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55화 (155/278)

제 155화

강남 나이트클럽 부킹 퀘스트 (2)

여기는 둠 형식의 나이트 안이다.시끄럽게 울리는 노래 사운드와 웨이터의 이끌림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움직여지는 여성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그 붉은 머리가 태생에 검만 잡고 살아서 청춘도 누리지 못했으니 후생인 나보고 즐겨달란 거잖아.’

초전생의 꿈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청춘도 즐기지 못했고 검만 잡고 억울하게 살았다……. 어쩌면 네가 그런 내 소망을 이뤄줄 수도 있겠구나.

아무튼 잡생각은 떨치자.

제한 시간 내에 여자를 꼬셔서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보상도 주어질 것이고, 이 퀘스트를 수행하기 전 그 어떤 퀘스트도 수행할 수 없다.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단 소리다.

“…맥주 세트로 드실 거에요?”

웨이츄리스 이쁜이가 아직 정하지 못했냐는 듯 물어왔다.

“테이블 말고 부스로 옮길게요.”

“아? 정말요?”

내 말에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내가 지출한 돈에 따라 그녀에게 인센티브가 갈 테니까.

춘식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이트 클럽에서 여자를 꼬시고 싶으면 일단 돈이 좀 있는게 최고야. 1순위가 룸, 2순위가 부스, 3순위가 테이블이야.

아무리 남자가 맘에 들어도 여자들은 테이블에서 초라하게 먹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그렇게 말했었다.

주어진 시간은 딱 세 시간 뿐이다.

부스가 테이블보다는 비싸지만 룸보다는 싸고 적당하기에 옮겼다.

2층의 부스로 이동해서 앉으니 스테이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술은 어떻게 드려요?”

보자. 부스까지 온 김에 확실하게 하려면 아무래도 양주를 먹어야겠지.

맥주로는 여자를 유혹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으니까.

“골든블루 세트 이거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쁜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눈꼬리를 베시시 올렸다. 그녀의 큰 가슴이 출렁였다.

“그런데….”

그녀가 날뚫어지게 쳐다본다.

아. 팁 달라는 말이구나.

그래도 나이트에 왔으면 웨이터에게 팁은 좀 찔러줘야 그나마 웨이터 구실을 해준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여기.”

난 그녀에게 2만원을 챙겨주자 그녀는 넙죽 받으며.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 부킹은 손님 담당 이쁜이가 책임질게요!”

“계속 부킹 해오는 거 보고 잘하면 좀 더 챙겨드릴게.”

“넵!”

나는 은근 떡밥을 던졌다.

팁은 더 줄 생각은 없다.

내가 뭐, 돈이 남아나는 사람도 아니고.

테이블 위에 양주와 과일안주가 셋팅되어 올려졌다.

그 테이블 앞에는 빨간색 봉이 올려져있다. 그 봉을 위로 올리면 주위에 있던 웨이터가 보고 이쪽으로 온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쁘고 어린 언니야들 데리고 올게요.”

이쁜이는 씩 말하고서 바로 움직였다.

난 스트레이트 잔에 양주를 채우고 얼음이 담긴 물잔에 양주를 희석시켜 쭉 들이마셨다.

“음…. 맛있네.”

광활한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은 좀비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그중 한 여자는 긴 머리를 위로 쓸어올리며 뒤에 있는 남자의 하체에 자신의 엉덩이를 요염히 비비며 뇌쇄적인 눈빛을 짓고 있다.

지금 내가 사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누가 보면 철이 없다고 할 지언정. 이유가 있고 명분이 있는 사치였다.

게다가 천세정과의 일로 머리를 식히고 싶었는데….

그때였다.

“자, 자 언니야 데리고 왔어요 옆으로 비켜주시고.”

이쁜이가 여자 손목 하나를 이끌고 내 옆으로 밀어넣었다.

부킹녀는 내 옆에 앉아 쑥스럽다는 듯 내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여성분이 어색해하네. 오빠가 술 한잔 따라줘야지.”

팁을 준 이유에서일까. 이쁜이가 일을 열심히 한다.

나는 양주를 올려 그녀의 스트레이트 잔을 채워줬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이쁜이는 그렇게 사라지고 부킹녀는 내 얼굴을 슬쩍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럼에도 가지 않는 이유는 내 얼굴이 썩 괜찮기 때문 아닐까.

난 그녀의 몸을 쭈욱 훑었다.

긴 갈색 머리에 섹시하게 몸이 드러나는 가슴골. 나시를 입고 청바지가 잘 어울렸다. 날씬한데 볼륨감 있는 그런 잘 빠진 몸매랄까?

“안녕하세요.”

아뿔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순간 춘식의 말이 떠올랐다.

-나이트 클럽에서 여자가 부킹을 왔을 때 안녕하세요니 뭐니 그런 말 하지마. 못 놀아본 티를 내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 속으로 웃는다. 그게 팩트야.

여자는 내 인사에 피식 웃었다.

내가 잔을 내밀자 같이 잔을 맞춰주고 건배를 했다.

“몇 분이서 오셨어요?”

내가 묻자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저 친구랑 둘이 왔어요.”

“저녁은 드셨고?”

“네.”

“뭐, 드셨어요?”

“그냥 삼겹살에 소주 먹었어요.”

뭔가 대화가 딱딱해지고 재미가 없다.

-여자가 옆에 왔으면 딱딱하고 지루한 일상 이야기 늘어놓지마. 여자들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나이트 클럽 오는 거란 말이야. 근데 거기서 남 일상이나 고민 들어주고 싶겠어?

난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근데 사슴이세요?”

“네?”

뚱딴지 같은 내 말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왜 자꾸 내 마음을 녹용.”

“아….”

그녀는 이해를 못했다는 듯 하다가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씨발. 괜히 던진 개드립이었나.

그녀는 혼자 실실 웃더니 과일 안주를 하나 집어먹고서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예? 아, 다녀오세요.”

난 낮은 목소리로 씨발이라고 중얼거렸다.

춘식의 말이 떠올랐다.

-여자들은 화장실 간다고 하면 십중팔구 돌아오질 않는다.

정말 그녀는 돌아오질 않았다. 나름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던진 내 드립이었는데….

씨발. 가면 간다고 이야기를 차라리 하지. 왜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하냐. 사람 헷갈리게.

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십 분이 흘러있었다.

속이 타들어갔다. 연애 젬병에 나이트클럽 경험이 거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최대한의 노력이다.

그때 이쁜이가 다시 여성의 손목을 이끌고 와서 내 옆자리에 앉혔다.

“언니야. 이 오빠가 여기서 제일 잘생겼어.”

이쁜이는 여성에게 립서비스를 던지며 좀 놀다가라는 말을 해주고 지나갔다.

단발에 반팔티를 입고 왼팔에 섹섹시하게 레터링이 그려진 여자였다. 얼굴은 좀 빨간게 술을 꽤나 먹은 듯 했다.

“술 얼마나 마셨어요?”

“아으…. 1차에서 소주 한병. 여기서 맥주 두병? 양주 몇 잔?”

그녀가 혀가 꼬부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몇 살이에요?”

그녀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아까 그 여자는 단답형 말투였는데 내게 질문을 던진 것을 보아 내가 싫진 않나보다.

“저 스물네 살이요. 그쪽은?”

“저 몇 살로 보여요?”

“한 스물한 살?”

난 애써 립서비스를 한거다. 이 여자 생긴 건 딱 봐도 솔직히 최소 20대 중반은 된다. 얼굴은 괜찮다.

“엥? 요즘 어려보인다는 소리 별로 안 들어봤는데. 저는 스물다섯 이요.”

그녀는 기분이 썩 괜찮다는 듯 웃으며 단발을 찰랑거리더니 빈잔을 내밀었다.

그녀에게 술을 채워주고 자연스레 과일안주를 그녀 입안에 내밀자 그녀는 스스럼없이 받아먹었다.

좀 더 대화를 나눴다.

시야가 점차 흐려진다. 나도 술이 좀 됐나보다.

그녀는 양주를 더 마시더니 이젠 내 쪽으로 고개를 고정한 채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써클렌즈를 낀 가늘고 긴 눈매의 그녀는 이렇게 보니 꽤나 예뻤다.

자연스레 그녀의 허리에 내 손을 감았다.

가는 허리에 만져지는 살이 적다. 마른 타입인 듯 한데 가슴 사이즈는 꽤나 크다.

내가 허리를 감싸자 그녀도 내 어깨에 자기의 머리를 기댔다.

이거 성공할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회의감도 들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여자와 이러고 있는 내가….

“근데 무슨 일 해? 회사원?”

“회사원은 아니고….”

우린 반말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한 상태였다.

“그럼?”

“헌터야.”

“헌터? 정말?”

술에 취해 감기려던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에이…. 거짓말. 요즘 은근 헌터라고 거짓말하고 여자 꼬시는 사람 많다던데.”

난 군말없이 지갑에서 헌터면허증을 보내줬다.

그녀가 내 면허증을 오목조목 살펴보더니 입이 벌어진다.

“와아…. 진짜였네? 대박이다.”

난 그녀의 잔에 말없이 양주를 채워주었다.

그녀는 냉큼 양주를 받아먹는다.

그러면서 난 양주로 눈을 돌렸다.

양주는 어느새 반으로 줄어있었다.

이 반만 남은 양주로 승부를 내야한다.

어느새 그녀가 날 바라보는 눈빛은 호감이 가득했다.

역시 세상은 성공하고 봐야한다.

그때 내 손등에 그녀가 자기 손을 올려 포개었다.

“아아…. 너무 취한다.”

“취해?”

“응.”

지금이 타이밍일까.

내 뇌가 차갑게 돌아가고 있을 그때였다.

구두 소리를 내며 여자가 우리쪽으로 걸어오더니 내 옆의 여자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민정아 너 많이 취했다. 그만 가자.”

아…. 친구가 훼방을 놓는건가.

꼭 이런 애들이 있다.

민정은 애써 그녀에게 괜찮다, 괜찮다 라고 말하며 좀 있다 간다고 말한다.

“저기… 다른 건 아니고 대화가 너무 잘 통해서 좀만 더 같이 있고 싶어요. 술 더 안 먹일테니까 자리에 가 계세요.”

내가 친구로 보이는 여성에게 말하자 여성은 시큰둥한 눈으로 날 보더니 자꾸 민정을 끌고 가려했다.

씨발. 맘 같아서는 한 대 올려주고 싶은데 참는다.

민정이 그녀의 손목에 이끌려 일어날 때 쯤.

난 그녀에게 번호를 물어봤다.

그녀가 내 폰에 번호를 찍어주고.

“나 테이블에서 친구랑 좀만 이야기 하고 올게.”

“꼭 와. 내가 톡할게.”

내 인상은 구겨졌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테이블로 걸어가는 민정의 뒷모습을 계속 쳐다봤다.

일단 톡은 확보해놨다. 같이 동행하여 나갈 확률은 높진 않지만 안전빵으로 일단 번호는 입수해뒀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충 말로 친해지다가 담배 좀 사러 같이 잠시 나갔다 오자고 하면 되지 않나?’

그렇게 되면 내 퀘스트는 성공하는 셈이 아닌가.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뻔한 수법에 넘어갈 미친 여자는 없을 듯 했다.

.

.

.

“아우. 우리 잘생긴 오빠야 나 술 한잔만 더 줘.”

“…….”

내 옆에 앉혀진 육중한.. 그러니까 몸무게가 90키로에 팔뚝이 내 허벅지만한 여성이 콧구멍을 씰룩이며 내게 아양을 떤다.

뭐, 이 여자라도 데리고 나가면 그만인데.

아까부터 대화는커녕 양주를 축내려고 이곳에 온 느낌이다.

“저기, 됐으니까 이만 가.”

“…가라고? 그럼 나 서운해서 삐질 것 같은뎅.”

“가시라고.”

“나 진짜 간다? 후회하지 마.”

“후회 안하니까 가.”

여성은 일어서서 나를 무섭게 내려다보았다. 거구의 덩치라 헌터인 내가 위압감이 들었다.

그녀는 발소리를 쿵쿵 거리며 씩씩댄 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나갔다.

민정이에게 톡을 보냈다.

답장이 왔다.

-아..친구가 자꾸 자기 혼자 있기 싫다고 해서. 좀만 얘기하고 갈게.

난 민정이 있는 테이블을 쳐다봤다. 확실히 웨이터가 다가가도 손사레를 치며 부킹을 안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둘이 그냥 대화에 중점을 둔 모양이긴 하다.

일단 저건 킵하고.

다음 부킹녀를 데려왔다.

그러면서 이쁜이가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그녀의 입술이 내 귓불에 닿자 촉감이 느껴졌다.

“…얘, 얘 지금 룸 여기저기 오고 다녀서 취하기도 많이 취했고 지금 있는 여자애들 중에 젤 괜찮은 애에요. 놓치지 마 오빠.”

난 눈인사를 건네고 옆을 돌아봤다.

‘와..’

내가 봐도 이뻤다.

묶은 머리에 도드라진 이마.

동그란 눈에 오똑한 콧대에 적당히 도톰과 앵두 사이를 넘나드는 적당한 크기의 입술.

단아하고 귀족같은 외모였다.

그녀는 목선이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나를 보더니 고개를 한번 까닥였다.

난 그녀의 잔에 술을 채워줬다.

“…몇살?”

처음부터 반말을 하는 그녀다.

난 말 대신 손가락으로 내 나이를 말하자 그녀가 입술을 오므리며.

“나랑 동갑이네? 설마 혼자 온거야?”

그녀가 물었다.

솔직히 혼자 왔다고 하면 쪽팔리고 너무 여자랑 자러 온 티가 날 수도 있으니 핑계거리를 만들어야 했다.

“친구랑 같이 왔는데 친구가 날 버리고 자기 먼저 나가버렸어.”

“아, 진짜? 힘내.”

그녀가 스스럼없이 내 등을 토닥여준다.

예뻐서 도도하게 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털털하다.

아마 자기도 내 외모가 썩 괜찮아서이지 싶다.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어느새 양주는 바닥이 나고 있었고. 우리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나가서 춤 출까?”

그녀가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갑자기 내 왼손을 잡아 이끌더니 스테이지로 날 잡아당겼다. 그 와중에 화장실에서 나오던 민정과 눈이 마주쳤다.

민정은 나와 여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괜스레 내가 미안한 감정이 들 뿐이었다.

스테이지 앞은 굉장히 시끄러웠다.

“오우! 저기 잘생긴 선남선녀 커플! 여기서 젤 얼굴이 출중하네?”

디제이가 우리를 보더니 소리를 쳤다. 그 덕분에 스테이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였다.

새끼. 사람 볼 줄 아네.

그 와중에는 춤추던 남자 몇 명이서 내 파트너 희정이의 외모를 보고 입을 스르르 벌리기도 했다.

희정은 자연스레 등을 내 상체에 대고 웨이브를 하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난 그녀의 팔뚝을 스르르 감싸며 조심스레 그녀의 웨이브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그때.

키가 큰 한 남자가 희정이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그녀에게 귓속말을 하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난 잠시 희정의 허리를 톡톡 두드리더니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남의 여자 눈독 들이지 맙시다.”

내가 강하게 눈을 뜨고 말하자 남자는 내 눈을 피하고 희정을 바라봤다.

희정은 손짓으로 그 남자에게 휙휙, 가라고 제스처를 취한다.

스테이지는 빵빵한 음악으로 내 귓가를 흔들었다.

우리는 어색하지만 이 야심한 시각 술기운에 서로의 몸을 부대고 신나게 춤을 췄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는 그녀의 얼굴이 스쳐갔다.

-여자들을 좀 만나고 다니라고! 독자님!

동시에 춘식의 육성도 떠올랐고.

한참 열심히 춤을 춘 우리는 부스로 걸어갔다. 어느새 희정은 내 겨드랑이에 팔짱을 낀 채 나를 이끌었다.

우린 이만큼 친해진 상태였다.

원피스 밑으로 뻗은 그녀의 하얀 다리의 각선미는 내 본능을 더욱 자극했다.

“오…. 너 춤 좀 추더라? 좀 흔들 줄 알던데? 좀 놀아봤나.”

희정이 내게 의외라는 듯 말했다.

사실 난 춤같은 거 배워본 적이 없다. 내 천리안 같은 눈으로 사람들이 추는 춤을 그대로 따라 췄을 뿐.

그녀가 턱을 괴고 날 지그시 바라봤다. 그 모습에 내 본능이 뛰었다.

“근데….”

그녀가 운을 뎄다.

“아직까지 그걸 묻지 못했네.”

“뭘?”

“학생이야?”

그녀가 자기 궁금하단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니, 헌터야.”

“…헌터?”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대충 바디시그널을 읽어봐도 놀랐다는 반응과 더욱 호감이란 반응이 뒤섞여있었다.

“그럼 내가 헌터님과 이렇게 같이 춤도 추고 술을 먹고 있는거야? 오, 대박사건. 진짜 영광입니다?”

“하하, 아니야.”

근데 희정은 뭔가 말투가 세정과 닮았다. 그래서 좀 더 호감이 갔다.

그렇게 우리 둘은 남은 양주까지 다 먹을 무렵이었다.

그때 내 핸드폰이 드르륵 거렸다.

톡이었다.

-야. 내 친구하고 대화 끝났어. 나랑 더 안 놀거야?

민정이었다.

난 그녀의 톡을 보려던 찰나.

“누구야? 프사 보니까 여자네?”

희정이 살짝 의심한다는 듯 물었다.

“아까 부킹했던 여자.”

“답장하지마.”

그녀가 내 폰을 뺏어서 자기 가방에 넣었다.

양주도 다 먹어가고 희정이도 술기운이 올랐고 우린 더 편해진 상태다.

이쯤에서 내가 나가자고 말을 던져볼까.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였다.

희정의 입술이 열렸다.

“우리 같이 나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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