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51화 (151/278)

제 151화

결전 (1)

‘뭐지?’

시운의 눈이 커졌다. 그의 시야로 사막 한복판을 채우고 있던 병사들이 절규하며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고맙게도 자신을 위해 격투를 벌여준 자생도의 늑대들의 사체가 즐비해 있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네. 부디 도움이 되었길.”

“정말 고마웠다.”

자생도의 리더 레카드는 그 말을 남기고 남은 동료들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병사들의 영혼은 검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솟았고 뼛가루는 재가 되어 사막에 흩뿌려졌다.

그때, 시운의 시야로 식충인간의 육신이 떨리는 것이 비춰졌다.

그 뒤로 무언가 신형이 나타났고 그 신형이 움직이자 식충인간의 목이 옆으로 잘려나가 떨어졌다.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다들 뒤로!”

세준의 외침이었다.

모두가 뒤로 물러났다.

그때 시운의 눈으로 신형 두 개가 보였다.

‘그림자들..?’

단도를 들고 있는 남자와 건틀렛을 착용한 남자였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단도의 칼날은 초록색 피가 묻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몸에 긴장이 바짝 들어간 그때, 총알처럼 쇄도해온 대머리가 수혁의 머리통을 손아귀로 움켜잡고 그대로 땅에 쑤셔박았다.

사막에 뇌수가 터져 흐르며 몸을 떨던 맹수의 움직임이 멎었다.

“수혁씨!”

“주, 죽은거야?”

“당황하지 말고 뒤로 빠진다!”

팀원들이 일제히 뒤로 더욱 물러났다. 시운이 본 저 대머리의 속도는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였다.

어쩌면 여기서 정말 죽을 수 있단 생각이 현실적으로 밀려왔다.

“…….”

그림자 둘은 감정 없는 눈빛으로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유석, 시운 전방으로! 태식 씨 당신은 중앙. 강혜령 너는 좌측에서 서포트! 힐러는 후방!”

세준이 황급히 지시를 내렸다.

그런 지시를 내리는 와중에 그림자 둘은 가만히 이들을 지켜보았다. 바람이 쎄하게 불어왔다.

시운은 장검에 쥔 손을 꽉 움켜잡았다. 옆으로 다가온 유석이 땅속에 파묻혀 핏덩이가 된 수혁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전 동고동락 했던 동료가 저런 꼴이 되어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는 듯이.

“예상보다 강한 느낌입니다. 조심하세요.”

시운은 곧바로 일미호를 소환했다.

캉!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일미호의 외형이 전보다 자란 느낌이었다.

“…….”

이상하게 소환되자마자 일미호는 말이 없었다. 평소라면 달랐을 텐데.

“저 둘의 전력이 파악이 되냐?”

시운이 일미호에게 물었다.

“더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일미호는 시선을 거둬 시운의 일행들을 둘러보고서는 말을 이었다.

“너희로는 안 될거야.”

그때, 그림자 둘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대머리가 차츰차츰 걸어왔다.

쌔애앵-!

시운의 귓가로 화살이 지나쳐 대머리에게 쇄도해갔다.

탁! 대머리는 손아귀를 펴 화살을 받아내고 화살대를 분질러 땅에 던지며 걸어왔다.

곧바로 팀원들의 마법 스킬이 대머리에게로 쏟아졌다.

여러 속성의 마법에 의해 연기가 자욱해졌다.

“임가혜 씨!!”

시운이 외쳤다. 오직 그만이 연기 속 대머리의 움직임을 투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헉….”

후방에서 나는 소리에 유석이 뒤를 돌아봤다.

‘아니..어느새 저기까지?’

대머리는 가혜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허공에 든 상태였다.

얼굴이 벌개진 가혜는 컥컥, 거리며 몸이 들린 채 떨었다.

‘화룡의 도약’

포물선을 그리듯 날아간 시운이었지만 그 옆으로 가헤가 반대편으로 던져져 날아가고 있었다.

‘제기랄!’

임가혜는 대머리의 완력에 의해 성까지 날아가 성벽 위 깃발에 꽂힌 창에 떨어져 몸이 꿰뚫렸다.

“마, 맙소사….”

그녀는 성 위에서 창에 배를 관통단한 채 예수처럼 두 팔을 벌리고 피를 토하더니 고개를 떨궜다.

모두가 절망에 빠진 눈이었고 쉽사리 다리가 움직여지질 않았다.

실로 압도적인 전력!

“게이트가 열렸을 것이다! 바로 빠져나간다.”

세준이 소리쳤다. 순식간에 유능한 팀원 둘을 잃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의 원래 계획이고 뭐고 없었다. 송출의 임무 또한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피해야 한다는 결론만 도출될 뿐이었다.

그때 모두의 시선이 미궁으로 이어진 게이트로 모였다.

단도를 든 남자가 게이트를 막은 채였다.

도망치게 놔두지 않는다는 듯이.

시운은 유석과 눈빛을 주고받고 대머리에게 돌진했다.

타타타탁!

전력 질주하여 도움닫기로 5m나 날아오른 시운이 대머리를 향해 횡베기로 검을 베었다.

그러나 대머리는 상반신을 숙여내 피한 뒤 유석의 주먹을 한손으로 받아쳤다.

계속해서 시운의 검신이 대머리를 향했다.

왼팔로 시운의 검격을 모조리 받아내며 유석의 공격은 오른팔로 받아내기 시작했다.

칼날을 움직이는 사이에서도 시운은 대머리의 눈빛을 봤다.

그의 눈빛은 아무 감흥이 없다는 듯했다.

‘일미호.. 부탁한다.’

그때, 대머리의 상체가 비틀거렸다. 뒤에서 일미호가 꼬리를 칼날로 만들어 그의 등을 후려친 것이다.

퍼억!

팔꿈치로 턱을 가격당한 유석은 반대편으로 날아가 뒹굴었다.

“쿨럭!”

그 여파로 모래가 한웅큼 입에 들어간 유석이 기침을 한다.

그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세준과 혜령, 한별, 태식은 단도를 든 남자와 대치 중이었다.

전의가 모조리 상실된 기분이었다. 그의 망막으로 처참히 죽은 수혁과 가혜가 비춰졌다.

‘...여기서 죽는건가..’

시운은 전력을 다해 검을 아래베기로 베어냈다. 대머리가 그 검을 두 손으로 맞잡자 검이 움직이질 않았다. 일미호가 이빨로 대머리의 허벅다리를 씹자 대머리는 군화로 일미호의 머리를 짓밟아버렸다.

일미호의 머리가 걸레짝이 되며 사막 깊숙이 파묻혔다.

‘내 근력으로도 힘에서 이렇게나 밀리다니..’

퍼억!

시운은 대머리의 복부를 발로 찼다.

퍽퍽!

두 번 연속으로 발로 배를 차주자 대머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무리 놈이 강하다고 해도 시운의 발길질은 근력 스탯 300을 넘은 발길질이다. 일반인이었다면 복부가 터졌을 치명상.

대머리의 손에 힘이 풀리자 검을 고쳐 잡고 야수베기를 시전했다.

맹호의 괴성이 깃든 검기가 대머리의 가슴팍에 꽂혔다. 부웅! 대머리의 주먹이 날아오자 허리를 비틀어 피해냈다. 그의 주먹은 시운의 발이 있던 모래에 꽂혔다.

‘흑화광참.’

대머리를 향하던 칼끝에서 검은 성화가 폭발하듯 타올라 주위를 뒤삼켰다.

* *

세준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내리자 단도에 깊숙이 찔려 피가 흐르는 오른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피는 지혈을 마쳤지만 다리에 경련이 심했다.

검은 래쉬가드를 입고 단도를 든 남자는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마치 영혼 없는 로봇같달까.

세준은 눈빛으로 팀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레플레이션.’

그 순간, 땅속에서 굵은 넝쿨이 솟아나와 단도의 다리와 팔을 휘감았다.

“지금이다!”

쐐애앵! 그대로 화살이 날아와 단도의 가슴팍에 꽂혔고 뒤이은 팀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웨폰 솔프.’

세준이 시동어를 되뇌이자 완드의 외형이 두 개의 기형검 형태로 변했다.

텔레포트를 통해 단도의 머리 위까지 도달한 세준은 그대로 두 개의 기형검을 단도의 양 어깨를 조준해 내리쳤다.

푸욱!

살점을 파고 들어간 감각이 손으로 또렷이 느껴졌다.

“이제 어쩔테냐?”

기형검을 그대로 뽑자 단도의 찢어진 래쉬가드에서 피가 솟아쳤다.

그런데.

단도는 거친 호흡조차 내뱉지 않았다. 그때, 단도의 손부터 발, 그리고 목덜미까지 검은 핏줄이 솟아와 얼굴까지 뒤덮었다.

파악!

그때 태식이 뻗은 단검을 단도는 두 손가락으로 잡아채 휙 꺽자 태식의 단검이 맥없이 부서졌다.

“...이럴수가?”

푸욱!

“……허억.”

태식의 옆구리에 단도가 쑤셔 박히며 그의 허리가 숙여졌다.

재빨리 연희가 텔레포트를 통해 태식을 낚아채 이동했다.

쐐애앵!

단도는 연달아 날아오는 화살이 귀찮다는 듯이 손으로 탁탁 쳐냈다.

화살은 튕겨나가 사막에 꽂혔다.

세준의 눈빛이 진해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그렇다면 시간을 벌 수 밖에..’

세준의 시선이 성쪽 아래로 돌아갔다. 늑대와 짐승들의 사체가 토막나 역한 풍경을 그린 그곳이었다.

‘이 스킬을 쓰면 이제 내 마력은 다한다... 하지만..’

세준은 그곳을 향해 손아귀를 뻗었다. 그리고 속으로 시동어를 되뇌이자 피칠갑이 되어 누워있던 늑대들이 눈을 뜨며 하나둘씩 일어났다.

‘...저 단도를 게이트에게서 멀어지게 해라.’

입가로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늑대들 수백 마리가 으르렁 거리며 단도를 향해 쇄도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단도는 세준을 쳐다봤다.

의문의 눈으로.

.

.

.

푸드드득! 마지막 늑대 한 마리의 내장이 쏟아지는 소리였다.

단도는 게이트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모든 늑대들을 육편으로 만든 후였다.

피를 잔뜩 뒤집어 쓴 단도의 얼굴은 냉혈한 살기를 그대로 뿜고 있었다.

‘틀렸다..제기랄.’

세준은 더 이상 마력을 끌어모을 힘이 없다는 걸 인지했다. 남은 팀원들조차 쓰러져 호흡만 내뱉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걸까. 아님 우리를 갖고 노는걸까.

단도는 우리를 마무리하지 않고 게이트만 막고 서있을 뿐이었다.

그 단도의 눈이 한곳으로 옮겨갔다.

세준도 그를 따라 시선이 그곳으로 향해갔다.

‘...뭐야?’

시운과 대치 중이던 대머리의 어깨가 불에 타오르고 있었다.

얼굴이 뭉개질대로 뭉개진 시운은 마지막 전력을 다해 검날을 뻗었다.

그 검날은 대머리의 목 뒤끝까지 그대로 관통했고 대머리는 끅끅, 거리며 혀를 내밀고 무릎을 꿇었다.

팍! 검신을 거두고 발로 차니 대머리는 동공이 멎은 채로 늘어졌다.

“하아…. 하아….”

시운이 세준을 향해 처벅처벅 걸어왔다.

세준은 그런 시운을 보며 회의감을 느꼈다.

‘우린 넷이서 저놈 하나 못 당해냈는데 네놈이 저 놈을 혼자 상대했다고?’

그러나 시운도 지친 기색이 가득한지 당장에 쓰러질 기세였다.

그때 단도가 시운을 향해 튀어나갔다.

그 덕분에 게이트의 경로는 확보가 되었으나 모든 팀원들이 걸을 힘조차 없었다.

철퍼덕.

시운은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쓰러졌다.

‘초염란 덕분에 한 놈은 처리할 수 있었지만 저놈은 내가 당해낼 수가 없다.’

피로 얼룩진 단도를 들고 냉혈하게 걸어오는 놈을 보고 있자니 겁이 밀려왔다.

이번 세 번째 인생도 끝인걸까?

이번만큼은 정말 성공하고 싶었는데….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레크라스를 소환했다.

레크라스는 공중을 비행하여 회전하여 단도를 향해 날아갔다.

‘폭파.’

단도의 얼굴 부분에서 그대로 레크라스가 자폭을 했다. 털이 휭휭 휘날리며 연기가 피어졌으나 단도는 그 정도로는 생채기조차 입질 않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꿀꺽.”

침이 절로 삼켜졌다.

단도가 시운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다.

네 따위가 감히 내 동료를 죽였나? 라는 눈으로 그가 역수로 단도를 쥐었다. 그리고 그 단도가 시운의 목덜미를 향해 쏟아졌다.

차앙!

“…!”

아픔이 느껴지질 않았다. 시운은 순간적으로 감았던 눈을 떴다.

장검을 든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장검을 오른손에 쥔 그가 살짝 고개를 돌리자 그가 쓴 안대가 보였다.

“…맹인?”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방금 날 구해준 것은 분명하다.

“너야말로 맹인이라 들었다.”

사내가 시운에게 태연히 물어왔다.

임원회의실의 분위기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영상 송출이 꺼지고 하얀 화면만 비춰지던 스크린을 보던 많은 눈들은 대부분 절망이었다.

‘…다 죽은거구나.’

‘방금 분명히 봤다. 블랙 헌터의 그 움직임.’

안구를 통해 송출을 담당하던 수혁이 습격을 받으며 그대로 사막에 파묻혀졌고 스크린에는 사막 속에서 수혁의 신음과 함께 피가

번지는 것이 송출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협회장님. 이제 어찌하실 겁니까?”

감사과 제1부장 민철이 물었다.

“일단 기다려들 보게.”

“이번 건은 너무 무모했습니다. 만약 이 건이 기사로 실린다면 꽤나 골치가 아파질 겁니다. 인권관리위원회부터 시작해서 검찰 측에서 수색영장을 들이밀고 대대적 감사가 이루어질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기다려 보라니깐.”

민철은 한껏 여유로운듯한 대익의 태도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검증된 헌터들도 아니고 F랭크 헌터 조무래기들을 범죄단의 한 조직의 정보룰 수집해오라는 임무를 맡겼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골치 아플 것이 많았다.

어쩌면 협회장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인데.

그때 동석은 임직원들에게 이 일을 수습할 준비를 하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 광경이 눈에 들어온 대익이 동석을 불렀다.

“부협회장님. 아직 성급하신 것 같습니다.”

“성급하다니요? 마지막으로 송출된 그 장면을 보질 못하셨습니까?”

“그런데 그것 치고 부협회장님의 표정은 뭔가 개운하단 표정이십니다?”

대익의 말에 동석은 주위 눈치를 살피며 안경을 매만지더니.

“허허, 그런 농담은 지금 하시는 게 아닙니다. 협회장님이야말로 왜 이렇게 느긋하신지요? 기자들부터 노조, 검찰 감사 등등에 대한 준비를 지금 해놔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다려 보십시다. 박수혁이란 친구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다른 팀원들이 살아있을 수도 있어요.”

“그럼 참 좋겠지만 그럴 일은….”

동석을 보던 대익의 눈매가 기분나쁘다는 듯 가늘어졌다.

한편 동석은 속으로 환희를 삼키고 있었다.

‘이로서 당신의 그 자리를 차지하는 첫 발판이 만들어진 셈이군. 부정하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네.’

그 순간이였다.

“협회장님! 스크린을 보십시오!”

누군가의 외침이 들리자 일어나 움직이던 임직원들의 고개가 그대로 스크린으로 돌아갔다.

그들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예상치도 못한 광경이 송출되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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