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3회차-161화 (161/278)

제 161화

미녀가 깔린 클럽으로 가라

“배, 백억? 방금 백억이라 했습니까?”

준호는 제 귀를 의심했다.

백억이란 계약금은 F급 랭크가 도저히 부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금액인 건 당연한 거고. A급 중에서도 유능한 헌터는 돼야 한 번 불러나 볼 수 있는 계약금이었다.

뒷통수가 얼얼했다.

“백억이라 했습니다.”

“저기, 잠깐만요.”

준호는 시운을 바라봤다.

시운은 진지한 눈빛 그대로였다.

장난 따윈 일체 없는 그런 표정이었다.

‘진지하잖아? 아니, 이 친구는 진짜 아무도 발굴하지 않은 보석이다. 허나 백억은….’

풍운 길드의 자본금을 모조리 끌어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야 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한다면 백억이란 돈을 수중에 만들 수는 있는데 백억은 정말로 아니었다.

“백억이란 돈은 무립니다.”

“그럼 이번 계약은 못들은 걸로 하고 가보겠습니다.”

시운이 일어서려던 그때 준호가 그의 팔목을 낚아챘다.

“잠깐만 앉아봐요.”

그러면서도 준호는 자존심이 상하는걸 애써 삭혔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F급 헌터에게 중상급 규모의 길드장이 직접 찾아가서 이렇게 거절을 당하고 가려는 헌터의 발목이나 붙잡고 있다니.

그러나 쉽사리 놓칠 수는 없었다.

“백억이란 돈은 우리 길드 전 인원을 합쳐도 그만한 금액을 주고 계약한 길드원이 없습니다.”

“그럼 제가 최초가 되면 되겠네요.”

시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백억이 아니라면 거절한다. 어차피 내게 주지도 못할 테지만.’

지금은 길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곽대익의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 목표도 있고, 혼자서도 충분히 어느 던전이든 쓸어버릴 힘은 갖춘 상태다.

그만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굳이 길드에 일년이란 기간동안 몸을 바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십억. 이십억까지 가능합니다.”

준호는 이제는 길드장의 자존심은 개나 줬다는 듯이 애원하듯 불렀다.

시운은 차갑게 고개를 저었다.

“백억 밑으로 절충하는 것은 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너무도 단호했다.

“21억.”

시운이 고개를 저었다.

“하. 23억.”

여전히 시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준호는 생각하느라 눈알이 굴러갔다.

‘대체 이 놈 무슨 심리인거야? 진짜 백억을 달라는 거야? 아니면 계약금을 높이기 위한 수작인거야?’

최대 19억까지 계약금을 생각하고 온 것이다.

근데 23억까지 불러버리고야 말았다. 풍운 길드의 자본력은 적지는 않은 편이다.

이 보석은 누가 채가기 전에 발굴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렇다면…. 마지막입니다. 26억. 더는 안 됩니다.”

준호는 딱 잘라 말했다.

이번에는 제발 그가 승낙하길. 구상했던 계약금의 한도를 심하게 넘어버린 금액이었다.

“저도 더는 안 됩니다.”

“예?”

“백억 밑으로 더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하….”

준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운은 말없이 차갑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F급 헌터인 이시운이 물었다.

마치 중상급 길드장이랑 F급 헌터랑 위치가 바뀐 듯한 느낌이었다.

“백억은 너무 심하게 무립니다. 아깝네요. 당신같은 인재는 꼭 우리 길드에 들이고 싶은데….”

준호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버리고서라도 시운을 잡고 싶다.

중상급 규모에서 상급 규모의 길드로 명성을 떨치려면 타고난 천재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길드 인원수는 많지만 저런 인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이미 시운의 뒷모습은 멀어져가고 있었다.

준호는 얼굴을 밑으로 떨구고 낙담했다.

‘반드시….’

풍운 길드 건물 안.

“…길드장님 미쳤습니까?”

윤호는 준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준호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26억까지 불렀다고요? 근데 거절당하고 또 F급 헌터에게 명색이 길드장이란 분께서 직접 찾아가서 한 번 붙잡은 데다가 까이기까지 하시고….”

윤호는 풍운 길드에 청춘을 바치다 싶이 한 인물이다.

풍운 길드에 대한 자부심도 굉장했고 누구보다 풍운 길드를 위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그 길드의 우두머리가 고작 F급에게 수모를 당하고 오니 화가 복받쳤다.

‘20억까지는 충분히 부를만은 했어.’

윤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친구의 개인전력은 이미 F급과는 넘사벽인 친구였다. 아마 날고기는 B급 정도의 헌터 좀 더 높게 잡으면 A급까지 판정할 수 있는 전력을 소유한 친구였다.

“어디가서 이야기 하지 마라. 쪽팔리니까.”

그때 윤호의 눈이 확 뜨였다.

“그 친구 머리가 좋은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데?”

“어차피 계약할 생각도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력이 남들 입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액수를 부른 것 같다고요.”

윤호는 출중한 영업실력을 가진 자로서 눈치도 빨랐다.

“설마….”

윤호의 입이 멎었다.

길드장이 F급 헌터에게 찾아가서 계약을 하자고 하는 것은 대기업 회장이 20대 취준생에게 찾아가서 스카웃 제의를 하는 것과 같다.

수모라면 수모고 치욕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런 대표와도 같은 길마가 까이고 왔으니 이걸 밖에다가 내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입을 뱉으면 길마의 체면이 꺾여버리고 말고 다른 길드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돌 것이다.

“하…. 그런 거였나?”

“물건은 물건이네요.”

이 바닥에서 십 년 이상 구른 윤호가 F급 헌터에게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그 헌터는 운 좋게BC급 게이트 공략허가권을 획득했고 자기 나름대로 명분을 세워 거절했으며,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도 못하도록 만든 거였으니.

끼익- 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어왔다.

윤호는 준호의 허벅지를 툭툭 차서 방금 그 이야기를 하지 말란 눈치를 줬다.

“길드장님. 그 친구 조사이력서를 좀 뽑아봤는데요.”

풍운 길드의 관리과 장 대리가 운을 뗐다.

순간 준호의 낯빛이 빨개졌다.

“특이한 점이 또 있었나.”

장 대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뗐다.

“……시력이 13.0이라는데요.”

“뭐?”

“아니 장 대리 그게 뭔 소리야?”

윤호와 준호가 서로 놀라워했다. 한명은 놀라 눈이 커지는 반응이었고 한명은 뭔 헛소리냐는 반응을 보였다.

“협회에 친한 관리과 팀장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실해요.”

장 대리도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는 듯 했다. 그 정도의 시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나 하는 낯빛이었다.

준호가 장 대리를 쳐다봤다.

“확실한 정보 맞아?”

“DNA를 스캔할 때 밝혀진 사실이랍니다. 확실해요.”

“허….”

윤호는 탄성 비슷한 한숨을 내쉬었다.

“길드장님.”

윤호가 준호를 진지하게 불렀다.

윤호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진지했다.

“어쩌면 생각한 것보다 더 대박인 친구인 듯 싶은데요? 그 정보가 정말 맞다면.”

“시력과 전력은 비례될 수가 없어.”

준호가 답했다. 물론 시력 13.0 이라는 수치는 경악스러울만 하지만 헌터는 눈으로 싸우는 직업 따위가 아니다. 양궁 선수라면 모를까.

“아니죠.”

준호는 윤호를 조금은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 몽골인의 시력은 3.0 이었습니다. 덕분에 멀리 있는 적과의 싸움에도 능했고 초원에서 말을 탄 강자라는 수식어까지 들었던 종족입니다. 근데 그것의 약 네 배의 수치에요.”

“헌터는 몽골인들처럼 말을 타고 전투하는 분류와 다르잖아.”

“답답하시네. 길드장님.”

윤호가 준호를 더욱 한심하게 바라보며.

“눈이 좋으면 동체시력 또한 어느정도 비례할 겁니다. 그럼 회피력이 좋고 무엇보다 던전의 지형적인 이점은 모두 눈으로 캐치할 거고, 보스나 몬스터들의 약점을 파악하는 등 엄청난 능력이라고요. 게다가 원거리 전투에서는 말도 필요 없고요.”

헌터들도 가끔 원거리 전투를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활이라던가 원거리 마법이라던가 검기를 멀리 내뿜는 다던가 말이다.

준호는 윤호의 말을 듣고서야 눈이 뜨였다.

“헌터자격시험 만점에 생존 서바이벌 우승출신에 B급 게이트를 단 삽십 분도 안 돼서 솔로잉 클리어 하고 시력은 13.0 이라고?”

그러면서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건 물건 정도가 아닙니다.”

윤호는 시력 이야기를 듣고 확신했다. 그 시력은 헌터로서 굉장히 메리트 있는 요인이라는 것을.

준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면 뭐해? 우리와 계약할 생각이 없다잖아.”

“사람은 다 다루기 마련입니다. 제가 꼭 낚아 오겠습니다.”

윤호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헌터의 한 길드에서 영업사원으로 뛰어서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일 년 만에 팀장으로 진급한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헌터 영입 커리어를 걸고 그를 이 길드에 들이겠다고.

장 대리는 빤히 윤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호가 장 대리를 흘겼다.

“뭘 봐? 용무 끝났으면 나가.”

“아, 예.”

지금은 오후 여덞 시.

유석은 시운의 방문 앞을 서성거리다가 말았다.

‘얘기해도 될까.’

그는 고민하는 듯 했다.

장유석. 그는 회귀자들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런데 오늘 이시운의 몰래 능력을 판독한 결과 원래 시신경과 오른쪽 회전근이 발달한 그의 능력에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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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시운

분류: 이터널 라이퍼

형태의 수: 2.

능력 (1)

명칭: 시신경이 변동 중

위치: 망막의 신경절세포에서 연결되는 축삭

종류: 신경계.

결론: 시각. 동체시력

능력 (2)

명칭: 우측 어깨근.

위치: 삼각근, 상완 삼두근, 상완 이두근.

종류: 근육계.

결론: 괴력.

‘그의 눈에 대한 능력에 변동이 생겼어.’

원래라면 그냥 시신경의 발달이란 형태로 홀로그램이 떴었는데 지금은 시신경의 변동이라는 글이 홀로그램에 분석되어 나와있었다.

게다가 능력의 부분에 ‘동체시력’이 추가되어 있었던 것이다.

장유석은 고개를 가로젔고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 회귀자는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아직 이것을 알려줄 수는 없다.’

유석은 종우를 되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이시운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는 잔정이 많고 좋은 사람인 것을 알지만 사람은 믿으면 안 되는 존재. 언제 자신을 내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것을 대비해 정보를 무기로 사용할 심산이다.

위이잉-

유석은 믹서기로 수박을 갈았다. 수박 주스를 제조한 그가 시운의 방앞에서 서성였다.

‘그래도 날 재워주는데 뭐라도 주고 싶다.’

노크를 하려던 찰나 손이 멈춘다. 장유석은 타인에게 뭔가를 표현하는 것에 굉장히 낯선 것을 느끼고 있다.

쑥쓰러운 상황 또한 민망하고.

‘에이, 모르겠다. 이 정도야 뭐.’

그는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반응이 없다.

혹시 자고 있나?

자고 있다면 머리맡에 몰래 놓아두고 올 생각이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뭐지?’

불이 꺼져 어두운 방안은 텅 비어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들어갔었는데?’

유석은 방금 이시운이 방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았다. 다시 밖으로 나가는 기척은 듣지도 못했다.

‘설마 창문으로?’

창문이 보였다. 그런데 굳이 뭐하러 그가 창문으로 고생하며 나가겠는가. 멀쩡한 현관문이 있는데.

‘뭔가 내가 모르는 다른 능력이 있다.’

단순히 스크롤을 써서 이동하진 않았을 거란 걸 직감으로 알아차린 그였다.

시운은 포탈을 통해 원룸 안으로 이동한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일단 넘어와야 했다.

이터널 라이프가 곧 발동된다는 알람을 받은 상태였다.

아마 또 현계에서의 퀘스트일 것이다.

-왜 연락이 안 돼?

-헌터 생활 하느라 바쁜거야?

희정의 밀린 톡을 보고.

답장을 하려는데 한쪽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초점이 잡히지 않아서 한쪽 눈을 감았는데.

순간 머리 깊숙한 곳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한눈으로 보이는 시야가 마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듯이 보였다.

‘뭐지?’

순간 방안에 있던 모든 물건들이 입체적으로 모조리 눈에 들어왔다.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자세히 보인다.’

엉뚱한 곳을 보고 있어도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현상은 사라졌다.

‘…방금 그건 뭐였지?’

이상한 경험이다. 단순히 피로에 의해 눈이 이상현상을 발휘한 것인가?

‘어쩌면….’

그때였다.

띠링!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창을 열어보시겠습니까?]

“열어.”

[이터널 라이프 퀘스트창이 오픈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터널 라이프의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이터널 라이프-절제] [퀘스트]

현계의 클럽이란 곳으로 이동하라.

‘뭐? 이번엔 클럽이라고?’

그런데 그 위에 제목에 절제라는 말이 붙어있다.

절제? 절제를 시험한단 뜻일까.

근데 어이가 좀 없네?

‘아니, 근데 그 빨간머리 새끼는 왜 자꾸 이딴 것만 시키느냐는 말이야. 알고 보면 이상한 색마같은 새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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