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56화 (156/278)

제 156화

도도한 부킹녀를 모텔로 데리고 가다

“그러자. 이명올 것 같다. 시끄러워서.”난 속으로 희열을 감추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선 자기 테이블로 가서 친구에게 말을 하고 다시 왔다.

일어서있는 그녀가 내 손을 이끌었다. 난 그녀를 따라서 나이트 출구를 향해 걸었다.

도중에 남자들의 부러움이 담긴 시선이 느껴졌다.

니들도 오늘 고생 좀 해서 하나 건져가라. 난 여자랑 자러 온 목적이 아니니까 너무 부러워들 하지 말고….

밖으로 나오니까 꽤나 쌀쌀했다.

이제 퀘스트창이 떠오를 때가 됐는데.

그 순간이였다.

[메인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다음 메인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뭐? 끝이 아니라고?

아니…. 메인 퀘스트라며. 난 속으로 타오르는 짜증을 입밖으로 내뱉으려는데 희정이 옆에 있으니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곧이어 퀘스트창이 열렸다.

[이터널 라이프][메인 퀘스트-2]

건물에서 나온 여자와 한 시간을 같이 있어라.

성공 조건: 한 시간동안 함께 하기.

실패 조건: 여자, 또는 당신이 중간에 이탈.

패널티: 연계 퀘스트 영구 폐지

“하아….

난 퀘스트창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빨간 머리야. 나한테 너무 한거 아니냐.

“왜 한숨을 쉬어?”

그때 희정이 내 팔짱을 낀채 물어왔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 시간이라. 모텔이 딱이지 않나.

아니다. 실패할 수도 있다. 느닷없이 모텔에 직행하자고 해봐라 여자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노릇.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의 보상은 분명 짭짤할 것이고, 내가 방금 나이트에서 쓴 돈은 몇십은 된다.

절대 실패할 수는 없다.

“24시 포차가서 소주나 한잔 할래?”

내가 물었다.

“소주? 음….”

그녀가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24시간 포차로 향했다.

‘지금은 새벽 1시 10분. 2시 10분까지 버텨야 한다.’

걸어가면서 희정의 옆태를 훔쳐봤다. 높고 오똑한 콧대에 하얀 피부에 시원한 눈매.

아무리 봐도 그냥 예쁘다.

“닭발 싫어해?”

그녀는 외모와는 다르게 닭발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난 소주를 내밀며 건배를 하고 한잔 들이켰다.

“닭발 좋아하지.”

사실은 1도 안 좋아한다. 닭발을 뭐 식감으로 먹는다는데 닭발만 보면 징그러워서 넘어가질 않는다.

그래도 희정이가 유독 포차를 오면 닭발을 좋아한다길래 억지로 먹고 있는 중이다.

“근데 있잖아 너….”

“아니, 이거 너야?”

그녀가 내 말을 단호히 자르고 핸드폰을 보던 눈으로 내게 물었다.

그녀가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내 이름을 검색해봤는지 포탈사이트에 헌터자격시헙 유일무이한 만점자 이시운. 이라는 헤드라인이 대문짝하게 실려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와. 진짜 대단하다. 너 공부 잘했나 보네?”

그녀가 입을 벌리며 신기하단 듯 말한다.

“그냥 열심히 했어.”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다. 내 사기적인 눈의 능력으로 편법을 썼을 뿐이지.

드르륵!

그때 핸드폰이 진동을 하며 울렸다.

-어디야? 왜 톡 씹어?

민정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여간 맘에 들었는지 계속해서 톡을 보낸다.

“…누구야?”

그녀가 미간을 찡그리고 눈에 힘을 주며 내게 물었다.

“아까 부킹녀.”

“아이씨.”

그녀가 내 폰을뺏어들더니 폰을 두드리고선 내게 내밀었다.

“내가 차단 박아놨어. 걔한테는 신경 꺼. 프사 보니까 내가 훨씬 예쁘더만.”

얘, 참 저돌적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희정이가 아니었어도 오늘 미션은 아마 성공했을 것이다.

짠!

우린 다시 소주를 맞닥뜨리며 건배했다.

그녀가 점점 취기가 달하는지 이마를 문지른다.

그녀의 눈가가 점점 감긴다. 어지러운 듯이 집고 있던 젓가락을 테이블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그때 춘식의 육성이 내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여자들은 남자에게 모텔을 가자고 하는 신호가 있지.

그 중에 하나가 취한 척이야.

정말 취해서 취한 여자도 있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유일한 방법이 취한 척이야.

“꿀꺽.”

난 폰 시계를 보았다.

이제 40분만 여기서 뻐기면 내 퀘스트는 성공한다.

근데 또 연계 퀘스트가 남아있는 것은 아니겠지?

“한자안 줘봐아….”

그녀가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군말없이 소주를 채워줬다.

“넌 반잔만 마셔.”

난 은근스레 그녀를 챙겨주는 척 했다. 그러자 희정은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소주를 그대로 다 들이키고서 말한다.

“어이구, 대단하신 헌터님께서 걱정해주시는 거에요? 걱정마. 나 술 진짜 잘 마시니깐….”

그녀의 원피스 속 쇄골이 눈에 들어왔다. 예쁘게 갈라진 쇄골 속 가슴골이 아찔하게 져있다.

가늘고 길쭉한 팔뚝. 탱탱한 골반.

몸매나 얼굴이나 완벽하다. 남자인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몸매와 얼굴에 눈이 갔다.

‘잠시 천세정은 잊겠다.’

나도 즐길 때는 즐길 나이다.

그리고 지금은 명분히 있는 시간이며 여자를 많이 만나봐야 그녀에게 답답함을 선사하지 않고 다시 대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너는 무슨 일해?”

내가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다.

사실 나와는 상관없지만 궁금했다.

“나는 그냥 사업해.”

“사업?”

놀란 내 눈이 뜨였다. 스물네 살 어린 나이에 사업이라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슨 사업?”

“가방 만드는 사업. 아 요새 진짜 바빠. 여기저기 거래처 돌아다니느라….”

예쁜 미모만 갖춘 게 아니었다. 나름 능력도 있는 여자구나.

옛날 같았으면 이런 완벽한 여자 앞에 기가 콱 죽었을 테지만 지금은 조금도 그러지 않는다.

난 세상에서 인정해주는 헌터니까.

소주를 몇 잔 더 기울이자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닭발의 양도 줄어갔다.

노릇노릇 익은 계란찜에 숟가락을 올리려는데 그녀의 숟가락과 맞부딪혔다.

“야, 야. 이거 내꺼야.”

얼마남지 않은 계란찜을 그녀에게 양보하자 그녀는 싱긋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계란찜을 꿀꺽 삼켰다.

귀여웠다.

‘이제 남은 시간은 20분.’

퀘스트의 성공이 눈앞이다.

그때 얼굴에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얼굴이 뜨겁네?”

그녀가 내 두 눈을 바라보며 내 뺨을 어루만졌다. 따스한 그녀의 손길이 느껴지고, 그녀의 사슴같은 눈과 눈이 마주치니 일종의 설렘이 들었다.

사랑의 설렘이 아니라 남자의 본능과도 같은 그런 설렘말이다.

“…넌 통금…”

난 말을 하다 멈췄다.

-여자한테 통금시간 묻지마! 제발! 여자는 당황해 한다고. 자기보고 통금도 없이 막 싸돌아다니냐고 묻는 것도 아니고. 통금이 있어도 좋아하는 남자랑 같이 있으면 통금 그딴 건 그냥 잊는 게 여자란 동물이야.

춘식의 말이 뇌리에 팍 떠오르자 난 입을 닫았다.

“응? 뭐라고?”

“아, 아니야.”

아직 시간은 남았다. 루즈한 분위기를 이끄려면 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근데 헌터란 직업에 대해 궁금한 것 없어?”

“얘기해 줄거야? 막 국가기밀 같아서 헌터들은 일반인들에게 얘기 잘 안 해준다던데….”

그녀가 눈을 빛내며 듣고 싶다는 듯 말했다.

난 남은 이십분 동안 그녀에게 헌터 일을 하면서 재밌었던 일을 대충 다 털어놨다.

듣던 그녀가 입에 손가락을 대며 놀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와. 진짜 위험하구나.”

“당연하지. 진짜 죽을수도 있는데.”

그 순간이였다.

[이터널 라이프 메인퀘스트-2를 완료하였습니다.]

[마지막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마지막 퀘스트? 하나가 더 있단 말이야?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이터널 라이프][메인 퀘스트-3]

동행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라.

성공 조건: 하룻밤을 보낼 것.

실패 조건: 여자, 또는 당신이 도중에 이탈.

보상:???

“어딜 그렇게 보는거야?”

희정이 허공을 가늘게 응시하는 날 보며 물었다.

“아니, 아니야.”

이제 소주병의 소주도 다 줄어가고 안주도 없다.

희정이도 말은 또박또박 하려는데 몸은 취했는지 자꾸 늘어지려 하고.

방법은 딱 하나인가.

이 퀘스트를 성공할 수 밖에 없다. 보상은 다른 퀘스트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난 턱을 괴고 희정이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가 내 두 눈을 마주하다 부끄럽다는 듯 피하며 씩 웃는다.

“우리 좀 걸을까?”

내가 묻자 희정은 가방을 챙기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차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마친 나는 도로를 그대로 걸었다.

새벽 시간이라도 사람은 꽤나 있었다. 술먹고 귀가하는 사람들, 그리고 커플끼리 술에 취해서 그곳으로 향하는 사람들까지.

하룻밤을 같이 보내려면 모텔밖에 없다.

근데 여자보고 모텔에 가자고 한 적이 삼생에 걸쳐 하나도 없는 병신같은 나는 그 말이 입밖에서 뱉어지질 않는다.

서로 말없이 그저 몇 분간을 걸었다.

“아, 다리 아프다.”

그때 희정이가 침묵을 깼다.

술김에라도 말해야 한다.

“희정아 그…….”

“야. 너 집에 들어가봐야 하는거 아니지?”

내 말꼬리를 자르고 희정이 물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근처 텔에서 자고 가자.”

“어? 어, 그래.”

이게 웬 떡이냐. 희정이가 먼저 텔에서 자고 가자라고 하다니.

술김에 용기를 내서 뱉으려던 찰나였는데….

“대신….”

희정이가 운을 뗐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아침까지 잠만 자는 거다. 손도 잡으면 안 돼.”

희정이가 귀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딱 부러지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 모텔을 찾아 그곳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카운터 앞에 도착한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대실이 얼마에요?”

“대실이요? 대실은 3만원이요.”

“아니, 대실 말고 숙박으로 해주세요.”

희정이가 딱 잘라 말했다.

대실과 숙박의 개념을 모르는 나는 순간 쪽팔려서 쥐구멍에 대가리를 박고 숨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카드를 꺼내려는데.

“아니, 이건 내가 계산할게.”

희정이가 쿨하게 카드를 내밀고 숙박비를 계산했다.

순간 그녀가 멋있어 보였다.

모텔값을 계산하는 여자라. 생소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406호로 가시면 됩니다.”

직원이 키를 줬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순간 희정과 내게 눈을 마주쳤다.

쪽.

입술에 느껴지는 체리향 냄새에 난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 떴다.

그녀가 눈을 감은 채 내 입을 맞춘 것이었다.

그 달달한 촉감에 온 몸과 긴장이 녹는 기분이었다.

얼굴을 뗀 희정은 내게 베시시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뽀뽀까지만. 아쉬울 테니까.”

“꽤나 저돌적인데?”

“뭐, 남녀끼리 이 정도야.”

모텔 안으로 들어왔다 어색한 기운에 난 침대에 드러앉아 멀뚱멀뚱 모텔 내부를 관찰했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있어? 안 씼어?”

희정이 킥킥 웃으며 날 바라봤다. 마치 내가 귀엽다는 듯이.

난 재떨이를 가져와 담배를 하나 피며 너부터 씻으라 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 앞에서 원피스를 벗었다.

“……!”

원피스를 벗자 검은색 브라에 검은색 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도드라진 굴곡의 몸매에 볼륨있는 가슴.

그런데 브라와 팬티마저 벗는 것이었다.

난 멍하니 희정의 몸매를 바라봤다.

희정은 옷을 다 벗으면서 말했다.

“난 호감있는 남자 앞에서는 옷 벗는 거 쑥쓰러워 하지 않아. 보려면 맘껏 보던가.”

가는 허리에 쭉빵한 엉덩이 그녀는 뒤로 돌아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골반에 새겨진 타투가 은근히 섹시했다.

잠시 후 샤워부스가 틀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씻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녀의 나체를 본 내 남성은 이미 솟을대로 솟은 상태였다.

‘하룻밤만 같이 있으면 되는거야. 그럼 퀘스트는 완료다.’

난 긴 호흡을 하면서 담배를 하나 더 태웠다.

잠시 후. 그녀가 수건을 머리에 싸맨채 벗은 몸으로 내게 다가왔다. 저 적나라한 몸매를 보고 있자니 미칠 것 같아서 그녀의 얼굴만 바라봤다. 피부에 잡티 하나 없는 하얀 얼굴의 그녀가 말했다.

“얼른 씻어.”

난 끄덕이고 후다닥 옷을 벗고 대충 씻고 나왔다.

그녀는 하얀 가운을 입은 채 누워서 리모컨으로 티비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옆으로 가도 돼?”

내가 물었다. 물어놓고도 병신 같았다. 이러니 천세정이 나보고 답답하다고 하고 강춘식이 개찌질이 병신이라고 하지. 나도 바뀌고 만다.

희정은 오히려 그런 내 모습이 웃기다는 듯 오라는 손짓을 내보였다.

그녀를 건너 옆에 눕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난 자연스레 팔베개를 해주려고 그녀의 목 뒤로 팔을 뻗자 그녀는 목을 들어주었다.

“…너 여자랑 모텔 별로 안 와봤지?”

“아,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얼굴은 그렇게 안 생겼는데 완전 쑥맥 같은데? 아다는 아니지? 아다면 나야 땡큐고.”

그녀가 티비를 툭, 끄더니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손길이 천천히 내 가슴으로 향했다.

“심장이 콩콩 뛰는게 느껴져.”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손이 내 배로 내려갔다.

탄탄한 내 복근을 쓸어내리는 그녀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헌터의 몸은 다르긴 다르구나.”

그녀의 손이 점점 내려갔다.

그녀가 내 가운의 끈을 풀어주고 난 그녀의 손길에 내 몸을 맡겼다.

술기운에 정신이 없는 상태였어도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팬티를 찢을 듯이 솟은 내 자지를 보자 희정의 눈이 커졌다.

“좀 만져볼까? 큰지?”

그녀의 손이 나의 그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청순한 외모와는 달리 저돌적이었다.

내가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난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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