 순수 근력 스탯의 세 배가량의 수치를 적에게 매초마다 선사한다. 지속 시간은 20초.

발동 조건: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인간’에게 피격을 당할시.

재사용 시간: 24 시간.

1. 주의 요건: 초염란의 불꽃은 장소와 그 어떤 스킬에도 구애 없이 일정시간동안 무조건 타오른다.

2. 주의 요건: 본인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에게만 시전할 수 있으며 영혼을 가진 인간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순간 놀란 내 두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였다.

와! 이, 이건 엄청나잖아?

순수 근력 스탯의 세 배의 대미지를 초당으로 환산하여 20초나 적에게 쥐어준다고 한다. 이건 말 그대로 엄청난 스킬이다.

그러나 보상을 정하는 알람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당신은 그런 망자들과 조우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수를 생각해냈습니다.]

……뭐?

이게 끝이 아니라고?

[당신은 끝없이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수를 생각해내었습니다.]

[망자의 창을 끝까지 받아내고 또 다른 망자에게 끝없이 달려가였습니다.]

[수천 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당신은 망자들을 타도할 수를 궁리하고 실행하였습니다.]

[당신은 심지어 자신의 몸을 해하면서까지 수를 생각해내었습니다.]

[당신은 그런 ‘피 같은 근성’을 발휘하며 망자들을 물리쳤습니다.]

[당신의 그 의지는 ‘피 같은 근성’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패시브 스킬 ‘이 근성에 반만 따라와’를 획득하였습니다.]

‘…이 근성에 반만 따라와? 스킬명이 뭐 이러냐? 근데 궁금은 하네.’

기대되는 설렘을 안고 다시금 떠오른 창으로 눈을 돌렸다.

[이 근성에 반만 따라와][패시브]

당신의 근성은 일반인들의 근성과는 다른 차원과 영역에 있는 근성이라 칭한다. 예부터 항상 피와 땀을 흘리는 근성을 지닌 자에게는 언젠가 두 배의 수확이 주어진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일화는 지금부터 당신에게 실제로 구현될 예정이다.

보유 효과: 모든 경험치를 두 배로

가중시켜 획득한다.

‘오… 오, 오오오… 오오오오! 경험치가 두 배라고?’

온 몸에 전율이 휘감아 돌았다. 아니, 이런 스킬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경험치를 두 배로 받을 수 있는 스킬이라니! 지금 내 시점에선 대박. 아니 초대박. 아, 아니……초초초초 대박의 스킬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휘몰아치는 카타르시스에 주먹을 쥐고 어퍼컷을 날리고 있는 그때.

[‘시련의 자격’을 증명하는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였습니다.]

[당신의 자격은 누군가의 시련을 경험하기에 충분합니다.]

[퀘스트 ‘이터널 라이프’가 도착하였습니다.]

[퀘스트함에 자동으로 보관됩니다.]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였으므로 본래의 장소로 강제 귀환합니다.]

알람 소리가 멀어지면서 내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십일이 흘렀다. 그 십일 동안 시운은 일행과 협력퀘스트에 매진했다. 협력퀘스트는 미월의 근처 탑과 던전 몇 개를 소탕하는 임무였다.

“하하하하! 역시 자네다워. 수고들이 많았네, 많았어.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서 우리 주민들을 습격하는게 여간 골치가 아니었거든. 자, 이것은 보답일세.”

미월의 수호대장 가리오스가 말을 끝마치자 시운의 전신에서 임팩트가 뿜어져 나온다.

[퀘스트를 완료한 보상으로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스킬 ‘이 근성에 반만 따라와’가 발동합니다.]

[스킬의 효과로 인해 경험치를 추가 획득합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레벨 업을 하였…………]

반가운 알람음이 쏟아진다.

레벨 업 임팩트로 인해 시운의 전신에 파란빛이 쏟아졌다. 그런데 그 파란빛 위로 또 다른 색의 임팩트가 덧씌워 쏟아졌다.

‘쏠쏠하군. 패시브 스킬 효과로 경험치를 두 배로 받아버리니 폭업을 해버리는군.’

시운은 흡족함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반면 유석은 시운의 몸에 연달아 타오르는 임팩트를 보자 눈이 가늘어졌다.

‘보통 레벨 업을 하면 파란빛이 뿜어지는데 저 색은 뭐지?’

유석은 그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시운은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분명 저 못보던 임팩트의 색 또한 단순한 우연은 아닐 터.

‘이시운의 현재 레벨은 몇일까.’

미월에 당도하기 전, 스타트부터 시운이 자신보다 레벨이 높다는 건 짐작했다. 이시운과는 같이 협력 퀘스트를 완수해왔다. 중간중간에 이시운이 동료들에게 말도 없이 사라질 때도 있었다.

그때 분명 저 괴랄한 회귀자가 편법을 써서 성장했을 터였다. 저 자는 그런 자니까.

그때 가리오스가 말했다.

“이시운이라고 했나. 자네에겐 자네 동료들보다 특별히 많은 경험치를 담아서 주었다네. 내 성의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아주시게.”

“감사합니다.”

시운은 입꼬리를 찢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시운이 유석과 혜령보다 가리오스와의 우호도가 높아서인지 시운에게는 보상도 더 컸다.

그들은 보상을 받고 광장으로 나왔다. 장유석은 궁금함을 참지 못해 시운에게 물었다.

“당신 지금 레벨이 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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