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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3회차-158화 (158/278)

제 158화

주민들이 내게 집착한다

포탈을 통해 도착한 곳은 미월마을의 시운 집이었다.예상대로였다.

마지막으로 잠을 잔 곳으로 이동을 하는 듯 하다.

‘괜찮은 걸까.’

퀘스트란 명목으로 얼떨결에 원나잇을 하고 말았다.

하룻밤 사이에 두 청춘이 살을 섞은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그쯤.

누군가 찾아왔다.

“얼굴 한번 보러 왔습니다.”

유석이 멋쩍은 얼굴로 떡볶이가 포장된 것을 건네보이며 말했다.

“아, 들어와요.”

집안에 유석을 들여보냈다.

“혜령 누나나 연희는 괜찮은가요?”

“듣기로 다 무사하다고 들었습니다.”

말을 마친 유석은 먼가 표정에서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씰룩였다.

“할 말 있죠?”

“네? 아니….”

유석은 쑥스럽게 말을 얼버무리다가 말을 이었다.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유석은 여간 낯이 가려운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말했다.

“모두가 노력한 덕분이죠.”

“근데….”

시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협회에 숨어있다는 회귀자를 찾아주는 것에 동참할 거죠?”

시운이 물었다. 유석은 회귀자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네.”

유석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미 그것은 약속한 바다.

유석이 입을 열었다.

“근데 들리는 소문에 협회장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있습니다.”

“이상한 소문요?”

유석은 의아하단 눈으로 말했다.

“하루에 물을 백리터 씩 먹는다고 하고 하루종일 시가를 태워도 기침 한 번 안 한다더군요.”

진지하게 말하는 유석을 보며 시운은 킥킥 거렸다.

"꼴초라면 기침 정도는 안 할 수도 있죠. 뭘 그걸 또 이상한 소문이라고….”

“아, 그런가요?”

“...근데 백리터의 물을 마신다는 건 진짜 놀랍긴 하네요. 뭔 하마도 아니고. 그게 가능한건가?”

“그런데 협회 측에는 어떻게 진입할 생각입니까.”

유석이 물었다. 고위급 랭커가 아닌 이상 협회 상층부에 함부로 드나들 수가 없다.

“곽대익은 조만간 절 부를 겁니다.”

시운은 확신하고 있었다.

전생과 그 전의 생에서 곽대익의 접했던 행보를 잘 알고 있으니까.

‘곽대익의 사냥개가 되어 윤동석을 치고 주인을 물어뜯는 사냥개가 된다.’

사냥개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곽대익 그 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비열한 자인지 알기 때문이다.

이미 회귀로 인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승산이 없는 게임은 아니었다. 사냥개가 되지 않을 수는 없다. 세상이 망할수도 있는 일이고 이 정보는 시운만이 알고 있으니까.

“…근데 유석 씨 언제쯤 나한테 말 놓을 거에요?”

“촌장님! 큰일 났어요!”

“갑자기 이게 뭔 일이래?”

미월 마을 주민들이 모두 허공을 보며 경악을 쏟아냈다.

“저, 저것은?”

다이온 또한 눈이 커져 입을 벌렸다. 허공에 적색의 게이트가 생성되어 당장이라도 몬스터를 쏟아낼 듯 기운을 품기고 있었다.

“촌장님! 화이트 게이트 요원들을 호출하세요! 저기에서 몬스터가 쏟아지면 우리 마을은 끝이라구요!”

주민 크리스틴이 말했다. 어떻게 해서 다시 복구해놓은 미월 마을인데 다시 마을이 폐허가 되는 꼴은 절대 볼 수가 없다.

“이시운.. 이시운이라는 헌터를 보았는가?”

다이온이 주민들에게 묻자 주민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다이온은 관절염이 있음에도 그의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마침 소란스러워 나오던 시운은 소란스레 뛰어오는 다이온과 마주쳤다.

“무슨 일이세요?”

시운은 땀이 뻘뻘 쏟으며 달려오던 촌장에게 물었다.

“우리 마을에 게이트가 열렸다네! 곧 몬스터가 쏟아질게야. 방금 헌터 둘을 투입시켰는데 그 헌터들로는 불안해. 자네가 나서주면 안 되겠는가?”

시운은 곧바로 저 멀리 솟아있는 게이트를 보았다.

적색에 허공에 뜬 원형 게이트였다.

시운은 유석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그대로 뛰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안에 진입하자 긴 통로가 보였고 벽은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다. 마치 열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살기 스탯의 영향으로 공포 상태에 내성이 생깁니다.]

‘살기 스탯으로 공포 상태에 내성이 생긴다고..?’

그렇다면 아마 이곳 몬스터 계열은 공황, 공포심을 내뿜는 스타일인 모양이다.

그때 유석이 가빠르게 호흡을 내뱉으며 다리를 벌벌 떨었다.

“왜 그래요?”

“전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공포 저항의 아이템이 없습니다.”

시운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유석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럼 나 혼자 해결하고 올 테니 밖에서 기다려요.”

“..괜찮겠습니까?”

“여태껏 당신이 본 이시운은 뭐든 해내는 놈 아니었습니까?”

시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을 떨었다.

“부탁합니다.”

유석은 다리를 저으며 게이트 밖으로 등을 돌려 걸어갔다.

‘상태창.’

레벨:156

근력 <376> 민첩 <220>

체력 <175> 지혜 <93> 지능 <33>

열정 28

살기 23

여유 스탯: 9

‘올스탯 효과로 살기 스탯이 올라서 공포 상태에 내성이 생긴거군.’

게다가 열정 스탯도 20이나 올랐다. 스태미너도 늘어난 셈이다.

일단 여유 스탯을 민첩에 6 분배하고 힘에 3 분배했다.

요즘따라 힘에 너무 스탯을 두다보니 속근육을 형성하는 민첩이 낮아 뼈가 결리고, 둔해지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가볼까.’

천천히 걸어갔다.

통로를 더욱 진입할수록 던전 안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크르르….

저 멀리서 붉은 안광들이 여럿 시운을 보며 으르렁 거렸다.

곧바로 뛰어갔다.

.

.

.

이 던전 안에는 주로 여우과들의 몬스터가 가득한 듯 했다.

방금 쑤시고, 베서 처치한 몬스터들 또한 모두 붉은색의 여우였다.

근데 이상하게 멧집은 굉장히 약한 녀석들이다.

공포 상태를 뿜는 것이 아니라면 굉장히 손쉬운 상대랄까.

어느새 삼십분이 흘렀다.

던전의 통로를 거의 쓸어버리자 앞에 보스방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문이 보였다.

“어? 헌터?”

그 앞에는 헌터로 추정되는 세명이 있었다.

“당신 혼자 왔어요?”

“…그렇습니다만. 그쪽은 셋? 공포 저항 아이템을 착용했나 보군요.”

“대단하네. 혼자서 여기까지 오다니 붉은 여우들에 의한 공포상태로 웬만하면 움직이지도 못 했을 텐데….”

덩치 큰 남자 하나가 시운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저기 랭크가 몇이에요?”

여성 헌터가 물었다.

“F요.”

“…예?”

“F랭크라니깐요.”

“농담해요? F랭크는 여기 걸어오지도 못해요. 그런 농담은 재미 없거든요? 어쨌든 우리는 이제 들어갈 예정이에요.”

여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틱틱 거렸다.

그때 시운이 빠르게 그들을 가로질러 말했다.

“내가 처리합니다.”

-컹! 커어어엉! 컹! 커어엉!

40평만한 직사각형의 보스방에 들어왔다.

확실히 던전에서 만났던 여우들보다 몸집도 크고 살기도 가득했다. 안광도 더욱 붉었고, 꼬리도 아홉 개나 달린 여우였다.

-카아아앙!

여우가 눈을 부라리고 아가리를 벌리자.

[공포 상태가 가중됩니다.]

[살기 스탯에 의해 공포 상태에 대한 내성이 생깁니다.]

“끄윽. 움직일 수가 없어.”

“나도 다리가 굳은 것 같아, 씨발.”

여성 헌터 박한나가 공포상태에 빠졌는지 몸을 덜덜 떨었다.

그 옆에 두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던전에서 만났던 그 몬스터들보다 더욱 살기가 넘치는 놈이었다.

그때 시운이 뚜벅뚜벅 보스에게 걸어갔다.

“뭐, 뭐야?”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일 수가 있는거지?”

시운이 다가가자 붉은 여우가 앞발을 긁으며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표정을 지었다.

시운은 그대로 중지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말은 후 여우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빠악!

-케에엥!

여우의 두개골이 골절되면서 뇌수가 터져 나오더니 여우의 붉은 안광이 꺼지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어디 여우 새끼가 개처럼 짖고 지랄이야?”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

“…….”

“시, 실화야?”

헌터 셋은 경악한 얼굴로 입을 떡 벌리고 시운을 멍하니 바라봤다. 시운은 그들을 하나하나 바라봐주면서 입을 열었다.

“뭐, 보스치고는 쉽게 끝났네요. 나가죠.”

게이트가 닫힌 것을 본 다이온의 눈은 안도감으로 빛났다.

“자네는 우리 마을의 구세주야. 처음에 자네를 보고 무시해서 미안하네.”

나이가 지긋한 다이온이 고개를 숙이며 예의치레를 했다.

시운은 손사레를 쳤다.

“고맙네. 어찌 이 감사함을 보상해야 할까?”

“저 헌터님이 또 해내셨어!”

“게이트가 닫혔다!”

-와아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시운을 보고 환호를 보냈다.

시운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뒤이어 나오던 박한나와 헌터 둘은 그런 이시운을 가만히 바라봤다.

“…저 사람 뭐야? 이 마을에 영웅이라도 되나봐.”

“영웅치고는 굉장히 유머감각이 없던데. F급이라는 개드립을 치지 않나.”

다이온은 시운에게 골드가 한웅큼 들어있는 주머니를 내밀었다.

시운은 대충 한 번 거절하고는 그 주머니를 받아들였다.

또한 보상으로 경험치까지 얻었다.

[대폭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이 근성의 반만 따라와 효과가 적용됩니다.]

[레벨업을 하였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유석은 시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역시 이번에도 그가 해낼 줄 알았다. 이 회귀자는 독특하지만 항상 남들과 달랐다.

시운이 가고 난 후 박한나는 촌장을 불렀다.

“촌장님 방금 저 헌터 랭크가 몇이에요?”

“그것이 궁금하나. 아무 놀랄 텐데.”

다이온 또한 처음에 놀랐으니까 이들도 놀랄 거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F랭크라네.”

“……예?”

“아니, 촌장님 F랭크라니요? 저희가 던전에서 저 사람이 싸우는 것을 봤는데 F랭크라는 것은 말이 안돼요.”

다이온은 허허 웃었다.

“나도 처음에 믿지 않았네. 근데 사실일세.”

“방금 그 헌터 이름이 뭐에요?”

한나가 여간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시운. 이시운이라는 헌터일세.”

한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 되뇌였다.

현계의 어느 지하공간에의 분위기는 굉장히 암습했다.

마치 벙커를 연상케하는 공간 앞에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 통로를 남자 둘이 시선을 두고 있다.

“넌 현계에서 꽤나 이름을 떨친 놈이더군.”

태훈보다 한참 키가 작은 유빈이 고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피부에 여드름하나 나지 않은 앳된이의 말투는 이질적이었다.

“저 통로는 어디로 향하는 곳입니까.”

“이계에 내 끄나풀들이 내 단전에 마력을 좀 심어줘서 하나 만들었다. 저곳은 이계의 어디인가로 향하는 통로다.”

“그 말은….”

헌터자격시험을 정식순으로 거쳐 인천의 게이트로 넘어가지 않아도 이계로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후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유빈이 태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내 인생에 후회란 없습니다.”

결단코 단호히 대답했다.

“음…. 근데 네가 내게 보여줬던 그 능력은 어떻게 사용할 수가 있는거지? 넌 그저 현계의 일반인에 불과한데.”

“그건….”

태훈은 머리를 굴렸다.

‘이 자에게 내가 회귀자라는 것을 절대 말해선 안 돼. 아직 백프로 믿지 못할 자다.’

그런데 아무리 답안을 생각하려 해도 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됐다. 말하기 껄끄러우면 하지 않아도 된다. 구차하게 더 묻진 않지.”

유빈은 통로 앞으로 뒷짐을 지고 걸어갔다.

“우린 오늘 이계로 향한다.”

그때 통로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그는 절도있게 유빈에게 인사를 하고 무릎 한쪽을 꿇었다.

“정보는 들고 왔나.”

“윤동석은 확실히 우리 편입니다.”

사내는 어설픈 한국말로 답했다. 아마 한국인이 아닌 듯 하다.

“그 가시같은 존재인 협회장의 존재는 아무도 아는 자가 없고?”

유빈은 이미 자신의 수하들을 통해 헌터협회 대부분의 이름과 성향, 능력을 귀담아들은 상태였다.

“없습니다.”

“내가 볼 때는 평범한 놈은 아닌데….”

그때 사내가 고개를 한 번 조아렸다.

“하나 허락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사내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유빈에게 감히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각오를 한다는 것은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임을 그도 아는 듯 했다.

“뭐라고? 허락?”

“카인님께서 지시하지 않으신 일 하나만 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내가 지시하지 않아도 네 맘대로 행동 하나를 한다라….”

유빈의 손이 올라갔다. 그러자 사내가 움찔했다. 유빈은 후- 한숨을 뱉고 손을 내렸다.

“그게 뭐냐. 일단 말해봐라.”

“제 동료를 죽인 헌터 하나를 죽일 생각입니다.”

유빈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조직이 완전히 결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헌터들을 건드렸다가는 피곤해지는 법이니까.

“헌터? 어떤 놈이냐? 읇어봐.”

“신상은 이시운이라는 놈입니다. F랭크.”

그때 듣고 있던 태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저기, 방금 당신이 복수하고자 할 대상이 이시운이라고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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